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 02. 08(일)흐리고 눈바람

산행지 : 태백산(유일사매표소-장군봉-천제단-망경사-당골)

동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0:50 대구출발

02:10 영주 I.C

04:10 유일사지구 주차장

04:40 유일사매표소

05:40 주목군락

06:50 장군봉

07:00 천제단(태백산 1,566m)

07:15 단종비각

07:20 망경사

08:45 당골

총산행시간 : 4시간


 

태백산..

 

민족의 정기와 뿌리가 어려 있는 성스러운 산

더군다나 아름드리 주목나무가 많아 겨울 설경이 더욱 아름다운 산

고사목이 된 천년의 주목은 눈꽃을 온몸으로 피운다는데..

 

흰 눈꽃을 피운 주목 사이로 떠오르는 선경의 일출과

천제단을 향한 걸음걸음 오름의 눈꽃터널을 생각하니..

그저 가슴이 설렌다.

 

저녁에 잠깐 자는 둥 마는 둥 눈을 붙이고 밤1시가 가까울 무렵

기상예보는 영하 12도, 오전한때 흐리고 눈이 온다하여 불안하긴 하지만 출발을 한다.

영주 I.C를 빠져나와 현동 울진을 향한 국도

 

예전엔 눈만 오면 통행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던 노루재가 터널 개통으로 수월하게 지나고

현동에서 좌회전 청옥산 넛재는 꼬불꼬불 예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제설작업은 하였어도 빙판이 많고

눈발도 날려 도로에는 눈도 쌓이는지라 내리막엔 조심조심 한다.

 

새벽4시10분

눈보라와 함께 찬바람 몰아치는 유일사주차장

운동장 만한 넓은 주차장이 이미 관광버스로 가득하다.


벌써 몇 몇 팀은 출발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하고

또 몇 팀은 산행준비를 하며 대기하고 있다.

이어서 관광버스는 또 들어오고..

 

눈꽃축제도 끝난 터라 조용할 줄 알았는데

휴~~~ 이제 시작인가..

우리도 다른 산님들 틈에 섞여서 매표소로 향한다.

 

불빛을 대신한 희미한 달빛은 하얀 등로를 비춰 더욱 새하얀 눈빛이 된다.

많은 산님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깨비불을 켜고 힘찬 발걸음으로..

등너머로 비치는 달빛을 벗 삼아 어둠의 산자락을 밟는다.

 

그 틈에 섞인 한 무리의 초등생들..
극기 훈련시키려 데려온 듯 하나 그 발길이 애처로운지

눈은 뽀드득 뽀드득.. 특유의 괴성을 지른다.

 

그 소리를 어느 산님은 눈의 아픔이라 했던가..

그 아픔의 소리는 밤공기를 가르며 조용한 발걸음을 대신한다.

 

꼭지의 투덜거림..

태백엔 빙판길이 없다며 또 챙겨오지 않은 아이젠 때문이다.

눈길이 미끄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젠이 있으면 오름은 수월할 텐데..

넓은 임도를 벗어나 좁은 등로. 산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한 사람씩 한사람씩 줄을 서서 빠져나간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가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본다.

아!!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S자로 길게 늘어선 많은 불빛들..

도깨비들의 긴 행진처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아! 저 불빛이 태백산을 움직이는 힘인가..

...........,,

 

조상들의 염원과 태백의 정기가 스며있는 천제단으로

그 천제단을 향한 발걸음

우둑우둑.. 뽀드득 뽀드득.. 그 발걸음 소리는 제단을 향한 아우성인가..

 

희미하게 보이는 안내판 <태백산주목군락지>

얼어붙은 상고대마저 날려버릴 칼바람

그 세찬 바람에 고개 숙이며

앞사람의 뒤꿈치만 응시한 채 내딛는 걸음걸음..

 

지금은 주목의 뽐냄도.. 산행의 여유도.. 설경의 조망도..

그 어느 것 하나 머릿속에 남겨져 있지 않음은

눈보라 몰아치는 칼바람이 모두 삼키고 있기 때문이리라..

 

능선안부 잠시 따뜻한 보리차 한잔으로 꼭지와 몸을 녹이며

어두움을 뚫고 희미한 불빛너머로 주목에 피어오른 하얀 눈꽃들을 본다.

봄날엔 화사한 꽃을 피워 등산객을 유혹했던 철쭉나무

이 겨울엔 칼질의 아픔을 견디며

자기 온 몸을 내어주어 피운 설화로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밝은 낮이라면 가히 환상적인 설경이 아니었을까..
한 시간 여 주목군락지를 지나며 사진 속의 낯익은 주목들을 눈여겨본다.

