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월산 산행기

 

● 일월산이란... 
 

영양군 일월면과 청기면, 봉화군 재산면 등에 걸쳐 있는 일월산은 백암산에서 칠보산으로 이어지던 낙동정맥이 853m봉을 지나면서 서쪽으로 가지를 쳐 솟구쳐 올린 산이다. 일월산은 일위산(日圍山), 일우산(日雨山), 쌍요악(雙曜岳)등으로 불린 적이 있으며 산의 형세가 순하게 생겼다 하여 순산(順山)으로도 불린다.


 

동해 위로 떠오르는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일월산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하는 이산에는 산의 품과 산세만큼이나 약초와 산나물이 많다. 아울러 월자봉 아래에는 '황씨 부인당'이라고 하는 신령각이 있는데, 이 황씨부인당에 있는 황씨 부인의 혼령이 태백산에 있는 단종의 혼령보다 영험하다 하여 혹자는 이 산을 '신령의 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월산 전경>


 

 

<일월산에서 바라 본 청량산>


 

  

<일월산에서 바라 본 소백산>


 

<월자봉 정상>


 

● 일월산 등산로

일월산 산행 기점은 크게 네 군데로 나눠 볼 수가 있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하여 대개의 경우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 어느 곳으로 가던지 자가용을 가지고 가는 것이 편리하다.


 

◎ 찰당골 코스 : 이 코스는 현재 댐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등로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으나 일월산 산행의 진수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어느 곳으로 가던지 4시간에서 6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가 있다.

* 1코스(13.9km, 가장 널리 이용되는 코스)

. 아랫찰당골→추자봉→다래바위→장수바위→일월재→월자봉→쿵쿵목이→방아목→아랫찰당골

* 2코스(11.6km)

. 아랫찰당골→추자봉→다래바위→장수바위→일월재→월자봉→천화사→아랫찰당골

* 3코스(9.5km)

. 아랫찰당골→천화사→월자봉→쿵쿵목이→방아목→아랫찰당골


 

◎ 용화리 코스 : 이 코스는 산행 거리가 짧고 접근이 쉬우나 산행의 맛을 느끼기에는 다소 미흡하다. 그러나 차편이 마땅하지 않아 윗대티 코스를 제외하고는 올라갔던 등로를 따라 다시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1코스 (8.2km)

. 윗대티→월자봉→쿵쿵목이→해맞이 광장→윗대티

* 2코스 (10.6km)

. 선녀탕→해맞이 광장→월자봉→해맞이 광장→선녀탕


 

◎ 오리리 코스 : 이 코스는 접근이 어려워 잘 이용하지 않으며 올라갔던 곳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1코스 (8.8km)

. 윗노루목→쿵쿵목이→월자봉→쿵쿵목이→윗노루목


 

◎ 도곡리 코스 : 이 코스는 접근이 비교적 용이하고 윗노루목을 이용하면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나 산행 거리가 길다.

* 1코스 (19.2km)

. 도곡→방아목→쿵쿵목이→월자봉→쿵쿵목이→방아목→도곡

* 2코스 (16.2km)

. 도곡→방아목→쿵쿵목이→해맞이 광장→쿵쿵목이→방아목→도곡


 

● 월자봉 아래에 있는 황씨 부인당의 전설


 

조선 순조 때, 일월산 남쪽 당리 마을에 사는 황씨 집안의 한 처녀가 정씨 집안으로 출가를 했는데, 첫날밤을 치르기 전 신랑이 신부를 두고 소변을 보러 나갔다 돌아오면서 신방 문에 비친 대나무 잎의 그림자에 놀라(평소 신부를 연모하던 동네 총각이 칼을 품고 숨어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라 함) 도망을 쳐버렸다고 한다.


 

그 후, 신부는 족두리를 쓴 채 꼼짝 않고 앉아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도망친 신랑은 새장가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새 장가를 든 신랑은 하는 일마다 말썽이 생겼고 태어나는 아이는 낳는 대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이를 고민하던 신랑이 점쟁이를 찾아갔고 점쟁이의 말에 따라 전 부인을 찾아다닌 모양이다.


 

그러다 일월산의 어느 오두막집에서 전 부인을 만났는데, 안타깝게도 신랑이 부인에게 손을 대는 순간 부인은 무지개를 타고 승천을 해버렸다고 한다. 승천을 하던 부인의 부탁에 따라 지금의 월자봉 아래에 세운 신령각이 황씨 부인당이라고 한다.

산행개요


 

● 산행일자 : 2004년 2월 24(화요일)

● 산행구간 및 구간별 도착시간 : 아랫찰당골(09:24)→추자봉(09:52)→악어바위(10:45)→다래바위(10:49)→장수바위(10:52)→일월재(11:30)→월자봉(11:54)→쿵쿵목이(12:24)→천화사(13:02분)→아랫찰당골(13:30)

● 산행거리 : 약 12km

● 산행시간 : 4시간 06분

● 날씨 및 조망 : 기온은 -1 ℃ ∼ 3 ℃정도였으며, 구름이 다소 많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음. 소백산, 통고산, 백암산, 청량산, 장군봉 등이 조망됨.

