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사-비슬산-조화봉-소재사 사진산행기



           2004 년 3월 28일

 


산거북이 부부, 거이선생님 부부, 황거사 부부, 이대감 부부가 참석하였고,

유가사-수도암-도통바위-앞산,비슬산 삼거리-비슬산-수성골 삼거리-조화봉-대견사터-소재

사 코스를 6시간 20 분 동안 거닐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험과 관점으로 비슬산 산행기를 올리신 바라 새로이 보여드릴

바도 없는 평이한 또하나의 산행기를 덧붙히는 노고를 사서 하는 셈이지만 3월 말 경의 비

슬산 정경을 기록한다는 의미도 괜찮을 듯하여 간략히 남기고자 합니다.

사진을 필름스캔하는 작업을 해보니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인물사진이 잘못나

왔을 때는 피식 웃고 마는데 산의 모양이 잘 나오지 않거나 구도를 그르치면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작품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각 그 장면은 다시 올 수 없는 광경의 기록

인데 좀더 신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픔입니다.  

 





최근 몇개월 사이에도 이미 두번이나 비슬산을 다녀왔고 "비슬산의 화려한 조망 - 산거북

이"라는 조촐한 조망 산행기를 올렸던 터라 이후 5년 전처럼 비슬산-조화봉을 잇는 산행을

해 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가 갑자기 다가왔으니, 금요일 오후에 황거사께서

느닷없이 "같이 움직이자!"고 제안해 급조된 산행계획이 수립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미력한

산거북이가 안내를 맡게 되었으나 천왕봉 이후 3주간 산행을 못한 천식아내가 갑자기 동행

을 선언하고 나서 크나큰 짐을 안고 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거이선생님 부부도 자기 차로

직접 모시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가사에서 비슬산 정상으로 갈려는 초행자들이 대개 유가사 경내로 진입을 해버리는 통해

수성골 거쳐 삼거리로 둘러 올라가거나 병풍듬 바위 아래로 치고 오르는 코스를 밟게 되는

수가 많은 거 같습니다. 아무렴 어떻겠습니까만은 수도암 거쳐 도통바위 곁을 치고 올라 서

쪽으로 펼쳐지는 낙동강 흐름과 가야산 불꽃, 심지어 덕유능선까지의 장쾌한 조망을 즐기는

것이 협곡사이에서 오르는 진땀 흘리는 것 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지난 번 산행시에 지리산 주능선 까지 보았던 좋은 날씨에 바라본 가야산 모습입니다.

 





 

오늘 날씨는 좋았지만 봄 기운의 특성상 물기 머금은 대기라 근교의 조망마저 어렵습니다.

출발 5 분도 채 안된 수도암 지나서 산거북이의 집사람이 서버립니다. 천식발작이 뻗쳐 호

흡이 어렵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필요한 약물을 복용하고 갖가지 흡입용제를 지니고 있지만

오늘은 여간해 쉽지가 않습니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컨디션을 살피니 먼저 분위기를 파악

하고 선수를 칩니다. -오늘 산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자신이 없을 것 같다며 뒤쳐져서

갈테니 정상에서 만나자 하였습니다.

산우들이 이쪽 길에 밝지 않아 행여 길을 잘못들까 조바심에 아내를 남기고 다시 앞으로 내

달렸습니다. 휴대폰으로 아내의 위치와 컨디션을 확인하며 도성암 위 철조망 곁을 지나 도

통바위 아래로 오니 통신 두절입니다.

비슬산 정상이 오른 켠으로 보이는 능선에 올라 쉬엄쉬엄 집사람을 기다리던 산우들을 먼저

보내고 정상에서 점심 식사하면 기다리라 하였습니다. 30 분 후에 힘들게 오르는 아내를 만

나 기념촬영도 하고 과일을 꺼내 다시 충분히 쉬었습니다.

 



 


앞산 종주길 삼거리에서 다시 쉬고 완만한 정상에 오르니 산우들이 한시간 이상 기다린 셈

이 되었습니다. 같이 점심을 하고나니 다음 행선지가 걱정입니다. 다 같이 수성골로 내려설

까... 아니믄 조화봉까지 갈까... 집사람은 어떻게 할까... 판단이 빨리 서질 않았습니다.

집사람이 먼저 결단을 내렸습니다. 수성골에서 혼자 내려 갈테니 모두 조화봉에 가라고 하

였습니다. 모두들 놀랐지만 산거북이는 아내를 믿습니다. 수성골로 내려가서 차를 몰고 소

재사 입구로 오면 우리가 산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니 그리하라 하였습니다.

수성골 능선사거리에서 수성골로 아내를 내려 보내니 저으기 걱정스러웠습니다만 조화봉-

소재사 하산길도 나머지 산우들에겐 초행길과 다름없으니 책임을 져야했습니다. 아내를

혼자 보내고 산행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으려 되도록 산행에

집중하였습니다.

1004.9 봉 지나 비슬산을 바라보고, 조화봉 쪽 톱바위 능선과 조화봉 밋밋한 산정을 바라

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진달래 철에는 이곳에는 진달래 터널이 형성 되는데 어쨌거나 새

벽에 올라 인파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톱바위 오른쪽을 지나 조화봉 정상에 다다르니 청도 땅도 살짝 밟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이곳 조망은 더 좋을 텐데.. 아쉬움을 비슬산 정상 바라보기와 대견사지 위

1034 봉 바라보며 달랩니다.


