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1016m 제천)......................KBS 중계탑이 나침반을 춤추게하다

 

 

날짜: 2004/11/21(일)

동행: 여여홀로

날씨: 맑음..안개

가는길: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제천IC-금성면방향-왕건해상촬영장-금월봉-청풍대교직전 좌회전-외국인펜션단지-능강교-상천교지나 바로 좌회전-상천휴게소

산행경로

상천휴게소-망덕봉(926)-금수산(1015)-들뫼삼거리(상학방향)-철계단-큰문-작은문-802봉(중계탑)-떨갈미기고개-떨갈미기-적성면 하진리

산행거리: ?

산행시간 ( 8시~15시 30분 총 7시간 30분  휴식포함)

 


 

↗ 금수산을 지키는 스핑크스 독수리

 

↗ 붉은 선이 여여가 간길....흰선이 놓친 가은산 길

 

↗ 말목산 가는 길은 등로 발견 못함

 

 

  

1.마눌이 못간다 하니 길게 가볼까?


 

이번 주는 어느 산에 갈까?를 매번 고민했었는데 이번에는 고민하지 않고 저번 도락산두악산에서 충주호너머에 아스라이 보이던 금수산을 택한다. 제비봉과 말목산도 순위에 있었는데 금수산의 걸상한 모습에 후순위로 밀렸다고나할까?  금수산에 올라 옥순봉과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봉을 볼 수 있는 가은산(565)을 거치면 원점회기 산행으로 금상첨화란 생각이 든다. 계획은 변경되기 위해 있는 것이니까.........산초스님의 산행기를 참조로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들어가 금성쪽으로 차를몰아 금월봉을 힐끗보고 상천교를 넘어 바로 좌회전하여 상천휴게소 주차장에 차를댄다.

  

↗ 옥순대교까지 잘못 직진하여 본 아침햇살...오른쪽이 옥순봉

 

↗ 충주호의 물안개

 


 ↗ 금수산의 좌측 날개

 

 

2.금수산의 위용에 주눅들다.


 

한마디로 드는 느낌은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세에 주죽이 든다는 점......좌측의 공룡능선(금수산),망덕봉,금수산,그리고 우측의 가은산능선의 걸상한 오르내림이 주차장에 서 있는 나에게 마치 덮쳐올 것 같이 웅장하게 감싸고 있다. 가은산도 높이는 낮지만 암릉미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산이라는 것을 뽐내고 있다. 이 산들을 다 넘고 오늘중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으려나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발걸음은 벌써 용담폭포 쪽으로 향한다.

  

↗ 초입부터 나타나는 밧줄

 

↗ 암릉너머 보이는 금수산정상..........휴! 멀리 보이네....  


 

↗ 좌측의 낙타바위........ 우측이 독수리바위
 

 

3.금수산을 지키는 스핑크스 독수리


 

용담폭포는 초겨울이라서 그런지 수량이 없어 듣던 이야기와는 달리 앙상한 모습...........용담폭포를 지나자마자 바로 급경사 밧줄이 매달려 있어 오늘 산행이 그리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계속되는 바위와 암릉을 오르는데.....어디까지 급경사의 오름이 계속될것인지....수직의 오버행 밧줄구간을 통과하면서 마눌과 함께 산행할 구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야가 탁 트이며 좌우를 보니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언급되어 있는 낙타바위와 독수리모양의 바위가 칼날의 암릉 위에 우뚝 서있다. 낙타는 좀 구겨진 모습이지만 독수리는 조각해 놓았다고 해도 믿을만한 뚜렷한 모습........독수리가 아니라 거대한 콘돌의 앉아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 오름길에서 본 가은산 능선........저리로 내려와야하는데......


 

 ↗ 충주호와 암릉 


 

4.금수산에서 금수가 되는 이유는?


 

계속적인 암릉을 오르면서 독수리바위 뒷쪽능선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데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금수산의 공룡능선이다. 월악산의 덕주봉 암릉 능선길에 버금갈만한 곳이라고 했던가? 금수산 비단 금(錦)자에 수놓을 (繡)자로 이황선생님께서 붙이셨다는데 이렇게 바위를 빡빡 기어 올라서야 금수산이라고 할 수 있을런지.....금수(?)가 되어버린 나는 끙끙대며 망덕봉(926)을 향한다.

