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토요일), 남부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가 출발하기 몇 분 전에 서둘러 전주행 7시 30분발 버스표를 끊는다. 운임은 10500원. 버스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정안휴게소에서 15분쯤 쉬다가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 55분 만인 10시 25분에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주말의 차량 정체 탓인지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40분보다 15분이나 늦었다.

터미널의 정문으로 나와서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으로 잠시 가다가 나오는 횡단보도를 건너 직진하면 넓은 교차로에 오른쪽으로 꺾어져 가는 팔달로를 가리키는 작은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그 길로 잠시 걸음을 옮기면 금암광장이라는 명칭의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터미널 앞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10시 30분에 사단 앞의 기점에서 출발한 상학행 970번 버스는 10시 50분이 다 돼서야 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이 버스를 타고 약 30분 만에 넓은 주차장이 있는 상학마을의 버스 종점에 도착한다. 버스 요금은 전주시외인 관계로 1400원.

버스 종점에서 차도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완주군에서 설치한 모악산 표지석과 함께 고은 시인의 모악산 시비가 있고 그 뒤로 육각정인 모태정 옆에 상학마을의 모악산 들머리가 있다.

제법 가팔라 보이는 오른쪽의 상학능선 초입을 지나쳐서 잠시 나아가면 선녀폭포와 사랑바위에 닿는다. 선녀폭포와 사랑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나서 계곡을 따라 10분쯤 더 나아가면 천룡사를 거쳐 모악산으로 오르는 왼쪽의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 직진한다.

직진해서 계곡을 건너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오르니 계곡 건너편의 비탈에 난 등로로 사람들이 열을 지어 오르는 게 보인다. 어디서 제 길을 놓쳤는지 당황하여 계곡길을 내려오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두 길은 대원사에서 만난다고 한다. 계속 계곡길을 올라 천룡사 갈림길에서 10분 만에 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유서 깊은 고찰인 대원사의 산문(山門) 앞에 닿는다.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원기리 상학마을의 모악산 표지석. 
 


고은의 모악산 시비. 
 


모태정 옆의 모악산 들머리. 
 


상학능선 초입. 
 


선녀폭포와 사랑바위. 
 


등로의 정경. 
 


계곡을 건너 대원사로 오르는 길. 
 

모악산 정상이 올려다보이고 벚꽃이 아름답게 만발한 대원사의 마루에 앉아서 첫 번째로 쉬며 건물과 나무와 석탑이 산만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균형을 이뤄 배치돼 있고 고풍스러운 대원사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30분쯤 충분히 대원사를 관람하고 쉬다가 다시 산문을 나와서 등로를 오르니 노점과 정자가 있는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의 돌계단을 올라, 대원사에서 30분 만에 수왕사에 닿는다. 
 


소화당(笑話堂)의, 그림이 그려진 기와들. 
 


모악산 정상이 올려다보이는 대원사의 대웅전과 모악당. 
 


연꽃잎 위에서 샘물이 졸졸 흘러 내려오는 대원사의 약수터. 
 


대원사의 소나무와 석탑. 
 


대원사의 대웅전. 
 


소나무 옆의 석탑. 
 


대웅전의 불상. 
 


대웅전 위의 또 다른 석탑. 
 


대원사의 산문. 
 

암벽 밑의 조그맣고 초라한 절인 수왕사의 약수터에서 볼밸브를 열고 샘물을 받아 마시니 물이 꽤 시원하고 맛있다. 수왕사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서 오른쪽 길로 오르니 5분 만에 능선 사거리에 닿는다. 능선의 왼쪽은 모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상학능선에서 올라오는 길이고 직진하는 가파른 내리막은 전주의 중인리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능선 사거리에서 능선길을 10분 가까이 오르면 모악산 정상이 가깝게 올려다보이는 무제봉 정상에 닿는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면 모악산이 바위산이 아닌 육산임에도 불구하고 모악산(母岳山)이라는 명칭을 갖게 한 쉰길바위가 나타난다.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형상이라는데 어떤 방향에서 봐야 그렇게 보이는 걸까? 
 


수왕사. 
 


암벽 밑의 수왕사. 
 


볼밸브가 달려 있는 수왕사의 약수터. 
 


능선 사거리의 방향표지판. 
 


해발 685 미터의 무제봉에서 바라본 모악산 정상. 
 


모악산의 명칭이 유래된 쉰길바위. 
 


쉰길바위 위에서 내려다본 무제봉과 상학능선. 
 


쉰길바위 위에서 바라본 모악산 정상. 
 


쉰길바위의 정상부분 1. 
 


쉰길바위의 정상부분 2. 
 

