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9-12-17 (목) - 18(금)
 
산행코스 : 영각사 - 남덕유산 - 삿갓재대피소(1박) - 무룡산 - 동업령 - 송계3거리 - 중봉 - 향적봉 - 설천봉 -
                무주리조트  곤도라하산 (20 Km)
 
날      씨 : 목 - 맑음, 금 - 눈보라 흐림
 
둘째딸과 함께...^^
 
(산행시간)
첫날 목요일
12:04 영각사
15:22 남덕유산
19:00 삿갓재대피소
둘째날 금요일
08:30 대피소 출발
10:31 무룡산
12:56 동업령
15:00 송계3거리
15:36 중봉
16:13 향적봉
16:32 설천봉
16:52 무주리조트 하산
 

 

오랜만에 산행을 하는데 대학 2학년인 둘째딸이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모처럼 함께 가게 되었다.

어딜갈까 하다가 덕유산 종주를 가기로 했다.

코스는 영각사에서 시작을 하여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재대피소에 가서 1박을 하고 그 다음날 향적봉을 가서 설천봉 곤도라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하산하기로.

아빠랑 함께 산에 한번 가지 않을래 하고 물었을때 별 생각없이 그러겠다고 대답을 한 녀석이 한편으론 신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멋 모르고 겨울 산행을 가겠다고 대답을 한 것같아서 딸아이가 얼마나 후회를 할까 생각을 하니 미안함과 걱정이 동시에 밀려오지만 이번 기회에 일을 저지르지 뭐...

올 봄에 작은 딸과는 일림산과 황매산 철쭉산행을 함께 한 것 말고는 산행을 한 적이 없는 애라서 종주산행을 한다는 것이 걱정이 많이 되지만 모처럼 겨울 방학때 긴 산행을 통해 부녀지간에 멋진 추억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무리가 되더라도 실행에 옮겨 본다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는 목요일 낮에 맑다가 저녁에 눈이 내리고 금요일은 또 맑아지고 하니 괜찮을 거 같긴 한데 문제는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이라서 좀 불안하기도 하다.

덕유산은 작년 광복절에 육십령-향적봉-삼공리 코스로 무박 당일종주를 하고 두번째 종주산행에 나서게 된다.

늘 겨울 덕유의 멋진 설경을 보고 싶었기에 이번 산행에 기대를 많이 하면서 베낭을 꾸리고...

목요일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여 딸과 함께 지하철 타고 남부터미널 역에 내려 8시 40분 출발 거창 함양행 우등고속에 몸을 싣고 편안하게 쉬면서 영각사가 가장 가까운 안의 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20분 걸려 영각사에 도착을 하는데 남덕유산과 주변의 고봉인 황석산 거망산 등의 8부 능선 위로 흰 눈이 덮혀 있어 가슴이 막 설레인다 (택시비 27400원).

어서 남덕유산에 올라 저 눈을 볼 생각을 하니 마음은 벌써 그곳에...

딸 아이와 함께 영각사산행안내소를 지나 산길로 접어 들어 처음엔 완만하게 이어지던 길이 이젠 돌도 많은데다가 경사가 가파르게 이어지니 산행 한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딸아이 녀석이 벌써부터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일찍 나타나니 좀 걱정이 앞선다.

최대한 가볍게 한 녀석의 베낭도 내가 떠 안고 어르고 달래며 간신히 능선에 접어 드니 등로가 이젠 좀 완만해 지면서 조망도 트이기 시작을 하고 녀석의 표정도 좀 나아진다.

내일 가기로 한 흰눈 덮인 덕유의 주능도 이젠 눈에 들어 오고 눈꽃도 서서히 펼쳐지고 하니 나도 녀석에게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으니 너는 행운아라고 추켜 세우면서 거봐! 산에 오기 잘했지? 이런 풍광을 네 나이 여자애 들 중에 몇이나 보았겠니?... 하며 억지로 그렇다는 대답도 들어 가면서 애비가 딸 한테 아양도 떨어 본다..ㅎㅎ

영각사 코스는 처음이지만 사진에서 보던 가파른 철계단이 시작이 되는데 경사가 정말 장난이 아닌데다가 이게 한개가 아니고 여러개가 있어 딸아이가 기겁을 하지만 어짜피 가야 할 길이니 운명이라 생각을 하고 힘들지만 따라 오는 녀석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염려가 된다.