  

↗ 수직밧줄

 

↗ 망덕봉에서 본 금수산정상 가는길


 

5. 오직 모를뿐........


 

망덕봉 정상에 오르지만 전망은 없고 누가 묘기대행진을 벌였나? 나뭇가지위에 큰 태극기가 깃대채 펄럭인다. 저기다 어떻게 거대한 태극기를 달아 놓았을까? 그리고 그 의미는?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오직 모를뿐!................

 

 

↗ 가느다란 가지위에 깃대까지 꽂혀있네...기술 좋다.


 

↗ 망덕봉에서 금수산까지의 걸어 온길.......저 너머 신선봉 능선의 걸상한 모습

 


 

6.비단이 나타나다.


 

얼음골재를 지나 금수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육산의 전형...........드디어 비단길을 만나고.........좌측으로는 미인봉과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의 줄기가 멋들어지게 펼쳐진다. 금수산 정상 직전에 전위봉이 나타나는데 최근에 공사를 했는지 전위봉에 설치된 계단이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 햇볕이 들지 않는지 얼음이 얼어있어 겨울이 바로 앞에 왔음을 실감한다. 새로 설치한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금수산 정상..................날씨가 청명하지만 가스가 껴서 월악산이나 두악산도 보이지 않고...아래에 있는 충주호도 뿌엿다.....

 

↗ 올망 졸망

 

↗ 금수산 정상직전에서 본 정상.....으시시하군....

 

↗ 겨울

 

↗ 정상에서 본 망덕봉 능선...저멀리 신선봉 능선


 

↗ 신선봉 능선....좌측이 미인봉....우측이 신선봉

 


↗ 정상비

 

 

7.들뫼삼거리에서 상학쪽을 택하다.


 

사진 몇장을 찍고 암릉을 직진해 보지만 천애 낭떠러지가 나타나며 등로가 끊긴다. 지도를 보니 들뫼삼거리까지 내려서야한다. 들뫼 삼거리에 이정표를 보니 상천리 방향과 상학 방향 두가지......가은산으로 가는 방향은 어디에도 힌트가 없다.........산에서 길을 묻는 게 항상 바보같은 일이라고 그동안의 경험이 말을 해주지만 그래도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없나 두리번 거리는 나는 아무도 없음을 알고 지도에 나와 있는대로 정동쪽 상학으로 향한다.

 

  

↗ 저 멀리 중계탑 (802봉) 찾아보세요.....눈 좋으신 분만 찾을수 있지요....워낙 작아서

 

↗ 들뫼 삼거리 .....반드시 상학쪽으로 가야함
 

 

8.대형참사를 모면하다.


 

한 5분쯤 갔을까? 데이트중인 한쌍의 젊은 커플을 만나는데 남자가 근육질의 키가 큰 호남형이다. 딱봐도 운동을 좋아하고 산을 잘 탈것 같은 인상......가은산 방향을 물어보고 싶어진다. “저...혹시 가은산방향이 어느 쪽인지 아세요?”..................“아! 가은산이요? 직전 삼거리에서 상천리쪽으로 가셔야했는데.....”................쩝............그러면 알바닷!.....워낙 늘씬한 근육질이라 믿고 다시 삼거리쪽으로 되돌아 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김형수저 400산 개념도를 다시 보니 가은산방향의 능선에는 철계단이 있다고 적혀있다..나는 다시 그 젊은 커플있는곳으로 되돌아가 혹시 철계단을 못 보았냐고 물으니 철계단은 처음 내가 진행하던 방향에서 조금만 더 가면 있단다.....오! 하나님~ 저를 버리시지는 않으셨군요....(만약 그 젊은이의 말을 믿고 상천리쪽으로 갔으면.....어휴! 생각만해도 끔찍했지만 돌이킬수 없는 진짜 대형사고를 나중에 치게될 줄이야 ).......

