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0427 부용산(芙蓉山 609m) - 전남 장흥군 용산면, 관산읍

산 행 일 : 2004년 5월 11일 화요일
산행횟수 : 초행
산의날씨 : 맑음 그러나 온통 잿빛
동 행 인 : 부부산행
산행시간 : 4시간 27분 (식사 휴식 1시간 36분포함)

운주마을 <0:57> 능선삼거리 <0:14> 수리봉(554m) <0:28> 부용산 <0:08> 용샘 <0:27> 부용사

* 이정표상의 거리 - 5.7km 운주마을 <1.8> 능선삼거리 <1.9> 부용산 <0.9> 부용사 <1.1> 운
주마을

부용산 오리 길에 잔디만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체 병든 장미는 시들어 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

산행지를 장흥 부용산으로 정하고 벌교를 스쳐가면서, 24세 나이로 요절한 영애라는 여인이 묻힌
연꽃 형상을 한 벌교 뒷산인 또 다른 부용산(195.8m)을 바라보니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박기동이 시집간지 2년만에 순천 도립병원에서 폐결핵으로 투병하다 숨진 아리따운 누이를 부용
산에 묻고 내려오며 쓴 제망매가(祭亡妹歌) '부용산'은 월북작곡가 안성환(엄마야 누나야 작곡가)
이 곡을 붙였고 빨치산들이 즐겨 불렀으며 운동권 학생, 민주인사들의 애창곡이 되면서 '금지곡
아닌 금지곡'이 돼 갖은 고초를 겪다 이역만리 호주로 쫓겨나다시피 했다.
지금은 부용산에 시비도 세워졌고 민중가수 안치환 등이 노래를 불러 모든 이들의 심금을 울렸고
53년만에 2절도 탄생하였다.

동명이산(同名異山)은 많고 많다
착잡한 마음일랑 접어두자.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로 접어들어 자울재를 넘고 확인하지 못한 공적비 4기가 있는 오른쪽 마을
진입로에 세워진 커다란 어산리 표지석을 보고 방향을 틀었다.
봉황마을을 지나 운주리 회관 앞까지 2.5km.
외바퀴 수레를 밀고 가는 할머니에게 등산초입을 묻고 있을 때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고 등산복
을 입은 남자 두 사람과 여자 세 사람이 내리자 반가웠다.

10 : 30 "몇 년 전에 와 봤다"는 한 사람이 앞서자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벌써 노란빛을 띄기 시작하는 보리밭 사이 농로 갈림길에 '← 부용산 정상' 팻말이 있고 왼쪽 길
로 30여m를 가니 이정표가 세워졌다.
'↖ 등산로 입구. 오도제 1.8km * ↑ 부용사. 용샘. 부용산 정상 1.7km'
통나무 계단 길을 타고 오솔길로 들어서니 금새 녹음이 우거져 햇빛을 가려주고 숲이 뿜어내는
상큼한 냄새와 땀을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좋은 기분을 만들어 준다.
앞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디나 경망스럽게 앞서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조망은 트이지 않
고 부용사가 있을 오른쪽 깊숙한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스럽다.

11 : 01 첫봉에 이르자 쉴 자리를 찾으며 길을 내줘 목례를 하고 그들을 앞섰다.
능선 좌사면을 돈 20m전방에 쉼터바위가 있는데 조금만 더 왔으면 좋았을걸.
수원 백씨 무덤을 거스르고 병들어 죽은 짧은 소나무 지대와 숲으로 인하여 맥을 못 추고 생기를
잃은 듯 꾀죄죄한 산죽 사이도 지난다.
돌길도 가끔 나오고 바위를 도는 급경사도 타고 오른다.

11 : 27 능선 삼거리. '← 오두재(임도) 0.7km * ↓ 운주마을 1.8km * → 부용산 1.9km'
조망은 여전히 트이지 안했다.
나무가 시야를 막기도 하지만 온통 잿빛 안개 속이다.
일어나려고 할 때 뒤따라온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와 시간이 지체되자 아내가 먼저 앞섰고 일행이
도착하는걸 보고 나도 정상을 향해 출발, 주위가 잠시 트이는 지점에서 가까이에 있을 천관산을
찾아보니 형체만 희미하다.

12 : 02 숲속으로 다시 들어서 바위능선을 오르내리며 가장 높은 암봉으로 올라섰는데 수리봉이
분명하고 내리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무슨 미련이라도 남았는지 아직 지지 못하고 매달려있는 철쭉이 안쓰럽다.
안부로 뚝 떨어져 내린 후 다시 치고 오르지만 다리 쉼을 하라는 듯 순한 길이 잠시 이어지다 또
치고 오르니 산행이 한결 수월하다.
작은 암봉을 만만하게 보고 기어오르다 포기하고 나무가지를 붙잡고 사면을 돌아 오른다.

12 : 30 정상에는 넓은 헬기장이 만들어 졌고 1996년 1월 용산 자율방범대에서 세운 '부용산(芙蓉
山) 해발 609m' 표지석과 '장흥25. 1990 재설' 삼각점, '부용사 0.9 / 용산 운주 2.0km * 오두재
2.5km' 이정표도 있다.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하늘은 푸르고 햇빛은 몹시 따갑다.
하지만 안개는 자욱하고 걷힐 기미가 전혀 없으니 갑갑하고 답답하다.
모르긴 해도 천관산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 만덕산, 덕룡산 줄기, 수인산, 억불산, 제암산, 팔영산
도 내다보일지 모른다.

