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행 일 : 2004. 5. 16


2. 산행형태 : 능선산행, 원점회귀산행


3. 교 통 편 : 승용차


4. 날 씨 : 비온후 맑음


5. 산행인원 : 나홀로


6. 산행코스 : 선구리 표지석(13:02)-응봉산 매봉(14:30)-가천 갈림길(14:57)-설흘산(15:16)-응봉상 매봉(15:59)-선구마을(16:59)


7. 산행기


사촌해수욕장을 지나 경사진 도로를 잠시 오르니 오늘의 들머리인 선구마을 표지석과 승용차를 주차할 수 있는 빈 공간이 있고 몇몇의 등산객과 아직 하산하지 않은 산객을 기다리는 대형버스가 몇대 줄을 서 있다. 설흘산은 남해읍에서 서면(서상)방향으로 고개를 내려가다 좌측으로 난 길이 남면으로 가는 길이며 남면 소재지로 진입하여 홍현리와 용문사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다랑이논과 암수바위(일명 가천미륵바위)로 유명한 가천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윗쪽인 북쪽을 보면 봉수대가 위치한 설흘산이 보이며 그 아래 2부 능선에 축사로 사용되는 집앞으로 설흘산 오르는 길이 있다. 또 다른 한쪽은 홍현마을 무지개 고개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데 가천마을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빨리 갈 수 있고, 무지개 고개에서는 거리는 멀지만 수월하게 갈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산행시간이 짧아 능선을 타고 싶은 산객은 남면 소재지에서 우측으로 운행하면 사천해수욕장이란 카다란 입간판이 보이고 고갯길을 조금 오르면 선구마을이란 커다란 표지석과 간단한 노상공원이 나타난다. 여기서 진행방향으로 2~300m 전방에 느티나무가 보이는데 여기가 능봉산(일명 매봉산), 설흘산을 연결하는 능선을 탈 수 있으며 빠른 걸음으로 설흘산까지 2시간이면 갈수 있다. 또한 원점회귀산행이면 2시간이 추가되니 총 4시간의 적정한 산행코스가 되는 셈이다.


설흘산은 섬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 오고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아늑하게 내려다 보이며 인접하고 있는 전남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한려수도의 아기자기한 작은 섬들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정상에는 봉수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설흘산 봉수대는 왜구의 침입을 금산 봉수대와 사천 전남 등지에 연락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자연 암반을 기단으로 네모꼴로 축조되었고 중앙에는 지름 2m의 움푹한 홈을 만들어 봉수 불을 피울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 봉수대의 둘레는 25m, 높이 6m,폭 7m로 전해져 오고 있다.


시멘트길을 따라 들머리에 접어드는데 이 등산로는 위험하니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고 마을 표지석 쪽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멀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진입을 통제하는 소리 같아 재빨리 등로에 들어서니 잡목 사이로 소로가 있다. 비가 그친 후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등로는 질척질척하고 간간이 나타나는 바위는 물기를 머금고 있어 조심성을 더하게 만든다.


 


<<선구마을 표지석>>                                         <<들머리 느티나무>>


전망 좋은 바위에 올라서니 아늑하게 보이는 사촌해수욕장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이 보이고 그 앞으로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느긋한 오름짓을 하는데 우측으로는 망망대해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고깃배가 한폭의 그림같은 모습이다.다. 죄측으로는 남해의 특징인 다랭이 논들이 산비탈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고...


남해는 70년대 초 남해대교로 육지와 연결되기 전까지는 완전한 섬으로 경작지가 많지 않았으며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내고 석축을 쌓아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 이 논들이 다랭이 논으로 가천마을 다랭이 논이 대표적이다.


가천마을은 설흘산(485m)에서부터 해안까지 급경사로 내리뻗은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바다와 접해 있으면서 전 가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바윗돌 해안은 배의 접안을 거부하여 바닷가에 접해 있으면서도 배 한척 없는 마을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최고의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랭이 마을은 바다와 인접해 있지만 전 가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조상 대대로 산비탈을 깎고 석축을 쌓아 만든 100층이 넘는 계단식 논이 한려해상공원의 청정한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어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되어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홍합,해초류 채취 등의 바다체험과 손모내기 등의 농사체험 그리고 쥐불놀이,다랭이 연만들기 등의 체험관광과 농어촌의 삶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어 대도시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단체프로그램 행사로 많이 찾고 있으며 가족단위의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즉 설흘산 산행과 다랭이 논 체험, 해산물 채취를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곳으로 전국 유일의 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문의 : 055-862-7996, 김향용, http://darangyi.go2vil.org/sub1/sub2.html)


또 하나 가천의 명물로는 암수바위가 있는데 이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10월23일에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푸짐한 제를 올리고 있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자녀를 낳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며 이 암수바위의 유래가 또한 재미있다. 영조 27년(1751년) 이 고을의 조광진 현감의 꿈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내가 가천에 묻혀 있는데 그 위를 소와 말들이 지나다녀 견디기 어려우니 나를 파내어 일으켜 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하더라는 것이다.


현감은 꿈에 노인이 지적한 가천의 현장에서 현재의 암수바위를 파내어 세워놓고 논 다섯 마지기를 제수답으로 내주었다. 그래서 매년 암수바위를 발견한 음력 10월23일에 제사를 지내오고 있는 것이다. 그 뒤로 암수바위 주위에 지저분한 오물을 뿌리거나 손가락질을 하면 손이 썩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한다.


등로 좌우측에는 가는 봄을 아쉬워하듯 꽃을 피우고 있는 치자나무(사진을 찍어 확인함)와 엉컹퀴가 분홍색꽃을 화사하게 피워내며 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고 저멀리 까마득히 솟은 암봉은 가스에 쌓여 있어 어디쯤인지도 모른채 계속 진행하는데 암릉을 타는 재미가 솔솔하다. 바위가 습기를 머금고 있어 위험하지만 조심하는 재미도 있는 법인가 보다.


