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2004. 2. 1(일)
동행인: 다음산악회원


바쁘게 보낸 1월이 설날을 전후하여 조금 한가해지고 있는데 ‘다음산악회’ 정기산행 공지에 덕유산이 있었는데, 코스가 안성매표소에서 삼공리 매표소로 가는 일정이라 꼭 가고픈 환상의 코스이어서 회사 동료 직원에게 공지하니 두 명이 즉시 가자고 한다. 한 사람은 소백산행을 함께 하여 산방 분위기를 알고 있는 정회원이고 한 사람은 신입으로 산방에 가입했다.


06:50 양재역 모임장소 도착
전날 知人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광주(光州)에 갔다가 집에 오니 밤 열한시가 넘었다. 너무나 피곤하여 다음날 배낭을 꾸리기로 하고 잠나라로 빠졌다.
새벽 5시 30분에 기상하여 배낭을 꾸리고 아내를 깨워 도시락을 싸고 부산하게 지하철 3호선 양재역 서초구청 맞은 편에 도착하니 관광버스가 서있다. 벌써 몇 분이 버스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 서초구청 앞에도 등산객 인파가 가득하다.


10:20 덕유산 안성매표소 도착
속속 회원들이 도착하고 관광버스는 출발한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 옥산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대진고속도로에서 덕유산인터체인지로 빠져 안성시장을 거쳐 안성매표소에 도착했다. 매표소 앞의 주차장에는 경북, 부산, 경기 넘버의 관광버스가 여러 대 도착되어 있었다.


10:30 등산시작
화장실에 다녀오고 스틱길이를 맞춘 후에 매표소를 통과하여 이윽고 산행은 시작되었다. 날씨는 매우 온화하고 바람 한 점 없다. 한참을 눈이 덮인 아스팔트 포장길이 시작되어 칠연폭포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이어진다.
이 곳까지 경사도도 부드러운데도 숨을 헐떡인다. 갈림길에서 겉옷은 벗고 티셔츠만으로 아이젠을 차고 다시 오른다.


12:30 동엽령 도착
동엽령으로 향하는 오솔길 주변은 눈이 20cm 가량 쌓였는데 길은 선행객에 의해 다져져서 스패츠를 착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등산로 좌우로 키 작은 조리대가 눈을 이고 빽빽이 서있었는데 많은 눈으로 대가 휘어져 힘겹게 보인다.
좌로 산등성이를 돌아가면서 경사는 점차 심해지고 줄을 지어 오르는 관계로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회원의 뒤만 졸졸 따라간다. 다른 산악회원끼리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한다.
동엽령의 마지막은 완만한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다. 동엽령에 오르니 좌측으로 정상인 향적봉철탑과 향적봉보다 더 크게 보이는 중봉이 보인다. 동엽령 나무판자 안내판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로 북적인다. 바람이 불어도 시원하다고 느낄 만큼 날씨는 따뜻하다. 후미 회원이 올라올 때쯤 되니 추워 옷을 덧옷을 입는다. 선두는 이미 출발하고 회사에서 같이온 일행이 늦게 올라와서 기다리다 후미그룹과 같이 출발한다.


13:15 점심식사
길은 능선을 따라 내리고 오르기를 반복하고 눈이 얼어붙은 음지는 매우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하지 아니한 산객은 엉금엉금 많이 힘들어한다. 산으로 완만하게 봉우리로 이어진 곳에 도착하니 산방 식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도시락을 꺼내 놓고 먹는데 벌써 먼저와서 식사를 완료한 회원들이 출발한다. 마음이 급해져서 조금 빨리 출발하여 천천히 올라가자고 일행에게 이야기하고 출발한다.

14:10 백암봉(송계사 삼거리) 도착
완만한 경사길이 조금 급해지고 이제까지 없던 바위군락이 나타나는데 눈이 많이 녹아 질척거리고 있었다. 바위계단을 치고 올라가니 송계사 삼거리이면서 백암봉이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중봉이 더욱 우람하게 보이고 좌측으로 향적봉이 작게 보인다. 산방식구는 보이지 않아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14:30 중봉도착
덕유평전이라는 넓고 완만한 평원을 지나자 급한 오름새로 이루어진 암릉지대를 지나니 곧 중봉이다. 이곳에서 향적봉은 비로소 위용을 들어내는데 철탑은 산 조금아래 설치되어있었다. 이곳에서 백련사로 갈 수 있는 갈래길이 있었다. 향적봉에도 백련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한다.

