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계룡산

산행일 : 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누구랑 : 나홀로 그저 발길 닿는대로...

이동경로 : 상신리~설희계곡~큰배재~남매탑 능선~삼불봉아래 기도터~금잔디고개~

                수정봉 암릉~신흥암~대성암~대자암~대자암 능선~자연성능~삼불봉~

                삼불봉 아래 기도터~오성대(?)~심우정사~능선~동학사~남매탑~큰배재~설희계곡~상신리

                (산행거리 : ?    산행시간 : 06 :35)

 

 

올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제 몇일후면 객관적이고 보편적 세계인

성인의 경지에 들어선다는 뜻을 함축한 知天命 ....

즉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한다는 오십줄입니다.

 

아직 나의 정신연령은

이팔청춘에 머물고 있는데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

나이만 먹었지 나이값도 못하는 애어른인 내자신을 되돌아 봅니다.

 

戊子年 쥐의 해...

내가 쥐때이니 올 한해 활개좀 치겠구나 했는데...

뒤돌아 보니 후회와 아쉬움에 가슴만 아파오는 한해로 끝을 맺는가 봅니다.

 

산이 나에겐 뭘까 ?

글쎄~!!!

그저 단순하게 산에 들면 심신이 개운해지고

모든 근심걱정이 사그라들어 정화되는 내 자신이 느낄수 있어 찾는다면 맞을까 ?

 

애초부터 나에겐

산을 찾는 목적이나 방법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그저 산에 드니 좋고 좋으니 다시 찾게 되고...

 

올 한해는

산을 대하는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 본 한해로 기억될겁니다.

그러나 그런다 해도 달라질건 없을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일로 잠시 소원해진 여린마음의 그녀석이 소식을 끊은게 마음 아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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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멀리라도 떠나고 싶은 

널널한 나의 시간을 억메고 옥잡아 놓은 건

그냥 무시하고 내 팽개처 버릴 수 없는 삶의 현장이 맺어준 인연의 굴레입니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인 각종모임...

 

삶을 이어가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아주 가까운 계룡산으로 만행에 가까운 발걸음이 서운함을 대신함니다.

오늘은 그저 발길 닿는대로 무심히 한정없이 걸어 보렵니다. 

 

   (상신리 들머리)

 

 

평일의 한가로움은

초겨울 을씨년스런 풍광의 설희계곡을 침묵에 잠들게 함니다.

휴일이면 등산객들의 번잡스럼으로 활기찬 계곡이 될것인데...

 

 

 

홀로 걷는게 얼마만인지 ?

큰애가 유치원 다닐때 홀로 산행하다

눈속에 고립되어 염라대왕 문턱까지 갔다 생환한 그날이후

나홀로 걸은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걸 기억함니다.

 

산은 단지

나에겐 정복의 대상였던

펄펄 기운  넘쳣던 그때 그날 이후

산은 나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고 겁대가리 없던 놈에게

진정 두려움이 뭔지를 일깨워준 스승입니다.

 

빠르지도

그러다고 느리지도 않는 발걸음을 멈춥니다.

정적에 잠긴 죽음같은 침묵을 떨치는 청아한 소리가 계곡을 일깨워놓습니다.

일순 계곡은 살아 숨쉬는 심장의 힘찬 고동처럼 펄떡 펄떡 숨을 쉽니다.

 

딱~ 따다다다다..

딱~ 따다다다다.

 

딱따구리 소리입니다.

숲은 살아 있었습니다.

딱따구리 소리에 이어 각종 새소리로 생명의 숲은 분주함니다.

다만 그동안

상념에 젖어있던 내마음이 그걸 느끼지 못했을 뿐...

 

큰배재...

장군봉에서 이어진 능선과

천정골과 설희계곡에서 올라오는곳이 만나는 안부 사거리가 큰배재 입니다.

잠시의 망설임이 있습니다.

능선에 붙으면 남매탑에 갈수 없는 대신 기막힌 조망이 기다립니다.

