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여행(5)/ 무의도 호룡곡산 국사봉 Photo 에세이  

(2009.2.20/영종대교→ 잠진도선착장→큰무리선착장→구름다리→국사봉→실미도해수욕장→목새(징검다리)→영화실미도촬영지→일산주엽산악회 따라)



*.한국의 섬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이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곳이 산과 바다다.

도시의 녹슨 물질문명 속에서 항상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산과 바다는 우리들의 어머니같이 언제나 마음에 두고도 접근하기 어려운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 산과 바다를 함께 아우른 것이 섬이다. 우리들은 단 하루만이라도 그러한 섬에 올라 일출을 맞고 낙조의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한다.

바다에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를 섬이라 한다.



그런데 바다에 둘러싸여서 배가 아니면 접근을 허락하지 않던 섬이 연육교(連陸橋)로 이어졌을 때에도 섬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연육교(連陸橋)가 생겼다고 섬[島]의 이름이 바뀌지 않았으니 그대로 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순수한 의미에서의 섬이 아니라 연육도서(連陸島嶼)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기로 본 우리나라 섬 순위로 10을 들어보면 1위 제주도(1809.9Km²), 2위 거제도(374.9Km²), 3위 진도(353.8Km²), 4위 강화도(300.0Km²), 5위 남해도(298.4Km²), 6위 안면도(105.4Km²), 7위 완도(85.3Km²), 8위 울릉도(72.9Km²), 9위 돌산도(68.9Km²), 10위 거금도(62.1Km²)이지만, 그중 연육도서가 아닌 섬은 울릉도와 거금도 둘뿐이다.



우리나라에는 3천1백89개의 섬이 있다. 이중 3천1백58개는 육지와 떨어져 있고, 35개 도서는 육지와 연결된 연육도(連陸島)다.(1996년 말)

연육도(連陸島)가 아닌 섬으로 크기의 순서를 매긴다면 울릉도, 거금도 압해도, 교동도, 백령도, 고금도, 보길도, 금오도, 영흥도, 가덕도, 덕적도, 대흑산도 등이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50대 도서 중에 60%인 30개가 전라남도 다도해에, 다음으로는 인천광역시(16%인 8개)에 분포되어 있다



*. 무의도 (舞衣島) 큰무리선착장

  

전철을 타고 무의도를 가려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 철도를 타야 한다.

일반 3,100원, 경로는 75%를 할인해서 800을 내면 은행카드 같은 차표를 준다.

인천공항에서 내리면 3층 5번 출구 앞에 1시간 간격으로 무의도를 가는  잠진도 행 222번 버스(10분 소요, 전 032-751-1738)도 있고,  306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잠진선착장 입구에서 내려 15분 정도 선착장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무의도(舞衣島)란 이름은 어느 안개 낀 날 한 어부가 바다에서 바라다보더니 섬의 모습이 무희가 장군 복을 입고 춤추는 것 같이 보였다 해서 춤출 '舞(무)', 옷 ' 衣(의)' 舞衣島(무의도)라 하였다는 섬이다.

우리는 영종도 용유도 거잠포에서 내려서 환상적인 연도교(連島橋)를 건너서 잠진도 선착장에 왔다. 왕복 3,000원 하는 카페리 호를 타고 무의도 큰무리선착장까지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타고 5분도 안 된 것 같은데 내리란다. 승용차로 왔다면 1사람이 탄 채로 왕복 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니 얼마나 아까웠을까. 타자마자 내리는 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섬의 선착장은 하나의 시다. 물씬 풍겨오는 바다 내음도 그러하지만, 거기에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만남과 이별이 교차되는 한가한 산촌의 간이역과 같기 때문이다.

어느 섬이나 선착장에서는 바다를 팔고 있다. 큰무리선착장에도 회집이 많았지만 여기서는 제부도와 같이 유난히 조개구이 집, 바지락 집 등이 더 무성하였다.



