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3월 11일 (목)


〈산행자〉san001, 눈높이


〈산행기〉

염초봉...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중 가장 오르기 힘든 봉우리 중 하나이다. 일주일전 밤골능선을 거쳐 염초1봉에 올라 북한산의 거대함과 두려움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직접 느낀 바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일어나는 호기심은 어찌하랴... 그 숙제를 풀기 위한 산행이 우연히 이루어졌다.

오늘은 염초봉 경험자인 눈높이님을 대동하고 산행에 나선다. 동행자 한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효자리 원효봉 가는 길로 접어든다. 오늘은 원효봉으로 가는 계단길이 아니라 릿지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을 택한다.

미미가든을 거쳐 북문2km라는 이정표에서 직진한다. 굳이 입장료를 절감하자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는 길이다. 샘터를 지나면 오르막. 시구문 가는 능선과 다른 또 다른 지능선길이다.

잠시 후 나타난 거대한 성벽.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약5미터 높이로 장벽처럼 좌우로 길게 이어진다. 300년이 거의 지난 북한산성의 성벽이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아직까지 북한산성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있다니...

성벽을 넘어 산허리길로 이어진다. 이어 나타나는 슬랩길. 이제 원효봉 릿지의 시작이다. 아직까지는 어려움 없이 오른다.

덕암사에서 오는 등산로와 만난 지점에서 위험구간 밧줄을 넘는다. 짧은 슬랩을 지나면 거의 50미터에 달하는 긴 슬랩. 릿지화에 자신감을 갖고 오른다. 길이가 길어 숨을 차지만 오를 만 하다. 예전에 내가 원효봉 보이는 대로 오른 방향보다는 조금 좌측길로 원효봉 릿지의 가장 기본길이라 한다.

슬랩의 끝에 오르면 바로 위로 원효암이 지척이다. 여기서 우측 비스듬하게 릿지길이 이어진다. 조금씩 난이도는 높아지지만 홀드와 발 디딜곳이 많아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원효봉이 거의 가까워질 무렵 예전에 올랐던 길과 만난다.
원효봉 릿지길의 특징은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기본적인 길이 있지만 사실은 모든 바위가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비슷한 난이도의 바위가 원효봉을 감싸면서 둘러쳐져 있다. 그렇지만 가장 기본적인 길을 가지 않고 그 길에 대해 논할 수 없는 법. 그런 차원의 산행이라 할 수 있다.

소나무 뿌리에 의지해 오르는 마지막 관문을 만난다. 여기서 경험자들은 좌측의 바윗길로 오른다. 동행자인 눈높이님의 안내와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경험자들을 따라 오르지만 홀드를 모르는 상태에서 중간에 메달렸다. 한번 시도 실패. 다시 도전하였지만 다시 실패. 팔에 힘이 완전 소진된 듯하다. 한참을 기다려 할 수 없이 소나무 뿌리를 잡고 쉬운 길로 오른다. 역시 릿지길의 중요성은 홀드. 자신 없는 홀드에서는 무조건 포기해야 한다는 눈높이님의 말에 공감이 간다.

원효봉 마지막 바윗길을 오르면서 좌측에 한무리의 일행이 점심을 들고 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치지만 문득 아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기분. 다시 내려와 확인하니 예전 산친구다. 일행들이 있어 가까이 가지는 못했지만 몇 개월만에 산에서 만나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평상시 그렇게 만나려할 때는 만날 수 없었건만...

원효봉에서 상쾌한 마음으로 햄을 안주 삼아 매실주 한잔을 곁들인다. 원효봉 기본길 파악한 즐거움 그리고 새로 산 릿지화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이 가볍다.

북문을 지나 염초봉을 가는 길에 접어든다. 처음 가는 길. 마음은 설렌다. 계속 연이어 나타나는 슬랩을 가볍게 통과후 드디어 15미터 직벽아래 도착한다. 지난번 산행시 내려온 지점. 반대편에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다.