발걸음이 능선을 향함니다.

몸은 능선을 향한 오름질로 바쁜데 마음은 남매탑을 향함니다.

이런~!!! 

 

  (능선에서 바라본 반대편의 황적봉과 천왕봉 능선)

 

  

  (장군봉 뒤로 실루엣의 우산봉과 갑하산)

 

 

 

  (삼불봉 아래 계명정사와 남매탑)

                 

암릉을 타고

능선에 올라붙자 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계룡산일대의 풍광은 이곳을 택한 발걸음의 탁월한 선택에 마음이 흡족함니다.

다만 우울하고 스산한 초겨울 풍광을 더 을씨년 스럽게 만들어 버린 잿빛의 흐린 하늘은 밉상입니다.

 

암릉과 소나무의 어우러짐이 어여쁜

오솔길 발 아래론 남매탑과 계명정사의 모습이 아주 가깝게 내려 보입니다.

 

능선을 걷다보면

굳이 샛길로 지정해 막아놓아야 할 이유가 없을 이곳에

언제부터인지 호화로운 묘지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찌...

숲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출입을 금한곳에 저런 묘지는 무슨 연유인지 ?

 

저기의 묘지는

상신리에서 9곡을 선정하고 바위에 이름을 세긴

단학의 대가 취음 권 중면 선생의 후계자가 운명하자 이곳에 묻었다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 사실이 맞는지 어떤지는 잘 알지 못해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아무리 훌륭한 업적과 위업의 공로로 이곳에 뭍혔다 한들

오가는 사람들의 비웃음과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면 아마 뭍혀있는 고인도 결코

그자리를 원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정녕 내가 얄밉게 생각하는건 저런곳에 묘지를 허용한 관리공단의 행태임니다.

 

 

 

  

능선에서 내려 기존등로와 만나

남매탑으로 내려오다 예전등로를 따라 삼불봉을 향함니다.

그간 사람발길이 뜸한 탓에 등로가 낙엽에 뭍혀 희미함니다.

들어서자 얼마 안돼 만나는 샘터엔 물이 말랐습니다.

지도상 775.1봉과 삼불봉 사이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의외로 넓은 공터에 도착함니다. 

 

공터입구엔

거북모양의 암릉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거북이 모양의 암릉앞 공터는 단애절벽이 자리하고 있어

그 아래엔 지금도 무속인이 찾아 오는듯 치성을 드린 흔적이 역력함니다.

 

예전 이곳을 찾아냈을때

난 이곳이 오성대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도에 표기된 오성대는 한참 더 아래에 있습니다.

오늘은 그 오성대를 찾아가려 함니다.

그러나 낙엽과 너덜길 그리고 확실하지 않는 등로에 발길을 돌림니다.

ㅋㅋㅋㅋㅋ

나이 들며 부쩍 늘어난 겁이 나의 발길을 돌렸습니다.

 

  (샘터)

 

 

  (기도터에서 바라본 계룡산 정상과 쌀개능)

 

  (기도터 길목을 지키는 거북이)

 

 발길이 금잔디 고개를 향함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금잔디 고개는 한산함니다.

아무도 없슴에 뒤를 힐끔거리며 얼른 수정봉을 향한 오름질로 몸을 숨깁니다.

 

수정봉을 앞둔 갈림길...

뚜럿한 수정봉을 향한 길을 버리고

신흥암까지 짧게 가지를 친 능선길로 발길을 옮깁니다.

등로는 희미하게 이어지고 잡목이 성가시게 앞을 막아서나

내친 나의 걸음을 막지는 못함니다.

숲에 가렸던 조망이 일순 터지며

허연 화강암의 암릉 너머로 갑사지역이 훤해 내려다 보임니다.

 

   (내려다본 수정암릉)

 

수정암릉은 짧지만

여느 바위와 다른 까탈스러움에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닙니다.