다행히 남덕유산 오르는 계단 주변의 환상적인 설화 때문에 녀석도 그리 힘든 느낌이 없는 것 같아 세시간 이십분만에 남덕유 정상에 올라섰다.

향적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눈 덮인 덕유의 장쾌한 능선을 오래 감상하고 싶었지만 서쪽에서 불어 대는 눈보라 섞인 칼바람에 기가 질려 사진만 찍고 바로 삿갓재로 향해 걸음을 옮긴다.

벌써 시간이 오후 3시 반이 가까워지고 삿갓재대피소까지 4키로 넘게 가야 하는데 어제 내린 눈으로 등로가 미끄럽고 딸아이는 힘이 든다고 하니 조급한 마음도 들었고.

아이젠을 하고 떡으로 간식을 한 후에 남덕유에서 내려 오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내려와 완만한 오르내리막 길을 진행을 하다 보니 월성재도 지나고..

다시 삿갓봉을 향한 긴 오름을 진행을 하는데 날이 이제 어두워져 깜깜해지고 딸아이의 체력은 점점 떨어져 가고 좌측에서 칼바람과 눈보라는 치기 시작을 하여 걱정이 슬슬 되지만 꾸준히 가다 보면 이제 곧 대피소가 나올 거라고 딸아이를 잘 격려해 가면서 랜턴을 켜고 약 한시간 반 정도 야간 산행을 하며 결국 삿갓봉을 넘어 한참을 내려서서 드디어 반가운 삿갓재에 7시에 도착을 하여 여장을 푼다.

대피소엔 약 20명 정도 산객들이 계시고...

취사장에서 밥과 라면을 끓여 맛있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사람이 많지 않아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따끈한대피소에 누워 9시에 소등이 되어 잠을 자는데 옆에 누운 딸아이는 곧 잠이 들었지만 나는 주변 사람과 늦게 도착한 산객들의 부산한 소리에 잠을 잘 못이루고 자다 깨다 하면서 대피소의 밤을 보낸다.

 

(둘째날-금요일)

새벽 7시쯤 떠나려고 맘을 먹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간밤에 눈도 많이 내렸고 또 계속 내리고 있고 칼바람이 어제보다 더 세차게 불어 대어서 아무래도 날이 확실하게 밝은 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늦게 딸아이를 깨워 아침식사를 하고 준비를 하니 여덟시가 벌써 넘었다.

고민이 되었다... 예정대로 향적봉까지 가느냐 아니면 날씨가 너무 안 좋고 눈도 내리니 그냥 대피소에서 황점으로 하산을 하느냐...

아이의 체력을 보면 무리라 싶어서 황점으로 하산을 하는게 안전할  것 같아 둘이 의논을 했지만 딸아이도 망설인다.

아마 가고 싶기도 하고 가는게 두렵기도 하고 이겠지...

대피소 아저씨가 우리가 고민을 하는 것을 보더니 여기서 무룡산까지만 힘들고 무룡산-동업령 구간은 길도 좋은데다가 일단  동업령에 가면 거기서 안성으로 하산을 하나 향적봉으로 가서 곤도라 타나 비슷하니 왠만하면 향적봉으로 가는게 어떠냐 하시면서 일년 중에 덕유산에 이런 눈꽃이 만발한 날이 며칠 안 된다고 하시니 고민하던 맘을 접고 향적봉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고 안면보호대, 스패취와 아이젠을 하고 여덟시 반에 대피소를 나서 진행을 한다.