사진 꾼들이 제일 많이 출사하는 주목단지

 

주목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울타리 때문에 당분간 이곳의 명 사진을 구경할 수 없겠으나

그 속에서는 새 생명의 어린 주목들이 자라고 있고

지금은 산님들이 울타리를 바람맞이로 눈보라를 피해 쉬어가는 쉼터도 된다.

 

그 이름도 좋은 ...

“천년의 사랑 .. 주목나무”

예전엔 임금이 계신 구중궁궐 그 목재로 쓰였던 고귀한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썩어 천년.. 삼천년을 이어가는 주목

 

고사목이 된 주목에 핀 설화가 왜 아름다운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둠 속에서도 하늘금과 어울려 여러 신기한 형상으로 다가오는 ..

지금 이 순간 주목은 나를 향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지금도 말이 없듯이..

 

우리의 조상들이 저 위 천제단에서

백성을 위해, 나라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그 때에도 주목은 말없이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으리라..

 

갑자기 거친 무전기 소리

“이곳은 바람이 너무 세다..”

“애들은 더 이상은 힘이 드니 하산 시키도록..”

“...........”

조금 전 초등생의 인솔자와 통화하는 듯.. 안전을 위해 좋은 결정을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06:50 장군봉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과

모래알로 때리는 듯한 따가운 눈보라 속..

날은 밝아오고 있지만 아쉽게도 일출을 기대할 수는 없는 희뿌연 날씨

 

잠시 바람을 피해 제단 앞에 서니 여러 사람들이 엎드려 소원을 빈다.

저 분들은 무슨 소원을 갖고 이곳까지 왔을까..

우리는 ....

태백산 정상 천제단을 향한

더 세찬 바람을 맞으며 걷는 10여분..

온 세상이 하얀 설원이 되어 흰 파도를 일으킨다.

희뿌연 안개속 아직은 어둠이 짙지만 하늘은 결코 그 아름다움마저 삼키지 못한다.

눈.. 눈... 눈 ....

상고대의 터널과 주목에 눈꽃..  그리고 하얗게 펼쳐진 설원.

그것도 모자라 우리 어깨위로 머리위로 내려앉아 또 하얀 꽃을 피운다.

 

손끝은 시려서 떨어져 나갈 것 같아

잠시 장갑을 벗고 호주머니 속에 넣어 손을 녹인다.

다음엔 필히 손 시리지 않는 기능성 장갑을 사야지.. 혼자의 중얼거림..

 

07:00 천제단(1,566m)

이렇게 높은 산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는 제단으로서는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천제단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으로 이곳이 바로 태백산 정상이다.

천제단 옆 백엽상 속의 온도계는 영하 12도를 가리키고.. 그러면 체감 온도는...????

 


↑카메라를 커내어 감각이 없는 손끝으로 셧더를 눌러보지만

천제단의 모습도 태백산의 표지석도 어둠과 희뿌연 눈보라 속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바라던 일출은 마음에만 담은 채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한다.

문수봉을 향한 능선엔 설화가 만발하건만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망경사, 당골로 하산 길을 잡는다.

 


↑점점 밝아져 오는 아침 바람도 자는 단종비각에서 꼭지와 잠시 휴식하며 몇 컷의 사진을 담아본다.

 

여전히 어두워 후레쉬가 터지고 그 불빛에 눈송이는 하얀 빛이 되어

무수한 꽃 점들로 퍼져간다.

 


↑단종비각에서 천제단 방향

 

↑단종비각에서 망경사 방향

 

 

망경사로 내려와 처마 끝에 앉아 아직 그치지 않는 눈발속으로

천제단을 향한 하얀 설경에 취해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본다.

언제 다시 와서 눈꽃을 피운 주목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을까..

 

당골을 향한 내리막 경사..

가져온 비닐포대로 꼭지를 태워 스틱 두개를 끄니 영락없는 눈설매가 된다.

태백에 가면 꼭 눈썰매를 타자던 꼭지와의 약속..

앞에서 끌며 신나게 내려간다.

리어카갑니다.. 짐이요.. 비켜요..!!!

고함지르다 ..쿠당탕탕........으이그...@@@@

 

결국은 미끄러져 둘 다 온몸으로 썰매를 탄다.

어릴 적 추억 속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곳은 급경사 위험한 구간이니 눈썰매를 타지 맙시다> 위험 경고판!

ㅠㅠㅠㅠ... 더 좋아하는 꼭지..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또 타랴

경고판이 민망할 정도로 타고 또 타고...

 


당골에 도착하니 저 멀리 천제단을 향한 설경이 또 가슴에 파고들지만 아쉬움을 뒤로한다.

 

일출을 위해 다시 오리라..

그때를 기약하며...

지금은 축제가 끝난 뒤라 셔틀버스가 없어

유일사주차장까지 택시로(6,800원) 이동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이른 새벽 비록 짧은 시간이었으나 우린 행복했다.

