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의 산하 회원님들 새해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곰소항 일몰 (일행제공)

 
 

                                                        관음봉을 배경으로 얼어붙은 직소보

                                                             직소폭포와 분옥담이

70년만의 폭설에 숨죽인 내변산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산행일: 2005/12/25(일) 맑음, 구름

인원 :  안내산악회 버스 1대

등산로 : 남여치 매표소 (11:50) - 쌍선봉 – 월명암(12:50)  -  자연보호 헌장탑(14:40) – 직소보 - 직소폭포(선녀탕, 분옥담:15:15) –재백이고개 (15:55) – 원암 매표소 (16:17) /총 7.8km


 


5년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5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이라는 예보가 맞아 떨어졌다. 집 밖을 나서니 구름으로 어둠이 짙게 깔린 가운데 싸락눈이 내리고 있다. 오늘은 산행지인 내변산을 포함 전라도 해안지역에는 눈이 오지 않겠다는 예보다. 70년 만에 내린 3주간의 폭설로 전라도가  3,000억 가까운 재산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다.

 

늦게 온 일행을 태우고 15분 늦은 7시 30분 양재 서초구민회관 앞을 출발, 경부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싸락눈이 오는 가운데 하늘은 여전히 잔뜩 찌푸리고 있다.  안성에서 안성-서평택 고속 국도로 바꿔 서해안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진눈개비로 변한다. 차는 많지 않다. 주초 하루 50cm가 넘는 폭설로  `차의 무덤으로 바뀐고속도로’에 놀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는 경기도라 고속도로와 지나는 주변은 그렇게 눈이 많지 않아 여느 초겨울과 다름없다.


 

                                                  한가한 서해고속도로

한가한 서해고속도로를 달려

 

서산휴게소에서 아침식사 못한 분들을 위해 30여분 정차했다. 물을 끓여 볼려고 가스불을 켜보나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컵 라면을 먹게 할려는 시도는 접어야 했다. 아직도 하늘은 시큰둥하다.

 

공주쯤 해서 해가 나고 맑아지는 것 같다. 수평선으로 끝나는 만경들판을 지나 부안에 들어서면서 쌓인 눈의 두께가 달라진다. 가와바다처럼 터널을 지나야만 순백의 설국(雪國)이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부안IC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30번 국도를 타고 하서에서 다시 남으로 736번 지방도로 들어섰다. 눈이 길양쪽으로 쌓여 1차선이 되고 만다. 중장비 제설차가 지나면서 중앙에 쌓인 눈을 치운다.

 

부안은 온통 설국 (雪國)

 

차 뒷바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중계터널 끝에서 차를 세워 들여다보니 못이 달린 넓적한 철판이 바퀴에 박혀 떨어지지 않는단다. 속도를 낮춰 여의치 매표소에 도착하니 11시 45분. 예정시각보다 45분 늦었다.


 


수원에서 온 버스 한대가 부려 놓은 등산객들이 앞장을 선다.  날씨가 포근하다. 땅과 닿는 부분은 눈이 질척질척 녹고 있다. 토요일만해도 입산금지였고 이전 토요일에 온 팀도 직소폭포까지밖에 가지 못했단다. 내변산은 전례없는 폭설로 지난 1주일 숨을 죽이고 있다 오늘에야 빗장을 풀었다.

 

 

들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늘푸른 삼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서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백색 천지에 초록빛이 너무 신선하다. 여의치에서 내소사로 떨어지는 등로는 내변산 주등산로. 10여분 등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서쪽 나무 사이로 변산 읍내와 해수욕장이 산등성이 너머로 나타난다.

 

                                          변산 읍내와 바다가 산너머에

 변산의 봉우리들

 

내변산을 형성하는 최고봉 의상봉 (509m)과 쌍선봉 (459m), 옥녀봉, 관음봉(433m) 등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묶어 ‘해변에 있는 산’이라는 말을 이 곳 산지명으로 만들어 놓았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반도. 바닷가의 채석강과 적벽강을 중심으로 한 외변산과 연봉과 이들로 만들어진 계곡과, 담 및 소의 내변산으로 나누어 놓았다. 금강산과 설악산이 `내, 외’가 붙는 것을 봐도 이 변산의 안과 밖의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겨울 나무에서 감도 따보고

 

등로를 한시간도 채 못 가 월명암이 보이면서 감나무가 나타난다. 까치가 설날 먹도록 놓아둔 것인지 그대로 주황색 감들이 하늘 높이  숱하게 달려있다. 가을을 안 놓으려다 그만 백설의 포로가 되었다. 폭설에 멀리 피난 갔는지 까치는 보이지 않는다. 일행이 옆에 있는  장대로 줄기를 비틀어 감을 떨어뜨린다. 홍시가 되어 이미 터져 있다. 눈내린 겨울 나무에서  따 먹어보는 맛도 여지 껏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다.

 

                                       까치는 어디가고 등산객이 까치밥(감)을

 

월명암의 지붕들은 눈이불을  한자 넘게 덮고 있어 포근해 보인다. 그런데 이번 폭설로 `눈 폭탄,’ `백설 테러’등 너무 무시무시한 부정적인 말들이 붙었다. 금주 초 우석 교수의 논문 상당 부분이 거짓임이 판명이 났어도 그에 대한 좋은 인상이 아직 잔상으로 남아 있듯이, 눈에 대한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감정이 쉽게 퇴색되지 않는다.


                                                   눈에 묻힌 월명암 전각들
 

월명암의 유마거사에 얽힌 이야기

 

인도의 유마거사, 중국의 방거사와 함께 불교계 3대 거사 중 한 사람인 부설(浮雪)이 창건했다는 월명암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독실한 불교 집안의 한 처녀가 자기 집에 온 스님에 연모의 정을 품는다. 스님이 며칠을 묵고 떠나려는 데 결혼을 하게 해 주지 않으면 죽겠다며 달라붙는다. 처녀의 부모까지 나서서 애원을 한다.