큰무리선착장 앞바다에 영종도 쪽으로 제일 큰 섬이 무인도인 사렴도이고 그 오른 쪽으로 뚝 떨어져 있는 섬이 악섬인데 그 옆l에 비석 같은 돌이 우뚝 서있다. 주민에게 물어 보니 큰 섬이 돌맹이섬, 그 옆의 것이 수리봉이란다.

무의도에는 이런 선착장이 셋이 있다. 영종도를 오가는 큰무리선착장과 연안부두를 오가는 샘꾸미선착장(일명 광명선착장)과  그때 들린다는 중간 기착지 소무의도의 때무리선착장이다. 선착장 이름들이 순우리말인 것에 호감이 간다.



*. 호령곡산 가는 길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에 내리니 섬 내에 단 3대뿐이라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무의도 산을 종주하려면 인천의 연안부두에서 오는 연락선이 닿는 샘꾸미선착장에서 시작하여

  샘꾸리선착장→호령곡산→국사봉→큰무리선착장

이지만 우리는 버스로 하나개해수욕장을 향하고 있다. 무의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은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하고, 게다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까지 보려면 3,000원을 내야 하여서 그 바로 우측에 있는 호룡곡산산림욕장을 들머리로 하였다.

  -하나개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한 산림욕장은 호룡곡산 정상으로 나 있는 등산로와 자연생태 탐방로와 겹쳐 있어 두 배의 자연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산림과 이름 모를 잡초, 야생화가 함께 하고 산림욕장은 하나개해수욕장을 찾는 분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호룡곡산(虎龍谷山)이란 산 이름은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이 산에는 곳곳에 원시림이 있고 고래바위, 마당바위, 부처바위 등의 기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이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하다고 자랑하고 있다.

호룡곡산 등산은 연안부두에서 오는 연락선이 닿는 샘꾸미선착장에서 시작하여 국사봉으로 해서 실미도해수욕장으로 가거나 그 역코스로 해서 하나개해수욕장으로 가는 것이 정 코스다.

호룡곡산산림욕장 코스 첫머리에 '환상의 도로'가 시작되고 있었다.

환상의 도로란 해안선을 끼고 도는 삼림욕장 길로

   산림욕장 입구→ 부처바위→ 호룡곡산→신선약수→호랑이바위→산림욕장 입구

코스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 그런가 가는 길이 해안선을 굽어보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길을 잘못 들었나 하고 걱정하게도 하는 길이었다.

그 도중에 하나개해수욕장의 명물인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있어 카메라의 눈을 열개 하였다.



*. 하나개해수욕장

무의도는 '천국의 섬'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 SBS 인기 드라마 '천국의 계단' 때문이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정서가 자기가 어렸을 때 살던 그림 같은 집을 보며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꼭 천국 같아." 하는 데서 연유된 말이다.

저것이 하나개해수욕장 백사장에 있는 그 동화 속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아담한 별장이로구나.

하나개해수욕장의 명물의 또 하나로는 7, 8월 성수기에만 이용할 수 있는 원색의 방갈로다.

바닷가에 쇠파이프로 기둥 하여 지은 원두막식 모양으로 하루에 두 번씩 밀물이 들어올 때마다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수상가옥이 된다.

그러다가 물이 빠져 나갈 즈음이면 손발로 갯벌을 조금만 파내도 횐 속살의 동죽조개가 있어 이를 잡아 방갈로에서 술안주로 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곳인가.  소라 발개, 바지락도 지천이라는데 정말일까?

아주 맑은 날이면 멀리 황해도 장산곶까지 보일 정도로 경관이 좋고, 7, 8월이면 낙조가 유명하다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선착장에서 본 관광안내도에서는 '하나개'의 유래를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서 하나개라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길', '한아버지(할아버지)'의 '한'이 크다(大)는 뜻이니 그 '한'과, 개펄의 '개'의 합성어라는 말 같다.  