일단 염초봉을 포기하고 점심식사를 위해 설인장(식당바위)으로 향한다. 염초봉의 직벽 바위면을 따라 조금만 가면 거대한 바위가 지붕을 덮고 있는 설인장에 도착한다. 바위꾼들이 점심식사나 비박을 하는 그 들만의 장소.
맛있는 식사 그리고 가벼운 소주 한잔. 바위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처음엔 여기서 하산할까도 생각했으나 눈높이님의 염초봉 우회길(그들만의 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호기심에 불을 붙인다. 등산로는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지만 설인장 우측 위로, 약70도의 바위면에 가는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다. 그 길로 가면 염초봉을 완전 우회하여 가는 길이 있다는 설명.

우회길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날등으로 가는 길보다도 더 위험할 수가 있다. 염초봉의 가파른 우측 사면을 횡단하여 지나가는 길으므로...
경사는 급하지만 약6미터의 와이어 길을 가볍게 지나간다. 하지만 이후 나타나는 바윗길은 우측이 거의 50∼60미터의 절벽 사이의 좁은 슬랩길. 마음은 상당히 긴장되지만 스릴 있고 재미있는 길이다.

약20여분만에 염초봉을 지난 능선으로 오른다. 여기서 백운대로 향하는 암릉길은 다음을 기약하고 반대편 염초봉으로 향한다. 지난번 내가 돌아선 길을 확인하기 위해...

염초 3봉은 평범. 주위에 산성흔적이 남아있다. 염초 2봉은 자일을 이용해 하강하거나 2봉 우측으로 오를 수 있다(원효봉 방향으로 가는 경우). 정면 자일길로는 불가능, 우측길은 몸을 낭떠러지 방향으로 완전히 몸을 내어놓고 홀드를 잡고 오른다. 처음에는 몸을 절벽 방향으로 내어놓는 것이 불안했으나 역시 경험자의 말이 지당.

1봉으로 가는 길 또한 책을 펼쳐 놓은 듯한 홈통길을 따르거나 우측 절벽 방향으로 올라야 한다. 이 장소가 지난번에 내가 돌아선 지점. 위에서 볼 때와 달리 오른 것은 의외로 무난하다. 예전에 없던 홀드 한 개가 바위에 파져 있다 한다.

오다보니 염초봉을 거꾸로 완전히 지났다. 평상시 오르는 사람만 있지 우리 같이 하산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드물다는 눈높이님의 설명.

이후 길은 지난번 혼자 숙제 풀 듯이 올라온 길. 한번 경험한 길이어서 비교적 쉽게 내려간다. 15미터 직벽 좌측의 크랙길로 눈으로 연습한 덕분에 쉽게 내려가고...

북문까지는 비교적 쉬운 길이다. 마음이 편안하다. 지난번 경험과 오늘의 경험이 복합되어 어째뜬 염초봉은 이제 갈 수 있다는 확신... 자신감이라기보다는 길을 안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북문으로 내려와 산성안 식당에서 회포를 푼다. 경험자인 눈높이님의 이야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겐 귀중한 교육자료... 산행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열망이 오늘 산행을 계기로 다시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 산초스 - san001님 릿지화로 암벽등반에 입문하셨습니다.눈높이님 같은 전문가가 계시니 그래도 안심입니다만 아직도 님께서 처음가본곳이 있다니 북한산이 정말 넓은것 같습니다. 부디 안산하시고 모레 뵙겠습니다.
▣ 조규재 - 10여년전, 인수봉과 백운대의 북측골짜기(호랑이굴사이)에서 수직으로 길없는 염초봉 부근으로 오른 기억이 생각나는군요.르고
▣ 조규재 - 염초봉을 지날때 아찔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멋진 산행 축하드립니다.
▣ 원이 - 첨으로 오르던 원효,염초릿지의 설레던 기분이.. 그대로 다시느껴집니다.. 릿지산행의 또 다른 매력에.. 꼬~옥 안전 유념하세요. 잘보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