Mt. 0443  壁宵嶺(1,350m) - 경남 함양군. 하동군

 

산 행 일 : 2004년 8월 8일 일요일
산의날씨 : 맑음
산행횟수 : 지리산 자락 35회차
동 행 인 : '청산유람' 산우

 

산행시간 : 6시간 04분 (식사 휴식 56분포함)

삼정 벽소령주차장 <0:32> 차량통행 차단 점 <0:51> 능선 갈림길 <0:39> 대피소 갈림길 <0:10>
벽소령대피소 <0:19> '벽소령대피소 0.7km' 이정표 서편 <0:15> 벽소령대피소 <0:23> 나무다리
<0:50> 콘크리트 다리 <0:14> '이현상 아지트' 표지 <0:39> 용화정사 <0:16> 의신 세석가는 길
 
산행거리 : 13.5km ⇒ 음정 <4.1> 능선 갈림길 <2.6> 벽소령 대피소 <0.7> 나무다리 <3.4> 삼
<2.7> 의신

 

두어 번 산행을 같이했던 산 친구들로부터 수 차례 제의를 받았으나 공교롭게도 정맥종주 날과
겹쳐 참석할 수 없었다.
마침 종주 팀이 백두산 산행차 떠나(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계돈 붓는 형식으로 여비를 모았다
며 같이 가자고 했지만 회원도 아니어서 사양했는데 가계에 부담스럽지 않게 시나브로 모아서 값
진 산행을 하게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여겨진다) 모처럼 동참할 기회가 생겼으나 어제 동악산
산행과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무겁다.

 

평범한 산행이라면 포기했을 것이나 동서 횡단 또는 뱀사골, 백무동 등지에서 종단할 뿐 지리산
의 허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북쪽의 삼정에서 남쪽의 의신으로 이어진, 일부구간을 제외한 군사
도로를 타고 벽소령을 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코스가 다시 산으로 끌고 가는데는 어쩔 수 없다.
19번 국도를 타고 지리산 서부 능선 아래를 빙 돌아 운봉, 인월, 마천을 경유하여 백무동 길을 왼
쪽으로 보내고 '영원사루트 안내도' 등이 세워진 삼정리 벽소령주차장 앞에 도착했다.

 

               

 

                              벽소령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영원사루트 안내도

 

10 : 13 "날씨가 몹시 무더우니 쉬엄쉬엄 걸어 벽소령대피소에 가서 점심을 먹자" 말은 하지만
콘크리트길에서 뿜는 열기와 뙤약볕이 걸음을 빨리 하게 만든다.
5분쯤 걸어 음정정류장 옆의 '영원사 4.2km' 이정표가 선 오른쪽 길을 따르며 그늘이 있는 지점까
지는 거의 반 구보, 나무 그늘로 들어서면 보통 걸음... 이런 식으로 가면 금방 지치고 말겠다.
어차피 각오하고 왔으니 앞선 서너 사람을 쫓으려들지 말고 내 방식대로 걷자.
영원사 입구를 알려주는 큰바위를 지나면 제철 만난 매미들이 음정박자 상관없이 목이 째져라 노
래 부르고 "까악 까악" 까마귀 울음소리가 어쩐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을 유발 시켜준다.   

     

              

 

                                          영원사 입구를 알려주는 바위

 

10 : 41 '지리 13-02' 표지를 지나 4분 후 차량금지표지와 2중으로 설치한 차단 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차들이 주차돼 있고 왼쪽 깊숙이 빠진 광대골에서 피서를 즐기는지 사람들은 안 보인다.
포장 길이 끝나고 10분 가량 오르면 '↑ 벽소령대피소 5.4km *↓ 음정 1.3km'를 알려주는 이정표
를 보게되고, 바람 한 점 없는 데다 그늘도 변변찮은 산판 길은 사방 조망이 막혀 갑갑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니 극기 훈련이 따로 없다.
첫째도 인내 둘째도 인내 그저 참고 견뎌야한다.
오른쪽 산허리를 잘라 낸 길답게 수십 길 절벽 위 바윗덩어리가 언제 굴러 떨어질 줄 몰라 '낙석
주의' 팻말이 자주 보인다.

 

11 : 24 자동차 통행시 비키거나 회차 할만한 공간에 이르자 대피소가 3.5km 남았다는 이정표가
있고 계곡이 가까워졌는지 물소리가 들린다.
11 : 40 삼각고지로 갈 수 있는 갈림길 작은 등산안내 표지판 앞에 모였다.

 

              

 

                                                 능선 갈림길 이정표

 

능선을 타려면 오른쪽 산비탈을 타고 올라야하나 나는 군사도로를 따르기로 미리 작정했으니 무
리수를 두면서까지 삼각고지와 형제봉을 거쳐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잠시 망설이던 네댓 명이 비탈길로 오르자 두 패로 갈리었다.

 

11 : 55 계곡이 깊어 물 보충하기가 수월치 않으리라 여겨지나 작은 폭포라고 하기에 손색없을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내려 싸늘한 냉기가 땀을 식혀준다.
역시 식수 걱정 없는 지리산이다.

