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산-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

1. 산행 한마디 : 산에는 눈이 어울린다.

2. 산행일시 : 2004. 02.08(일)

3. 날씨 : 흐리다가 맑음

4. 운행구간
청평-가일리-어비산-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가일리

5. 특징
ㅇ 원점회귀 산행

ㅇ 어비산의 고요

ㅇ 연인산 닮은 유명산

ㅇ 외계인 기지같은 용문산 조망

ㅇ 일망무제 중미산

ㅇ 가일리로 가는 길이 어디던가

ㅇ 멋진 고개 이름
-농다치, 선어치, 배너미, 숫고개

6. 산행기

아주 오래된 일이다. 우연히 양평 초입에서 좌회전해
가보니 이상한 고개를 넘더니만 좌우의 산세가 굉장해
여긴 도대체 어딘가 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산에 발도 안들여 놓을 때였다.
그 당시 고작 생각한 것이 "드라이브 코스로 쥑이네"하는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는 좌측엔 중미산이었고
우측엔 유명산이었던 것이다. 그 넘었던 고개는 선어치고개였고...

그래 오늘은 가평을 벗어나 외도(?)를 하여 거기를 간다.

유명산은 고도 862m로서 경기 제 24위 봉으로
랭킹 업 된다.(공식자료는 아님)

그 주위에도 가평 만큼이나 산이 많다.
나름대로 줏어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지역 조직(?)의 최고 보스 용문산을 비롯하여
용문의 식구들(백운,함왕,장군,문례,용문,용조,도일,중원)과

유명산의 사촌 어비산, 아우로서는 대부산, 소구니산,
이웃으로 봉미,보리,장락,왕터,

라이벌로서 중미,
중미의 라인으로 삼태,통방,곡달,보납,가마,매곡,푯대

좀 떨어진 이웃으로 뾰루, 화야,고동,
내 이 문외한으로서 이정도 추리니 자세히 들어가면 더 많을 것이다..

이 많은 조직원들에게 언제 한산 한산
문안인사를 드릴까 생각하니 걱정 반 즐거움 반이된다.

이쪽 교통편은 내 입장에서는 무쟈게 섧다.
첨에는 유명산 들머리인 가일리는양평에서 오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청평에서 온단다.
산 알면서 교통편도 많이 배운다.

가일리-어비산-유명산-소구니산-중미산-가일리
완벽한 원점회귀 산행이다.

썰은 이제 그만 풀고 산으로 가자.

상봉에서 유명산 행 6:50분차를 탄다.
다음 차는 8:00차.
유명산입구에 08:23분에 도착한다.

어비산은 유명산에서 유명계곡을 사이로 바로 동쪽에 위치한다.
높이는 822m. 들머리는 유명산 휴양림 입구초입에서 바로 왼쪽으로
어비계곡 입구가 있다. 이 입구로 들어가 대일민박 뒷길이란다.

일반적인 이 계곡 들머리보다 오늘은 선구자들이 닦아 놓으신
능선으로 가는 코스를 택한다.

"가일리 유명산 버스 종점에서 오던 길로(북쪽) 50m back하여
우측의 첨 만나는 다리를 건너 동네 끝 "숲속토방집" 좌측,
잣나무 숲으로 간다"(준치님,술꾼님 어록)

그대로 해본다.
여긴 민박집 러쉬다. 다리건너 들어서니 왼통 펜숀, 민박집이다

아니 근데 "숲속토방집"은 어디 있는 것인가..
서너번 왔다갔다 해도 보이질 않는다.

...에라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아무 능선이나 올라 타?...

정답이 있는데 오답으로 가는 건 찜찜한거 같았다.
마을 할머니께 물어보니 쥔이 바뀌어 이름도 바뀌었단다.
"숲속 토방집"이 "푸른숲 황토방"으로.. 에궁..

아닌게 아니라 동네 끝에 "푸른숲황토방" 민박이 있다.
맨처음 이집에서 어비산 들머리 물어보니 여기는 아니라는 거다.
자꾸만 아까 그 계곡길만 가리킨다.

(08:50) 좌우간 그 집 좌측으로 올라선다.
잣나무가 깔리고 눈이 발목까지 온다.

산소 있는데서 스패츠를 착용한다.
발자국은 흐릿하게 나있다.

가다보니 발자국이 사라진다.
아마 민박에 놀러온 사람들이 산책 정도로 올라온 듯하다.

그냥 능선을 치고 오른다. 좀 가파르다.
이쪽에서 어비산 등로의 주방향은 남쪽이다.

지능선이 남동쪽으로 되고 이후 남쪽 주능선을 탄다.
아무데서나 능선만 올라 쭈욱 따라가면 정상에 갈수 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도 유명산과 달리 여기는 고요하다.
개미 한마리 없다.

어제 조금 온 눈으로 발자국 하나없는 설원이다.
군데 군데 무릅까지 빠지는 눈으로 진행이 더디다.

