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5일 맑음

배점초교 - 죽계구곡 - 초암사 - 초암골 - 석륜암터 - 국망봉(1420m)
초암사-배점초교

함께한님들=꽃사슴과나뭇꾼 신갈부부 봄소녀부부 산소녀 산이슬
물안개 온누리님들

입춘이 지나고 정월대보름 새벽에 집을 나서며 하늘을 처다보니
쟁반같이 크고 둥근달이 유난히도 밝고 선명하다.

오늘 아침기온이 영하8도 바람도 많이불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간것같다 .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때문에 고생하는 나는 더 힘들다.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할려니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니 팔다리는 어떻겠는가...
한참을 맛사지 하고서야 아침준비를 해놓고 산행에 나선다.
갱년기치료로 홀몬요법을 하면 좋다고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그저
묵묵히 받아드리지 않았던가....(나이 들어가는 과정인것을..)

그때는 몰랐었는데..친정어머님이 무릅이 시리고 팔다리가 아프다고 하더니만 네가 지금 그 나이가 되었다.

그저 운동으로 산행하며 이겨나갈려고 노력한다.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간밤에 내린눈으로 빙판길이다.
어둠이 채 가시지않은 들녁을 바라보며 어릴적추억에 잠시 잠겨본다.
보름날이면 오곡밥과 아홉가지나물을 해서 부뚜막에 올려놓으면
우리들은 집집이 다니며 바구니에 담아 모여서 먹곤했었다.

어제 보름음식을 준비해놓고, 땅콩을 준비하여 우리님들한테 함줌씩 나눠주며 새벽에 일찍 나오느라
부럼을 깨물지 않았으니 땅콩으로 대신하라 하니 너무들 좋아한다.
한과를 한바구니 준비한 봄소녀부부 덕분에 보름명절같은 분위기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그때는 모두 넉넉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눠먹었었다.
낮에는 마당에 널판준비하여 널도 뛰고, 밤이면 쥐불놀이와 강강수월래,
달님에게 소원빌며 꿈을 키웠었다.

아이들이 어릴적엔 남편이 쥐불놀이 준비하여 김포들녁으로 나가
추억을 만들어 주웠지....
생각에 잠겨있는사이 버스는 배점리주차장에 도착했다.(9시40분)

소백산을 올려다보니 능선에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우리를 유혹한다.
함께한 산소녀님 마음이 급하다. 빨리 올라가서 올해는 상고대를
기필코 보리라....
따스하게 내려쬐는 햇살과 바람이 상고대를 그대로 내버려둘지.....
우리는 올겨울에 환상적인 상고대를 북한산 태백산 청옥산에서 봤다

시멘트길로 이어지는 초암사매표소까지 가는데도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한무개하는 나도 밀릴정도다.

주차장부터 매표소를 지나 초암사에 이르는 4.4키로의 지루한
시멘트길이 시작부터 관절을 힘들게한다.

고즈넉한 산사 초암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고 아름답게 들려온다.

초암사부터는 이쪽은 남쪽이라 눈이 녹아 빙판로, 지난밤 내린눈이 등로를 덮어 조심하며 걷는다.

푹푹빠지는 눈 아마 우리가 눈온뒤로는 처음인것 같다.
선두구룹이 러셀을 하고나가 그대로 걷는데도 푹푹빠진다.

소백산은 여러번 찾았지만 이 코스는 처음이다.
계곡으로 길게 이어지는 등로 계류를 건널때는 물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은 눈을 몰아 회오리를 이르키며
우리들을 몰아친다.그럴때는 잠시 멈추고 머리를 감싼다.
아래쪽이 이럴진데 정상은 어떻겠는가?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마치 비행기굉음같이 들린다.
3년전에 비로봉에 올랐다가 바람에 날려 고생했던기억이 새롭다.

길게 이어지는 초암골계곡 오를수록 눈은 더 많아 무릅까지
빠지는곳도 있다.
석륜암터에서 국망봉까지 1.8키로 이곳부터는 나무계단과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다.

선두를 쫓아간 꽃사슴부부와 산소녀는 보이지도 않고 산이슬과 함께
중간팀에 끼어 오른다.

먼저 오른 팀들이 정상도 안오르고 하산하며 내려오고, 바람때문에
도저히 갈수가 없단다.
어떻게 온건데 그래도 국망봉은 봐야지 ......

오늘따라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힘겹게 오르노라니 앞서간
봄소녀부부 옆지기가 계곡물에 빠져 정상을 코앞에 두고 하산한단다.
물에빠진 발로 이곳까지 왔으니 동상이 우려된다.