다랭이 논과 바다를 친구삼아 발걸음을 옮기니 산객들의 정담이 들리는데 3~5m의 직벽이 길을 끊어 놓고 있다. 안전한 등로를 찾아 기웃데는데 다행히 굵은 동아줄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직벽이라 발을 붙일곳이 없어 매달리는데 산객들이 유격·유격을 합창한다(14:08). 힘을 내어 바닥에 내려서니 혼자서 왔냐면서 같이 가잔다.


식사 후 뒷정리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아 혼자 진행하는데 지나온 직벽이 자꾸 발걸음을 잡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운행한다. 20여분간 암릉을 통과하니 커다란 돌탑이 서 있고 응봉산 매봉(472m)이라는 표지목이 서 있다. 표지목에는 까마귀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힘찬 날개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매봉에서는 육조문 방향과 설흘산 봉수대를 가리키고 있는데 잠시 숨을 고른 후 봉수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풀터널을 지나 한참을 운행하다 두분의 산객을 만났다. 선구마을을 목적지로 향하는 산객인데 점심식사 후라 힘이 드는 모양이다. 해수욕장의 주의사항으로 식후에는 바로 바닷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듯이 포식 후의 산행은 몇배의 체력을 요구하는데 이분들도 늦은 점심에 포식을 하였는가 보다.


가천 갈림길이 나타나고 이내 설흘산(15:16) 정상이다. 정상에는 돌로 만들어진 봉수대 터가 있는데 남쪽사면은 무너져 비탈을 이루고 있으며 그 무너진 돌로 돌탑을 쌓아 두었다. 또한 봉수대 아래에는 2001년4월 남면 산악회에서 건립한 설흘산 정상석이 서 있는데 여기가 해발 481m임을 알려주고 있다. 아래쪽 서포 김만중이 유배되었던 섬 노도는 몰려온 가스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있고 다랭이 마을도 능선으로 인해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산행로를 되짚어 승용차가 있는 선구마을로 향하는데 암릉 초입에서 식사하던 네 분의 등산객을 다시 만났다. 이분들은 전라도에서 온 산객들로 홍현마을로 하산하여 버스를 이용할 모양이다. 나는 시간도 많고하니 원점회귀를 한다며 좋은 산행 하시라는 말로 인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다. 응봉산을 향해 잰걸음을 내딛는데 엉컹퀴 꽃에 큰 벌 한마리가 꿀을 빨고 있다.


 


<<엉컹퀴 꽃>>                                               <<치자꽃>>



<<등로에 핀 찔레 꽃>>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접사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준비하는데 사람냄새 때문인지, 위험을 느껴서인지 꽃을 떠난 후에는 되돌아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분여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벌은 오지 않는다. 매봉(15:59)을 지나 선구마을을 향하는데 이제 산객들은 눈에 띄지 않고 나 혼자만의 호젓한 길이다. 다음주의 장거리 산행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는 산행이었지만 얼굴은 이미 먼지와 땀이 뒤범벅이 되어 까만 염전이 되어 있고 물 한모금 없었던 4시간의 산행이 갈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설흘산 봉수대>>                                             <<정상석>>




▣ 김성기 - 지난번 진달래 한창일때 다녀왔는데 암릉도 타고 남해절경도 감상하면서...기억이 새롭습니다.좋은산 즐산 계속 이어가십시요.   ++ 제가 남해에 주소를 두고 있으니 앞으로는 틈틈이 남해지역의 산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격려 부탁드리고 김선생님께서도 즐산하십시요.



▣ 山용호 - 설흘산 산딸기가 조망간 무르익을낀데...반갑습니다.   ++ 산딸기가 많았었지만 이제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능선상에 샘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 산인준치 - 인자요산님 반갑습니다. 오래간만에 산행기 올리셨네요. 사진도 잘 감상했습니다. 저는 그날 창녕의 화왕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남부능선에서 뵙겠습니다.    ++  산인준치님 마음의 결정을 하셨군요. 제가 구례구역으로 마중을 갈테니까 준치님은 하동군 악양면 최참판댁 이정표와 소상낙원 표지석이 있는 곳에 03:40분까지 도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는 슬기난님만 동행하십니다.



▣ 북한산 - 인자요산님 오래간만입니다. 님의 산행기 늘 그립습니다.바다가 보이는 산행사진을 보니 얼마전에 다녀온 통영의 사량도 지리산이 생각납니다. 이곳에서 자주 뵙기를 기원합니다.   ++ 북한산님 얼굴은 뵌적이 없지만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주 산을 찾고 볼품 없는 기록이지만 열심히 남기겠습니다. 북한산님의 산행 발걸음에 행운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 산사랑 - 님의글 잘보았슴니다 .저희들도 3월에 다녀 왔는데 산 능선에서 보는 남면바다는 가히 일품이더군요.가천에서 시작 사촌해수욕장에서 하산주로 마감했슴니다 ..즐산하세요....    ++ 산사랑님 먼저 다녀가셨군요.  비갠 오후지만 화창한 날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운무가 몰려 오니 지리산 능선상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산하세요.



▣ 영웅 - 산행기 오랫만에 보니 무지반갑네요. 상세한 설명도 덫옆이 좋구. 지리산에 가야하는데 마음뿐이네..... 지리산 잘다녀오시고 산행기로 이마음 달레볼테니 사진도 첨부해주소. "홧팅"   ++ 청옥,두타 잘 다녀오셨죠. 가보고 싶은 산이었는데 아직 기회가 닿지 않네요. 무릉계곡 주차장까지만 가 봤는데... 지리산 잘다녀오고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같이 합시다. 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