교통편

* 일월산 산행에 있어서 가장 불편한 것이 대중교통이다. 영양에서 윗대티 마을이나 당리까지 운행하는 대중교통은 더러 있으나 당리에서 아랫찰당골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5km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 따라서 일월산 산행을 수월하게 하려고 하면 자가용을 이용하여 아랫찰당골까지 간 다음,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것이 좋다.


 

산행기


 

당리를 거쳐 아랫찰당골에 들어서자 댐 공사로 주변이 어수선하다. 산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산행을 나섰던 탓에 막상 도착을 했어도 어디로 올라가야 할지 막막하다. 마침 댐 공사까지 겹쳐 주변이 어수선하니 산행 기점 잡기가 더욱 어렵다.


 

가져간 지도에는 천화사를 거쳐 월자봉으로 이어지는 등로와 윗찰당골을 거쳐 동화재로 이어지는 등로가 보였지만 천화사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다. 해서 적당한 곳에 차량을 세워 두고는 동화재를 거쳐 월자봉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윗찰당골로 이어지는 공터로 내려가자 마침 대구에서 올라온 차량이 보였다. 공터 바로 위에는 추자봉을 거쳐 월자봉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보였고 등로 입구에는 이정표(추자나무골 해발 460m, 일월산 7.8km)가 있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 이정표가 있으니 산행 기점 잡기가 수월하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추자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의 경사는 보통이 넘었다. 초반부터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다. 하지만 등로가 뚜렷하니 정맥이나 기맥의 마루금을 이어갈 때처럼 긴장을 하지 않아서 좋다. 올라간 추자봉 정상에도 이정표(추자봉 해발 860m, 찰당골 2km, 일월재 5.1km)가 있다.

  

추자봉을 지나자 굴곡 능선이 이어지면서 산행의 속도가 붙는다. 추자봉으로 올라오면서 불순물을 쏟아버린 덕분에 탄력이 붙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청량산의 암봉이 수줍은 듯이 고개를 내밀고 있고, 풍기 너머에는 소백산이 흰 눈을 이고 있다. 햇살에 반짝이는 백두대간의 산마루가 너무나 아름답다.


 

굴곡 능선을 지나고 제법 가파르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지나 다시 올라가자 810m봉의 정상이 나오고, 이곳을 지나자 잠시 굴곡 능선이 이어지다가 전망 좋은 무덤이 나왔다. 여기서 보는 일월산의 풍경도 과히 예술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갈색의 산마루가 너무나 탐스럽다.

  

무덤을 지나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자 완만한 오르막길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 전망이 트여 있는 바위지대가 나왔다. 악어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던 청량산과 소백산의 자태를 완전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악어바위를 지나 잠시 더 올라가자 다래 바위(월자봉 3.6km, 찰당골 4.8km)가 나오고, 다래바위를 지나자 장수바위(장수바위 해발 1040m, 일월재 2.2km, 찰당골 4.9km)가 나왔다. 장수바위 위에는 연안 차씨 무덤이 있다.

  

육산으로만 알았던 일월산에 생각지도 못했던 바위가 있으니 흥이 나고 산행하는 맛이 새롭다. 등로도 계속해서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어 걱정거리도 없다. 장수 바위를 지나 잠시 더 올라가자 이정표(참남배기 해발 1070m, 다래바위 0.2km, 일월재 2.1km)가 있는 참남배기가 나왔다.


 

참남배기를 지나 굴곡 능선을 따라 올라가자 구멍바위가 나왔다. 악천후를 만났을 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비박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구멍 바위를 지나도 바위지대는 한동안 계속된다. 하지만 여는 곳처럼 위험하지가 않다. 산행의 맛을 돋구어 주는 양념 같은 존재일 뿐이다.

  

샘터 갈림길의 이정표(삼거리 찰당골 6.4km, 샘터 0.1km)를 지나 내려가자 또 다른 이정표(삼거리, 해발 980m, 칼바위 0.3km, 찰당골 6.8km)가 나오고, 얼마 후에는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일월재(해발 970m, 부인당 2.5km, 월자봉 1.3km, 찰당골 7.1km)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군사도로를 따라 올라가도 되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도 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등로를 버리고 군사도로를 따라갔다고 하면 모두가 웃을 일, 월자봉을 알현하기 위해서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올라가는 초입에도 이정표(쿵쿵목이 2.6km, 월자봉 1.3km)가 있다.


 

도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들어서자 바람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그 동안 지나치게 잠잠하여 심심하기까지 했는데, 갑자기 몰아 닥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벗었던 옷가지를 다시 입고, 채 녹지 않은 눈밭을 다람쥐처럼 달라붙어 올라갔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지나자 표지석(월자봉 1205m)과 삼각점 및 일월산 유래가 적혀 있는 월자봉 정상이 나왔다. 이곳에서의 조망도 과히 일품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경북의 산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간다. 백두대간의 소백산에서 낙동정맥의 통고산까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월자봉에서 황씨 부인당을 구경하려고 하면 우측에 보이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판단을 잘못하여 직진하는 등로를 따라가고 말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이정표(표지석, 해발 1085m, 윗대티 2.7km, 월자봉 0.3km)를 지난 군부대 입구(일월산 표지석이 있음)에서 황씨 부인당을 찾았으니 보일 턱이 있나.

