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 가까이 지난 산행기지만 나 나름대로 멋진 산행이었다는 생각에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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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이곳에 나의 발자취도 마노이 남겨야지........

 

2002년10월29일, 30일. 화,수요일 맑음

1발 3일의 지리산 종주.

 

10월 28일 서울역에서 막차를 타고 구례구역에 29일 04시에 도착.

다른 세 분의 산을 즐기는 분들과 택시로 성삼재까지 함께 이동.

 

10월 29일 화요일

05:03 성삼재(42분) - 05:45 노고단 대피소, 아침 식사 후, 07:00 출발(59분) - 07:59 임걸령, 중간에 5분간 휴식(29분) - 08:28 노루목(19분) - 08:47 삼도봉, 휴식 후 08:55 출발(45분) - 09:40 토끼봉, 휴식 후 09:50 출발(1시간08분) - 10:58 연하천 대피소, 사발면 먹고 11:30 출발(40분) - 12:10 형제봉(31분) - 12:41 벽소령 대피소, 점심 식사, 휴식 후 13:50 출발(1시간03분) - 14:53 5분 휴식 후 14:58 출발(07분) - 15:05 7분 휴식 후 15:12 출발(08분) - 15:20 칠선봉(43분) - 16:03 세석 산장, 일박.

 

10월30일 수요일

05시 기상, 아침 식사 후 06:37 출발(15분) - 06:52 촛대봉(50분) - 07:42 연하봉(11분) - 07:53 장터목 대피소, 휴식 후 08:02 출발(23분) - 08:25 천왕봉 0.7km지점(21분) - 08:46 천왕봉 1,915m. 휴식 후 09:33 하산 시작(40분) - 10:13 로터리 대피소, 휴식 후 10:20 출발(42분) - 11:02 4분 휴식 후 11:06 출발(27분) - 11:33 중산리 매표소, 휴식 후 12:01 출발, 12:20 주차장 도착.

 

-- 지리산의 멋진 설경 --

화엄사에서 시작하려했던 계획을 몸이 안좋은 관계로 성삼재에서 시작하기로 바꾸고 구례구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하니 05시가 조금 안된 시각.

준비를 하고 오르기 시작하니 온통 눈이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달빛은 쌓인 눈을 더욱 하얗게 만든다.

지난 26일과27일에 눈이 온것을 알면서도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스스로를 약간은 원망하면서 노고단에 도착하니 05시45분.

취사장에서 밥을(햇반) 먹고 밖으로 나오니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눈이 커짐을 느낄 수 있다.

비록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덮혀있지만 노고단 정상으로 펼쳐져있는 광경이란 뭐라 표현할 수 없을만큼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산 전체가 온통 눈으로 가득차 있다.

너무나 멋있는 광경에 넋을 잃고 한참을 구경하고나서 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그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볍다.

노고단 입구를 지나 조금을 가니 길이 온통 하얀 옷을 입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너무 멋져 조금을 기다리다 한 어르신께 사진을 부탁하고(하지만 사진은 안나왔을 것이다. 찍어주기 싫었는지 찍히지도 않았는데 사진기를 내려버려서...) 다시 길을 가는데, 계속해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 쌓인 길을 기분좋게 가니 발걸음도 가볍다.

임걸령을 지나니 눈 덮인 반야봉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고 하늘도 점점 열리기 시작한다.

노루목을 지나 삼도봉에 서니 온통 하얀 반야봉에 살짝 걸려 넘어가는 구름은 거의 환상이다.

지나온 노고단의 설경 또한 이루 말 할 수 없고, 저 멀리 까마득한 곳에 하얀 옷을 입고 우뚝 솟은 천왕봉은 더더욱 멋진 모습이다.

세차게 부는 바람으로 더 이상 구경을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서 토끼봉에 오르니 작년에 왔을 때하곤 모습이 바뀌어있다. 헬기장을 만들어 놓고 길 옆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놓았는데 깔끔해서 보기가 좋다.

아까까지 있었던 반야봉의 구름은 어느 새 간 곳이 없고 햇빛을 받은 반야봉은 더욱 하얗게 반짝인다.

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다.

연하천으로 가면서도 탄성은 절로 나오고, 잠깐씩 길을 멈추게한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뒤를 돌아보니 이 또한 너무 멋진 풍경!

사발면을 사 먹고 다시 벽소령을 향해 출발!

연하천에서 사진을 못 찍은 것이 내내 아쉽다.

이제는 기온도 많이 풀렸다. 바람도 자고.

형제봉을 넘어서니 어째 벽소령이 더 멀어진 느낌이다.

`애고 애고'

이제 배는 슬슬 고파지고 다리에 힘도 약간씩 빠지는 느낌이 온다.

이를 악 물고 벽소령에 도착하니 이제는 오히려 힘이 솟는다.

