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속초로 간다. 올해 몇번째 가는 길인가 잘 모르겠다.

고향이 속초라서 일년에 몇번이고 속초에 간다. 이번 여름휴가도 속초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직 장가를 못간 서른네살 총각은 속초에 갈때 마다 부모님께 미안하다.

 

고양시에서 속초까지 가는 길은 꽤 멀다.

한참을 달려 달려 백담사 앞이다. 이제 미시령 고개만 넘으면 집이다.

 

일요일에 속초에 도착하니 태풍이 지나가서 바다는 파도가 높다. 김새는 소리.

월요일 아침  도시락을 챙겨들고 설악산으로 향한다. 공룡을 타러...

소공원에 도착하니 9시가 거의 다 되었다. 이제 비선대로 향한다. 혼자서 산에 가면 좋은 점도 있고 나쁜점도 있다.  친구들은 결혼들을 해서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젊은 탓인지 산에 가자고 하면 거긴 힘들게 뭐하러 가냐고 한다.  하긴 나도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이제 일년에 조금 넘었다.

 

대청봉도 근 십년 만에 작년에 다시 넘어 봤다.

하옇든 조금 걷다 보니 비선대다. 여기까지는 무지 많이 와본 곳이다.  이제 금강굴 쪽으로 방향을 튼다. 비선대에서 금강굴 위까지 쉽지 않다. 헉헉 댄다. (젊은 놈이 왠 헉헉 이라고 하신다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시작은 항상 헉헉이다.)  금강굴을 지나쳐 계단길로 오르고 또 오른다. 한참 오르니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남자 두 분이 앉아 계신다. 나도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땐 여기서 바다가 보였는데 오늘은 구름 투성이다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허전 섭섭하다.

 

먼저 오른 남자 두 분 중 한분이 담배를 태운다. ( 산에 오르기전 갈등을 하다가 담배를 사오지 않았는데 피우고 싶어진다. 한대 얻어 피운다. 이게 화근이다 산행내내 담배가 피우고 싶어 혼났다. 산에서 담배 피우면 안되는데....)

 

다시 출발이다  두분이 먼저 일어나시고 내가 조금 있다가 출발했다. (전화가 오는 바람에 여기서도 전화가 터지네...ㅎㅎ).  마등령까지 가는 길은 이제 수월하다. 이코스는 금강굴 바로 위까지는 헉헉 되어도 그 다음 부터 마등령까지는 평탄한 산길이다.

 

난 속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속초에서 자랐다. 솔직히 설악산은 나에게 항상 두려움에 대상이다. 내가 어렸을 때 속초 시내에도 1 미터가 넘는 눈이 종종 왔었다. 버스도 다니지 않았던 일도 종종 있었다.  그때 설악산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을까?  어느 해엔 사람이 얼마나 죽었다 어느해엔 누가 어느 계곡에서 동사했다더라 등등....이런 저런 연유로 설악산은 나에게 항상 두려운 존재였지 즐길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 맘은 항상 같다.

 

고등학교 때 처음 대청봉에 올라간 이후로 속초가 고향이면서도 아마도 대청봉에 오른게 다섯번도 안되는 것 같다. 

 

산뿐만 아니다. 바다 역시 내가 수영을 제법 하는 편에 속하지만 바다 역시 나에겐 두려움에 상대다.

평온안 산 평온한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마등령 가기 전 이제 금강문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절경은 정말 멋진데 오늘은 안개 같은 구름 뿐이다. 아무 것도 볼수가 없다.

 

금강문 지나 샘터에서 물 한모금 하고 다시 출발한다. 오늘 산행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산행이 될 거 같다. 이놈에 안개 때문에.....

 

다시 출발하니 어느새 마등령이다. 소공원에서 출발한지 약 3시간이 조금 넘어선 것 같다. 솔직히 처음에 공룡을 갈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백담사쪽으로 넘어 갈까도 생각 했는데  여기까지 오니 공룡을  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라고 생각 되는 몇몇이 공룡으로 향한다.

잠시 마등령에 앉아 있다가 나도 공룡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룡엔 작년이 처음 이었다. 지금이 두번 째 산행.....  작년에는 공룡을 넘으면서 날씨가 좋았던 탓에 많은 것을 볼 수가 있어서 무지 즐거웠다. 오늘은 하지만 영 아니다.

