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의 여울이 깊게도 지는데.. /설악산


 


 
 

2011. 2. 12 (토)


 


 

해오름 43명


 


 

한계령 ~ ... END


 


 
 


 

[1] 합심한대로 이어가지만..


 

마음에는 온통 자유천지 설경의 생각뿐이었다. 특히 그 남자가 그곳을 좋아한다는 말을 연거푸 들었을 때 내 마음의 뜻과 일치되었다는 생각에 크게 고무되었다. 그가 말하기를,

「설 푸른 대기 속에 한 점의 보석같이 박혀있는 찬연한 진주를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기는 것이 좋아 자꾸 그 언저리가 그리워져 가고 싶으나 쉽게 가지 못 한다 」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려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우린 누구의 시선과 주시도 아랑도 하지 않은 채 긴요한 일상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런 마음과 마음이 합심되었기 좋은 나날을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

 

 

시간 위에 떠 있는 설산의 자태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돌고 돌아가는 시대의 지경은 도루라미 돌 듯 잘 돌아가며 끝을 맺는데 자연의 지경은 끝이 없다. 하지만 그 곳을 가로막는 부산물의 선에 경계가 그어진다면 ... 그러나 해오름의 동지들의 따듯한 마음만 자연 속을 헤멜 뿐이다. 무엇보다도 자연을 감싸는 집요한 생각이 있었기에..


 

노한 자연의 흔적이 너무 세다는 것을 알았다. 가면 갈수록 더 커지는 것을 알았다. 자연만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알았다. 느껴울 정도로 커지는 바람소리가 자그마한 공간을 요새로 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소리를 듣고 쏟아질 눈(雪)의 의심을 알아채었다. 촘촘히 박힌 허공을 바라보는 눈망울은 깊은 여운을 남긴 채.


 

「어쩌면 못 들어가 갈지 몰라요.」

「괜한 생각하지 말아요. 말이 씨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자, 좋은 생각만 합시다.」

「반딧불처럼 빛나는 설경의 깊은 맛이 살아 움직이며 가슴속을  애태우네요. 」

「그날을 생각하며 눈 감아 버릴 겁니다.」


 

[2] 백지장처럼 고운 겨울의 창이 열리며..

 

극한 속을 거니는 그 속처럼, 새하얀 미로를 걷는 거울 속처럼, 하얀 물체 위에 빛나는 산정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우리가 걸을 길 위에는 설가루가 지배를 하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가히 형용할 수 없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連景이 명제적이었다.

 

유리창에 비치는 빛의 그을림이 새하얀 빛으로 둔갑시킨다. 무수히 많은 알갱이들의 합창도 이어진다. 곳곳에 뿌리박힌 채 쌓이고 쌓이며 낭만으로 승화시킨다. 돌고 돌며 떠다니는 산정의 형상은 대양위에 떠있는 하나의 물기둥처럼 비쳐진다.

 

「어머, 내 눈 속에 아른거리며 지워지질 않네요.」

「나도 그 비경에 스트레스가 심해집니다.」

「하하하~~」


 

여러분, 준비합시다. 6평 반 정도의 공간은 비좁을 대로 비좁았다. 무거운 공기만이 한 사람 한 사람 입김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서서히 냉기를 되찾고 있었다. 급한 물살에 휩쓸리며 떠내려가는 사람들처럼 가히 엄두를 못내는 속도로 빠져나가며 차디찬 공기만을 불어넣어주었다. 아마, 그 속도를 환산하자면, ...


 

[3] 자태의 고고함에 맞서.. 그러나 END..

 

비춰지는 겨울의 창이 열린다. 진정 겨울의 문을 활짝 여는 곳의 자태가 고고하기만 하다. 능선을 잇는 산맥의 결마다 하늘과 이어져 있다. 광활한 세계의 표상을 보는 듯하다. 거대한 물결이 몰려오는 듯하다. 산중은 고요한 몸짓을 해대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희미하게 퍼져있는 안개의 속살이 살포시 드러낸다. 연푸른 색감이 빛 속에 그을리며 진한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산맥들도 덩달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황량함과 풍만함이 대비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순간이다. 자연력이 느껴지는 질 좋은 비경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자, 모입시다. 이르게 설경 속에 취해있는 몇 사람을 빼고서 차례로 모여든다. 몸을 추스르는 동안은 삽시간에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국공의 책임자가 앞을 가로막는다. 아뿔사..


 

「눈 폭탄의 저주로 인하여 입산이 금지되었습니다.」

「, , , , , 」

「어떻게 하면 되죠.」

「그냥 돌아가시면 됩니다.」

「, , , , ,」


 

무거운 침묵만이 허공을 가른다. 굳어진 고목처럼 꼼짝하지 않는다, 먼 하늘만 주시한 채.

가느다란 목소리로,

「여러분 철수합시다.」


 

무거운 발걸음을 놓은 채 몸이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내리는 눈은 우리네 속내를 알아채고 있었다. 끝없이 그려왔던 그날은 순간의 찰나가 되고 말았다.


 

2011. 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