점심을 해치우고 사과도 하나 먹고, 이제는 시간도 여유롭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출발한 후에 베낭을 메고 출발!

 

이제는 배도 부르고 날씨도 따뜻하니 기운이 펄펄 난다.

쉬지않고 1시간여를 가서 잠깐 쉬고 조금을 더 가니 멋진 경치가 나온다.

이 봉우리의 이름을 모르겠다. 어느새 가까와진 천왕봉의 모습은 나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고 눈 앞에 있는 영신봉은 역시 멋있기 그지없다.

칠선봉을 지나 한참을 가니 마지막 험한 코스가 길을 막아서는데......

전에 있던 철줄을 없애고 계단을 만들고있다.

경사가 장난아니다. 이제는 다리가 풀려 이리저리 비틀비틀.

헉헉대면서 오르고 조금을 가니 영신봉!

이제 다 왔다.

힘을 내서 몇 분을 내려가니 세석 대피소!

노고단을 출발한 지 9시간03분 만이다.

연하천과 벽소령에서 길게 쉰 시간을 제외하면 7시간22분.

여장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고 휴~~식!

 

새벽 03시.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

출발을 할까 말까 생각하다가 어제 아침이 생각나 오늘도 아침이면 구름이 잔뜩 낄 것이라고 판단하고 다시 들어가 잠을 청했다.

05시에 눈을 뜨고 아침을 준비하는데 하늘은 여전히 깨끗하다.

`애고애고!'

완전한 나의 판단 미스.

`할 수 없지, 어차피 이제는 되돌릴수도 없는데, 뭐!'

천천히(버너의 화력이 약해서) 밥을 먹고 촛대봉에서라도 일출을 보기위해 서둘러 출발.

촛대봉에 오르니 이미 해는 떠있다. 많이는 올라오지않아 그런대로 괜찮다.

정말 멋진 광경이다.

`지금 천왕봉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정말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아이고 아이고!'

계속해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발을 옮기는데, 어제의 따뜻했던 날씨 덕에 해가 들었던 곳은 눈이 많이 녹아있다.

촛대봉과 연하봉 사이에서 반야봉과 노고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에 도착.

따뜻한 물을 한모금하고 바로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

눈이 많이 녹은 제석봉의 고사목엔 아직도 눈들이 달라 붙어있다.

참 멋진 풍경이다.

한번도 쉬지않고 제석봉과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천왕봉이다.

 

깨끗한 하늘과 눈부신 햇살, 그리고 남쪽의 바다와 엷게 드리워진 안개의 어우러짐!

가히 환상적이다.

다시 한 번 새벽에 다시 들어가 잔 것을 후회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말로는 표현이 안된다.

너무나 기가막힌 경치!

사진을 몇 장 찍고, 차에 사진기를 놔두고 올라오신 가족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경치를 감상하고 하산 시작!

 

이곳은 해가 계속들어 눈이 거의 녹아 다행이다.

눈이 그대로 있었다면 상당히 고전했을텐데.  휴~~우~~!

쉬지않고 로터리 대피소까지.

너무 무리한것 같다.

왼쪽 무릎의 옆이 아팠었는데 더욱 심해지고 이제는 오른쪽 무릎의 앞부분도 아프기 시작한다.

무릎의 앞부분은 지금까지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아마도 지난번 팔봉산에서 내려와서 풋살(작은 축구경기)을 하면서 넘어져 다친 곳이 그냥 찰과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1시간30분만 참자!'

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다시 하산을 하고, 조금을 내려가니 학생들이 무지하게 많이 올라온다.

아마도 수학여행?

계속해서 이어지는 학생들의 행렬.

여학생도 많다. 남녀공학이군.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니 천왕봉까지 간단다.

인솔자가 극기훈련 중이란다.

학생들의 행렬은 무려 20여분 동안 계속된다.

선두와 후미의 거리는 1km 정도 차이를 보이고.

여학생들에게 남은 쵸콜릿과 사과, 귤, 물을 모두 주고나니 베낭은 한결 가벼워졌다.

학생들은 먹을거 생겨 좋고 나는 베낭 무게를 줄여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망바위를 지나 얼마르 내려가다 무릎이 너무 아파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가니 한결 낫다.

20여분을 더 가니 매표소가 보이고 아팠던 무릎은 덜 아프고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매표소를 지나 매점에서 시원한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담배 한 모금을 쭈~욱!

온 세상이 내것 같다.

푹 쉰 후에 추차장으로 내려와서 점심을 먹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약올리고........

 

이번 산행은 너무도 멋진 산행이었다.

이런 멋진 풍경때문에 겨울 산행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다음엔 꼭 화엄사에서 출발해서 장터목에서 일박을 하고 천왕 일출을 볼것을 다짐하면서........

 

아침 06시37분부터 11시33분까지 총 4시간56분의 산행이었다.

천왕봉에서의 47분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09분의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