호룡곡산의 멋은 호룡곡산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는 하나개해수욕장의 멋진 전망이다.

조망대서 저 멀리 내려다보면 바람 따라 달려오는 흰 파도가 참으로 멋지고 시원하다. 활처럼 1.4k m 나 된다는 백사장이 반원을 긋고 있는 곳이 하나개해수욕장이었다.

드디어 해안 주변의 환상의 길이 끝나고 '1.3km 정상'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246m밖에 안 되는 야산이 왜 그렇게 힘이 들까.

그러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며칠 전 해발 1,288m 치악산을 다녀왔는데 그 등산을 입석대에서 시작하였다. 그 입석대의 해발이 m였다.

그러나 무의도는 섬이니 바닷가 수용장인 해발 0m에서 시작하였으니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힘든 산을 오를 때 능선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정상으로 통하는 길이요, 능선부터는 고진감래가 시작되는 길이요, 멋진 전망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 주기 때문이다. 그 능선에는 대부분 이정표가 있다.  ''←호룡곡산 정상"

  그 바로 위에 바다를 향하여 우뚝 서 있는 부처바위가 있었다.

-수직바위에는 부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을 법한데 수천 성상 앞에 풍화작용으로 인한 퇴색한 바위의 겉모양만 있을 뿐 제례에 사용됐을 법한 상석만이 놓여 있다.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은 자기 소원 한 가지를 빌고 가면 이루어 질 법도 하리라.

나도 여기서 빌었다면 이렇게 빌었으리라.

'ilman 이 사람을 서민의 영웅이 되게 하여 주소서. 그 길은 로또 복권 당첨되는 길밖에 없나이다. 서민의 영웅이 되면 성길동이가 되어 가난한 서민을 찾아다니며 돕겠나이다.'






   정상에는 정상석은 없었지만 전망 안내도가 3개나 방향 따라 있어 이를 따라 시선을 돌리면 환상의 길 너머에 영흥도 자월도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이  아득히 보인다.

여기서 다음의 목적지 국사봉까지는 2.5km밖에 안되는데 왜 이리 까마득하게 보일까.

오는 길에 장갑을 잃어 버려서 1km나  되짚어 왕복하는 바람에 우리 산악회 일행은 국사봉 가는 길에 식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 국사봉(國史峰) 가는 길

  

호룡곡산 정상에서 국사봉 가는 길은 내리막길에다가 계속되는 바다와 그 멋진 선착장과 섬 그리고 점점이 떠 있는 선박들에다가 적당한 바윗길이 산행을 즐겁게 하였다.

국사봉은 구름다리 너머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정상 주변에 있는 멋진 기암괴석들이었다.

  -국사봉은 높이 230m로 서해의 알프스라 칭할 만큼 고래바위, 마당바위 등의 괴암절벽의 비경과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아주 오래 전 나라의 큰일이 있을 때마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으며 등산로 남측 약 200m 되는 지점에 절터가 암아 있어 그 유래를 증명해 주고 있다.

1950년대 말 이곳 정상에서 금동불상을 비롯한 수 백점의 토우들이 출토되어 오랜 역사의 산 증거가 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도상에 산 이름이 없던 것을 1995년 산 이름 찾아 주기 동호회에서 정식으로 국사봉이라 명명하여 표지석을 세우게 된 곳이다.

  

국사봉 가는 길은 구름다리에서 1.3km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다가 정상이 빤히 보여서 지루하지 않았다. 그 정상은 나무로 만든 커다란 전망대였다.

국망봉에서는 우리가 가야 할 큰무리선착장의 멋진 풍경과 누에같이 길게 누운 실미도가 특히 아름다웠다. 다음은 몇 년 전에 가본 실미도 이야기이다.



