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행 지 : 덕유산
▣ 산 행 일 : 2005. 1. 16.
▣ 산행코스: 육십령 - 남덕유산 - 삿갓봉 - 동엽령 - 중봉 - 향적봉 - 설천봉 - 칠봉 - 삼공리매표소
▣ 산행거리: 30.4km
▣ 산행시간: 총 14시간 30분(03시 20분 - 17시 50분)

▣ 산행소감:
01:00.
따라가기님과 통화하여 01시 20분에 집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서둘러 나가니 정확하게 오셔서 자동차 경적을 울리십니다.

따라기기님의 차에 승차하여 88도로를 타고 장수에서 장계를 거쳐 26번 도로를 따라 육십령에 도착하니 03:00경.

어둠을 헤치며 재를 넘는 바람은 얇은 얼음조각처럼 날카롭게 살갗을 핥고 지나갑니다. 몸이 저절로 움츠려들지만 능선을 오르다보면 금방 체온이 올라 땀이 찰거라 생각하고 고어텍스자켓을 벗어 배낭에 담고, 귀마개에 털모자, 그리고 장갑으로 무장을 한 후 길을 건너 언덕을 올라채니 시간이 03시 20분입니다.



좌측 능선아래로 장계면 마을들의 불빛들이 옹기 종기 멀어 보이는데 매서운 바람은 그 세기가 갈수록 더하는 것 같더니 할미봉을 지나고(04:06) 공무원교육원 삼거리(05:03) 능선에 다다를 때쯤에서는 바람소리가 마치 짐승들의 울음소리처럼 소름끼치도록 매섭게 들립니다.

흔들리는 헤드렌턴 불빛에 의지한채 바로 발앞만 살피며 가노라니 서봉과 공무원교육원삼거리 중간쯤부터 나무가지가 희끗희끗하고 언덕길이 눈에 덮여 미끄러지지 쉽상이나 바위길이 많아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을 망설인채 그대로 서봉까지 올라섭니다.

06시 23분.
서봉에 올라서니 매서운 칼바람은 더욱 무섭게 몰아쳐 두볼이 찢어질 듯하고, 손끝이 시려 아무리 박수를 쳐봐도 않되겠기에 예비로 준비한 장갑을 꺼내 껴끼고 고어텍스 자켓을 꺼내입고 그 모자까지 눌러쓰고 조심스럽게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철계단을 내려서니 이젠 가파른 산죽길!
눈이 다져지진 않았지만 워낙 가파르니 안전하게 걸음을 옮길 수 없습니다. 다시 멈춰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니 비로소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막바지 남덕유산 능선을 치고 오릅니다. 그러나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아 주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으나 어두움속에서 비치는 모습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 어둠이 걷히지 않은 남덕유산 오름길에서


 

앞서가는 산님들이 있습니다. 어디서 올랐는지 물으니 우리와 같은 육십령에서 올랐다고 합니다. 종주할 것인지를 물으니 그렇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상당히 지쳐있는 듯 하였습니다.

07:18.
앞서가는 님들을 뒤로하고 남덕유산으로 오르니 우~~~~매서운 바람!
발을 모으고 선자세로 있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바람부는 방향으로 몸을 튼 후, 다리를 벌려 무릅을 굽힌채로 버텨야 비로소 지탱이 가능합니다.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가 절로 생각나는데 흥남부두에도 이런 매섭고 세찬바람은 없을 듯 합니다.

서봉과 영각사방면, 그리고 중봉방면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애썻지만 바람이 손을 밀쳐버려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버티고 악착같이 몇장을 담아봤는데 집으로 돌아와 살피니 전부 촛점이 안잡혀 볼 수가 없어 아깝게도 모두 지워버렸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업드려서 카메라를 돌위에 고정시키고 찍은 한장의 사진이 남아 다행입니다.

▼ 남덕유산 정상에 누워서 잡아 본 장쾌한 덕유능선(일출 직전)



이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동녘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는데 남덕유산 정상에서는 도저히 그 모습을 담을 수 없겠기에 서둘러 아래 삼거리로 내려와 바람 잔잔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으려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우왕좌왕하다가 급하게 숲을 뚫고 들어가 겨우 시야가 확보되는 것만 만족한채 카메라를 들고 벌 받듯 서서 눌러댑니다.