암릉은 오름보다 내림길이 더 위험하기에 바짝 긴장하고 최대한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조심스런 진행으로 무사히 내려 신흥암에 도착함니다.

 

 (수정암릉의 모습들)

            

 

 

 

 

  (수정암릉에서 내려다 본 신흥암)

 

 

 

  (신흥암 전경)

 

 

(신흥암에서 올려다 본 수정봉 암릉)

 

 (신흥암의 천진보탑 풍경)

                       

     

 

 

 

신흥암에서 조금 올라가다

대자암 능선으로 붙을까 하다 이왕이면

처음부터 밟아보자란 생각에 갑사를 향한 내림길을 향하다

대성암 앞뜰을 지나 연천봉을 향한 등로를 따라 다시 오름길을 오릅니다.

 

이내 갈림길에서

대자암을 향한 가파른 시멘트 도로를 올라 경내에 들어 섭니다.

경내 앞뜰엔 이곳은 참선수량의 도량이오니 일반인은 발길을 돌려달라 함니다.

그러나 등로는 대자암을 앞두고 우측으로 열려있는게 분명하여

그곳을 향해 고양이 걸음으로 걸어 들어섰는데....

 

경내엔 겨울을 준비하는 듯

전기톱으로 장작을 자르고 나르는 스님들이 분주함니다.

선을 수향하는 스님들이라 그런지

수염이 덥수룩한데 눈빛은 날카로아 형형스럽습니다.

말은 안해도 처다보는 눈빛이 나의 걸음을 제압함니다.

순간 기가 죽은 나의 발걸음이 되돌려지고 가파른 시멘트 도로를 도로 내려옵니다.

 

   (대자암 전경)

 

능선을 찾아 무작정 숲길을 치고 들어갑니다.

핡키고 뜯기며 낙엽에 미끄러지고....

이윽고 찾아든 능선길은 희미하나 그간의 힘든길에 비하면 고속도로입니다.

대자암부터 시작된 능선은 자연성능을 향해 고도를 높입니다.

의외로 오를수록 길은 뚜렷하고 풍광은 황홀함니다.

 

   (대자암 능선의 암봉)

 

 

                

 

  (대자암 능선에서 바라본 수정봉 암릉)

 

이미 때를 넘겼건만

이상하게 배가 고픈줄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후 2시가  가까워 옴에 첫번 만나는 암봉에 앉아

방금 밟아 내렸던 수정봉 암릉을 내려보며 도시락을 먹는데 등로를 찾는랴

흠뻑 젖은 옷으로 인해 한기가 느껴저 먹다말고 그냥 챙겨넣은 후 보온통에 담아온

뜨거운 한방차로 몸을 달랜후 급히 일어나 길을 재촉함니다.

 

 (능선에서 내려다 본 신흥암)

 

   (대자암능선 암릉뒤로 문필봉과 연천봉)

 

능선길이 갑자기 근육질의 암릉으로 꿈틀댑니다.

연속되는 대슬랩의 암봉을 조심스럽게 타고 오르는데

칼바람이 불어 제키자 순간 손이 얼어붙고 귀때기가 떨어질것 같은 통증이 몰려옵니다.

얼른 베낭을 열고 모자와 장갑으로 무장을 해 보는데 암릉을 잡고 오르내리는 장갑 낀 손이 불편해

그냥 맨손으로 산행을 이어갑니다.

 

대자암을 오르는 능선길의 나를 뒤따르는 

아빠곰 엄마곰 그리고 세끼곰 세마리가 눈에 뜁니다.

멀리서 보니 영락없는 곰의 형상인데 오늘 가저온 구식 옛 디카의

줌 기능이 고장나 그 모습을 땡겨잡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곰 형상의 암릉)

 

암릉이 끝나자

이내 솔숲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다

자연성능과 만나며 오늘 대자암 능선길은 끝이 납니다.

