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드라이브코스 지리산 육모정, 구룡폭포, 선유폭포 

무더위에 지친 산하 가족들에게 보기만 해도 시원한 드라이브코스를 소개합니다.

움직인 날 : 2004. 8. 9(月). 맑음

드라이브코스 : 

진안 풍혈냉천→지리산 육모정→구룡폭포→선유폭포→정령치→성삼재→시암재

 

  남들 다 가는 피서를 아직도 가지 못해서 지도를 펴놓고 보길도나 지리산 자연휴양림 둘 중 하나를 택하느라 고심을 하고 있는데, 준비도 없이 먼 길 갈 수도 없어서 피서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지리산 드라이브나 하자고 제안하니 아내가 오케이.

아이들에겐 “계곡에서 수영이나 해라”라고 하자 “와!” 하고 만세를 부른다.

 

신문과 방송에 가끔 등장하는 진안 성수면의 풍혈냉천에 도착하니 산 이곳저곳의 구멍마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풍혈동굴(가게. 20여 평)에 들어가 보니 대형냉장고에 들어간 것 같이 서늘하다. 벽 쪽에 수박과 음료수 등을 쭉 쌓아놓았다. 과일, 음료수, 도토리묵등을 팔기도 한다. 상상했던 것 보다 너무 작고 초라해서 사진찍는것도 잊은 채 그대로 차에 올라 남원으로 내달린다.

 

  남원 광한루옆 원조 추어탕 집에서 온 식구가 추어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육모정으로 향한다. 육모정 바로 길 건너에는 춘향묘가 있다. 진짜 춘향이가 있었나?

육모정 앞의 춘향묘. 계단 끝에 있음.

 

육모정. 계곡에 있었는데 어느해 물난리로 유실되어 이곳에 복원해놨다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위에서 내려다보는 용소는 흡사 설악산 천불동 계곡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아이들은 여기서 수영하자고 난리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에 다시 차를 몰고 최선호 선배님이 다녀오신 구룡폭포로 차는 올라간다. 흡사 설악의 한계령을 넘어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이다. 물론 한계령 정상에서와 같이 멋진 암릉이나 기암괴석은 없어도, 깊고 중후한 멋이 일품인 지리의 넓은 품속이 아닌가!

육모정 다리

 

다리 아래쪽 용소

  

다리윗쪽 계곡

  

다리건너 오른쪽 언덕위의 용호정

 

  구룡폭포 들어가는 길은 좁은 비포장 농로라서 먼지가 펄펄 날린다. 구룡정이라는 정자 아닌 정자 옆에 차를 세우고 먹을 것 입을 것 짊어지고 구룡폭포로 내려가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45°이상의 급경사를 온 식구가 슬리퍼를 신고 내려가는 것이 남들 눈엔 위험하게 보였을 것이다. 평소 잦은 산행으로 나와 아이들은 그런대로 잘 내려가는데 아내만 쩔쩔매고 있다. 100m쯤 내려가니 구름다리가 나타나고 구룡폭포가 절경을 드러낸다. 

구름다리를 건너 그늘에서 식구들을 쉬게 하고, 아이들이 수영할만한 데를 찾아 계곡으로 내려갔으나 바위투성이 아니면 깊은 소 밖에 없다.

  

  다시 산행로로 올라가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가 무언가 앞에서 휙 지나가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자세히 보니 제법 큰 살모사 한 마리가 계곡 쪽으로 도망가고 있었다. 돌멩이를 집어 들고 이미 사라진 뱀 쪽으로 냅다 던지며 겁을 주었다. 이정도면 뱀도 혼쭐이 나서 산행로를 섣불리 가로지르는 일에 신중을 기할 테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는걸 포기하고 되돌아서 구룡폭포 쪽으로 올라간다. 맨발에 슬리퍼만 아니면 더 갈 수도 있었는데..... 

구룡폭포(해발 440m)

 

구룡폭포 아랫쪽의 작은 폭포

  

구룡폭포 상단부. 설악산 십이선녀탕계곡의 복숭아탕을 조금 닮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구룡폭포

  

구룡폭 구름다리의 아주 위험한 부분. 발이 빠질 수도 있을 정도로 크게 파손이 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시급히 보수를 해야만 할 것이다.

 

  구룡폭포 상단부를 올라가보니 막다른 길이다. 다시 내려와서 식구들을 데리고 구룡폭포와 작별을 한다.

구룡정 아래쪽(구룡폭포 위쪽)으로 내려가 보니 작은 개울이 흐르고 피서객 몇 팀이 조용히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는 잠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아이들과 물장난을 친다.

구룡정 아래 개울에서

 

  집에 가는 길을 성삼재로 정하고 정령치를 힘겹게 올라가다가 오른쪽에 선유폭포가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선유폭포로 들어간다. 초입부터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길에서 십여 미터만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선유폭포는 기대했던 것보다 웅장하진 않다. 하지만 주위의 온도가 너무 낮아 한기를 느낄 정도로 서늘하다. 아이들은 춥다고 난리고 계곡에 발을 담그니 이건 완전 얼음물이다.

매년 칠월 칠석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간다해서 선유폭포라 함.

 

  정령치에서 반야봉과 바래봉을 보며 차는 내려간다. 성삼재에서 잠시 차를 세우지도 못하고 시암재로 내려간다. 시암재에 차를 세우고 북쪽 능선을 바라보니 만복대와 고리봉, 성삼재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것이 장관이다.  아이들이 소시지를 사달라고해 하나씩 사주었는데 한 개에 이천원씩이나 받는다. 보통 천 원씩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완전 따불이다. 엿은 이천 원, 적당한 가격이다.

시암재에서. 멀리 만복대(왼쪽)와 고리봉(가운데)이 보인다. 배경사진만 찍은것이 없어서 부득이 인물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집에 가면서 장도 보고 내일 피서 갈 준비를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