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달산(雲達山) 1,097.2m
위 치 : 경북 문경시
산행코스 : 김용사 – 잘록이 – 운달산 – 화장암 – 김용사

산행일자 : 2004년 2월 28일/우리부부

풍기출발07:30 - 김용사주차장08:40
김용사10:00 – 능선안부11:18/11:27 – 잘록이11:50 – 운달산12:14/12:30 – 화장암13:20 –
김용사13:45
김용사주차장14:20 – 늦은점심 - 풍기도착16:00

◈ 봄맞이 운달산 산행
3.1절 3일간의 황금연휴!!
들뜬 마음은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으로 수없이 떠돌다가 혼자만 할 수 없는 길이기에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까운 산을 검색해봅니다.
입산금지구역인지 산행할 수 있는 코스는 어떻게 되는지 시,군청 산림과에 일일이 확인한 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운달산으로 봄맞이 산행을 정해봅니다.

가까운 곳이니 평상시처럼 일어나 한가로운 아침 길을 열어갑니다.
예천~문경간 국도에서 김룡사 방면 이정표를 따라 조금 들어가니 산북면 소재지가 나타나는데 조그만 면소재지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걸어놓아 태극기 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아마 3.1절을 기념하여 먼저 내어 달은 것 같은데 무척 좋아 보입니다.

짙은 구름에 햇살도 힘을 잃은 썰렁한 김용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기는 건 2.1~5.31일 까지 입산금지를 알리는 경고문입니다.
어제 문경시청에 전화로 확인했기에 별문제가 없을 듯 하지만 경고문이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일단 아침을 해결한 후 김용사를 지나 대성암에 이르니 등산로입구를 가로질러 줄을 쳐놓고 주차장에서 본 경고문을 걸어 놓았습니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산림과에 전화를 하니 토요 휴무중인지 벨만 계속 울릴 뿐…
답답한 마음에 겨우 겨우 산북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입산금지라는 대답이 들려옵니다.

조금 흥분한 목소리로 어제 산림과에 문의 했던 얘기를 해주니 다시 알아보고 연락을 준답니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입산해도 좋으니 산불감시원에게 인적사항을 적어주고 등산을 하라는 전화가 옵니다.
기쁘긴 하지만 또 기다림의 시간…
산불 감시원이 오기를 기다려 인적사항을 적어주고서야 늦은 등산길로 겨우 접어 듭니다.

시작하는 기분은 잡쳤지만 300년 이상 되었다는 아름드리 전나무 사이로 넓고 길게 난, 산책로 같은 길은 기분을 무척 상쾌하게 만듭니다.
맑고 정갈한 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잔잔히 깔린 가운데 이따금 지저귀는 산새의 목소리 정겹고, 가볍게 스치는 산들 바람소리 상큼합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와 입산금지 경고문 때문에 그런지 산행객 하나 없는 한가로운 등산로이지만 이따금 보이는 고로쇠 채취하는 분들의 분주한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겨우내 맨몸으로 북풍한설 이겨내고 이제 겨우 새봄을 맞아 성장에 필요한 나무의 혈액을 높은 가지 가지마다 공급하는 중인데 야속한 사람들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나무에 드릴 구멍을 뚫고 호스를 박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으니 얼마나 잔인한 일입니까?
살아있는 곰 쓸개에 빨대를 꼽아 웅담을 빨아 먹는 거나 사슴의 피를 빨아먹는 것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이따금 내울도 건너고 수북한 낙엽도 밟으며 여유로운 등산로…
겨우내 꽁꽁 얼어 붙었던 등산로도 이미 짙어진 봄내음을 맡았는지 한껏 기지개를 펴며 봉긋봉긋 부풀어 올라 내딛는 발걸음을 포근히 받아줍니다.

경사도 심하지 않고 넓은 등산로가 길게 길게 이어집니다.
이마에 등에 촉촉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니 겨울의 때를 벗겨내듯 옷을 한꺼풀 벗어 봅니다.
별 힘이 들지않는 편안한 등산로지만 변화가 거의 없는 단조로움이 계속 이어지니 지루한 생각이 드는 그런 등산로입니다.

지루함을 잊으려 빠른 걸음을 걸어 능선 안부에 올라섭니다.
제법 싸늘한 바람도 불고있지만 가까이 정상도 보이는듯하니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잠깐의 꿀맛 같은 휴식 후 …
정상인가 싶어 부지런히 오른 봉우리 뒤에 더 높은 봉우리가 딱 버티고 서있습니다.
여기가 아니고 저기가 정상인가보다 하며 쉼 없이 올라보니 또 다른 봉우리가 뒤에 있어 웃음짓게 만들더니 급기야 급한 오르내림이 반복 됩니다.
(하산길에 안 사실이지만 톱니바퀴처럼 생긴 정상에서 20분 거리의 “잘록이”란 곳입니다)
능선안부까지의 지루함을 보상하기에 충분한, 재미가 쏠쏠한 등로를 지나 또 정상처럼 보이는 봉우리를 지나고서야 1097m 운달산 정상에 올라 섭니다.