(09:11) 지능을 올라서고

(09:24) 주능에 올라선다.

(10:13) 제1봉화대가 보인다.
봉화대라야 별거 없고 돌을 반경 1.5m 정도로
원을 그려 갔다 놓은 정도다.
바람이 거세다.

(10:30) 제2봉화대를 거친다.
누가 제2봉화대라고 비닐판에 써 놓았다.

올라오면서 눈이 깊어지고 상고대가 활짝이다.
유명산의 윤곽이 우측으로 보인다.
제법 산이 뚱뚱하다.

여기도 사람 헷갈리게 한다. 정상인거 같으면
저만치 또 있고 가보면 또 있고 그런다.

(10:42) 그만 그만한 봉우리 10개 정도 거치니
진짜 정상이다. 정상답게 눈이 그득하고
나뭇가지가 온통 하얗다.

물론 사람은 하나도 없다.
올라오면서 한사람도 못봤다.

정상엔 고도표시가 3가지로 되어있다.
하나는 정상석 829m,

또 하나는 무소유산문자님의 비닐판 822m
남은 하나는 가평사랑모임의 826.7m
어떤게 맞는건지....

주위 잔가지로 조망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날이 흐려 용문산 기지가 안보인다.

여기서 길이 두갈래로 갈린다.
숫고개방향, 유명산 방향

(10:56) 15분을 쉬고 출발한다.
유명산은 서쪽이다. 가야할 길에 눈이
수북하다.

(11:06) 서쪽 능선으로 가다보면
쓰러진 고목을 거치고

(11:20) 유명계곡쪽으로 떨어지는 길이 시작된다.
어비산은 깔끔하다. 눈길아니면 마른 흙길이다.
눈이 녹아 찔쩍한 길은 없다.

(11:28) 유명계곡에서 유명산으로 오르는 길이
시작된다. 유명산은 초입부터 틀리다.

아까 어비산에서 유명계곡쪽으로 내려오면서
등산객 2명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
눈길이 아주 발자국으로 다져져있다.

여기서 유명산은 "0.5km, 계곡입구는 3.5km"
라는 안내 표지가 보인다.
근데 웬 0.5km가 그리 긴지....(표시가 잘못된거 같았다)

(12:08) 한 40분 땀내면 정상(862m)이다.
눈이 여기저기 보인다. 어비산보다는 눈이 적다.
경사가 만만찮다.

경사에서 할딱되고 오르면 몬지모를 쾌락으로
몸이 충만됨을 느낀다. 메져이스트의 쾌락이던가..

정상은 그야말로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그렇게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인가..

바로 이웃에 있으면서도 어비산은 개미한마리조차 없고
여긴 이리 사람들로 넘쳐나고...

유명산은 흡사 연인산 같다.
정상의 분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넓다른 길로 같이 연결된 대부산,
동쪽에서 동남쪽으로는 용문산 식구들.

그 중에서도 백운봉의 자태는 대단하다.
그 뾰족하게 유난히 도드라져 있는 자태를 보고

안 가본 사람은 필히 가보고 싶다는 유혹을
엄청 느낄만도 하겠다.

용문산 기지는 구름이 가려 안보인다
깍아논 손톱마냥 숫고개가 하얗게 비친다.

(12:26) 바로 옆의 소구니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대부산 쪽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들어선다.

(12:53) 소구니산이다. 정상위가 좁다.
정상석엔 800m로 되어 있다.

아까는 안보였던 눈 덮힌 용문산 정상이 보인다.
용문산은 화악산이랑 분위기가 비슷하다.

여기서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면
왼쪽으로 농다치고개 가는 길이 있으며 좀더 가면

(13:26) 선어치고개에 당도한다.
이름들이 넘 멋지다.

선어치, 농다치, 배너미, 숫.......
다 이름마다 내력이 있을 것이다.
그 내력이 재미있을 것 같다.

선어치고개는 37번 국도상에
양평과 가평을 잇는 고개의 최정상부다.

전에 차로 올때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는데
여기저기 포장집등으로 번잡하다.

중미산 들머리는 소구니산에서 선어치로 내려와서
길을 건너 가평쪽으로(우측) 20m가면
절개지 위로 가평군 이정표가 있다 "중미산 0.8km"

(13:32) 한 20m 올라 절토면 잔디밭에서 점심을 먹는다.
여기서는 방금 내려온
어비, 유명,소구니가 바로 앞에 보인다.

가족들이 차로 올라와 고개에서 노는
모습들이 여기저기보인다.

아이들이 눈보며 좋아한다. "야~ 눈봐라!"
...산에 가면 여기보다 눈이 어엄청 더 많은데...

(13:59) 출발이다. 중미산 초입부터 경사가 엄청이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씽씽한 몸조건이라 거뜬히 올라선다.

안부에 올라서니 바람이 거세다.
바람 많이 불면 심란하다.

