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화엄사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상위)→광양군 다압면 청매실농원 →하동 악양 평사리 최참판댁(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여행일:04년 3월17일~18일(무박이일)

갈때:서울발 진주행 무궁화호 23:50분출발 05:02분 구례구 하차

올때:여수발 서울행 새마을호 15:20분 구례구 출발 19:40분 서울역 도착



◈동행:필자외 5명



#1.서울역

기차여행을 해본지가 언젠지 가물거리는 기억을 애써 떠올려 보며,

결혼 후 처음갖는 나만의 여행이 주는 가벼운 흥분을 가라앉히며 서울역에 발을 딛었다

예매해두었던 차표를받고 친구들을 찾아 반가운 재회를 하고 우리가 탈 전라선 진주행 무궁화호를 기다리면서 앉아있는데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자가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기차를 놓쳐 내일 아침 기차를 기다리던 중 손끝을 다쳤는데 밴드 살 돈 오백원만 달라고...

한무더기 짐들을 쌓아두고 있던 그녀가 뻔한(역주변에서 그런식으로 푼돈을 구걸하는..) 인물이라 생각되어 선뜻 돈을 주고도남을 친구대신 내 가방에 밴드를 주었다 그녀가 원한건 일회용 밴드였으므로...

손끝에 쬐금 묻은게 피는 아니었기에 확인까지 할 요량으로 밴드를 붙여주겠단 말까지 내뱉으며...

오백원대신 밴드를 손끝에 붙이며 돌아서는 그 녀를 보는 순간, 내 야박하고 매몰참이 부끄러웠다

오죽했으면 그런말을 했을까 싶어지니 더더욱 편치않았다

어려워 손을 내미는 인간에게 모른척하고 푼돈을 주었어도 좋으련만 이 얄팍함을 어쩌면좋아....(친구의 선행기회마저 빼앗은거고...ㅡ.ㅡ;)

푼돈이나마 주고팠지만 망설이다가 불편한 마음으로 기차를탄다



#2 기차안

기차는 생각외로 좁고 남루했다.
늦은밤이라 승객이 별로 없을줄 알았던 기차는 뜻밖에 승객들로 가득했고 의자두칸씩을 차지하고 눈좀 붙이며 가려던 계획은 여지없이 깨졌다

범죄예방차원인지 대낮처럼 불을 밝힌 열차안에서 두친구는 그나마 눈을 붙이고 잠을 청했지만 전혀 잠이오지 않았던 우리 두사람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 결국엔 시끄러워 죽겠단 친구의 핀잔까지 들었고..^^*

어둠을 가르며,차창밖으론 불빛을 흘리며 기차는 남으로 남으로...

자리가 조금 여유있어지자 새우처럼 꼬부리며 잠시 눈을 붙여보지만 기차는 어느새 남도땅에 들어서고 있다



#3 구례구역

아직은 어둠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름만 낯익은 구례구역에 내려선다

5;30분에 화엄사로 가는 첫버스가 있다던데 어디서 타야하는지를 몰라 들락이는데 날이 추워 봄마중갔다가 동사하는줄 알았네^^

택시를 타고가잔 친구의 제안에 택시비 만원에 화엄사로...(이른 시간이라 국립공원입장료도 사찰문화재관람료도 생략했으니 오히려 득이었죠^^)



#4 화엄사

어두워 아무것도 뵈지 않고 추워 돌아다닐수도 없어 출입금지 입간판을 세워둔 요사채같은곳을 기웃거려 보지만 대웅전쪽인지 설핏 예불소리만 들려오고 사람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절에 익숙한 불자인 한 친구가 나서서 스님께 여쭤 공양간 귀퉁이 쪽방으로 들어가 두발을 편다
찜질방 버금가게 절절 끓는다 아고 좋아라~~ㅎㅎ

누운채로 혹은 다리를 뻗은채로 지난밤 여독에 설핏 졸고있는데 보살님들 공양을 드시라는 전갈에 졸지에 보살이 되어 땅콩죽으로 공짜 아침을 해결한다

밥을 먹는사이 이내 어둠은 물러가고 약간 추워 더더욱 상큼한 아침이 펼쳐진다

대웅전에 들어 친구가 일러준대로 구배를하고 절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조계종 17교구 본찰답게 대단한 규모지만 정갈하고 아름답다

지리에 품에 든 사찰이라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굉장하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단 진리를 되새겨보며 소소한 일상에서 허위적거리는 작은 나를 돌아본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그저 자락이나마 지리산에 든것만으로 행복하다

친구들과 함께여서 더더욱...^^



#5 산동면 상위 산수유마을

타고왔던 택시를 다시불러 광주친구들과의 만남장소인 산수유마을로 향한다

가는 길 곳곳마다에는 산수유가 곱게 피어 애써 그 마을을 찾아들지 않아될만큼 화안하고 곱다
지리산온천을 지나 고리봉과 만복대 자락에 자리잡은 마을로 들어가는길은 새 봄이 가득하다
지난봄을 잃고 몇계절을 기다려 온 그 이쁜 봄이...

