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4. 2. 금

1. 가는 길
일원역-남한산성-강상면-양평대교-양평-여주방면-개군면 신내-5km
-좌회전 내리 방향(생태 건강마을, 산수유촌 표지판/ 오른쪽 군 부대)
-직진하다가 군부대 옆 좌측도로-오른 쪽 부림 낚시터를 두고 조금 더 가다
-좌회전 내리 산수유 축제 행사장(마을 관통)-추읍산 등산로 입구

2.
전 번에 갔을 때 지난 달 26일부터 산수유 축제를
한다는 프랭카드가 보였던 게 생각 나,
지났지만 한번 들려 보기로 하고 가 보니
내일부터 3일 간 하기로 바뀌었다.

마을이 온 통 산수유다.
여주 이천의 백사 산수유 축제를 작년인가 가 보았는데
더 나아 보인다.
어제 밤에 비가 온 뒤라
하나씩 볼 때는 조금 이른 지, 끝물인지 애매하게 느껴졌다.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준비 중,
날짜를 일주일 연기 한 모양, 내일부터 3일간이란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우선 정면에 우뚝 솟은 산을 올랐다.

입구에는 추읍산에 대한 유래가 써 있다.
근처 용문산에 대해 절 하는 모습이라고(추읍,趨揖-절 하는 모습) 붙은 이름,
또는 인근 7읍(邑)이 정상에서 보인다고 칠읍산,
아래 동리 중에 주읍리가 있어 주읍산이라고도 알려진 산이란다.

아름다운 이름이다.
모두가 내가 제일이라고 약간이라도 더 내세우는 세상에.
절하고 존중할 대상에 대하여 아낌없이 경배함을 내세운 겸손.
추읍(趨揖)

한라산(은하수를 잡을 수 있는), 국망봉(나라가 다 보이는), 망경대(서울이 다 보이는),
더 나아가 도일봉, 대청봉, 천황봉, 비로봉에 비하여 얼마나 겸허한 이름 붙임이랴.
유명산 옆의 仲美山(그런 대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이름에도 감복한 나인데...

스스로 존중하고 경배할 대상을 지닌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
남보다 앞서야만 의의를 느끼려는 세상을 사는 삶은
오히려 왜소할 수도.

3.
가파른 육산을 오르는 데는 50여 분이 걸린다.
중간에 소나무가 많아 참 좋다.
중간에 헉헉대다가 몇 번을 멈춰서 숨을 골랐다.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안내판도 그 정도면 충분하고.

정상에 오르니 군인들이 나무를 베고 있다.
헬기장을 위한 사계청소.
점심은 어떡하냐고 물으니 비상 식량을 이용한다고.
듣고 나니 알만하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 보며 흐린 날씨지만 카메라에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담았다.

4.
하산하는데 40여분,
아주 가파르다.

산 아래 내일부터 있을 축제 준비 과정과
산수유가 뭉쳐진 곳을 담았다.
아줌마들이 부쳐 주는 부침개와 산수유로 담은 막걸리도 한 잔 마시고.
유여사는 쑥을 한 동안 뜯고.

신내로 와 온천을 하고
해장국을 먹었다.

이 동리 와 먹을 것은
천서리로 가 뜨끈한 육수를 주전자로 비우면서 편육과 막국수를 먹거나,
건너 보리밥집, 아니면 이것이다.
땀을 빼고 나면 뜨거운 것이 속이 편하다.
간이 세 찬이 줄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는 뜨끈함이 좋다.

전 번에 들린 민가에 들러
오늘도 친절하게 내 놓은 머루주에 묵,
이것저것을 주인 아저씨의 삶을 안주 삼아 들었다.
정말 제대로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본다.
이름 없는 민초들의 삶 속에 진리를 배운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강호무림의 세계에는 무명의 고수들이 많음을
오늘도 절감하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