▼ 일출






그러나 일출은 붉은 빛을 토하며 끓어오르듯 장엄하게 오를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져버린채 가려진 검은 구름사이로 삐져나오듯 하여 조금은 아쉬웠지만 어디 다 얻을 수 있겠는가. 남덕유산에서 일출을 봤다는 것도 좋은 추억이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밝은 햇살이 눈덮인 나뭇가지에 내려앉으며 아름다운 덕유자락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 이제 앞 능선의 모습도 보이고



▼ 돌아보니 서봉의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 눈이 언제부터 왔는지 가는 길위로 눈을 덮어쓴 나무들이 아름답습니다.

  

08:11.
월성재 삼거리에 도착하니 배가고파지기 시작하는데 추워서 밥을 먹을 엄두를 못내고 사과를 꺼내 나눠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스패치를 착용하고 출발합니다. 이제 황점에서 오르는 단체 산님들과 삿갓재대피소 쪽에서 내려오는 산님들로 제법 북적이기 시잡합니다.

▼ 삿갓봉으로 진행하며 뒤돌아본 풍경 / 마루금 좌측 봉은 남덕유산 정상 그리고 우측봉이 서봉.

  

보는 것마다 다 아름답습니다. 부지런히 카메라를 눌러대느라 걸음이 많이 지체되니 따라가기님께서 이러다가 종주를 못하겠다며 서두르자 하십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말뿐 역시 따라가기님도 카메라에 풍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결국 둘은 종주하는 내내 서로 재촉하면서도 카메라에 풍경을 담느라 정신을 못차리는 이중 심리에 방황을 되풀이하였습니다.



 

▼ 절벽같은 능선을 찬찬히 살펴보니 곱슬머리에 짱구이마 축쳐진 눈꺼풀, 그리고 딸기코에 통통한 볼과 두 입술이 선명한, 마치 풍속화에 나오는 코흘리개 개구쟁이 모습처럼 보입니다. 할머닌가?


▼ 삿갓봉 정상(09:30.)



눈이 많아 삿갓봉을 다들 피한 것인지 삿갓봉에서 우회하는 길과 마주치는 구간은 길이 흐리고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조심 조심 내려서서 삿갓재 대피소로 향하는데 길옆 숲이 모두 작품처럼 보입니다.


 

드디어 삿갓재대피소의 푸르스름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 09:54. 삿갓재 대피소 도착


  

아침을 먹기위해 삿갓재 대피소로 바람을 피해 들어가니 먼저온 산님들이 다들 자리를 잡고 따끈한 라면을 끊여 맛있게들 식사를 하고 계십니다. 자리가 없어 이리 저리 살피다 배낭들이 차지하고 있는 의자를 비워달라하고 자릴 잡으니 한분이 펄펄 끓인 뜨거운 물을 권합니다. 산에서 이보다 더 고마운 보시가 어디있습니까. 너무도 고마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보온통에 담아온 밥은 이미 냉냉하게 식어버렸고, 반찬은 얼어서 사각 사각 얼음이 씹힙니다. 세찬바람에 시달린 볼은 대피소안의 온기에 풀리기 시작하는지 마치 얼음이 녹으면서 갈라지는 느낌처럼 따끔 따끔거리며 톡톡튀는 듯 합니다. 우와! 이걸 누가 시켜서 한거라면 아마 죽이겠다고 이를 갈았을 것입니다.

10:27. 식사를 마치고 커피한잔 마신 후, 다시 출발.

▼ 나무가 고사하여 속은 썩고 껍질만 남아 가는 걸음을 붙잡습니다.



▼ 언덕인지 나무위인지 모르겠지만 바람이 휘몰아쳐 눈을 누르고 쓸어내려 마치 출격하려는 비행선같기도 합니다.





▼ 눈쌓인 모습을 보더니 아이들이 그럽니다. 썬그라스 낀 산타할아버지 모습같다고......