 

↑하산후의 유일사주차장

                   

                     - 여러 산님들의 안전 산행을 기원하면서 산사랑방 올림 -

 



▣ 고석수 - 안녕하세요..고석수입니다..좋은길을 다녀오셨네요^^역시나 두분이서^ 비닐포대 스키가 겁나게 위험해요!^^저도 작년에 3단 점프를 해서 하마터면 골짜기에 처 박힐뻔 했거든요^^ 건강하세요
# 고석수님  오랜만에 뵙는 군요.. 유일사주차장에서 이스타나 렌트카가 한대 보이길래 무척 반가워 혹시 님이 아니신가 했었는데.. 눈썰매는 작년에는 남 타는 것 구경만 하다가 홀해는 꼭 타리라 맘먹고 포대기 챙겨가서 사실 실컨 탓습니다. 언제나 운전 조심하시고 안전산행 하시길 기원합니다.

▣ 슬로우 - 같은 날, 같은 코스로 산행을 하셨군요. 올라가면서 아이들때문에 많이 지체되었죠.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즐거운 산행이 되시기를~
# 슬로우님 반갑습니다. 그날 제 옆을 스쳐가셨다니 또 한분의 인연을 맺게 되는군요..그래서 산은 참 좋은 곳인가 봅니다. 늘 안전산행 하시길 기원합니다.

▣ 이수영 - 참으로 부지런 하십니다. 저로서는 꿈도 못꿀 무박산행을 다녀오셨군요. 사진에서 눈내리는 풍경이 마치 크리스마스 엽서에 나오는 그림처럼 빛이 나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 님의 정열적이고 부부사랑이 가득한 산행기 .. 매번 저의 가슴을 울립니다. 언제 시간 내시어 북부지방으로 설경 산행을 계획해 보심은 어떠하실지요..겨울이 다 가기전에요.. 건강하십시요~^^

▣ 山용호 - 멋진산행 하셨네요..눈으로 뒤덮신 풍경이 정말 좋군요..늘 건강산행 하세요...
# 山용호님 반갑습니다. 태백은 갈 수록 더 가보고 싶은 산이더군요.. 언젠가 산행길에 님과 목례라도 드리며 스치는 인연을 기대해 봅니다. 건강 하소서..

▣ 권경선 - 입춘이 지났지만 눈내리는 님의 사진속 풍경은 아직도 겨울 한가운데 인듯 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태백산을 계획하면 차질이 생겨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풋내기 산꾼^^
# 권경선님 ! 반갑습니다. 늘 좋은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 언제 좋은 날 택하셔서 태백에 가시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일출을 보실 수 있으면 더욱 좋고요.. 그리고  님이 고안하신 패찰은 어제사 보았습니다   지송~^^ 저도 다음 산행때 부터는 꼭지과 같이 달고 다닐려고 합니다. 여러가지 애쓰시는 권경선님께 감사드리며 묵묵히 도와주시는 김정길님께도 인사드립니다.

▣ 길문주 - 태백의 천연 슬로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군요..... 저희들도 내려올때 눈썰매를 타리라 생각했었는데 문수봉으로 내려오는길은 망경사의 길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ㅠㅠㅠ 앞으로도 즐산하세요.
# 반갑습니다. 같은 날 태백에 계셨군요. 그날 전 찬바람에 눈보라도 심해서 문수봉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님께서는 문수봉으로 하산하셨군요.. 대단하신 산사랑이십니다. 저는 언제 쯤 이 초보티를 벗을 수 있을지.... 늘 안전산행 하소서...^^

▣ 산그림자 - 안녕하세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하여튼 부지런한 성격이 어디갑니까... 그리 열정적으로 산에 다니시니 부럽습니다.. 태백산의 눈길에서 두분이 다녀가시며 눈썰매타시는 모습 상상하니 행복해 보입니다,.. 잘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 산그림자님 반갑습니다~~^^. 사실 그날 덕유산 종주하신다기에 무척부러웠지요.. 또 한편으론 폭설이 내렸다하여 걱정도 했었구요.. 언젠가 설경이 가득한 어느 산정에서 님과 같이 걸어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 최병국 - 프로의식이 확실하네요. 산하가족을 위하여 언손가락으로 셔터를...구경잘했습니다. 눈빨이 날리는 사진을 제대로 봤네요. 즐산하시길...
▣ 물안개 - 부부함께 눈내리는산행이라...그림으로 그려봐도 멋진 한싸이 네요.눈내리는 풍광이 요즘 애들 말처럼 죽여주네요.
▣ 산나무 - 정말 산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정말 대단하세요. 저도 올라가봤지만 여간 힘든게 아니던데..;;요번에 또 가는데 좀더 즐겨야겠어요!좋은 의견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정길 - 저는 011-319-0900 입니다. 이동준님의 휴대전화번호를 메시지로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