정상으로 가면서 암릉이 눈에 띤다.
집중호우 감시시스템 장치 지나고 정상이다.

(14:25) 정상의 조망이 대단하다.
정상은 예닐곱평되는 암릉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까 언급한 이 근처의 산들이 한눈에 다 보인다.
정상이 암릉으로 되면 조망이 진짜 탁월하다
전에 광덕산의 상해봉이 그랬다.

그냥 차타고 들러 선어치고개에서 한 30분 올라오면
볼 수 있으니 접근 편이성이 대단하다.

가야 할 가일리 마을이 성냥갑처럼 보인다.
용문산의 둥그런 기지도 확대한 것처럼 다가온다.

필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선생님도 이 중미산을
올랐으리라.

가일리에서 서울,청평가는 차는 15:10, 16:50, 18:50이다.
서둘러 15:10분 차를 탈려다 여기 조망이 넘 좋아 더 보고
16:50분 차를 타기로 맘먹는다.

여기서 북으로는 절터고개 1.97km, 동으로는 가일리 1.89km
이정표가 보인다.

(14:43) 가일리로 간다. 절터고개 방향은 발자국이 지천인데
가일리는 하나도 없다. ...괜찮을까...

중미산에서 북동방향 주능선으로 내려가다 남동쪽이나
동쪽으로 내려가면 가일리라고 지도의 해석은 그렇다.

그래 가보자. 여긴 눈의 감촉이 엄청 좋다.
밀가루같이 바시시한 힘없는 눈이 무릅을 덮는다.

발의 느낌이 넘 좋다.
더우기 내려가는 길이라 만유인력이 날 잡아끌지도 않으니.

새로 장만한 고어텍스 등산화에 스패츠까지 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한참을 가다 아무래도 방향을 틀어야 할거 같아서
동으로 대충 능선 따라 계곡따라 내려간다.
길없는 사면길은 경사가 급한 법.

걷다가 미끄럼 타다 넘어지다 하며 37번 국도
있는 데 도착. 도착시간은 15:50분.

넘어져 흙 묻은거 대충 눈으로 씻고 도로로 나선다.
근데 방향이 헷갈린다. 유명산 입구가 양평쪽으로
가는건가 아님 설악쪽으로 가는건가..

양평쪽으로 가다가 다시 설악쪽으로 방향 선회.
차시간은 16:50분. 50분이란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이 아님을 알았다.

걷다보니 시간이 훌러덩이다. 나중엔 뛰어서
겨우 가일2리에 16:45분에 도착한다. 휴우~
(다음차는 2시간 후다. 으악!)

중미산에서 가일리 가는 코스는 그게 좀 그렇다.
눈이 와서 명확한 길을 못찾아 헤매서 그런지
가일리 오는 것이 매끄럽지는 않은 거 같다.

그러고보니 어비산에서 중미산까지 원을 그리며
빙 돌은 거 같다. 차가지고 오는 분들도 좋을것이다.


▣ 최병국 - 고생하셨습니다. 차시간 맞추려면 정신이 없죠! 왜그리 맘이 급한지...즐산하시길...☞ 중미산에서 북동쪽 능선으로 좀더 내려왔어야 쉬운길이 되는것 같더군요
▣ 산초스 -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따로따로 유명산-소구니산,어비산,중미산을 다녀왔었는데 대단하십니다. ☞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 이웃한 산들이라...
▣ 산초스 - 선어치고개- 서너치고개가 원래 맞는지명^^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가 출몰하여 여러명이 모여야 넘을수 있었는데 한사람이 술마시고 넘어갔기에 물어보니 고개에서 깜박 잠들었더니 호랑이는 커녕 무성한 나뭇잎때문에 해가 겨우 서너치밖에 안보이더라 하여 서너치고개^^☞어디 지도 보니깐 한자로 仙於峙라 되 있더군요 그래서 그게 맞는줄 알고....
▣ 부러운이 - 어비산! 정말 고요하지요. 숨겨있는 보물같은산.형님께서는 어디... 새신발 착신식? 하셨나요? ☞ 형님은 일이 있어서..쩝..
▣ manuel - 정말 이곳이 제모습 있던, 그러니까 83년 산벗(민재)와 입산했던 가일리~어비~유명~중미길 입니다. ☞ manuel님 요즘은 산행 안하세요? 산행기가 옛날 산행기시더라구요
▣ manuel - SOLO님의 젊음, 제가 가져가니 참 기쁩니다. 늘 하시는 님의 방식을 존경합니다. 산사랑 하세요 !!!☞ 고맙습니다. 과찬의 말씀을...
▣ 김용진 - 또 SOLO님의 뒤를 한번 밟아야 겠군요... 님의 산행기 덕분으로 명지산은 잘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아드님은 동행을 않으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 SOLO - 김용진님. 유명산만 가기에는 좀 싱거운듯해서 어비+중미 했더니 괜찮더군요.. 중미산에서 가일리로 내려올 때 다소 더 연구를 해야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