 

마등령을 출발하자 마자 잠시 구름이 걷힌다. 구름속에 용아 장성 .... 그리고 설악산에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산이 내가 자연에 일부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다.  나도 자연이다.

 

공룡 공룡.... 고개를 넘고 다시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고... 안개 안개 구름 구름.. 예상은 했지만 너무 하다.  1275봉 근처에 오니 아까 먼저 출발한 학생 무리가 보인다. 어디 학교 산악회 학생들 같은데... 여학생이 힘들게 오른다. 좀 도와줘도 되련만 옆에 서있는 선배 인듯한 남학생은 도와 주질 않는다.  나름에 훈련인가 보다. 

 

학생들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한다.  배가 고프다. 1275 봉을 지나 오니 시장기를 느낀다.

밥이나 먹자.  혼자 산에 오면 이래서 좋다. 내가 밥먹고 싶을 때 내가 무언가를 보고 싶을 때 내가 잠시 생각하고 싶을 때 오로지 나만을 위해 시간 안배를 할 수가 있어 좋다.

 

도시락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신선봉에 올 때까지 보이는 것은 구름 뿐이다.  계속 섭섭 허전한 마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공룡을 넘을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허락 된 것 많으로도 감사해야 겠다.

 

무너미 고개 도착 3시40분. 소공원에서 출발한지 벌써 7시간 가까이 되었다. 이제 하산 길만 남았다.

여기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가면 된다.  4시에 출발.  그런데 큰일이 생겼다. 갑자기 오른쪽 무릎이 아파온다.  오른쪽 무릎을 굽히면 너무 아프다. 양폭도 못와서 이렇게 되다니.  정말 큰일이다.

 

하는 수 없지 않은가 아픈 다리를 끌고 내려가는 수 밖에...  이제 양폭이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다. 다리가 아픈 까닭에.......   양폭에 올때 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난다.

가스 부르스타를 들고 대청봉 까지 갔다 내려오는 길에 여기서 밥해 먹은 기억이 난다. 다들 어디서 뭐하는지 그 중에 연락되는 친구는 한명밖에 없다. 그놈도 이젠 한국 땅에 없고 미국땅에 있다.

 

아픈 무릎 때문에 무릎을 굽히지 않고 내려간다. 뻗짱 다리가 되어 꼭 로보트 다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무릎을 굽히지 않고 내려가려니..... 평지에서 괜찮은데 .... 산길은 힘들다. 계곡엔 물이 많고 산은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난 지금 다리가 아프다. 매 발 걸음 마다 잘 내려 갈 수 있을 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럴때 혼자 산에 온게 후회된다.  많은 사람들이 날 앞질러 간다. 난 양보를 하고 조금씩 천천히 간다. 아주 천천히......

 

마지막 500 미터 말뚝을 보고 정말 반가왔다. 그런데 그 마지막 500 미터가 너무 너무 길다. 비선대가 이리 멀었단 말인가.

 

하지만 항상 걷다보면 끝은 있는 법. 비선대다. 7시 반이 되어간다.  무너미 고개에서 여기까지 4시간 가까이 무릎이 아프긴 아팠나 보다.

 

이번 산행엔 하산길이 힘들었다. 왜 갑자기 무릎이 아팠는지 알 수가 없다.  하루 이틀 자고 나면 나을 것이다. 그리고 공룡에서 핸드폰이 터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신선봉 근처였던가 하옇든 전화가 와서 한참을 씨름했다. (휴가인줄 어찌 알고 그렇게 전화를 해대는지 ㅎㅎㅎㅎㅎ)

 

힘들었지만 생각할 수 있는 산행 이었다.  산은 항상 나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준다. 휴가를 끝낸 지금 공룡생각이 자꾸나서 산행기를 써 본다.  어제 그제 뵈었건만  다시 뵙고 싶은 부모님 생각도 나고.... 무릎도 다 나았고.....

 

한참 지나서 나도 나이가 많이 먹게 되면 내 고향 속초로 다시 가서 살고 싶다. 

북한산을 자주 가는 고양시에 사는 속초 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