저멀리 흰눈을 덮어쓴 비로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파란물감을
풀어놓은듯한 하늘과, 요란한 소리를내며 몰아치는 바람에 구름들은
하얗게 부서진다.
나무에 엉켜붙은 눈꽃이 파란하늘과 조화를 이루워 한폭의 그림같다.

국망봉 능선에 올라서니 눈도 뜰수없을 정도로 바람은 우리들을 세차게 몰아친다.
도저히 앞으로 전진을 할수가 없을정도로....
아래서 보았던 상고대는 간곳이 없고(바람과 햇님이 몰고간듯)

그래도 꽃사슴과 산소녀는 이바람을 맞으며 비로봉을지나 비로사로 하산한다니....

우리들은 다시 왔던길로 내려오다 양지바른곳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할려니 자꾸만 비로봉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제 쫓아가면 너무 늦을것이고......
왔던길로 내려갈려니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왕복 16.8키로 그렇게 좋아하는 많은눈도 좋아보이질 않고,
처음온 산이슬은 너무 좋단다.

주차장에 도착하며 6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집에 돌아오며 밤하늘에 휘영청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마음속으로 빌어보며 오늘 여행을 마친다.

강풍속에서도 사진찍느라 수고한 꽃사슴과나뭇꾼 그리고 산소녀님 감사합니다.









비로봉정상에서 꽃사슴과나뭇꾼




소백산 주능선














▣ 권경선 - 사진속의 눈바람만 보아도 제가 추워지는 군요.
저는 연전에 야간산행으로 소백산을 다녀왔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추위와 사투를
벌여서인지 소백산하면 몸이 떨려옵니다. 그래도 또 가고 싶은건 병이 겠지요?
안전산행 기원합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몸이 떨리는 그 칼바람, 겨울소백산은 그 바람이 없으면 매력이 없지요

▣ 이수영 - 제목을 보니 얼마나 추운 칼바람이 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요즘 소백산 산행기가 많이 눈에 띄는데 좋긴 좋나 봅니다.
모두들 그 칼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가시는 것 보면..
이번 산행기는 소백산도 소백산 이지만, 님의 회상 장면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아 살며시 미소를 지어 봅니다.^^

#수영님도 이 겨울이 가기전에 한번 다녀오세요.그 바람에는 날씬한 마나님 날아가니
꼭 잡고 ....멋진 파노라마사진도 찍으시고....

▣ 똘배 - 저도 1월 18일 눈 맞으며 소백산행 했는데 날이 흐려 조망을 못한게 아쉬었지만
님늬 멋있는 그림을 보니까 다시가고 싶군요. 즐산하세요 ^^.

#똘배님 날씨는 우리 산행하는 사람으로는 정말 중요하지요.흐린날도 맑은날도 산은
묘한 매력을 지녔지요.다음소백을 찾을때는 분명 화창한 날일꺼예요.


▣ 산초스 - ㅋㅋㅋ칼바람에 고생하셨습니다. 산초스팀이 2. 1(일) 갔을때는 따뜻하고
바람한점없는 늦봄 날씨여서 시원한 계곡물까지 들어갔다 왔는데 고생하셨습다.

#님의 말때로 며칠전에는 따스한 봄날이더니 우리가 갔을때는 무서운 칼바람이였죠.


▣ 그물에걸린바람 - 고생하셨습니다 죽계구곡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좋지요
비로봉 칼 바람이 여전하군요

#여름에 찾으면 정말 좋을것 같더군요,계곡이.....


▣ 김정길 - 겨울 소백은 매서운 맛에 오르는데 물안개대장님은 어려운 동료들
생각해서 회귀하셨군요, 그 지독스런 칼바람 속에도 비로봉을지나 비로사로
하산하시며 사진을 찍느라 고생하신 꽃사슴과 산소녀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2월 29일에 매월 마지막 일요일마다 산행하는 오랜 산 친구들과
천동리~비로사로 잡혀 있는데 그 때도 눈은 좋겠죠?
몇년 전에는 4월중순까지도 자고 나면 함박눈이 내리곤 하였으니까요.

#천동리 비로사 코스면 너무 좋지요.눈은 초암사쪽보다 북사면인 천동리나 어의곡
쪽이 눈이 더 많을 거예요.멋진 산행기 기대하겠습니다.

▣ skkim - 얼마전 skkim도 다녀온 소백산~...역시 칼바람 맞고 오셨군요...^L^...
어의곡에서 비로봉을 오르며 "~제발 바람아 멈추어 다오"를 주문 했었는데
이번 물안개님 산행에선 산행기 제목이 되었군요...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언제나 지금과 같은 젊음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