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고흥) + 천관산(장흥) 사진산행기

 

 

     4월 4일 (일요일) : 부산 - 고흥 팔영산 - 장흥 읍내 일박 -을 하고,

     4월 5일 (월요일) : 천관산 - 부산을 잇는 산행과 여행을 산거북이와

     그 아내가 둘이서 승용차로 이동하였습니다.

  

  

     <팔영산 산행로>

        12시30분 시작 : 능가사 - 절골 - 마당바위 - 1봉~8봉 - 탑재 - 능가사 : 5시10분 도착

     <천관산 산행로>

        8시 40분 시작 : 주차장 - 장안사 길 - 정원석 - 연대봉 - 환희대 - 금강굴 - 장천재 - - 주차장

        : 1시 15분

  

  

      남도의 봄내음에 흠씬 젖어 다녀왔습니다.

     팔영산과 천관산을 연휴동안에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세운 후부터 "월

     간 山"의 자료들을 텍스트삼아 정리하고, 지도첩들도 챙기고, 산하가족

     들의 산행기를 다시 섭렵하였습니다.

     (이수영님, 산용호님, 이송면님, 선달님, 창원51님, 김성기님 등등 진

     심으로 감사합니다.)

  

  

      월출산, 무등산, 두륜산 조계산을 다니면서 미뤄두었던 두 산을 초행으

     로 한꺼번에 오른다니 그 설레였던 마음을 어찌 다 표현하겠습니까. 게

     다가 부산보다는 북쪽으로 대구-부산만큼이나 훨씬 위도가 낮은 곳이라

     산정(山頂)에도 이미 진달래가 만개했을 것이라 짐작하였습니다.

  

  

  

    <첫째날> : 팔영산 산행

  

  

  

  

  

      능가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능가사의 왼편 담자락을 따라 농로를

     걸었습니다. 비교적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뵈질 않습니

     다. 이 길이 맞으려니 하면서 진행하였는데, 산행입구까지는 틀림이 없

     는 것 같았습니다. 점차 뒤를 따라 오르는 산행객들이 우리를 앞질러 가

     기 시작합니다. 

  

  

      1봉에 오르기 전 고도 250-300 미터까지는 이미 진달래 꽃은 다 지고

     잎사귀가 푸릇하게 돋아나 있었습니다. 과연 남도의 봄이 빠르긴 빠릅

     니다. 천식상태가 많이 좋아진 안사람은 초반 한시간동안 잦은 휴식을

     반복하여 무난하게 진행하였으나, 제1봉을 지나고 2봉을 오르면서 바위

     에 바짝 붙어 오르는 통에 긴장이 되어 뜻밖의 호흡장애를 일으켰습니다.

  

  

  

  

 

 

  

      로프가 아닌, 익숙하지 않은 쇠사슬에다가 철로 된 발디딤판... 게다가

     철판사이의 간격이 아쉬울 정도로 조금 멀다는 것이 긴장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듯했습니다. 공사하셨던 분이 상당히 롱다리였던 모양입니다.

  

  

     내내 반복되는 바위와 암봉의 연속에 어느덧 익숙해지면서 평정을 찾

     게 되었습니다만 팔영산 암릉이 생각보다는 힘들다고 푸념을 하였습니

     다.

  

  

  

  

  

  

  

  

      하지만 경관의 즐거움은 힘듦을 상쇄하고도 크게 남음이 있어 너무 기

     뻤습니다. 봄날의 뿌연 기운 때문에 바다를 잘 볼 수 없으리라 지레 생각

     하였지만 청옥색에 가까운 바다 빛깔과 섬들의 풍경이 남도의 인정만큼이

     나 정겨웠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8봉에 도착하니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바다를 푸른 거

     울처럼 만듭니다. 탑재로 내려서는 하산길에 연신 콧노래가 나오고 발걸음

     도 가볍습니다. 내일도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왜 그리 즐거운지

     요.

  

  

      능가사에 들렀습니다.

     법당에서 우선 삼배의 예를 올리고 찬찬히 절을 둘러 보았습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 조팝나무꽃의 색을 더욱 강렬하게

     합니다.

  

  

  

  

      선 채로 뚝뚝 흘린 핏방울처럼 동백꽃이 선홍색 나무그림자를 이룹니다.

     치울 것도, 손댈 것도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속절없이 생명을 다한 꽃송이지만 여전히 동백나무와 그대로 하나입니다.

  

  

      언어로 분별하고 개념으로 구분하여 그러하지

     산과 나무가 어찌 따로겠습니까.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니며

     너와 내가 원래 구분이 없는 경지를

     저 동백이 가르칩니다.

  

  

      다시보아도

     뚝뚝 떨어져 내린, 아무런 아픔과 미련없는 저 꽃잎은

     여전히 동백나무와 한몸입니다.

     아니,

     붉게 널부러진 저 꽃잎들까지 함께여야만

     동백은 비로소 동백전체입니다.   

  

  

 

  

  

      절 집 뜨락에서 법문 하나 받자옵고 고요히 능가사를 벗어나니 팔영산

     그림자가 새롭게 정겹습니다.

