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2월 20일 금요일

새벽 5시 기상.
7시 제주행 비행기를 타러 김해공항으로 출발했다.
남편이 차로 데려다 주니, 대~단히 편하다.

"고맙수~~ 내일 봐~요"

기내반입용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맨채 탑승수속을 밟으려는데,
여직원이 다가와서 배낭에 꽂혀있는 스틱을 맡기고 오란다.

아차! 깜박했군...

자리잡고, 안전밸트 매고, 커피 한잔 마시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새 제주공항에 착륙한단다.

참, 빠르기도 하지..

새삼스럽게 내심 감탄까지 해가며 창밖을 내려다 본다.

진초록, 연초록, 베이지, 갈색.. 각양각색의 밭들이 까만 띠(돌맹이 담)로 구분되어져 있어,
마치 한점의 거대한 모자이크 작품을 보는듯하다.

김해공항 주위의 드넓은 비닐하우스 들판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불과 몇 분 차이로 도착한 서울 동기가족들과 만나서, 12인승 렌트카에 짐을 싣고, 

제주수협 옆에 위치한 성복식당에서 갈치,고등어조림과 갈치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친후,
한라산(1,950m)을 오르기 위해 영실로 출발 !!(10:00)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성판악 코스는 토요일 후발로 오는 나머지 사람들과 일요일 함께 하기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뒤늦은 후회였지만, 쾌청한 날씨인 이 날 백록담을 올랐어야 하는데.... 아끼다가 뭐(?) 된 셈이 될줄이야.. ^ ^*)

99번 도로를 타고 어리묵을 지나고, 1100고지를 지나 얼마 되지 않아서 영실방면으로 좌회전.




** 영실 들머리


# 영실---(3.7km)---윗세오름(1,700 m)


AM 11 :05
드디어 영실 산행들머리에 도착했다.
날씨도 쾌청하고 푸른 하늘아래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보인다.
아마도 저 바위들이 오백나한(499- 하나는 서쪽해안의 차귀도에..)이 아닐까 혼자 짐작을 하면서 올려다 본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한라산 전체로 보면 영실은 서남쪽에 있고 어리목은 서북쪽에 있다.

두 코스가 만나는 지점에 해발 1,700미터의 윗세오름이 있다.

정상에 오르려면 거기서 1시간이상을 더 가야하지만 지금은 자연휴식년제로 막혀 있다.

경치만으로 본다면 영실코스가 한라산의 여러 등산로 중에서 가장 압권이다.

사계절 언제라도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오르기도 비교적 쉬워서

굳이 등산을 목적으로 온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올라갔다 올 만하다.

특히 영실기암으로 불리는 절벽의 경치는 제주 12경중 하나로,

그 모양이 마치 부처님의 제자들이 서있는 것 같다고 해서 오백나한이라고도 불린다.

그 기기묘묘한 모습이 진짜 사람이 굳어 있는 형상같기도 하고 일부러 조각을 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이곳이 영실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비슷해서라고 한다.

어디든 빼어난 경치에는 그럴듯한 전설이 전해져 오듯이 이 영실기암도 기가 막히게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옛날 한 어머니가 500 아들과 함께 살았는데, 어느 해 흉년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양식을 구해오라고 하고 아들들이 돌아오면 먹이기 위해 죽을 쑤었다.

그러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솥에 빠져 죽고 말았다.

아들들이 양식을 구해 돌아왔으나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큰솥에 죽만 가득 끓고 있었다.

배가 고팠던 아들들은 맛있게 죽을 먹었다.

맨 마지막에 돌아온 막내아들이 죽을 뜨려다가 솥바닥에 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막내아들은 그 뼈가 어머니의 뼈라는 것을 알고 통곡하며 제주 서쪽 끝 차귀도로 가서 바위가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형들도 슬퍼하며 울다가 바위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남은 바위가 499개라는 이야기도 있다.
-펌


AM 11 : 30

들머리 입구에 있는 휴게소 주인은 처음부터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충고한다.

1m 가 넘게 눈이 다져진 길은 내려오는 사람과 교행하는라 조금만 옆으로 비켜서도,
잘못하면 허벅지까지 다리 하나가 푹 빠진다.




숲속길을 얼마 지나지 않아, 키큰 나무는 더 이상 보이지않고, 발아래 키작은 나무들뿐이다.

어느새 냇물은 봄을 재촉하듯 제법 큰소리까지 내가며 힘차게 흐르고 있다.

기기묘묘한 바위모양을 한 병풍같은 암벽산, 암벽 곳곳에 얼어붙은 폭포(하산길에는 꽝~ !! 하는 굉음을 울리며 얼음이 떨어지며 폭포가 떨어지는 장관도 봤다.), 눈이 부실정도로 푸른 하늘,
2월의 산에서 겉옷을 벗고 눈을 밟으며 반팔로 산을 오르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사방이 툭 터진 오르막을 1시간 정도 오르니. 또다시 숲속길이다.
20 여분의 숲속길은 어느새 대평원과 이어진다.

