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산행후기


산행일 2004,6/6 (일요일)

참가자 도봉에서 관악까지 회원 23명

교통 의정부 북부역나와서 육교건너 버스정류장 집결 (10시)
의정부-적송 25번 버스이용 (교통비 편도 2500원)-배차 15분간격(45분소요)

날씨 흐림 영상 29도

코스 법륜사입구(11:20)-매표소(:25)-법륜사(:35)-명상의 숲(:37)-
-묵은화전밭:55)-좌측능선-까치봉(12:40)-정상(12:50)-점심휴식-정상출발(13:45)
장군봉13:57)-임꺽정봉,임꺽정굴(14:00)-만남의 숲(14:40)-계곡휴식-
법륜사입구(13:20) (총 4시간소요)

총산행거리 (7.5km)
입구-1.7-만남의숲-0.5-안부-1.4-정상-0.4-임꺽정봉-1.8-만남의숲-1.7-입구

등산로지도

http://cafe49.daum.net/_c21_/pds_down_hdn?grpid=UZi5&fldid=IyxL&dataid=575&realfile=%B0%A8%BE%C7%BB%EAa.gif


미국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93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했고,
죽기 얼마 전에는 뼈를 다쳐 아파트에 갇혀 지내면서도
책의 출간 등 그가 평소 계획해 두었던 일들을 계속하는
열정적인 학자였다.

그가 고향 벌링턴 시에서 열린
90회 생일축하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그날의 만찬에는 듀이가 입양한 세 명의 자녀를 포함해
일곱 명의 자녀들이 모두 모였고
그의 친척들,
많은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들뜬 분위기였다.
그때 듀이는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한 젊은이에게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위대한 생애를 영위할 수 있겠습니까?"

듀이는 엉뚱한 질문을 받고도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대답했다.

"산에 오르게."
"산에 올라 무엇을 합니까?"
"다시 올라갈 다른 산을 보기 위해서라네."

그리고는 힘 주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러다가 더 이상 산에 오를 흥미가 없어지면
그때 자네에게 죽을 날이 가까이 온 거야."

(좋은 생각, 2000년 10월호, p.105에서)

그렇다.
나는 문득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곤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산에 오를 수 있는 체력이
내게 있어 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라는...

어느 날 갑짜기
무릎 관절염이 악화되어
더이상 산에 오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 나는 무슨 낙으로 살것인가?

지금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너무도 행복한 것이리라.

그런 행복한 마음을 갖고 시작한 감악산 산행이었다.
요며칠
때 답지 않게 성급히 찾아온 무더위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빈번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산을 오르며
한바가지도 더 될만큼의
엄청난 땀을 쏟고나니
쌓였던 짜증이 한방에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터득한 산에대한 철학 중 하나는
한여름에 산에 오르라는 것이다.

이열치열이라 했던가?
더울수록 산에 오르며 된 땀을 흘리고나면
온몸이 그렇게 시원하도록 개운해 질 수가 없다.

그렇게 힘든 산행을 하고 내려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에 갈증을 가라앉히고
찬물로 온몸을 뒤집어 쓰고 날 때의 기분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상쾌함을 준다.

의정부 북부역에서
적송행 25번 버스로 법륜사 입구에 하차한 시간은
11시 20분 이었다.

한두 회원이 집결지를 못찾아 늦는 바람에
의정부 북부역에서 30분정도 늦게 출발한 탓에
예상했던 11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우리 일행 23 명은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감악산 산행코스 중에서도
비교적 힘든 좌측능선을 타고 올라
우측능선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범륜사 입구에 내리자마자 들머리를 찾아가는 길이
급경사의 콘크리트 길로 펼쳐져 있다.
예상보다 많은 23명의 우리 일행은
인원점검을 마치고
간단한 코스설명을 해준 뒤
막바로 걸음을 시작했다.

한 오분정도 오르자 매표소가 나오고
입장료를(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내고
통과한 후 10분정도를더 오르자
범륜사가 좌측으로 나타난다.
이분정도 더 오르니
숲 가운데 나무벤치등등을 설치해 놓은
명상의 숲이라 이름부쳐진 곳에 이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쁜 숨을 가다듬고
이내 발길을 또 옮기기 시작한다.
포장도로는 어느새 끝이나고 이번엔
돌부스러기들이 널린 산길을 올라야 했다.

좌측으로는 그리많지는 않았지만
맑은 계곡물들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참을 오르고나니 소위
묵은화전밭이라 명명지어진 잡초지대가 나왔다
왼편으로 난 잡초지대의 길을 따라가니
이내 목축으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타난다.
비교적 깔딱이다.
허지만 거리는 짧았다.

죽기살기로 힘을 쓰며 한 오분 오르고나니 능선 안부에 이른다.
나무가 우거진 잡목지대를 통과하는동안
흐린 날씨 탓에 햇볕도 없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오히려 흐르는 땀이 잦아드는 듯하다.

멀리 좌측으로 임진강이 눈에 들어온다.
희뿌연 안개 속에 나타나는 임진강은
오히려 평화스럽게 구비구비 펼쳐져 있었다.
임진강너머 조금만 더 가면 북한땅이다.
북한 땅이 멀리 시야에 들어오니 마음이 야릇해져 온다.

안부로부터 40여분을 오르자 까치봉이 나타났고
그로부터 얼마안가
군부대의 시설물과 안테나들이 장치된 감악산 정상에 이른다.
버스에서 하차하고부터 1시간 20분 뒤의 일이었다.