날씨는 여전히 쌀쌀한데 몸을 녹일곳이 마땅찮아 슈퍼에 서서 산수유차를 마시며 몸을 녹인다

이전 그대로의 모습을 바란다는건 도시인들의 배부른 꿈일런지도 모른다

농촌사람들도 도시인 못지않게 편리한 생활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누구못지않게 바라는 나지만 이 방법 밖에는 없었을까?
아무래도 헛된 투자란 생각이 들어 흐드러진 산수유와도 돌담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집들이 못내 서운하다

계곡가를 올라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너도 어울리지 않는 타인일뿐이라는건지 개짖는 소리가 요란타

일부러 들여다 보아야만 보일만큼 작은 꽃잎을 열고 이제 봄이라고,정말 봄이라고 산수유들은 일러주며 서 있었지만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표정에도 봄은 없었지.....

이른 아침 우리를 만나기위해 먼길을 달려 온 반가운 광주친구들과의 재회를하며 그 마을을 떠난다



#6섬진강변

구례에서 광양으로 가는 섬진강변 국도를 달린다

들은 푸른빛을 머금고,강물은 은빛비늘을 반짝이며, 산은 늘 그 자리에서 강물을 굽어보며 봄을 맞고 있었다

여전히 산과 들을 비껴가며 제 모습 그대로 흘러가는 섬진강아

처음 만난 그 날 부터 넌 내 안에 있었지 참,정말 네가 좋구나

네가 품은 강 언저리 대숲도,네가 만든 모래밭도,네가 담은 그 고운 하늘빛도...

이 땅에 태어났으면 누군들 시인이 안되랴
서당 강아지가 아니더라도 시 한수쯤은 읊고 다닐껄...



화개장터 건너편에서 두번째 아침을 먹다

이번 여행에 동행을 못한 친구가 구경 많이하고 살도 팍팍쪄서 오라며 원망섞인 축원(?)을 했는데 배둘레는 풍만과 비만사이를 오락가락하지만 이 음식을 눈앞에두고 어이견디리 그건 고문이다^^

섬진강 참게찌게와 잡어찌게를 주문했지만 딸려나온 찬은 산채백반을 주문한 착각을 하게한다 역시 남도야^^



#7 광양 다압 청매실농원

처음 찾았을땐 비가 왔었지

어둔하늘아래 매화는 눈부심이 넘쳐 요기스럽기까지 했는데 오늘처럼 환한날도 차마 눈을 뜰 수 없도록 환하고 고왔다

일부러 심은거라던 보리를 바탕으로 초록바탕위에 흰꽃무늬가 들어간 비단처럼 호사스럽기까지하다

"매화향기는 섬진강물위에 출렁이고...."라는 현수막이 걸렸었는데 섬진강물뿐이랴
우리모두의 가슴에도 가득 매화향은 일렁였는걸....

두어라 말할 풍경이 아니니 가 보라고 할 밖에....^^



#8 하동 악양 평사리

여행을 알차게 채워주려는 친구의 배려로 예정에 넣지 않았던 "토지"의 최참판댁을 찾았다

이번 여름부터 새로운방송사(sbs)가 다시 방영할꺼란 그 소설의 무대를...

여긴 윤씨부인의 이 기거하던곳,저긴 최치수의 사랑방,구천과 별당아씨가 도망친 산자락,월선의 주막집....

해박하기 그지없는 베스트드라이버겸 오늘의 가이드인 친구의 설명에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고
여행객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그녀의 모습에서 三人行 必有我師 란 말을 기억해본다
그 자연스런 친화력은 그녀의 큰 무형의 자산이 될거란 믿음을 가지며..