 

 

▼ 많은 눈이 억새위로 쏟아부어져 억새의 모습이 형체만 있는데 어찌 잔인하게 보이지 않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 억새가 갈대가 되고자 하였을까요........

 

▼ 노란 억새와 하얀 설목의 조화가 산뜻하게 보입니다.


 

▼ 하얀 빛속에 유독 검은 바위가 더욱 꿋꿋하게 보입니다.

 

▼ 역시 아이들이 그러네요 "우와! ㅎㅎㅎ 똥침바위다"



 

온통 하얀 천지입니다. 하늘이 청명하였다면 더없이 좋을텐데 뿌연 눈보라와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11:32. 무룡산을 지나고,

13:03. 동엽령을 지납니다.

그리고 14:05. 백암산에 도착하였는데 또 배가 고프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추운데 마땅히 밥을 먹을 만한 장소를 찿기도 어려워 초코렛과 영양갱으로 허기를 달래며 계속 진행합니다.

14:37. 중봉 도착.
향적봉에서 오르는 사람들, 동엽령, 그리고 오수자굴에서 오르는 사람들이 다 모이니 인산인해입니다. 사진을 담고자 하나 사람들을 비껴 찍는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세찬 바람에 하늘이 잠시나마 벗겨질까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채 기다리고 있는데 오수자굴 방향으로만 잠시 벗겨질 뿐 기다리는 마음만 야속합니다.

▼  중봉 옆능으로 비치는 전경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주목군락지를 향해 갑니다.




드디어 죽은나무와 산나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주목군락지 입니다.


 


 

 



이리 저리 정신없이 숲을 헤치고 다니는데 불안한 듯 따라가기님이 자꾸 재촉합니다. 미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향적봉으로 옮깁니다.

15:17.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살펴보지만 빈틈이 없습니다. 포기하고 향적봉에 오르니 15시 24분.

▼ 다른분에게 부탁하여 따라가기님과 기념사진 한판 찍고 설천봉으로 향합니다.

[우측이따라가기님]

15:36. 설천봉 도착.
스키타는 사람들 틈에 묻어 우측코스를 따라 칠봉을 향해 내려갑니다. 약 30분 정도를 내려가니 스키장에서 쳐놓은 그물망이 끝나고 그 곳에 관리사무소에서 설치한 산불방지기간 입산금지 안내판이 있고 칠봉으로 진입하는 길이 보입니다. 이쯤에서 때늦은 점심을 먹어볼량으로 축대밑에 자리하고 앉았지만 김밥이 꽁꽁얼어 도저히 먹을 수 없어 그냥 따뜻한 물만 나눠마시고 다시 길을 갑니다.

16:30.
리본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사잇길을 따라 칠봉에 도착하니 오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발자국들이 선명합니다.

▼ 칠봉을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커다란 소나무들이 빽빽합니다.



▼ 그리고 칠봉약수(16:56.)


안내판을 살피니 칠봉약수는 만병통치의 효험이 있다고 쓰여있습니다. 입구쪽은 얼음이 제법 단단하게 얼어있어 무릅을 꿇고 몸을 깊숙히 넣어 간신히 약수를 한바가지 떠서 마셔보니 물맛이 좋습니다. 오늘 덕유능선의 장쾌한 기운과 만병통치의 효험이 있는 칠봉약수까지 취하였으니 불로장생할 듯 합니다. 근데 너무 오래살아도 될려나??????????

오늘 지나온 길들입니다. 눈이 가득하였지만 아이젠과 스패치를 하고 걸으니 그저 아름다운 길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  길












 

 

 



17:48. 삼공매표소 도착.
드디어 대단원의 악천후 산행을 마치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개인택시를 타고 육십령으로 돌아와 광주로 오니 20:30.

덕유산 종주를 2-3년 전부터 꿈꿔왔으나 동반할 분이 마땅히 없어 항상 아쉬웠는데 오늘 따라가기 님 덕분에 원풀이를 하였습니다. 따라가기님!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너무 행복했고 마지막 뒷풀이까지 배려해주셔서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항상 따라가기 형님의 앞날에 깊고 높은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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