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04.4.3(토) 10:00
2. 코스 : 학도암-불암산-덕릉고개근처-도솔봉-치마/하강/코끼리/철모바위-주봉(수락정상)-홈통바위-의정부회룡(동막골)
3. 주행시간 : 7시간(중식/휴식 시간 포함)
4. 누구랑 : 석환과 나(2명)

한참 자고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린다. 액정에 찍혀있는 발신자 "장석환" '이그~~내 실수했구나'라는 감이 즉빵으로 온다. 홈피에 공고를 해 놓았는데 아무도 호응자가 없어서 어제(4/2 금요일) 과음을 하였다. 그런데 석환의 전화가....

사실 금요일 회사 빼먹구 숨은벽-호랑이굴-백운대를 다녀왔다. 너무나도 추워서 얼어 죽을뻔 했지. 그리고 호랑이굴 통해 백운대 오르는 길이 빙판이 있어서 상당히 위험했다. 그리고 내려와 막걸리 먹고 쉬려는데 큰딸 학원선생들 회식자리에 예정도 없이 끼어 밤 11시부터 새벽 4시가 되서야 끝난 술자리...그리고 석환의 9시 전화...

이렇게 시작된 토요일의 아침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알았어, 금방 나갈께 20분만 기다려"

라는 말을 하고 서둘러 준비한다. 머리감고 이빨닦구 아직도 입에서는 술냄새가 펑펑...'오늘 산행은 바로 죽음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마누라가 걱정스런 눈초리로 째리고...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약속장소에 기다리고 있을 석환에게로 간다. 불암산 들머리인 영신여고 입구...택시에서 내리니 석환이 반긴다. 이래저래 사정 이야기 전후좌우의 이야기를 하며 산행준비에 들어간다. 김밥을 사고 쥔장 먹을 라면을 조금 달라고 해서 먹는데 역시 잘 안넘어 간다. 으이구 속쓰려...

얼레벌레 라면/김밥집에서 나와 오늘 첫머리를 뽑는다. 초입부터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낀다. 식은땀이 난다. 다행히 등산의 조건은 좋기도 하다. 어제 처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학도암에서 한 무리의 어린이 자연학습객을 만난다. 땀을 흘리며 올라가는 고놈들, 참 예쁘다. 한 초등 3-4년쯤? 개구장이들...우리에게도 아마 저럴때가 있었겠지?

오늘 석환과의 약속이 어제 인지되었더라면 어제 그런 과한 술자리는 피했을텐데...학원 선생이라 시간이 늦단다. 보통 술자리는 자주 하지 않는데 하게되면 보통 11시(오후)에 시작해 대충 4시(새벽)에 끝난단다. 어이구...어제 집에 어찌들어갔는지도 모르겠네...

불암산의 가장 긴 능선을 따라 진행한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석환이가 나의 상태를 보면서 진행을 조절하는듯하다. 원래 처음은 힘든데다가 어제의 영향으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또한 아침에 전화받고 정신없이 나오느라 디카도 빠뜨리고 왔다. 오늘 좋은 그림 많을텐데...

헬기장에서는 벌써 어린이들의 아점(?)이 한창이다. 아침으론 늦고 점심으론 조금 빠른시간...11시가 조금 안된 시간...햇살은 따뜻하다.

이제부터는 능선길이다. 적당한 능선길의 나무 그림자가 산행을 즐겁게 한다. 어제의 숙취가 조금은 빠져 나간듯...조금은 상쾌해진 기분이다. 음 좋군...

이러저러한 이야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도 받으며 걸으니 벌써 정상부가 보인다. 거북바위도 지나고 암릉으로만 이루어진 등로...석환은 여러 산객들을 피해 거칠고 경사도있는 바위 슬랩을 그냥 치고 오른다. 나도 따라가고...석환은 요즘 암릉에 재미를 붙인듯하다.

가볍게 정상에 오르니 조망이 훌륭하다. 많은 산객들도 이미 정상에 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후행자들에게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고 이내 석장봉을 거쳐서 불암 하산길로 내린다.

10여분을 내려오다 전화를 받다가 길을 일고 엉뚱한 길로 빠져든다. 원래는 능선길로 계속가서 덕릉고개의 동물이동로로 가야하는데... 아마도 그전 계곡길로 떨어지는 곳으로 온듯하다. 에라 그냥 가자...

희미한 선답자의 흔적을 쫒아 내려온다. 덤불도 헤치고 계곡도 건너고...차소리가 지척이다. 도로로 나와보니 허브화원이네...이곳은 덕릉고개에서 10미터 이상 내려와야 하는곳인데...옆에 외곽순환도로 만드느라 터널공사가 한창이다. 폭파음도 들리고...

다시 수락산 들머리를 찾는다. 아무 골목으로 들어가 무조건 산비알을 치고 오르니 결국 수락 지능선을 만난다. 지능선을 타고 오르니 무덤과 만난다. 봉분이 거의 없어져 납짝하게 된 형상이다. 저기에는 어떤분이 누워 계실까....

