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2일

겨울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선자령을 향해 달려간다.

바람과 눈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설원을 꿈꾸며 새벽 4시 집을 나서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횡성에서 다시 구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니

지금은 그저 적막감마저 도는 대관령 휴게소에 닿는다.

대관령터널이 뚫리면서 휴게소는 폐쇄되고 가끔 들르는 산행객을 위한 간이매점만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풍력발전을 위한 거대한 구조물이 대관령을 지키고 있다.

 

선자령을 찾아 서서히 겨울나라로 발길을 옮긴다.

길옆 전나무에도 화사한 눈꽃이 피어 지나는 발걸음을 잠시 잡아둔다.

 

 

멀리 선자령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좁게 난 등산로를 따라 13년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파란하늘 아래 펼쳐지는 겨울향연을 음미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간다.

선자령은 1157m의 높이지만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겨울능선산행의 진수를 느끼게 해준다.


한고개를 올라선다.

갈대사이로 아내와 이제는 나보다 더커서 조금은 징그러운 녀석을 함께 담아본다.

 

아들은 먼저 저멀리 사라지고 아내와 함께 언덕을 내려서니 천상의 화원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물푸레나무 숲에 하얀 눈이 만들어내는 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가는 발길을 잡아끄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능선길을 재촉한다.

멀리 중앙에 보이는 선자령을 배경으로 지나는 산님들을 담아본다.


 

등산로에서 약간 비켜서있는 소나무가 넘 외로운지 잠시 우리들에게 한켠을 내어주며 좋은 사진을 선물해준다.

 

점점 선자령에 다가갈수록 넓은 초원이 두터운 눈을 이불삼아 우리 발아래 긴 겨울잠에 빠져있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장대한 설원이 펼쳐진다.

남극의 빙하를 걷고 있는 듯,

북구 시베리아 벌판을 걷듯이,

그렇게 설원을 지나간다.

 

멀리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려는 듯 아들이 설원을 오르고 있다.

그 옆으로는 차가운 바람을 먹고 자라는 상고대가 하늘을 수 놓고 있다.


 

 

더뎌 선자령에 선다. 멀리 강릉시와 동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선자령에 ...

 

외로운 나무 한그루가 죽어서 차가운 겨울바람을 빌려 잠시 서리꽃으로

환생했나봅니다.

 

겨울 한가운데서 잠시 사막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내림길에 들린 단군을 모신 산신비각에서 오늘 큰 굿거리가 있나봅니다.

징소리가 조용한 산을 울리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번 겨울에 최고의 설경을 선사해준 선자령을 뒤로한 채 이젠 김천으로 되돌아가는 긴 여정에 잠시 눈을 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