밥먹을 장소도 마땅찮다.
왔던 길을 조금 내려가 협소한 나무그늘에 자리 잡았고 한참 후에 올라온 다섯 사람도 그늘을 찾
아 헬기장을 거슬러 갔다.

13 : 22 길가에 자리한 사람들을 지나 조금 가자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에는 백계남 님의 리본에
'장구목 종주길'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미련 없이 오른쪽 가파른 길로 들어서 미끄러져 내린다.

13 : 30 '용샘' 표지석이 있으니 샘인 줄 알지 무심코 지나칠 그런 샘이고 물맛이 좋다는 정보를
접했지만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다.
샘이 있는 골짜기를 거슬러 남쪽 지능선으로 옮겨간 등산로는 상당히 가파르고 작은 갈지 자로
이뤄졌다.

13 : 50 왕대와 동백나무가 나타나면서 임도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20여m 다가가면 여염집과 다
름없는 정면 4칸 돌담조 파란 스레트지붕 절 집이 있는데 현판도 없는 부용사다.
임도를 버리고 숲속길을 따르다 1분을 담그고 있지 못할 정도로 발이 시러운 개울물에 발을 담그
고 있으니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겠다.

14 : 47 임도로 올라서고 3분 후 등산 초입을 지나
14 : 57 운주마을에 도착.
부처가 솟았다해서 불용산(佛聳山), 산삼따위 약초가 많아 약다산(藥多山), 돌이 많아 석다산(石多
山)으로 불렸다는 산줄기를 빙 둘러본다.
50여종의 약초 시범포를 구경하고 일곱 그루가 있는 남쪽 보호수 높은 가지에 매달린 그네를 타
고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니 광한루의 춘향이 옆에도 갈 수 없을지언정 그냥 예쁘다.

아직도 내려오지 않는 다섯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승용차를 뒤로하고 또 다른 부용산이 있는 벌
교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 김정길 - 몇년 전 부용산 정상에서 서남쪽으로 바다와함께 뚜렸하게 내려다보이는 강진 칠량 삼흥저수지와 인근 마을들이 하도 보기가 좋아 사진을 찍어둔 기억이 납니다. 산행기의 어디에도 궁금하고 보고싶은 친구님의 부인 동정이 전혀 없군요? 비가와서 호남정맥을 연기했다고 보았습니다. 건강관리 잘 하시기를...
* 산행 스타일이 사방을 둘러보는 것인데 하늘의 뜻이라 감수하나 많이 아쉽지요. 더우기 호남정맥 탐방도 순연되다보니 온 몸이 근질거립니다. 친구님의 산행기로 항상 건강하심을 알 수 있어 안심이나 친구님도 몸을 돌보시길 바랍니다.

▣ 코리아마운틴 - 장흥의 부용산 벌교의 부용산... 높이만을 본다면 보잘것없는 산이지만 벌교의 부용산도 아닌 장흥의 부용산을 찾아간 님의 발걸음이 더욱아름다워 보입니다.
* 실제 산행한 산과 동떨어진 얘길해서 혼란을 초래하지 안했나 염려도 되지만 부용이란 이름 자체가 애잔한 느낌이 들어 박기동 시인을 생각하였답니다. 고맙습니다.

▣ 빵과 버터 - 최선호님. 진즉 인사드렸어야 했는데 이런 무심함이 면구스럽습니다..... 나이 먹은 부부가 나란히 산행하는 그림처럼 보기 좋은 그림이 어디 있습디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 다들 안녕하시죠? 게으른 학동을 탓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분의 행적 님의 산행기로 접하고 있답니다. 님께서도 최근 부부동반 산행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모쪼록 안전산행 하십시오.

▣ 산거북이 - 제가 천관산에 올랐을 때 바로 앞에 형세가 좋아 눈에 들던 산이 부용산이었습니다. 부용산 왼쪽으로 월출산이 보이고... 부용산의 노랫말에 그런 아픔이 있었군요. 첫눈에 눈길을 오래 붙들어 맨 부용산이었습니다. 새롭군요..... 늘 많이 배움에 감사드립니다.
* 부끄럽습니다. 무등산도 조망할 수 있다 들었는데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제가 알기로 벌교 인근 지역에서 부용산 노래를 모르면 오히려 빨갱이라고 했답니다. 가슴 아픈 사연이지요. 즐거운 산행 바랍니다.

▣ 운 해 - 부용산의 슬픈 남매의 사연이 새롭게 조명되여 산하가족들이 다음에 이 산을 올럈을 때 이 남매의 사연을 되 새겨 보면서 가족의 정을 단단하게 이어가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합니다.최선호님! 좋은 사연 소개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운해라는 이름 부터가 호남정맥을 더욱 그립게 합니다. 비 오는 날에도, 한 밤중에도, 처가에 가서도 산행하는 사람 나와보라고 하면 몇이나 될까요? 1500산 친구님도 그렇거니와 운해님도 못 말리는 꾼(?)이네요. 안전!

▣ 브르스황 - 잔잔한 한 편의 서정시를 읽어내려가는것 같은 선배님의 산행기가 제 가슴을 훈훈하게 적십니다. 형수님과의 오붓한 산행,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 또한 선배님의 뒤를 따라 부용산에 오를것 같습니다.
* 모두 안녕하시죠? 의상봉 모임 글들을 보고 정말 흐믓했습니다. 동참하지 못한 것이 큰 미련으로 남고... 부용산에 가거든 안개로 인하여 둘러보지 못한 주변 경관들을 꼭 보여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