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4. 2. 1(일) 맑음


〈산행코스〉
불광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승가봉∼청수동암문∼구기계곡∼산성매표소


〈산행거리 및 시간〉산행거리 약10km, 산행시간 4시간12분, 총시간 5시간55분


〈산행소감〉

산행을 하면서 사람들에 치여 지쳐버리기도 처음이다.
봄 같이 따스한 날씨. 온 산이 등산객들로 넘친다. 일행들과 불광역에 모여 족두리봉 남서릉을 접어들 때만 해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흥겨움이 넘친다. 어느 정도 오르면서 불광동의 시원한 전망이 역시 산에 잘 왔구나 혼자 끄덕끄덕하며...

족두리봉 삼거리에 도착하면서 일이 묘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족두리봉을 넘어가는 것은 바위에 덮인 눈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우회로에 접어들면서부터 아차 싶은 마음에 뒤돌아 서고 싶지만 이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도 뒤도 정체가 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우회길에는 눈이 얼어붙어 빙판을 이루고... 간신히 빠져 나오는데 거의 30분이상 소요된다.

지체구간에서 일행들이 떨어지다보니 일행중 한 아이가 어디 있는지 몰라 갑자기 우왕좌왕이다. 아이들 찾아 본의 아니게 일행들과 떨어져 앞으로 치고 나간다. 향로봉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일렬종대의 긴 행군과 다름없다. 간신히 사람들을 헤집고 올라가 한참을 기다렸지만 먼저간 아이 아빠조차 보이질 않고...
오르다보니 어느새 향로봉 우회구간까지 올랐다.

역시 아무도 없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일행들이 올라오고... 일행들을 휴식하게 하며 정리를 하려했지만 이제는 어른 2명이 없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통화가 되었는데 이미 나를 못보고 지나가 비봉능선에 진입하였다 한다.

비봉능선에서 무조건 기다리라는 당부 후에 일행들의 후미에서 출발한다, 힘들게 쫓아 올라갔지만 이미 몇 분은 사모바위 방향으로 출발한 상태. 한명을 사모바위로 먼저 보내며 일행들의 정리를 당부하고 한명에게는 아직 올라오지 않은 후미를 부탁한다.

여기서 사모바위까지의 길은 눈이 녹아 완전 진창. 복잡한 등산로를 뚫고 사모바위로 갔지만 먼저 보낸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찬 사모바위를 샅샅이 뒤졌지만 일행들이 없다.
다행히 조금 후부터 일행들이 모여들고... 다행히 아이들도 온다. 복잡한 사람들을 피해 잠시 아이들을 데리고 옆에 있었던 걸 모르게 빚어진 해프닝이다.
막걸리파티가 벌어진다. 제각기 배낭에서 풀어놓은 안주들로 순식간에 즐거운 파티가 벌어지고... 몇 순배 돌고 나니 술마저 떨어진다.

마침 늦게 도착한 일행. 이미 술은 떨어지고... 뒤늦게 도착한 일행의 배낭에서 화려한 안주는 펼쳐졌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운지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에게서 간신히 소주 1병을 얻는다. 이렇게 비위좋은 사람 처음 봤다는 칭찬인지 뭔지 모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여튼 산에서 술 1병은 얼마나 귀한 것인데... 그 고마움을 몇 개의 귤로서 대신한다.

청수동암문으로 가는 길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힘든 깔딱고개를 올라서고 나니 이미 상당히 시간이 지체되고 또한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지쳐버리고... 아쉬움은 남지만 코스를 변경, 청수동암문에서 막바로 계곡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눈길.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눈길은 미끄럽지만 마지막 가는 겨울을 느끼기에 너무나 편안하고 푸근한 날씨다.

백운대갈림길에 있는 식당에서 하산주로 오늘의 피로를 씻는다. 사람들이 이렇게 산을 많이 찾는 걸 보니 역시 산이 이제 대중화 되었다는 걸 실감한 하루이다.


〈산행일정〉

10:10 불광역
10:20 등산로입구
10:50 족두리봉 삼거리
10:59 출발
11:31 족두리봉 우회구간
11:43 사거리안부
11;54 향로봉 아래 우회구간
12;20 출발
12:32 비봉능선
12:55 사모바위
13:40 출발
13:46 삼천사 갈림길
13:54 승가봉
14:02 석문
14:13 문수봉 갈림길
14:26 출발
14:40 청수동암문
14:50 출발
15:02 대성암
15:09 금위영유영지
15:18 상창지
15:33 중흥사지
16:05 식당


▣ 김찬영 - 그렇게 사람이 많았나보지요 ..경기가 말을해주나봅니다 운동중에 돈이 제일 안들어가는운동이라나요....저도그날은 형제봉에서 진달래능선을 돌아왔습니다 또 같은북한산아래에서 산을 즐겨군요 즐거운산행하시기바랍니다 !!!
▣ 산초스 - ㅎㅎㅎ 서울의 산들은 조금만 늦으면 시장보다 더 복잡하지요. 그래서 저희팀은 최소한 9시이전에 산행을 시작하지요.많은 일행들 추스리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SOLO - 서울산 산행을 아침일찍 혹은 아주 느즈막히 즐기는것도 괜찮더라구요. 랜턴 키고 내려올 작정으로요. 어차피 길은 반질반질 잘나있으니깐요. 즐산하십시오..
▣ 산모퉁이 - 맞습니다. 일요일은 제 경우엔 주로 해질녁에 도선사입구에서 시작해서 백운대갔다가 용암문쪽으로 랜턴켜고 내려 올때가 많은데 달빛도 좋고 사람도 없고 참 좋습니다...
▣ 서정길 - 사람에 치인 북한산이라...수고많으셨습니다. 헌데 북한산에도 미아보호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 함께 북한산에서 만날 기회가 있으면 합니다.
▣ 수객 - ㅎㅎ 정말 저랑 스쳤겠네요.수고하셨습니다.
▣ 김정길 - 복잡해도 우리나라에서... 산 생김, 경관, 고적, 등산로 등 북한산 만큼 좋은산은... 산하가족 함께 오를 날을...
▣ 포도사랑 - 날씨가 너무나 좋았던 일요일...그만큼 많은 산객이 있었지요...그날 저는 수락에 있었는데 보통 진행시간의 2배나 걸려 내려온 후 일요일 산행은 새벽이 아니면 자제하려 합니다.
▣ 권경선 - 저도 근교산을 갈 때면 산님들이 많음에 놀랐습니다. 요즘 웰-빙이 트렌드이어서인지...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과 산행도 하고 막걸리라도 마셨으면 합니다.
▣ 최병국 - 일요일날,티비에 백운대가 나왔는데 2차선(상행,하행)이 꽉 막혀 있더라고요. 일요일은 될수있으면 절대 북한산,도봉산,수락산은 안갑니다. 인파가 무서버...ㅋㅋㅋ 수고하셨습니다. 인파에 부대끼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