*. 실미도유원지(실미해수욕장)

내리막길은 지금까지와 달리 평탄한 능선 길로 비로소 무의도 국사봉의 시원한 전망이 전개되는데 그 중 압권은 실미도였다. 무의도와 실미도 사이 걸어서 넘는다는 징검다리 길은 물이 빠지고 있는 중이었다.

등산로가 끝나는 임도가 나타나고 헬리콥터 장을 지나서 실미도 해수욕장은 한참이나 더 가서 있었다.

   우리 같이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큰무리선착장에서 큰무리 마을을 지나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실미해수욕장(실미유원지)이 있다.

울창한 노송 숲이 완만한 백사장과 어우러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들이 한가하다. 그 앞에는 방금 물이 빠진 갯벌에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가서 조개, 고동, 소라를 캐고 있지만 거의가 다 빈손이었다.

조개를 채취할 만한 곳마다 마을 주민 몫으로 줄로 막아놓고  양식어장에 주민들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출입할 경우 민형사상 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안내문으로 위협(?)하고 있다.

집에서 떠나올 제 어제 준비해 놓은 아이스박스를 가져왔다가는 망신당할 번하였구나하였다.  입장료를 받고라도 어느 한도의 조개 채취를 허락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미도해수욕장은 물이 들어왔을 때는 수영이 가능하지만 일단 물이 나가면 물이 들어올 때까지 수영이 불가능한 곳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경우에 실미도를 가보라고 바다가 열리나 보다.



무의도 실미유원지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영화 '실미도'로 유명해진 진짜 실미도가 있다. 물이 들어올 때는 건널 수 없는 섬이 물이 빠지면  100m 정도의 길이 열려서 징검다리를 통하여 건널 수가 있는데, 그 징검다리라는 것이 바위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넓적한 돌이어서 여간 운치 있는 것이 아니다.

실미도 곳곳에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건물이 사진으로 붙어있지만 서운하게도 촬영 시 지어놓았던 건물들을 다 철거해 버렸는데 이를 다시 복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

'1968년 국가가 우릴 부르더니 1971년에는 국가가 우릴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를 버리지 않았다.' 하며 김일성 목 따오기 위한 주석궁 폭파부대라는 684부대 요원 31명의 이야기가 반공법과 연관된 것이라서 당국에서 그 흔적을 없앤 모양이다. 그때 세트는 물론 그때까지 남아있던 실제의 현장의 건물마저 없애버린 것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실미도를 제대로 보려면 동쪽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좌측으로 20분 정도 가서 섬을 걸어 평균 35m라는 야산을 넘을 것이다. 그러면 684부대원이 해골능선이라고 하던 꼭대기까지는 10분이면 오를 것이고 그 능선에서는 서쪽의 영흥도, 승봉도, 자월도 등이 보이는 고운 백사장이 나타난다. 그 해수욕장은 물이 나가는 것과 관계없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바다에서는 젊은 동호인들이 제트보트로 바나나보트를 끌고 달리는데 바다 가운데서 매번 뒤집혔다. 그러면 제트보트는 되돌아가서 구명보트에 의지한 사람들을 건져내는데 얼마나 스릴이 있고 재미있을까.



거기서 우측 해안 따라 트레킹을 하면 수영하는 것보다 더 멋진 기암의 절경이  아까의 징검다리가 나오는 곳까지 계속된다. 이런 실미도  해안의 총 길이는 3km라 한다.



    무의도는 서울에서 2시간, 인천이나 김포공항 쪽에서는 1시간 거리에 있어서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가족과 함께 다녀올 수 있는 섬이다.

호룡곡산과 국사봉은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을 수도 있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낙조를 배웅하며 추억의 한 자락을 심을 수도 있는 섬이다.

우리는 다가오는 봄의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겨울 바다 바람 속에 하루를 보내며 큰무리선착장을 향하고 있다.

여행이란 잘 보고 잘 먹는 것이라고 했으니 영종도 구선착장  해물시장에 가서 바다를 회하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