마을윗쪽에 위치해 늘 기름진 자기땅을 굽어보며 마을주민 전체를 자기의 종으로 두었던 그 양반댁이야 실존은 아니었지만 나보고 택하라면 난 그집의 안주인은 거절할꺼다
물론 그 아래 무릎끓던 종은 더더욱 아니고....

아마 난 그저 어디에든 속박되지않은 그러나 너무 남루하지만은않아 자족할수있는 여염집 아낙을 선택했을꺼란 속생각을하며 그곳을 떠난다


다시 구례로 돌아왔지만 기차시간에 쫒겨 압록으로가는 강변에서 먹은 맛있는 올갱이 수제비맛을 맘놓고 즐기지 못한체 아쉬운 이별을 맞는다

한친구는 어짜피 아쉬운소리(남편에게^^)를 하고 허락받은 여행인데 귀가시간이 이르다며 서운해했지만 후일을 기약해야지 처음부터 찍히면 훗날이 어려워지니까...^^






화엄사 각황전





화엄사 홍매













산수유마을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서희네(?) 보리밭^^





▣ 빵과버터 - 서울역에서 오백원의 에피소드가 마음에 와 닿네요.... 남도의 봄 잘보고 갑니다....
구수하신 모습처럼 참 재미있는 산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되시길..
▣ 산초스 - 오랫만에 보는 화엄사 고찰과 산수유,매화,보리밭까지 봄이온 남도의 풍경을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저도 산초스님의 숨은벽행 잘보았습니다 호랑이굴이 어딘지 한번 가봐야겠단 생각도 들었구요 초보도 가능한가 모르겠네요 좋은 한주 되세요^^
▣ 이우원 - 짧은 일정이지만 알차게 보낸 님들의 모습에서 봄은 또 어김없이 우리곁에 섰습니다. 님의 글귀를 접하고 보니 몇해전에 찾아보았던 매화향기 가득한 청매실농원이 눈에 아른거리고 그때 시음했던 달디 단 그 맛이 혀끝을 스칩니다. 여행이란 갈때보다 계획할 때가 더 즐거운 것! 모처럼 일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한 님의 모습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실은 여행기랍시고 올려놓고 혹 핀잔들을 일은 아닌가 걱정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 김정길 - 짧은 일정인데도 그토록 알차게 여행을 하시는 군요, 가이드를 맡으신 친구분이 참 대단하신 분이고요, 화엄사의 홍매는 아직이지만 산수유마을의 산수유꽃 만발한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임 덕분에 봄 여행 한번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
지난번 내연산 다녀오신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어쩜 그렇게도 먼길을 제데로 드시지도 않고 산행을 하시는지 초보의 눈엔 경이스럽기까지합니다 좋은 한주되세요^^
▣ ▣ 브르스황 - 산수유와 매화가 절정일때 정말 좋은곳에 잘 다녀오셨습니다. 가까이 있는 저도 올해는 못가보았습니다. 갈때마다 교통이 막혀 혼줄이 나는지라 저녁밥먹고 밤에 가는게 제일 좋더라고요. 밤에 매화꽃보면 밤 벚꽃놀이 처럼 기가 막히거든요. 아직은 산동 산수유마을이 그대로군요.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 여지없이 마을이 상업화하면서 변하던데.... 덕분에 꼭 가본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맙습니다.
저희야 평일에 다녀온거니 교통은 혼잡하진 않았는데 광주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휴일엔 차로 사람으로 넘쳐 다니기 힘든곳이라고...산수유마을은 관광지화되는 모든 고향의모습이 그렇듯이 모텔의 공사가 한참이어서 보기가 안타까웠습니다 그 이쁜 돌담과는 영 어울리지 않아서요 쉽게 가볼수없는 먼곳이기에 가까이 사시는 브르스황님이 부럽네요 좋은 한 주되세요^^

▣ 운해 - 완연한 봄이네요? 산수유와 보리밭.여인네의 아름다움이 잘 어울려진 산행인 것 같습니다 즐산 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 이수영 - 빈자리님이 꽃에 상당히 조예가 깊으시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요. 저는 매화꽃을 보고 처음에는 벗꽃인줄 알았어요 자세히 보니 벗꽃과는 다르군요. 산수유랑 생강나무도 헷갈리는데 이번 양창순님 산행기 속에 나오는 청매실 마을에 님도 다녀 오셨나 봐요? 산만 타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렇게 꽃을 보며, 사찰의 풍경을 보며 즐기는 운치도 대단하군요. 이런것이 풍류라 하던가요?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를 성공하고 귀환하신 님께 부러움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