 



 

대견사지로 돌아내려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산초보 시절, 이곳을 소재사 지나 휴양림 쪽

에서 숫제 바위 너덜지대롤 거쳐 올라온 경험이 있습니다. 두 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초행자들을 안내하고 다니면서는 절대 힘들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신조는

그때의 경험에서 유래 한 것 같습니다.



 





산우들은 오늘 잘도 걷습니다. 특히 수개월간 홀로 내공을 다지신 거이선생님의 사모님께

서 가볍게 완주하신 것은 참으로 “경축”할 만한 사건입니다. 하지만 산우들의 오늘 산행이

가벼웠던 것은 집사람의 고전으로 인해 초반에 천천히 같이 올랐고 한시간 반이상 정상에

서 휴식을 한 영향이 컷다고 생각합니다. 집사람이 수성골로 내려선 이후에는 휴대폰 통화

는 내내 불통이었습니다. 소재사 하산길 거의 다 된 콘크리이트 길에 다다라서야 통화음이

터집니다. 맑고 평정한 아내의 목소리가 울려나옵니다. -소재사 주차장입니다! 40분여 기다

렸네요. -

유가사 쪽 길 옆 하우스 밭에서 이제 막 따온 싱싱한 딸기 한아름이 우리 모두를 축하하였

습니다. 딸기를 안고 안전히 돌아온 아내가 고마워 산우들 아랑곳없이 체신도 잊고 아구아

구 딸기만 먹어댔습니다.


 




<끝>

  <추가 11월2일 산행자료>           대구 달성의 비슬산.

 

 

 

          지난 주 화악산에서 은근히 바라보았던 산이니 오늘 의당 이곳으로 발길이 듭니다.

          강추위가 예보됐던 터라 단단히 챙기고 한시간 40분만에 부산의 집에서 유가사 앞 까지 도착하

          였습니다.

          속이나 데울 요량으로 주차장 옆 식당에서 아내꺼, 내꺼 라면을 시켰습니다.

          -이 추운데 산에는 머한다 갑니꺼??

           -.....?? 아줌마가 라면 끼리주니 간다이입니꺼. 하하하.

           -.....!!(썰렁했겠지요??)

          하지만 수도암 지나서 숲 속 길로 들자 금방 더워져서 웃통을 홀랑 벗고 등산내의

          를 벗고 한거풀만 입고 갑니다. 짐 무게도 있고 바람이 없어 그저 포근하기만 한 날 씨였습니다.

          두시간 반에 걸쳐 쉬엄쉬엄 가니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일년 반만에 다시 보는 비슬산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도성암으로 올랐다가 정상에 와서 급경사로 내려서는 유가사 하산

          길을 택하니 5시간 가벼운 산행으로 마쳤습니다.

          다음주는 비슬산-조화봉 종주를 이을까... 오늘 예뻐 보이는 가야산을 가야할까....

          행복한 꿈을 일주일 내내 꾸어야겠습니다.

사진1. 지리산이 보이는 정상의 풍경

사진2. 남쪽 방향 ; 관기봉-와룡산(사천)-자굴산(의령)

사진3. 덕유산 향적봉-단지봉-수도산-가야산-대덕산

사진4. 지난 주 올랐던 화악산

사진5. 지리산천왕봉-반야봉-황매산

사진6. 저의 뒷마당 영남알프스 ; 좌로부터 가지산-운문산-능동산-재약산사자봉-재약산수미 봉



▣ 이수영 - 이제막 나의 산행기를 쓰고 산거북이님의 산행기 부터 읽었습니다. 비슬산의 진달래는 아직 피지 않았겠지요? 역시 산 거북이님의 조망능력과 사진 실력은 여전하시네요. 딸기를 어떻게 먹는것이 아구아구 먹는 모습입니까? ㅎㅎ

▣ 산사랑방 - 반갑습니다. 닉네임도 알송달송하신 부부님들의 산행.. 거북이님의 잔잔한 부부간의 정이 묻어나는 산행기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비슬산 대견사지는 2년전 4월 21일날 진달래가 한창일 때 다녀온 기억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군요..그때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어느 산님부부에게 찍어드린 사진을 현상했는데 연락이 되질않아서 전해 드리지 못하고 지금도 제 책상속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즐산 하시고 내자님도 빨리 건강 찾으셔서 늘 부부 함께 산행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비슬산도 이번엔 4월 중순이면 참꽃이 한창이겠지요..

▣ 산초스 - 여러부부의 합동산행이니 즐거운 산행이 틀림없고 서울에서 가기힘든 비슬산의 멋진 모습을 사진을 통해 잘 보아 감사드립니다.

▣ 산거북이 - 이수영님-술한잔 약조를 올렸으니 아구아구 먹는 모냥새는 차후 직접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산거북이 - 산사랑방님-오늘 산사랑방 전체 검색을 통해 여러가지 중요 정보를 메모하였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산거북이 - 산초스님-진짜 거북이 같은 산행기를 보아 주시고 글도 남겨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 알프스 - 천식환자가 산을 오르는 것은 대단한 의지 없인 불가능한 것 같은데 ...... 암튼 두분께 찬사를 보냅니다. 거북이면 어떻습니까??

▣ 산거북이 - 고맙습니다. 알프스님.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