무룡산을 향해 2키로 넘는 오르막을 진행하는데 어제와는 달리 등로에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딸아이의 속도도 현저히 떨어지고... 게다가 무룡산 못 미쳐의 평원지역의 나무계단을 오르려는데 칼바람이 몸을 날려 버릴 듯 하여 딸아이가 겁에 질려 있어 마음이 아파 온다.

이런 힘든 고생을 한 적이 없는 애 한테 생고생을 시키게 되어 지금이라도 되돌아 대피소로 내려가 황점으로 하산을 할까 수없이 생각을 하다가 좀 더 진행을 해 보자 하고 아이를 잘 이끌어 주면서 아주 힘들게 무룡산에 두시간 만에 결국 올라섰다.

쉬고 싶어도 칼바람과 눈보라에 계속 걷는게 차라리 낫다고 그냥 딸아이가 가자고 한다.

다행히 무룡산에서 동업령까지는 길도 좋고 완만한 오르내림만 있어 이 구간을 지날때 딸아이의 표정이 가장 밝았던 것 같다.

동업령에 와서 잠시 땅콩초콜릿으로 간식을 하고 잠시 쉬지만 역시 날이 너무 춥고 바람이 세차고 장갑을 두개나 끼워 주었는데도 녀석이 손이 너무 시렵다고 그냥 빨리 가자고 하여 바로 출발을 한다.

너무 높아 보이는 송계3거리를 향해 오르면서 동업령에서 안성으로 하산을 할까 또 고민을 했다.

안성 하산길이 4키로, 향적봉도 4키로니 하산이나 향적봉 가서 곤도라 타나 그게 그거니 당연히 향적봉으로 가야 하지만 딸아이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고 이 눈보라에 송계3거리까지의 긴 오름길을 올려다 보니 과연 갈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어져 안성으로 차라리 하산을 하면 안전하니 종주를 포기 하고 내려갈까 고민을 했지만 딸아이가 곤도라타고 하산을 꼭 하고 싶다고 해서 용기를 내서 다시 송계3거리와 향적봉을 향해 오르막을 진행을 한다.

아이가 다리가 너무 아프고 손이 시려워 힘들다 하면서도 그래도 고맙게 꾸준히 잘 걸어 준다. 얼굴과 눈썹에 눈보라가 얼어 붙어 작은 얼음방울이 맺혔지만 별로 불평 하지 않고 멀고 먼 힘든 오르막을 한걸음 한걸음 날 따라 올라오고 있다.

눈 때문에 오르막이 미끄러워 내가 자주 손을 잡아 끌어 주면서 조심조심 진행을 하여 결국은 최대의 난코스인 송계3거리에 도착을 하니 이젠 자신이 생긴다.

게다가 하루종일 눈보라가 쳤었는데 이제 시계가 좀 열리면서 남덕유산까지의 주능선이 조망이 되어 기분도 좋고...

여기서 중봉이 1키로만 오르면 되는데 이 코스는 경험상 계단이 잘 되어 있어 미끄럽지 않고 중봉에서 향적봉까지 1키로는 고도차 없이 경치가 좋은 곳이니 말이다...

이제 조금만 고생을 하면 된다고 용기와 격려를 해 주면서 칼바람 몰아치는 계단지역을 통과해서 중봉에 올라선 후 향적봉까지의 코스는 주목단지의 설경을 감상도 시키고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향적봉에 올라서서 둘이 함께 사진도 찍고 이젠 곤도라가 있는 설천봉까지의 6백미터의 내리막 코스를 진행을 하는데 딸아이가 무릎이 많이 아프다고 하여 내 마음도 많이 아프고...

설천봉에 도착을 하여 곤도라 승강장에 가니 4시 30분이 조금 넘었는데 매표소에 closed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게 아닌가??? 으악

곤도라는 아직도 움직이는데...? 이게 왠일?

다행히 곤도라 작동하는 곳에 직원이 있어 딸아이가 좀 긴 산행으로 힘들어 하는데 좀 태워줄 수 없냐 사정을 해 보니 다행히 방금전에 마감을 하였다고 다시 우리 둘에게 매표를 하여 주며 친절하게 태워주신다.