흐린 날씨에다가 여기저기 잘려나간 나무가 방치된 실망스런 정상 모습입니다.
게다가 잠시 앉아 쉬는 사이 하늘엔 검은 구름이 가득 몰려 들고 바람도 점점 심해지니 금방이라도 한줄기 퍼부을 것 같은 분위기 입니다.

쫓기듯 급한 걸음으로 정상을 내려서서 5분정도 걸으니 바람도 자는 것 같고 검은 구름도 조금 걷히는 것 같습니다.
등산로도 냉골쪽 등산로 보다는 아기자기한 맛이 나는 그런 길을 걷습니다.

정상에서 쫓겨난듯한 아쉬운 마음에 힐끔힐끔 정상을 쳐다보다가 특이하게 생긴 산능선을 봅니다.
마치 날카로운 톱날을 보는 듯…
예리한 각을 이루며 날카롭게 서있는 잘록이입니다.(지나올땐 미쳐 몰랐던)
신기한 모습에 조금이라도 좋은 그림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가며 셔터를 눌러 봅니다.
가만히 서있는 산을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말입니다.

대여섯판의 사진을 찍고 내려 서는 길…
갑자기 후두두둑 바싹 마른 낙엽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아이구 큰일일세….
우려하던 비가 쏟아지니 급한 마음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집니다.
그런데 이상스레 옷이 젖지 않아 유심히 보니 비가 아니라 싸라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싸라기 눈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이미 급해진 마음에 빨라진 걸음을 늦출 순 없습니다.
한10여분을 급하게 내려서니 싸라기눈도 그치고 이제서야 힘든 걸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여유로운 발길이 멈춘곳은 운달산 줄기 속에 포근히 안겨있는 화장암입니다.
산중 아늑한 곳, 한눈에 명당으로 보이는 화장암을 보니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어납니다.
지금 당장은 안되겠지만 언젠가는…

큰집도 필요 없이 초가삼간 오두막이면 충분하리…
사랑하는 사람과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이면 충분하리…
인간사 모두가 일장춘몽인 것을, 부질없는 물거품인 것을…

김용사에 나만의 생각을 잠시 맡겨 두고 난 또 일상으로 접어듭니다.
부질없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상으로 말입니다…


김용사 주차장 운달산 안내 표지판


고로쇠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운달산 정상에서...


잘록이 능선 모습


김용사 두꺼비 바위


▣ 김정길 - ((경)) 길문주님 부부의 운달산 산행을 축하합니다 ((축)) 나무에 드릴 구멍을 뚫고 호스를 박아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사람들 ! 몸에 좋다하면 가격불문 거리불문 하며 사러 먹으러 마시러 다니는 사람들 ! 살아있는 곰 쓸개에 빨대를 꼽아 웅담을 빨아 먹는, 사슴의 피를 빨아먹는 등 산체로 빨아대는 사람들 ! 다--- 돈이 많아서 타락하는 짓들입니다. 동 없는 선량한 서민들이야 가만히 서있는 산을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카메라 셧터나 눌러보는 재미로 살다가, 늙으막에 큰집도 필요 없이 초가삼간 오두막이면 충분하리… 인간사 모두가 일장춘몽인 것을, 부질없는 물거품인 것을…
▣ 김사웅 - 김룡사가 멋진 운달산엔 가보고싶습니다..산행기 즐감했습니다^^
▣ 길문주 - 김정길 선배님! 자연을 해치지 않고 순응하며 조화롭게 함께 사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요.^^* 김사웅님 님의 설악산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건강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 산초스 - 저희팀도 중부내륙 고속도로의 덕을 보고자 올해는 수안보,문경방향으로 자주 나가려고 하는데 님덕분에 미리 많이 알게되어 고맙습니다. 두꺼비바위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 주왕 - 외갓집이 문경이라 산이 많은것은 알았지만 주흘산만이 아는 산이름의 전부였는데 지금 선생님 산행기 보고 지도를 펼쳐보니 이름도 생소한 산이 많이도 솟아있네요.참 많이 배우게 됩니다.싱그러운 산행기 잘 감상했습니다. 건강하세요.
▣ 길문주 - 문경지방에는 좋은 산들이 정말 많이있습니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중 4개가 모여있기도 하며 전국 유일의 산악 축제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