  

  

결국에는 황씨 부인당 찾는 것을 포기하고 이정표(쿵쿵목이 1.3km)를 따라 쿵쿵목이로 갔다. 해맞이 행사장으로 등로가 이어지고 있어 어느 곳보다 길 흔적이 뚜렷한 곳이다. 가면서 보는 조망도 재미가 쏠쏠하다. 일자봉의 신음이 길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쿵쿵목이로 가는 도중에 군부대의 급수시설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천화사로 내려가려고 하면 이 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갈림길을 지나 잠시 더 올라가자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쿵쿵목이가 나왔다.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해맞이 행사장이 나오고, 우측으로 가면 방아목을 지나 찰당골로 내려갈 수가 있다.

  

방아목을 이용하여 찰당골로 내려갈지, 계곡 길을 이용하여 천화사로 내려갈지 한동안 망설이다가 천화사를 구경하기 위해 계곡 길을 택했다. 갈림길까지 되돌아 간 다음, 군부대에서 만들어 놓은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자 급경사 비탈길이 발목을 아프게 한다.


 

군시설물을 지나자 등로가 계곡을 따라 이어지더니 잠시 후, 다시 나타났다. 지난 수해 때 이곳에도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 군 시설물에 도착을 하자 강아지 한 마리가 놀란 가슴 진정시키느라 짖어 댄다.


 

초병의 외로움이 물씬 풍겨 나는 곳이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가져갔던 과일과 빵을 몽땅 주고는 일어섰더니 아쉬운 눈길을 보낸다. 군 시절, 나 역시 이 병사와 똑 같은 일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외로움과 싸우며 군 삼 년을 보냈다.


 

보를 건너간 다음, 건너편 산비탈로 올라가자 계곡을 따라 월자봉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나타났다. 사람의 왕래가 많았던지 등로가 상당히 뚜렷하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자 천화사가 나왔다. 모두들 외출을 했는지 적막감만 감돈다. 동안거가 끝난 모양이다.

  

천화사에서 찰당골까지는 산책로 같은 도로가 이어졌다. 계곡을 따라 도로가 이어지고 있어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다. 천화사 바로 아래에는 이정표(천화사 해발 750m, 월자봉 1.6km, 찰당골 2.2km)가 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한동안 내려가자 방아목 입구가 나왔다.

  

왼쪽 산비탈에는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두 분이 보였다. 댐 공사 현장에서 보았던 대구 차량의 주인들이다. 산행 내내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에는 산행이 끝날 때쯤 만났다. 반갑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만나면 반가운 곳이 산이다.


 

일월산은 생각보다 품이 너르고 아기자기한 산이다. 한번쯤 다녀올 만한 곳이다. 찰당골에 댐이 들어서면 등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햇살이 따스한 봄날, 시간을 내서 한번쯤 다녀오면 좋을 듯 싶다. 심산의 깊은 맛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 산거북이 - 제겐 참 먼산인데 일거에 가깝게 다가와 버렸습니다. 조망 참 잘했습니다. (소백산에서 일월산 보기했던 때가 엊그제입니다.) 정성드린 산행기 감사합니다.
▣ 청산소요객 - 잘 읽었습니다.개인적으로 고향이 재산이라서 사진 몇점 제가 퍼갑니다.출처는 밝히고 게시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 안성산지기 - 안녕하세요. 안성산지기입니다. 오랫동안 그리웠던 산이었는데, 이번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산행의 만족감을 느꼈고, 모처럼 긴장없는 산행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제가 올린 산행기나 제가 올린 사진은 마음대로 사용하십시요. 그렇게 하시라고 올린 것이니 마음대로 사용을 하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좋은 날 되시고 건강하십시요.
▣ 신경수 - 안녕하세요 금북기맥 끝내시고 멀리도 다녀오셨군요 낙동정맥 검마산에서 분기하여 청량산으로 뻗어 안동호에서 끝나는 산줄기 제가 얘껴놓은 산줄기인데 해와 달을 한꺼번에 아우르러 먼저 가셨군요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오신 산행에 부러움이 앞섭니다
▣ 안성산지기 - 선배님 안녕하세요. 모처럼 홀가분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직 금북기맥 산행기가 올라오지 않았던데, 산행이 끝나가는지 궁금합니다. 몸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요.
▣ 김정길 - 모처럼 홀가분하게 좋은 산 잘 다녀오셨습니다. 정맥 기맥만 자상하게 안내하시는줄로 알았는데 일반 산의 특히 일월산 처럼 사방팔방으로 나 있는 등산로까지 철저하게 안내하시는 님의 정성이 듬뿍 담긴 산행기는 역시 최고의 작품입니다. 다음 계획이 궁금합니다.

▣ 안성산지기 - 선배님 안녕하세요. 영천 지방으로 산행을 떠나신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잘 다녀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월산 산행을 마친 다음날 금수산과 가은산을 잇는 연계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당분간은 일반 산행을 즐기다 금남과 진양기맥을 답사할 계획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