바로 눈앞까지 와 있는 듯한 정상(백록담), 나무 한 그루 없이 끝없이 펼쳐지는 눈덮힌 대평원...
파란하늘아래, 나무 한 그루없는 하얀 눈산의 모습이 꽤나 이국적이다.


 
2m가 넘게 눈속에 파묻힌 노루샘에서 떠먹는 샘물맛이 기가 막힌다.

우리야 이리 눈을 파헤치고, 물을 떠먹지만, 노루는 어~떻~게... 불쌍한 노루... ㅎㅎㅎ...


 



PM 1 :50

드디어 윗세오름(1,700m)에 도착.



 


매점에서 파는 컵라면(1,500원)을 사들고 벤치에 앉으니, 까마귀떼가 몰려온다.

산을 다니며, 다람쥐가 코앞까지 와서 앞발을 비비는 건 봤지만, 아니, 무슨 까마귀떼가?

'물반 고기반' 아니, '눈 반 까마귀 반'이다.
하얀 눈밭에 새까만 까마귀떼가 웬말인가?

라면발을 던져주니, 기가 막히게 채간다.

이놈들도 이곳 생활에 아마도 길들여진듯하다.

밴치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없어지니, 어디론가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다.


 

'저 까마귀의 아이큐는 어느 정도일까?'

한라산까지 와서, 엉뚱한 생각을 하는 나자신이 우습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에 있는 백록담까지는 자연휴식년제로 통제구역이라 더 이상 오르지 못한다.

아쉬운 마음에 백록담을 뒷배경으로 기념사진 몇 잔 찍고 하산길에 들어선다.



★ 2004년 2월 21일 토요일

제주 관광






★ 2004년 2월 22일 일요일


성판악대피소 -5.6㎞- 사라악대피소 -1.7㎞- 진달래밭대피소

-2.3㎞ - 정상 - 1.9㎞- 용진각대피소 - 3.6㎞ - 탐라대피소 - 3.2㎞ - 관음사

산방사 아래 숙소에서 새벽녁에 비소리에 잠이 깼다.
제법 굵은 빗줄기다.

바람과 파도소리까지 어우려져 그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아... 이러다 오늘 산행은 말짱 도루묵?

전날에 아침식사를 6시에 부탁해 놓은터라 산행준비를 하고 식당으로 차를 타고 갔다.

시원한 성게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일단 성판악까지 가서 산행 여부를 결정하자며 의견을 모았다.

5 16도로(11번 도로) 를 오르는 차창에 빗방울이 부딛친다.

착잡한 심정을 한채 도착한 성판악 휴게소 앞은 여러대의 버스들이 부려놓은 많은 등산객들로 분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오늘 산행은 우천으로 인하여,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만 가능하다는 방송멘트가 연달아 울려 퍼진다.

우린 휴게소에 들어가 대책회의(?)까지 한다.

'아무런 전망도 없는 평지같은 숲속길만 갈바에는 갈 필요없다.'
-지난 가을, 연 이틀에 걸쳐 백록담에 올랐지만, 지독한 운무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는 TKK님.

'그래도 혹시.. 오르다보면 그 사이 날이 개이지 않을까?'
-여행은 여러번이지만, 한라산 등반은 처음인 대다수.

AM 8 :35
휴게소에서 거의 1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산행을 시작했다.


 

5.6km거리의 사라악대피소까지의 구간은 경사도가 지극히 완만한 산길이다.

'이러고도 과연 산위로 오를 수는 있는걸까?...'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평지를 걷는듯하다.

눈길이라 그런가 일렬로 가는 산길은 추훨도 할 수 없다.

온통 숲길이라 별로 볼 것도 없고, 앞 사람의 발만 보고 걷는다.
사실 한눈을 팔 수도 없다.
자칫 길에서 벗어나면, 대책없이 푹 빠지기 일쑤다.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며, 키작은 진달래 나무들이 사방에 산재해 있다. 제철엔 장관일듯!!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이다.

AM 11시 정각이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길을 뒤에 두고...

우천으로 인해 여기 통제선에서 그만 발목이 잡히다니...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진달래밭이라 그런가, 온통 진달래빛 비닐비옷 천지다.

많은 등산객들로 줄을 서서 컵라면 몇 개를 사서 적당한 자리를 잡았다.
(사실은 나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다져서 자리를 마련..)

평소에 소주는 입에 잘 되지않는데,
바람도 불고... 춥기도 하고... 제일 중요한건 기분이 좋아서...
두잔씩이나, 술술 잘도 넘어가던 소주의 그 화끈한 맛(?)이란.. ^ ^*

 
백록담 역시, 그 영험스런 자태를 쉽사리 허락을 하지않는가 보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하산하는 수밖에...


 


내려오는 길에는 미끄럼도 타며 잠깐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푹신한 눈길이 오히려 쿳션 역활을 해서 오히려 걷기가 편하다.

누군가 그랬다.

눈쌓인 겨울철 산행이 오히려 쉽다나?

구간구간 눈이 녹은 곳에는 돌계단, 돌맹이, 울툴불퉁한 돌길..온통 돌이라 발이 다 아플지경이다.

아마도 그 말이 맞을듯도 하다.


PM 2:00
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