도솔봉을 향해서 간다. 중간 곰보바위도 보이고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도 있어서 재미를 더한다. 체력이 다했는지 땀이 더 난다. 먹은게 없으니 그렇겠지 하면서 석환에게 점심을 먹자하니 조금더 가서 좋은 전망에서 먹자하네...어이구 힘들어 죽갔네...

조금 더 나아가니 장소가 있다. 보통 점심먹을때 막걸리 한잔하는데 오늘은 도통 생각이 없다. 아직도 체내에 알콜성분이 녹아있는 탓이려니...김밥을 먹으니 힘이 절로 난다. 석환이 준비해준 따뜻한 녹차가 위장으로 들어가니 온몸이 녹는다. 음...좋군

도솔봉이 눈앞이다. 주능선의 시작 지점, 이 곳부터 이어지는 수락능선은 수락산행의 백미이다.

"오늘 능선상에 있는 바위 다 탈까?"

석환에게 제안한다.

"좋지"

망설임없이 돌아오는 대답...좋다 가보자...일단 눈앞에 보이는 도솔봉을 치고 오른다. 꼭대기에 오르니 우리가 지나쳐온 불암이 도도히 서있다. 날씨가 좋은지 정상의 태극기가 보인다. 능선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바위 사이를 우회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는 치마바위를 내려오는 산객, 멀리는 철모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도솔봉을 내려와 치마바위앞에 선다. 쉽게 치고 오른다. 막걸리파는 아저씨가 까만 얼굴로 반긴다. 여기서 먹을수는 없지...지나쳐 오른다. 반대편에서 오는 산객과 엉켜서 오른쪽 우회로의 진행이 불가하다. 다시 왼편으로 암릉 사면을 오른다. 경사도가 제법있지만 표면 상태가 좋다 그리 어렵지는 않다.

좀전에 오른 여근바위(지나치는 산객 왈)와 대비되는 남근바위를 본다. 참으로 절묘한 조화이구나...하강바위에 오른다. 오늘은 하강팀이 안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우리가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역시 산객들은 많다.

이제는 코끼리바위이다. 왜 코끼리바위인가를 석환에게 설명해주고 망설인다. 아직 한번도 오른적이 없는 코끼리바위이다. 항상 우회를 했던것...코끼리바위 오름길에서 망설이고 있는데 내려오는 산객이 보인다. 쩔쩔매면서 내려온다. 역시 바위 내림은 힘들지...어쩔까나...

겨우 내려온 산객이 말하길...저 초보인데요...저쪽(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곳보다는 쉬워요...하는 말에 결심을 한다. 그래 올라보자...

석환이 먼저 간다.낑낑대며 그래도 잘도 올라간다. 이쪽 코끼리 바위오름에는 깍여진 홀드가 없다.(반대편에는 있습니다.) 그냥 크랙을 적절하게 잡고 올라야 하는데 이것또한 쉬운일이 아니다. 그 크랙 사이에 발을 끼우고 오른다. 이미 올라 밑을 바라보고 있는 석환이 부럽다. 중간에 홈 사이에 발이 끼어 꼼짝을 안한다.

"야 석환아 발 끼었다."

발끼었는데 위에서 해줄일이 뭐가 있을까...어차피 내가 오를수 밖에는 없는데...위에서 안타까와 한다. 겨우겨우 올라가니 밑에서는 정말 코끼리 같아 보이던 그것이 가까이서 보니 뭔지 모르게 생겼다...잠시 쉬었다가...다시 내려가야한다.

근데...내려가는 길이 보이질 않는다....큰일났다. 조기 앞에 사람은 지나다니는데 바위위에선 우리의 눈에는 내림길이 보이지 않는다. 왼쪽 옆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데 석환은 자꾸만 그쪽으로 가자고 한다. 거긴 길이 없는줄 나는 알겠는데...

결국은 내가 옳았다. 희미하게 파 놓은 작은 홀드가 내림길이다. 엎드린 자세로 내려간다. 잘 보이지 않는 발 딛음을 감각적으로 확인하며 발 놓을 곳을 찾는다. 이럴때 밑에서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한참을 헤매는 나를 보고 석환은 사라진다. 이내 지나가는 산객의 왼쪽 오른쪽 하는 말에 겨우 내려서고 석환을 부르지만 대답이 없다. 이내 나타나는 그의 모습에는 황당함이 역력하다. 아까 자신이 주장했던 그 구멍으로 내려갔었다고...역시나 길이 없어서 다시 돌아 왔노라고...

이번에는 내가 코치를 해준다. 왼쪽 오른쪽 더 다리 뻗고...땀투성이가 되어서야 발을 지면에 닿는다. 삼수갑산 다녀왔네요...

다시 산행로와 합류하여 가다가 왼쪽 슬랩으로 접어든다. 그좃은 꽤나 경사가 급하고 길이도 쫌 되는 그러한 바위 슬랩이다. 가운데 크랙이 되어있어 그걸 잡고 오르거나 내리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데...내려오는 사람들이 그 크랙을 잡고 쩔쩔맨다. 가족인듯 싶은데 등산화도 없이...쯧쯧

밑에서 바라보다 그냥 오른쪽 슬랩으로 뒴뛰듯 오른다. 올라와서 보니 경사도가 대단하다. 집에 가서는 외아프에게 이야기하면 혼나겠다^^ 석환도 따라온다. 거의 다 와서는 4발로 삽살개 마냥 뛰어오른다. 식은땀이 난다고 한다. 우린 왜 이짓을 하는걸까???