 

 

↗ 나를 살려준 철계단


 

↗ 돌아본 금수산 


 

9. 가은산 가는 멋진 길


 

머쓱한 웃음을 짓는 커플을 뒤로하고 철계단을 내려서는 마음은 대형알바를 모면했다는 안도감에 즐겁기만하다. 가은산과 말목산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인 802봉(KBS중계탑)으로 가는 능선길은 곳곳에 밧줄이 있고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좌측으로는 상학으로 우측으로는 상천으로 탈출로가 계속 나오지만 나는 큰문과 작은 문을 지나 파란하늘아래 암릉과 호젓한 육산길을 반복해서 걸으니 전혀 지루하지 않다. 금수산을 찾는 사람들도 이곳까지는 잘 도달하지 않는 듯 인적이 드믈고...대구에서 오셨다는 덩굴산악회 일행분들을 인사하며 지나친다. “혼자 이런곳에 오셨단 말입니꺼! 대단하시네예....아이구! 우리들은 마..가은산에서 오는데예...중계탑 오르다가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아임니까?”..........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사이에 중계탑까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 가은산 가는 능선길 

 

↗ 정비가 잘 되어 있어요

 

↗ 작은 문

 

↗ 가은산 가는길의 조망
 

 

10.중계탑에서 방심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802봉 중계탑이 나타나는데 중계탑까지 도달했다는 안도감에 방심하며 긴장감이 풀어진다. 가은산까지 쉽게 길이 나아 있을 줄 안 것.............중계탑을 돌아가보는데 오른쪽으로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는 남동쪽으로 내리막이 있어야하는데.......직진방향으로 돌아가니 리본이 달려있고 길이 있다. 아하!....바로 이길이구나....그러면 그렇지......아까 들뫼삼거리에서 대형 알바를 모면한 행운이 지속될 것을 믿는다..오늘 같은 날은 무지 운이 좋은 날일꺼라 생각하면서........

 

 

↗ KBS 중계탑.....가기전 우측으로 가은산 가는 길을 놓침  

 

↗ 리본을 따라가다 보니......이분들은 말목산가는 분들이었나?  ...알수가 있어야지...쩝.
 

 

11.나침반이 고장났다고 여기다.


 

내리막을 50m 쯤 내려왔을까? ...방향이 남동쪽으로 내려가는게 아니라 거의 직진 방향이다....아무래도 미심쩍어 나침반을 보는데....핫바지 입고 태껸하는것도 아니고 흔들 흔들.............나침반이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왔다갔다한다....아까 밧줄을 탈 때 바위에 글켜서 그런가?.....아무런 의심도 없이 리본이 있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일이 꼬일려면 삼박자가 짝짝 맞듯이) 봉우리를 몇 개를 넘었는데도 상천리로 내려가는 안부가 나오지 않고.......어휴!...쩝...

 

  

↗ 가까이 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당신


 

12.중계탑의 장난임을 이제야 알다.


 

이미 오후 2시가되어 배가 고픈 나는 깔개를 깔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데 갑자기 (이거 혹시 말목산쪽으로 잘못 온것아니야?)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라면을 옆에 놓고 나침반을 다시 열어 보니 멀리보이는 중계탑이 북서쪽에 있지 않은가?....이제는 흔들리지도 않고.............아뿔사~ 말목산방향의 능선을 타고 1km 이상 내려온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한 것인데....아까 중계탑 때문에 강한 자기장으로 인해 나침반이 그리도 춤을 춘 것임을 그제야 안다.

 

↗아직까지 모르쥐....네가 어디로 가는줄.....  

 


 

13.자신이 싫어지다.


 

거의 식어버린 컵라면을 입에 쑤셔넣는데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그리 허탈할 수가 없다. 가은산으로 가서 충주호와 멋진 구담봉 옥순봉을 알현하고 암릉을 타면서 여러 가지 기기묘묘한 바위를 감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내 자신이 못나보이고........완벽한 원점 회기산행을 할수 있었는데 802봉 중계탑 근처에서 너무 안일하게 방심한 것 같다......흔들거리는 나침반도 일조했고.....그리고 그 뭐시껭이 리본들은 도대체 뭔가?......궁시렁 궁시렁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려 보지만........이미 지나간 일이고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인정한다.