철조망이 둘러쳐진 초소 안에는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곳곳에 사진촬영금지 안내표시판이 서 있어서
군 시설물이 없는 방향을 잡아 몇장의 사진촬영을 한후
핼기장으로도 쓰일 용도롤 넓다랗게 닦여진 운동장만한 정상공터의
보도불럭같은 평지에 우리일행 23명이 둘러앉아 오찬을 즐겼다.

오찬을 마치고 휴식을 갖는동안
손에 잡힐듯 시야에 들어오는 북녁땅을 바라봤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산하는 매마냥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무엇이 분단이고 어디서부터가 갈라진 땅인지
도무지 찾을 길도 없고 실감도 나질 않았다.

저 곳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갈수도 있을 내고향인데..
무엇이 나를 가로막고 있어
피난나온 이래 한번도 가볼 수가 없는 곳이 되었을까?
군인초소와,임진강과 휴전선...등등을 보고 생각하다보니
문득 고향에대한 그리움과 더불어 군대 적 생각도 떠오른다.

두어장의 단체사진을 찍고
정상 바로 옆에 우뚝 솟아있는 임꺽정봉을 향했다.
직벽의 암벽엔 로프가 드리워져 오르기 편케해 놓았다.
우회하여 큰 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곳을 통과하니
임꺽정 굴이라는 안내표지문에 이른다.

먼저 도착해 있던 회원들이
임꺽정 굴을 찾아보란다.
그런데 굴이 없었다.
어이된 일인가?
회원들의 한바탕 놀림에 웃을을 터트리며
한발자욱 앞으로 나아가 바위틈을 내려다보니
작은 굴 입구가 나타난다.

로프가 드리워져 있고
그 바깥쪽은
천길 낭떠러지가 직각으로 서 있다.
천혜의 요새였다.
바로 코 앞까지 다가가서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요새~!!
신기하면서도
이런 곳에 잠적하며 활동했을 임꺽정을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

그곳의 방향 안내판은 잠시 우리를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더 이상 나아갈 길도 없고 표시판엔 정상으로 가는 안내만 되어있었다.
아니 정상에서 금방 내려왔는데
또 다시 정상으로 가라니...

허지만 별 수 없었다.
그 길밖에 없으니...
조금은 망서리다 그 길로 나와보니
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길과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로부터
그늘진 나무 숲 길을 따라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만남의 숲에 이르러
눕기좋게 만들어진 길다란 곡선나무벤치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곡으로 내려와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낸 후
범륜사 입구,출발했던 지점에 내려서니 4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의정부에서 이곳으로 올때는
다른 등산팀들과 어울려 타는 바람에 만원버스였지만
돌아가는 길은 모두 앉아갈 수 있으리만치 텅텅 빈 버스였다.

감악산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산이면서도
분단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뜻깊은 산행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 희망봉 -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감칠맛 나는 등정일기와 북녘땅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글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말인님 팬이 되었습니다 말인님 홧팅!!!


▣ 산객 - 남다른 감회에 젖었을 님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북녁 땅이 보인다니 저도 한번 꼭 가보고 싶군요.
▣ 평원 - 어느 산을 가느냐보다는 어떻게 산을 올랐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 아닐까요?
작은 산을 오르며 고향을 그리워 할 수 있다는게 참으로 좋군요.
저의 아벗님도 황해도가 고향이시라... 님의 마음에 공감을 합니다.


▣ 김삿갓 - 집 아이콘을 따라 님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 김삿갓 - 이번 6월 26일에 사량도를 가신다는데 저도 함께 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지요?


▣ 말인 - 사량도 게시판 아래에 꼬리글을 남겨주십시요,물론 연락처도 함께....


▣ 호천 - 남들이 평범하게 다녀온 산을
님의 글을 읽고보면 참으로 아름다워지는걸 느낍니다
▣ 야생화 - 말인님 글을 도봉에서 관악까지에서 읽었지만
한국의 산하에서 읽고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말인님 정말 존경하옵니다


▣ 운해 - 다시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어 우리는 세상 살아가는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 sraok - 판에 박은듯한 산행기에 신선한 바람이 부는듯 해 즐겁습니다


▣ sraok - 헌데 등산로 지도가? 글구 읽기편하게 띄어주시면 *^^*


▣ 윤도균 - 감악산 지금까지 열번도 더 오른 고향의 산입니다
산세로 보면 특별히 아름다울것이 없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북녕땅의 하늘과
접적지역의 흥미로운 농촌의 모습은
아름답기 짝이 없답니다
임꺽정의 출생지 양주에서 활동무대였던 임꺽정봉은
차마 내려다보기 조차 현기증을 느끼게하는 천길 낭떨어지 구간이지요
누군가가 그곳에 암벽등반을 한 사람들의
산행이야기를 보고싶은데 아직은...
▣ 부람선녀 - 산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이렇듯 말인님에 산행기를 읽으며 공감할수 있다니 정말 새롭습니다 역시~ 말인님이십니다
▣ 부람선녀 - 산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이렇듯 말인님에 산행기를 읽으며 공감할수 있다니 정말 새롭습니다 역시~ 말인님이십니다
▣ 부람선녀 - 산을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이렇듯 말인님에 산행기를 읽으며 공감할수 있다니 정말 새롭습니다 역시~ 말인님이십니다
▣ 청파 - 62년 쿠바사태 때, 감악산 자락의 참호속에 엎드려, 저 아래 임진강을 건너 개미떼처럼 몰려올 지 모를 적군을 향해 M1소총 겨누며 생각하였지요. <아! 여기가 내무덤
▣ 청파 - 이구나> 40년 만에 찾은 그곳, 참호도 경계심도 그대로이더군요. 함께 하던 전우들 기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