 

신라 진평왕 때의 부설스님은 처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선택했다. 사람이 죽을 줄 알면서 외면한 채 수행이 될 리가 없다. 목숨을 구하고 수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환속한 부설은 처녀와 부부의 연을 맺고 아들과 딸을 낳는다. 그리고 수행을 계속해 마침내 깨달음을 이뤘다고 한다. 또한 스님을 환속케 한 묘화부인은 110세까지 보살행을 실천하고 입적했고, 아들 등운 (登雲)과 딸 월명(月明)도 출가해 모두 득도했다고 한다.

 

용성, 고암, 만허, 서옹 등 들으면 알만한 큰 스님들이 이 절에서 정진했고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도 여기에서 불심을 키웠다고 한다.

 

                                                이 많은 눈을 치우기에는
  


 

 낙조대는 상상으로만

 

절 뒤에는 낙조대가 있다. 낙산의 일출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서해 낙조를 이 곳에서 본단다. 눈 때문에도 오르지도 못하지만  낙조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아니다. 다음에 남에서 북으로 오면서 서해 낙조를 볼 기회가 있겠지.

 

먼저 온 수원 팀이 월명암을 빠져 나가는 공터에서 버너를 켜고 라면물을 끓인다. 우리팀은 벌써 다 가고 나는 젊은 한 분과 뒤로 쳐졌다. 이렇게 눈이 많은 산을 걸어보기는 처음이라며 기분이 너무 좋단다. 검은 마음이 자연히 표백되어지는 것 같다. 어제만 해도 눈이 많아 입산 금지였다는데 녹기 시작하니 오솔길 걷는데 눈길이 즐겁다.

 

과메기에 양주 한잔씩…

 

오는 길목에서 이름은 없는 제일 높은 봉에 이르니 우리 회원님들이 다 모여있다. 한쪽에서는 물을 끓이고, 총무는 오늘도 양주를 가져와 한잔씩 따라준다. 친구가 주어 먹다남은 과메기까지 가져왔단다. 3주 연거푸 과메기를 맛보는 셈이다.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산의 중턱에 월명암이 아늑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라면으로 점심을 (13:30)

                                              월명암이 멀리 산 중턱에

 

심산유곡의 그림같은 호수

 

모두 앞서 가고 고문님 내외, 내 양옆자리에 앉은 두분,  총대장님과 함께 6명이 후미 그룹으로 자리를 일어섰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서 봉우리로 둘러 싸여있는 심산 유곡에 호수가 하나 보인다. 선계임에 틀림없다.  저기에 들어서면, 시공을 초월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소보가 심산 유곡에 (위:원경, 아래: 근경)


                         눈이 의자... 자연보호헌장탑이 있는 3거리에서 (고객만족도 조사원?)

부지런히 달려오니 내변산분소와 직소폭포로 갈라지는 3거리에 이른다.  자연보호헌장탑이 있는 곳이다. 눈쌓인 넓은 공터에서 대장님이 편안하게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다보면 조그만 댐이 나오고 얼어붙은 호수가 관음봉 아래로 꼬리를 감춘다. 능선에서 내려다 보인 직소보. 신비로워 도연명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호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내변산의 비경이다.

 

백설에 가늘어진 직소폭포

 

호수를 왼쪽으로 끼고 오르막길을 좀 따라가다 선녀탕 가는 길은 놓아 두고 계속 직진하면 목계단을 밟게되고 이내 전망대가 나온다. 서쪽위로 희미한 물줄기가 보인다. 해발 110미터에 있는 직소폭포. 한여름 비가 세차게 내릴 때면 장관을 이룰 직소폭이 힘없이 걸쳐있다. 분옥담, 선녀탕이 흰눈에 가려 수정 같을 소(沼)들도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폭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본다. 시간이 있으면 폭포아래까지 가 볼 수 있으련만…


 

                                                직소폭포와 함께 미소를


이제는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가게 된다. 날씨가 푹해 마치 겨울이 지나 눈 밑으로 봄이 오는 소리처럼 들린다. 대장님이 치고 달아난다.

 

재백이 고개에서 엉뚱한 하산로로

 

재백이고개에 이르더니 대장님이 관음봉을 지나 내소사로 갈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직진해 원암매표소쪽으로 내려가잔다. 15:55/ 이런 낭패가… 관음봉에 올라가 서해바다쪽으로 방폐장 때문에 들썩들썩했던 위도도 보아야 되고  2.7km를 남겨둔 채 중단된  33km  새만금 물막이공사를 재개하라는 고법판결이 금주 초 내려진 방조제도 조망해야하고… 그리고 내소사의  전설이 얽힌 대웅전을 들여다 보고, 사찰 입구 전나무길도 걸어야 하는데… 뒤에 알아보니 0.8km 더 걷는 거리인데... 지난 주 눈이 많아 이 곳을 포기 하고 방장산으로 바꾸고 난 후인데, 오늘은 룰루랄라하다가 막판에 삼천포로...

 

대장님 따라오면 늦어도 그 길을 택할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쉽다. 송림오솔길을 따라 원암매표소로 내려와 내소사 주차장에서 합류,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서 미리 준비해 둔 횟집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고 이 날 산행을 마감했다.


 


                                                 곰소만(灣) 너머 고창이

                                                      솔내음 가득한 눈길을 따라

                                                   눈에 파묻힌 곰소 마을

 

 

*                   *              *

 

형상으로 본 눈

 


 

                                                금방 구어낸  카스테라


 

                                                              도룡뇽이 나무를 오르고
                                    

                                                            담장을 기어오는 돌연변이 초대형 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