계룡산을 오랫만에 찾은걸 금방 느낄 수 있을 만큼 자연성능길이

새롭게 정비되어 나를 맞아줍니다.

 

 

   (자연 성능길)

 

    (삼불봉 전경)

 

 

삼불봉을 내려오다

오성대를 향한 미련을 못버린 난 다시 그곳을 향함니다.

 

삼불봉 아래의

위험스런 너널길을 한정없이 내려섭니다.

그러다 이내 심우정사에서 부터 이어진 호스줄을 발견함니다.

계곡의 물을 받기 위해 이어진 호스로 생각되는 그줄을 따라 심우정사와

반대편으로 희미한 등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 보지만 지도에 표기된 오성대를 찾을 수 없습니다.

 

비슷한 공터 한군데는 있으나

삼불봉 바로 아래 거북바위가 지키는 기도터에 비해 규모나 주위 풍광이

오성대라 여겨지지 않아 이름에 걸맞는 장소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한참을 헤메다 포기한 후 심우정사로 항함니다.

 

  (심우정사 뜰에서 바라본 계룡산 정상과 쌀개능)

 

 

오성대 계곡의 너널길을 넘어 심우정사로 향한 길목의

철조망을 낮은포복으로 통과후 심우정사 뜰에 올라섭니다.

초대받지 않는 낯선 이방인이기에

조심스레 심우정사를 스처지나 계명정사로 향한 오솔길을 걷습니다.

 

   (심우정사 전경)

 

 

잠시후..

계명정사와 동학사로 갈리는 길에서 잠시 망설임이 있습니다.

동학사로 향한길의 유혹이 강함니다.

시간이 좀 촉박해 고민하다 끝내 그길로 발길을 옮깁니다.

가보지 못한 길의 유혹에 약한 탓도 있으나 그길의 솔숲 오솔길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오솔길...

그길을 따라 단숨에 동학사에 도착을 합니다.

 

  (동학사 전경)

 

 

동학사를 지나

또다시 남매탑을 향한 오름질을 시작함니다.

해가 짧은 겨울임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저 옵니다.

지금껏 룰루랄라 산책하듯 여유롭던 발걸음이 순간 바빠집니다.

 

가슴이 터질듯 숨이 차오르고

혈액이 몰린 장단지와 종아리가 통증에 못견딜 한계상황에 다다른 쯤 

남매탑을 몇걸음 남겨놓은 갈림길에 이르자 온몸이 땀으로 목욕을 했습니다.

 

 (되돌아온 큰배재의 이정표)

 

잠시의 휴식에 되찾은 기력을 바탕으로

큰배재에서 상신리로 냅따 내림길을 달려 내려갑니다.

해가 지려면 아직은 여유로운데 하늘이 어두컴컴하더니 빗줄기가 뿌려댑니다.

등로에 밟히는 낙엽이 습기를 머금자 미끄러워 맘대로 속도를 낼수가 없습니다.

시간을 보니 그럭저럭 저녁 모임엔 갈수 있을것 같아 안전을 위해 뛰는 발걸음에 제동을 겁니다.

 

  (상신리로 향한 내림길)

 

 (상신리 입구)

 

바삐 서둔덕에

동학사에서 상신리까지 한시간만에 넘어왔습니다.

덕분에 온몸이 땀으로 흥건함니다.

 

조그만 주차장에 어울리는

앙증맞은 나의 애마 티코가 오롯이 홀로남아 쥔장을 기다립니다.

만 16년을 넘어 이제 내년이면 17년을 함께 보낼 나의 분신같은 티코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나의몸을 따뜻하고 안온하게 맞아 줍니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만행처럼

계룡산 속살을 하루종일 헤집고 다닌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육신의 곤단함과 반비례한 마음의 평안을 얻었습니다.

산은 지친 나의 영혼을 달래주는 삶을 지탱시켜 주는 원천임에

이렇게 종일 하루를 보낸 만족감으로 행복함이 모락모락 가슴을 지펴줍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