15:00 향적봉 도착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주목 군락지와 고사목이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원추리나무 군락지란 표지판이 있었고 흡사 하늘님의 정원같은 경치에 매혹되어 걷는둥 마는둥하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이곳에서 산객들의 표정은 흡사 남산 식물원에 온 관광객처럼 표정도 맑고 온화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름다운 풍광이 주는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고운 산객이 이곳에 가득했다.
산객들이 북적이는 대피소에 도착한다. 점심때부터 갈증에 시달린 터라 샘터를 찾으니 150m 나 떨어져 있어 혹시나 하는 맘에 일행이 매점에 판매여부를 문의하니 500ml 병당 일천원에 판매를 한다. 갈증을 해소하고 나니 느긋해 진다. 군데군데 산객들이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있었다. 유난히 아주 어린 아이들이 많이 보이고 더구나 아이젠도 착용하지 아니한 운동화 차림이어서 어떻게 올라왔니 하고 물어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왔다고 한다.
대피소에서 100m 올라가면 향적봉에 이르는데 5m정도는 됨직한 돌탑이 여러 개 쌓아져 있고 곳곳에서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바람도 세차게 부나 견딜만 했다. 너무나 많은 인파로 붐벼 산방식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많은 90명이 넘는 식구가 어디로 간 것일까 적어도 우리보다 앞서간 50명은 있어야 하는데..... 조급한 마음에 일행이 백련사로 가보자고 한다.


16:10 백련사 도착
백련사로 향하는 길은 거의 고도 900m를 3km 만에 내려가야 하는 관계로 상당히 가파르다. 더구나 눈이 녹으면서 미끄러워 굉장히 위험했다. 그러나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대부분 늦게 오르는 산객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다는 것이다.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있는 이 산만의 특징인 것이다. 옆에 대구에서 오신 산객이 케이블카를 연계한 산행도 재미 있을 거라했다 그러나 본인은 왠지 내키지 않는다.

눈이 두텁게 쌓인 곳에서는 4발 아이젠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험한 경사지에서 제대로 내려가는 사람은 대개 6발 아이젠을 착용한 사람으로 눈을 칵칵 찍으면서 내려가는 사람들이다. 매년 눈이 많은 산에 와서는 하산하면 꼭 6발 아이젠을 하나 구입하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하산하면 잊어버리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 머리가 나쁘면 손과 발이 고생하지......

백련사는 정상에서 300m 가량만 내려오면 거의 수직 저 아래로 지붕을 보여준다. 펄쩍 뛰면 닿을것 같이 보인다. 어렵게 몇 번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줄을 잡고 내려서니(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였음) 백련사 뒷마당에 도착한다. 경내는 호젓하고 고요한데 산객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하고 있다. 일행이 내려오기를 기다려 같이 약수한잔을 마시니 꿀맛이다. 30분을 기다려도 산방식구들이 보이지 않아 내려가기로 한다(결국 주차장의 타고 온 버스에 도착하니 제 일착이다. 이유는 동엽령에서 제일 꼴찌로 출발하다보니 공지사항을 전달받지 못하여 비롯된 일이었다. 향적봉에서 1차로 만나고 그 곳에서 집결하여 함께 내려가야 하는데 제대로 식구들을 찾아보지 못하여 먼저 내려와서 야기된 결과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정상 한편에서 후미 식구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17:20 삼공리 주차장 도착
공지사항을 전달받지 못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뛰어서 열심히 내려간다. 아스팔트 포장길이 눈으로 덮여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아 열심히 뛰어내려간다. 중간에 막걸리집이 있었는데 일단 내려가서 상황을 보고 먹자면서 유혹을 뿌리치고 주차장까지 약 7km(백련사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함)거리를 한 시간에 걸쳐 도착하니 기사아저씨가 일착이란다. 산방 운영진 한 분이 도착한다. 우리를 찾으려 왔는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우리가 이탈한 문제는 무전으로 본대에 알려주면 될 일이고, 실제 문제는 산방 식구 한 분이 정상에서 하산하다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다리가 심하게 다쳤다는 것이다. 환자는 산방 식구들이 업고 정상으로 되돌아가서 케이블카로 내려오고 있는데 그곳으로 데리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하게 다치지만 않기를 빌면서 기다리는데 골절까지가는 중상은 아니라 하여 안심을 한다.

후일담으로 들은 내용이지만 판쵸우의와 스틱으로 들것을 만들고 손수건으로 지혈을 하여 응급조치까지 냉정하고 일사분란하게 조치하였으며 치료비 일체는 만일을 대비하여 산방에서 가입한 여행자 보험에서 처리가 된다고 한다.


▣ 산초스 - 덕유산의 설경이 환상적이었군요. 저희가 봄에 계획을하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치신분 응급처치등이 일사분란하게 잘 이루어져 다행입니다.
▣ 산에가서 - 산행은 각자 책임... 늘 즐거운 산행... 내 삶 .. 내인생... 나를 위한 산행....주의 하세요..
▣ 김용진 - 태훈님 좋은 산행하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전 남도쪽에 있을적 산행 생각이 납니다.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긴후 가 보지 못했는데 님의 산행기를 보니 시간한번 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