이제는 어려움이 없다. 철모바위다. 역시 왼쪽으로 오른다. 많은 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삼거리 막걸리 집에서 잔술을 부탁한다. 한잔씩만 한다. 아직도 갈길이 멀기에...

정상을 향해서 간다. 10분후 정상에 오른다. 정상 바위오름은 크랙을 이용 몸을 올린후 보이지 않는 위쪽에 홀드가 있어서 그걸 잡고 오른다. 옆 바위 틈으로 두번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실패한 석환이 나의 조언에 따라 같이 오른다. 태극기 한번 쳐다보고...

홈통바위로 향한다. 위험 표시판을 지나치니 약 50-60미터 길이의 슬랩...하지만 로프가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은곳이다. 하지만 두명이상 붙으면 안될곳...

겅중겅중 내려간다. 순식간에 내려온다. 내리고 나서 위를 보니 아줌마 산객 둘이서 벌벌벌벌...

이제 봉우리 몇개만 넘으면 된다. 중간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 오렌지를 까 먹고 다시 간다. 시간은 벌써 3시를 지나고 있다. 중간에 장암으로 가는 갈림길을 그냥 지나친다. 석환이가 오늘은 맘껏 걷자고 한다. 그래 가보자...아침의 숙취는 이제 말끔이 사라진 상태...컨디션이 좋다.

다시 중간에 길을 잃었다. 능선에서 마지막 막걸리 파는 아줌마(초소)의 말대로 능선을 타다가 보니 어느새 계곡길로 떨어지는 곳이다. 전화하다가 다시 길을 놓쳤다. 오늘 왜이러지?

근데 길이 쉽지가 않다. 갑자기 길이 없어지기도 하고 희미한 족적을 보고 간다. 또 미끄러운 대 슬랩도 지나고...종아리가 힘이 들어 탱탱해짐을 느낀다.

완전히 계곡으로 떨어졌다. 물이 없다. 계속 바위를 넘나들며 진행한다. 느낌상으로는 이제 다 온것 같다. 조금 더 진행하니 약수터가 보이는데 아~~이게 왠일...

계곡전체를 철조망으로 가로막아 놓았다. 약수를 받던 노인왈...

"아~~그쪽으로 오면 어떻해요, 식수원이라 막아 놓은 길인데..."

짜증섞인 목소리다. 그럼 어찌하나, 우리가 뭐 이곳으로 오고싶어 왔나, 길 잃어 왔지요...사정이야기를 하니 대꾸가 없다. 계곡을 피해 빙 돌아 나온다.

이제부터는 산책로...어디가 나올까 하고 궁금했는데 나와보니 의정부 시청으로 갈라지는 동부간선도로이다. 결국은 예정했던 회룡으로 나오게는 되었다.

아까 오렌지 먹으면서 열심히 일(연구)하고 있는 문회장과 통화하여 하산길에 같이 소주 한잔하자고 약속했던 지점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아스팔트를 걷다보니 노원역으로 가는 버스 발견...그것을 타고 약속지점으로 간다.


▣ 박건 - 저도 한번갈려고 그러는데 ... 잘 보았습니다
▣ san001 - 재미있네요. 저도 한번도 직접 통과한적이 없는데.. 님 산행기보고 따라해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 skkim - 이번 연휴동안 산에는 접근도 못했지만 좋은 산행과 산행기, 잘~보아 두었다가 저도 언제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멋진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늘상 안전한 산행 기원합니다~!
▣ manuel - 아름다운 山人에게 피어나는 상큼한 향기가 뭔지 아시죠, 윤선배님 ? 술향기도 빨아들이는 흙과 풀 그리고 나무와 물냄새이지요. 그걸 뭇 산인들이 먹고 나누며 살아간답니다. 강건함 잃지 않도록 술향기를 산냄새에 실어보세요 !!!
▣ 산초스 - ㅋㅋㅋ 저도 불암~수락을 4월에 한번 하려고 하는데 조심해서 다녀와야 겠습니다. 전에 장군바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한번 혼난적이 있어, 홈통바위(기차바위)는 재미있는데...^^**
▣ 김정길 - 코끼리바위 위에서의 심정이나 내려가시는 위험도가 가슴을 조이게 하였습니다. 몸도 정상이 아닌데 어찌그리 위험한 도전을 하셨는지요, 암봉을 지날 때 혼자가 아니면 그런 현상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정말 무사히 내려오시어 천만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그런 도전을 하지 마세요, 백번 천번 무사하면 뭐 합니까.. 천 한번째 실수하면 그만입니다. 아시죠?
▣ 불암산 -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든 산님들께서 저희집뒷산을 자주 오르시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가끔 야간에만 불암산을 오르곤 하죠 물론 학도암을 기점으로 해서 말입니다. 조만간 주간에 한번 다녀와야 겠습니다. 좋은 산행기록 고맙습니다. 안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