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閑談 12

축제는 행사가 아니다.

 

 

 

 비가 내릴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날씨는 저녁 굶은 시어미 얼굴 같아 산으로 향하는 마음을 자꾸만 움츠려들게한다. 그러나 계절의 여왕인 5월이 베푼 자연의 성찬을 음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촉촉하게 배어나는 땀 냄새에 취하고파 산으로 간다.5월을 보내는 마지막 길목에서 훌쩍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잠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슬러서 신록의 성숙함이 무르익을 대로 익어가는 맹하(孟夏)의6월을 해맑은 얼굴로 맞이하련다.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한마당 잔치인 “2004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을 자축하는 산행이 무등산에서 열려 전국의많은 산우들이 참가했다고 귀띔한다.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뜻밖에도 멀리서 온 산우들과 함께 산행하는 행운을 얻는다. 신록의계절 5월은 축제의 달이다.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려 개최되는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동한마당을 이뤄내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축제에 참가한 인원을 두고 세간(世間)에 말들이 많다. 축제를 주최한 기관 단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축제에 참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 했는지 효율적인 검증방법이 없어 의구심을 불러일으켜 논쟁거리가 되고있다. 
 

 이처럼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관광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어 많은 기관단체에서 경쟁적으로 관광산업의 진흥과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관광객 유치로 지역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주민의 삶의 질을향상시키려고 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부터 민선으로 단체장을 선출하고부터 축제 횟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축제는생산성과는 무관하고 그 내용이 천편일률적인 행사위주로 진행되어 선심성 축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단체장이 바뀌면 어떤 축제의 이름을바꿔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용과 진행방식이 예전과 별다른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음에도 축제 이름을 바꾸는 것은 무슨 연유인지 얼른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역의 오랜 전통적 문화 예술적 가치와 독특한 생태자원 및 특산물의 특성을 살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의도로 축제를 열어 자기 고장을 널리 알리려는 의지와 노력에 대하여 그 누가 뭐라고 탓할 사람이 있겠는가. 문제는 축제를 이용하여 반사적 이익을챙기려는 이기심과 기득권을 버려야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반목과 갈등의 관계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의 장을 열어나가는 방향으로 축제를 발전시켜나가야한다. 그러므로 특정인의 치적을 알리려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선심성 행사로 전락한 축제는 과감하게 정비되어야 한다. 
 

 “축제는 금지된 일상으로부터 해방이다. 그러므로 축제는 일상을 비 일상의 시공간으로 격리하고 세속의 삶을일정기간 전환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축제의 시공간은 일상의 부정이며, 정지이며, 카오스 상태, 즉 혼돈과 무질서의 상황을 초래하여 일시적으로해방된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축제는 평소에 하지 않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일정기간 허용하는 것이다“라는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축제는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 관광자원 등을 이용하여 관광 상품화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쉴거리, 팔거리, 살거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한다. 다른 곳에서 개최하지 않는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축제를 열어가려는 부단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에 개최되고 있는 축제는 전통을 계승하여 지역의 특화 축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대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그리고 축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느냐 하는 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 축제에동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가 관건이 되어야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구경하려고 왔더라도 지역주민의 소득과 연계되지 않는 소모적인 축제는사실상 행사위주의 축제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붉은 철쭉꽃이 바다를 이루고 일상에서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색다른 풍취가 물씬 풍기는 다원(茶園)과 짙푸른바다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림산 철쭉제는 많은 산우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꽤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근간에 철쭉제단이 있는 산봉우리가 일림산(日林山)이 아니고 삼비산(三妃山)이라는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제단(祭壇)이 파헤쳐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되어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또한 얼마 전에 어느 곳에서 개최하였던 전어(錢魚) 축제에 그곳에서 전어가 잡히지 않아 다른 곳에서 필요한고기를 급히 운반하여 축제를 치렀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왠지 서글픔이 앞섰다. 이처럼 특정한 자원을 이용하여 축제를 개최하려다가 발생되는 문제로그저 웃어넘기기에는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어느 곳에서 어떤 관광자원으로 축제를 개최하여 성공하면 유사한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여러 곳에서 경쟁적으로개최되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발상의 전환으로 차별화된 지역의 특화자원을 이용하여 질 높은 축제를 육성 발전시켜 세계적인 명품 축제되도록연구 노력하고 학계 등 전문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처럼 축제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축제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추구하는 문제들을효과적으로 부합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서비스 개선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축제에 대한 사후 평가를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기법을도입하여 객관적인 평가를 실시하여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한 축제를 개최하는 지역에서 가까운 주변의 관광자원과의 연계성을 강화시킴으로써 축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유발시켜 일과형(一過型) 관광객을 체류형(滯留型) 관광으로 유도하는 대책을 강구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하는 방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것이다. 
 

 그리고 축제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만들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여관광객들의 참여의식을 높여 일체감을 고취시켜 관광객들이 축제의 주객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다시 찾고 싶은 축제로 발전될 수 있다. 
 

 매년 5월이 되면 여러 지역에서 각양각색의 축제가 개최될 것이다. 축제에 참가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싶은 축제로 인식되어 그 지역을 다시 찾는 "평생고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한데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처럼 많은 산우(山友)들이 빛고을 진산(鎭山)의 진수를 맛보려고 찾아오셨는데 무슨 심보인지 안개가 성깔을 부려먼데서 오신님들의 애간장을 태우더니 슬며시 다가온 산들바람 결에 떠밀리자 수즙은 듯 살며시 두루뭉술한 자태를 드러내 보여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자연의 섭리가 이처럼 오묘한 것을 미물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가 어찌 알리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