  

  

  

  

  

  

  

  

  

     <둘째날> 천관산 산행 

  

  

  

      숙박지(고흡읍내-빈방이 없어 곤란을 겪음))에서 아침도 먹고 느긋

     하게 출발하니 8시 반 즈음에 천관산 입구에 도달하였습니다.

     인근에 큰 도시가 없으니 단체산행으로는 아직 이를 것이니 한적한

     산행이 되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사진을 위한 태양광과 조망 등을 고려한 등행 코스는 동쪽 능선, 즉

     장안사-정원석-연대봉 코스가 낫다고 사전에 판단하였습니다.

  

  

  

  

      30분 채 못되어 능선에 오르니 왼쪽으로 보성만이 황홀하게 펼쳐졌

     습니다. 입이 떠억하니 벌어지고 그저 싱글벙글 너무 기분이 좋았습

     니다. 산에서 푸른 바다를 보는 것은 첩첩한 산능선을 조망하는 것

     처럼 항상 즐겁습니다.

     

  

  

  

      너럭바위 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예쁜 쉼터에서 조망을 즐깁니다.

     소나무 왼쪽으로 도툼한 산이 부용산입니다.

     소나무 우측으로는 장흥 억불봉과 제암-사자능선이군요.

  

  

      정원석 지나 연대봉을 오르면서 부용산을 깃점으로 파악하고 장흥읍

     남동쪽으로 억불봉을 확인하니 제암산 사자산이 정북기준 2시 방향으

     로 둥그스레하니 단연 높이 솟아 있습니다.

  

  

     어?? 부용산 서쪽으로 쌍봉이 높이 솟아 있으니 일견에 월출산인 것

     을 확인하고 탄성을 지릅니다.

  

  

  

  

  

  

  

  

  

  

      집사람은 보성만 건너 어제 갔던 팔영산의 방향을 잡고 가늠해 봅니다.

     그럴법하다고 맞장구 치면서 저으기 놀랍니다. 산 모양새와 방향으로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소질도 제법입니다. 나중에 확인 바로는 고흥 천

     등산과 운람산 실루엣은 분명했고 운람산과 조계산 두개의 봉우리 능선

     사이로 팔영산이 희미한데 맑은날 후답자의 확인을 기대하겠습니다.

  

  

      소나무 아래의 드문드문한 진달래가 너무 이쁩니다. 취향이야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산거북이는 소나무 그늘 아래 한두그루 숨은 듯 피어난 진달

     래를 이뻐합니다. 군락지로 피어 산의 일부 혹은 봉우리 전부를 장엄케

     하는 진달래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겠지만 태양광 아래 핀 것보다 소

     나무 그늘 아래서 틈새 햇살 받아 맑은 색깔로 핀 진달래꽃이야말로 참

     맛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산행객을 만났습니다. 서울 살다 한식성묘 때문에 고향 내려온

     젊은 부부입니다. 신랑은 20년만에 이곳의 추억을 되새기며 올라본다 하

     였습니다.

  

  

          -어릴 때 저기 부용산 아래에서 살았는데

          산골 마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가끔씩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바다가 보였죠.

          어린 생각에 그저 높은 산에 가면 바다가

          보이는구나! 생각하였죠.

  

  

          어이없게도 나이가 들어서야

          내가 남도의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하하하.

  

  

      싱긋이 웃고 들었습니다만 참으로 동화(童話)같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곰씹어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깨달음과 같은 무게를 지닌 우화

     (偶話)였습니다.

  

  

  

  

  

  

  

  

 

  

  

  

  

 

      산거북이가 판단하고 느끼는 현재의 인식들도 미망과 착각일 수 있슴을 경

     책하는 가르침입니다. 지나고보면 그 어리석음에 절로 탄식이 나오는 순간

     이 얼마나 많은 지.. 매순간 정말 깨어있어야 하는데 그놈의 칩착이 문제입

     니다. 집착하는 순간부터 어리석음에 빠져드니까요. 어리석은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 또한 얼마나 어리석습니까.

  

  

 

      연대봉에 오르니 해남 땅과 남쪽 바다가 훤하였습니다. 가슴이 뻥 뚫

     리다 못해 육신의 느낌이 없어지고 기쁜 의식만 명료하였으니, 이틀간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좋은 느낌을 준 팔영산과 천관산에게 너무 감사

     합니다.

  

  

  

  

  

  

      가을철이면 억새로 명성을 떨치는 능선을 부드럽게 지나 환희대에 다

     가섰습니다. 구룡봉을 바라보니 참 잘도 생겼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천

     관산 능선의 바람이 세다는데 그저 따뜻하기 만한 햇살과 산들거리는

     봄바람도 고맙습니다.

  

  

  

 

 

  

  

 

 

  

  

  

  

  

  

      천관산 오르내림 내내 지천에 만개한 얼레지꽃을 보고 또한번 놀랐는

     데  뒤에 알고 보니 천관산의 봄의 자랑거리더군요.