 

↗ 힘빠진 길 

 

 

14.말목산으로 가는 허황된 꿈을 다시 꾸다.


 

자! 이제는 말목산쪽으로 가야하는데....그래 이왕 버린몸 말목산으로 가서 하진리로 하산하는거다.(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렸음을 나중에 알게된다) 중계탑까지 다시 갈 생각을 못하는 이유는............. 말이 1km지.......몇개의 봉우리와 급경사의 된비알을 올라야하는 것이 낮 해길이가 짧아져 시간상으로도 부족하지만 지금의 체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말목산으로 종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내가 미끄러지며 만든 낙엽길


 

15.탈출이닷!


 

무명봉에서 떨갈미기고개로 하산하는 길은 등로가 없으며 엄청난 경사.............낙엽이 수북히 쌓여 발길을 내 딛기 힘들고 서있으면 그대로 저 밑까지 미끄럼을 타야하는 정도......이제까지 산에 다녀본 중 가장 가파른 경사다....리본도 이제는 없어지고......리본을 달았던 양반도 여기서는 포기한듯.....결국 50분을 사투끝에 내려와보니 가시덩쿨로 둘러싸여 어디로든 갈수가 없다. 말목산은커녕 이제는 탈출이 관건이다.....지도를 보니 떨갈미기고개에서 떨갈미기로 연결되는 길을 찾아내야한다는 일념하에 얼마나 가시덩쿨을 헤쳤나? 너덜거리는 내 몸과 마음처럼 헤어진 리본을 찾아내고 얼마나 반갑던지.....

 

↗ 결국은 가시덩쿨의 막다른 길  

 

↗몸과 마음과 같이 너덜 너덜
 

16.과거와 현대의 묘한 부조화


 

떨갈미기로 내려가는 길은 아무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마을이 나타나고 밭에서 일하고 계신 할머니께 택시를 부르려면 어디로 오라고 해야하나?를 물으니.....당신이 전화를 해주신다나?......밭에서 몸빼바지를 입고 일하시던 바지춤에서 웬 번쩍거리는 핸드폰을 꺼내신다. 마카로니 웨스턴 서부극에서 권총을 빼듯이...........(할머니의 옛날모습과 초현대식 물질문명 간의 만남......기가막힌 부조화를 보면서 왜? 그리 묘하던지....) 핸드폰이 정말 일상화 되었구나?를 느끼며 할머니를 보며 웃는다. 통화하는 할머니는 웃는 나에게 관심도 없다는 듯이 상대방과 통화를 한다. 기사분이 아시는 분인가? “일요일이라 자고 있었구먼 빨리 이리로 와! 산에 갔다 길 잃은 사람이 있어”.......(가끔 이리로 내려오는 사람이 있나부다....... 한건 처리하는 할머니의 멘트가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걸보니)........^_^**

 

↗ 마음의 평화를 찾다
 

17.옥순봉으로 다시 가다.


 

3만원 달라는 것을 2만 5천원으로 깎고 다시 상천휴게소로 돌아오는 중에도 나는 지도를 보며 복기를 한다. 다음에는 가은산을 거쳐 멋진 둥지봉을 구경하고 말목산을 너머야지..........택시미터기로 3만원 조금 덜나오는 것을 보니 금수산을 뺑 돌아 온 것으로 거리가 상당하다. 2만 5천원을 내며 조금 미안하지만 다음에 다시 이용하기로 말씀드리고 명함을 받는다.(단양개인택시 “길훤장” 011-482-3322,집 043-422-5678) 일요일 서울로 올라가는 차가 무척 붐빌텐데라는 생각도 잠시 뿐......서울 반대방향의 옥순대교로 핸들을 돌린다. 아침에 잠시 본 아름다운 옥순봉을 잠깐이라도 만나고 가야할 것 같아서..........

 


 

↗ 옥순대교에서 본 중앙 말목산........... 우측 옥순봉

 

↗ 앞으로의 숙제 (가은산- 말목산 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