 

              

 

                                        주위에 냉기가 흐르는 작은 폭포

 

'지리 13-13' 지점부터 길이 현저히 좁아지고 좌우로 뻗은 넝쿨이 제법 성가시게 굴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주능선 위의 하늘이 한층 가까워졌다.

 

12 : 19 '↑ 구벽소령 2.0km *↓ 음정 6.4km * → 벽소령대피소 0.3km'
이제는 산간도로를 따를 필요가 없어 오른쪽 바윗덩어리 길로 올라섰다.

 

              

 

                                         벽소령대피소 갈림길의 이정표

 

              

 

                                            벽소령 오름길의 동료들

 

앞으로 300m, 마지막 사력을 다하기 위해 목을 축이며 숨을 고른다.

12 : 24 벽소령 대피소. 앞 뒤 조망은 거침이 없으나 좌우는 덕평봉과 1,392봉이 시야를 막아섰고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삼각고지로 오른 동료들을 두고 먼저 밥을 먹고 기다린다.

 

              

 

                                                       벽소령대피소

 

13 : 11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소식 없는 동료들을 마중할 요량으로 형제봉으로 향했다.
거대한 석문을 통과하여 전망바위에 서면 반야봉쪽 조망이 일품이고 형제봉 아래 바위에 몇 사람
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형제봉쪽으로 가다 본 반야봉

 

 '벽소령대피소 0.7km'이정표를 지나서 동료들을 만나자 "왠 일이냐?"며 의아해 한다.
의리 없이 노고단으로 가 버릴 줄 알았을까?

 

              

 

                                                     천왕봉쪽 등산로

 

              

 

                                         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동쪽에서 본 벽소령대피소

 

13 : 45 다시 대피소로 돌아왔고
13 : 55 그들이 늦은 점심을 먹는걸 보고 먼저 가 버린 다른 동료들을 쫓아 고무판이 깔린 짧은
나무 계단을 타고 내려 50m 밑에 있는 수도꼭지를 장착한 샘물을 마시고 채우고 매우 비탈지고
까다로운 바윗길을 따른다.

 

14 : 18 나무다리를 이용하여 계곡을 건너면 '지리 12-12' 표지가 있고 10분 후 '↑ 의신 6.3km /
이현상아지트 5.1km *↓ 벽소령 1.2km' 이정표가 선 양 계곡 합수점에 닿았는데 거리표시가 궁금
하게 만든다.
벽소령에서 음정과 의신은 6.7km와 6.8km로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아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고 호우에 휩쓸려 손상된 길에 '등산로' 표지를 매달아 늘여놓은 가느다란
밧줄을 붙잡고 조심조심 내려가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음정 쪽과 마찬가지로 조망이 신통찮다.

 

              

 

                                           계곡위로 뻗은 꼬부라진 나무

 

계곡쪽 벼랑 축대는 무너져 내렸고 암벽을 발파해서 낸 길은 바윗덩어리가 막기도 했으니 도로
기능은 상실되었으며 암벽아래를 지날 때는 의식적으로 바위들을 치쳐다 본다.

 

15 : 08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50m가량 가면 콘크리트 구조물은 말짱하나 그 옆이
훼손된 다리를 건너게 되고 울창한 수림이 없는 탓에 길 가운데는 풀이 수북하게 자랐다.

 

               

 

                                길을 막아선 나무.  끈질긴 생명력이 놀랍다. 

 

15 : 22 거리 표시가 안 된 '이현상 최후 격전지' 표지 갈림길에서도 왼쪽으로 돌아 지루한 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모자를 벗었다 썼다 변덕을 부린다.

 

15 : 38 '여순 10·19 사건시 빨치산 유입경로' 팻말 100여m 밑에 '차량출입금지' 바리케이드가 설
치되었고 계곡 상류를 찾아 오른 피서객들의 차 다섯 대가 햇빛에 후끈 달았다.
삼정까지 포장된 콘크리트 포장길, 참 걷기 싫은 길이다.
오른쪽 깊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팥죽 같은 땀을 줄줄 흘리며 땡볕 속을 걷
는 내가 저들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엉뚱한 생각이 들고 처량하게 여겨진다.

 

16 : 01 용화정사 앞 비탈길의 '지리 12-01' 표지가 산행 날 머리가 지척임을 알려준다.
자동경보기가 설치된 지점 커브를 돌면  'OO민박' 간판을 건 집들이 보이고 이내 삼정 매표소를
통과하게 되며 도로 가장자리까지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과 많은 사람들이 더욱 숨막히게 한다.

 

              

 

                                            종단 종점인 삼정매표소

 

16 : 17 '세석가는 길' 밑에 이르러 산행을 마무리하였지만 지리산에서 가장 볼 것 없고 멋도 없
는, 지루하고 갑갑하기 짝이 없는 코스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즐겨 찾는 이 없는 길을 따라 남북을 종단하여 탐방한 것은 적어도 내게는 커다란 의미가
있으니 가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