  

  

  

  

     구정봉 지나 금강굴로 하산하였고 체육공원 지나 장천재에서 쉬다가

     주차장으로 내려섰습니다. 갈길이 멀었지만 순천에서의 보리밥이 너

     무 맛있어서 여정의 피로를 한동안 잊었습니다.

 

 

  

  

 

 

 

  

<END> 2005.8 수정판

 

 


▣ 늘푸른소나무 - 산거북이님 산행기 잘읽었습니다......참 좋은 산행을 하셨습니다.....님의 산행기를 읽고 또다시 천관산과 팔영산으로 달려가고 싶었답니다. 정말이지 관산이나 과역을 지나다가 천관산이나 팔영산을 올려다 볼라치면 어느새 그 산으로 향하는 마음 추스릴 길이 없더군요....산행을 같이하는 다정한 부부들을 접하면 나도 나중에 저렇게 늙어가야지 하는데.....아무튼 두분 아름다운 산행하시길....

▣ 이송면 - 햐.... 천관산. 지난 가을 산행을 하면서 봄에 진달래 피면 이쁘겠다 했는데 정말 그렇군요. 님 덕분에 다시 가보게 되었습니다. 멀고 먼 남도땅을 하하... 6일(화) 저도 님 가신 곳의 근처인 강진 주작산을 다녀왔습니다. 역시 남도의 바위들은 아기자기 한게 참 이쁘더군요.. 주작산 역시 진달래가 한창 이었지요. 이제 곧 비슬산에 붉게 불이 붙을 것 같네요...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 창원51 - 공사하셨던 분이 상당히 롱다리였던 모양입니다.. 하하하..... 아름다운 사진, 재미있는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지난 연초에 다녀왔던 팔영산을 또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겨울이라 미끄러워서 제 1봉을 포기한게 지금도 분(?)합니다..^ ^* 두분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 브르스황 - 이번 연휴에 좋은산에 다녀오셨군요. 두분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흠뻑 배어나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 김성기 - 팔영산 잘다녀오셔서 축하드리고요,천관산 산행할때 좋은 참고 하겠습니다.건강하시고 늘 즐산하십시요.

▣ 산거북이 - 늘푸른소나무님! 관산 지나실 때 천관산 바라보며, 과역 지날때 팔영산 보고 그 산에 안기고 싶은 심정 정말 공감이 갑니다.

그리고 이송면님.. 늘 산행기 잘 보고 배웁니다. 주작산 산행기가 기다려집니다. 제가 눈이 좀 더 밝았다면 횐희봉에서 주작산도 찾았을 터인데... 비슬산 진달래철에 발길을 남겨주시면 제가 반가이 발자욱을 맞추겠습니다.^^....

창원 51님.. 늘 부지런하신 산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

브르스황님 오랫만입니다. 제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브르스황님 사시는 곳과 멀지 않지요??

김성기님.. 전국의 산을 멀다 않고 다니시며 부지런히 산행기 쓰시는 점 존경합니다. 모든 분에게 댓글 감사드립니다.

▣ 지리 - 저는 4월5일 여수 영취산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팔영산을 조망하였는데 님은 저보다 하루일찍 팔영산에 가셨군요. 저는 등산시 보이지 않은 지리산이(60km정도의 거리) 하산시 흥국사위의 한 봉우리에서 희미하게나마 보여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물론 광양 가야산과 그뒤의 백운산 남해대교 남해망운산등 여러산을 조망하였어요. 조망은 산을 이해하는 과정인것 같아요. 조망에 관심이 많은 소산 선생님과 산거북이님 화이팅.

▣ 산거북이 - 지리님! '조망은 산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말씀이 너무 와 닿습니다. 세밀한 관찰과 눈 앞의 비경과 멀리보기가 어우러져 산전체와 그 산의 관계를 쪼금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격려 고맙습니다.

▣ 이수영 - 산행기 쓰는 방식이 사람에 따라 다 다른데, 산거북이님 산행기를 읽으니 많이 독특하네요. 특히 사진들을 보면 작은 풍경에 집착하지 않고 스케일이 큰 구도를 잡는 것이 특색이고요, 특히 멀리보기를 많이 하시는데 월출산을 보셨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두군데 다 갔다 왔지만 멀리 떨어진 산은 도저히 모르겠던데 과연 한수 위 이십니다. 기왕 산행기를 쓰시려면 각각 쓰시지 몰아쓰셨군요. 하기사 나도 제주도 갔다와서 1~2부 쓰느라 혼이 났었지요.허허..

▣ 산거북이 - 효~! 산행기 비평이 아니라 분석에 가까운 ...^^ 이수영선생님 같은 '정통 산행기'에 비하면 저는 차라리 "감상문"에 가깝죠. 실제로 그런 제한된 글쓰기에 만족합니다. 산행기가 과정의 기록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주위분들이 사진과 알량한 글 몇줄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니 멋모르고 올려대는 것이죠. 이번 한라산 산행기에 저의 먹는 모습을 풍자하시며 글을 남기시어 얼굴이 다 화끈거렸사옵니다.(너무 좋아서 화끈거렸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