5시까진 최소한 곤도라가 운행을 하는 줄 알았는데 동절기엔 스키장에선 4시에 마감을 하고 설천봉에선 4시 반에 마감을 한다고 한다.

 

조금만 더 늦어 곤도라를 못 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향적봉대피소에 다시 가서 하룻밤 더 자고 오던지 아니면 좀 힘이 들어도 스키장슬로프를 미끄럼 타고 내려 오는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았다...

겨울산행을 할 때 사전에 꼼꼼히 더 정보를 알아 와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가슴에 새기고...

아슬아슬하게 곤도라를 타고 내려 오는데 안도의 한숨과 이틀간의 힘들었지만 대견한 딸아이와의 산행이 아련하게 스쳐 지나간다.

곤도라에서 하차를 하여 스키장의 발랄한 모습에 취하며 맛있는 식사도 사 주고 싶었지만 5시에 서울가는 직행 버스가 있다는 것을 어느 분의 산행기에 읽은 경험이 있어 가 보니 역시 곧 떠나려는 버스가 있어 이것도 아슬아슬하게 운 좋게 타게 되어 편안하게 서울로 향한다.

녀석은 차가 떠나자 마자 피곤해 골아 떨어진다. 손을 잡아 보니 너무 차가워 미안한 마음에 내 따뜻한 손으로 한껏 녹여 주었다.

휴계소에서 뭐 맛있는 것 사주고 싶었지만 15분 밖에 시간도 없고 추위에 진절이가 났는지 바깥이 춥다고 안 나가겠다고 하여 휴게소에서 오댕과 국물을 사다 주니 너무 맛있게 잘 먹고 몸이 좀 따뜻해 진다고하며 무척 행복해 한다.

카메라를 열어 지난 이틀간의 힘들었지만 오래토록 추억으로 남을 산행을 담은 사진을 되돌아 보면서 힘들었지만  딸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주었고 산행 내내 그동안 못했던  많은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생각하니 거친 눈보라속에서도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있었음에 미소를 짓게 된다.

감사합니다.

 

사진들이 다 배꼽 밖에 안 보입니다.

제 블로그에 가시면 볼 수 있으니 방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산모퉁이  blog.daum.net/syuanatomy/4320525 

                               blog.daum.net/syuanatomy/4320526

 

(사진들)

(택시를 타고 영각사를 향해 가며 황석 거망산쪽을 바라 보니 정상부에 멋진 설경이 펼쳐져 기대가 되고)

(영각사 입구에 도착)

(영각사 탐방 안내소 통과)

 

(덕유 주능선에 멋진 설경이 펼쳐지고)

(서봉 할미봉쪽)

(눈 덮인 덕유 주능선의 위용이 눈 앞에 펼쳐지고)

(남덕유 정상이 눈 앞에)

(남덕유 정상)

(장쾌한 덕유 주능선)

(월성재를 지나고... 전방에 삿갓봉... 언제 저기를 지나나,,,)

(야간 산행 후 간신히 삿갓재 대피소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고생한 딸)

(다음 날 아침 어제 힘들게 넘어온 삿갓봉쪽을 바라 보고)

(하루 잘 묶은 대피소)

(대피소를 떠나 무룡산을 향하며)

(멋진 설경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귀여운 딸)

(데크길을 만났으나 바람이 너무 세차고)

(무룡산 도착)

(동업령 2키로 남았고)

(동업령)

(오늘 걸어 온 멀리 남덕유산쪽 주능선)

(가끔 파란 하늘도 보이고)

(긴 오름 끝에 드디어 중봉)

(주목 지대 지나며)

(향적봉 대피소)

(드디어 향적봉... 고생한 딸과 함께)

(설천봉 곤도라에 도착)

(무주 스키장으로 무사히 하산)

 

감사합니다... 산모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