쉰길바위에 올라 사방을 느긋하게 조망한다. 오늘의 산행은 산행거리가 짧아서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쉰길바위 위에서 조망을 하다가 천천히 내려와서 KBS 송신소의 철망이 쳐진 곳까지 오르니 정상 못미처에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정상표지석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철망을 따라 오르면 지금은 개방된 KBS 송신소의 계단을 통해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793.5 미터의 모악산 정상에 오르게 되고 정상에서 계단을 더 올라 KBS 송신소의 옥상에 오르면 사방의 조망이 일망무제(一 望無際)로 펼쳐진다. 남봉에서 장근재에 이르는 능선부터 모악정으로 하산하는 능선, 북봉에서 심원암으로 하산하는 능선, 북봉에서 매봉을 거쳐 금산사의 입구로 하산하는 능선, 무제봉과 쉰길바위로 이어지는 상학능선길 등이 일목요연하게 조망되는 옥상에서 사방을 조망하다가 금산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모악정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서 KBS 송신소 옥상에서 15분 만에 헬리포트인 해발 735 미터의 북봉 정상에 이른다. 매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 삼거리인 북봉에서 심원암과 금산사로 향하는 왼쪽 능선을 택해 내려서면 심원암까지 이어지는 조릿대숲의 능선길이 주는 운치에 취해 걷게 된다. 
 


KBS 송신소 밑의 모악산 정상표지석. 
 


모악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KBS 송신소 옥상 밑의,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793.5 미터의 모악산 정상. 
 


KBS 송신소 옥상에서 바라본 남봉과 장근재로 이어지는 능선. 
 


KBS 송신소 옥상에서 바라본 북봉과 매봉. 
 


KBS 송신소 옥상에서 바라본 쉰길바위와 무제봉, 상학능선. 
 


KBS 송신소 옥상에서 바라본 북봉과 매봉능선, 심원암능선, 모악정능선. 
 


헬리포트인 해발 735 미터의 북봉 정상. 
 

조릿대숲의 능선길을 내려서다가 조그만 바위전망대에 앉아 땀을 식히며 쉰다. 그리고 다시 나아가면 단조로울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조릿대숲의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내리게 된다.

북봉에서 30분 남짓 나아가면 해발 400 미터라고 씌어진 스테인레스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에 이르는데 방향표지판에 씌어진 글자가 닳아져서 보이지 않지만 지도를 펼쳐 보니 왼쪽은 심원암을 거쳐 금산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심원암을 거치지 않고 금산사로 내려가는 길이다. 심원암 쪽으로 내려서면 잠시 후에 또 다른 삼거리가 나오는데 설치돼 있는 방향표지판을 보니 왼쪽으로 내려가면 심원암이고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심원암 북강삼층석탑이라고 표기돼 있다. 직진하여 나무계단을 잠시 오르면 심원암의 북쪽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고 하여 심원암 북강(北崗)삼층석탑이라고 불리워지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삼층석탑이 있는데 깊은 산 속의 외진 곳에 위치하여 거의 온전하게 보전되었다고 한다. 막다른 곳에 위치한 북강삼층석탑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다시 삼거리로 되내려와 조릿대숲길을 10분쯤 더 내려가면 멋진 벚나무 한 그루와 최근에 만들어 놓은 듯한 석불상이 인상적인 심원암에 닿는다.

심원암의 돌축대 위에 앉아 땀을 식히다가 일어서서 심원암의 짧은 돌계단을 내려가면 등로는 끝나고 임도가 시작된다. 시원하게 하늘로 쭉쭉 뻗은 침엽수림을 지나서 10분쯤 내려가면 금산사계곡을 사이에 두고 모악정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심원암 삼거리에 이르는데 산행객들이 계곡에서 쉬고 있다. 계곡으로 가서 계류에 발을 담그니 발이 시려서 오래 담그고 있지 못할 정도인데 계류에 발과 무릎을 냉찜질하며 산행의 피로를 풀다가 다시 삼거리로 되내려와서 몇 분 더 내려가면 연리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직진하여 금산사로 걸음을 재촉한다. 
 


조릿대숲의 능선길. 
 


심원암 북강삼층석탑. 
 


심원암의 벚나무. 
 


등로가 끝나고 임도가 시작되는 심원암의 모악산 날머리. 
 


임도의 정경. 
 


금산사계곡의 정경. 
 


심원암 삼거리의 방향표지판. 
 

심원암 삼거리에서 10분 만에 금산사의 천왕문 앞에 닿게 되고 경내로 들어가서 크고 유서 깊은 고찰인 금산사를 둘러보는데 절이 크기 때문인지 약수터도 두 개나 있는 금산사에서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서 카메라에 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미륵전의 거대한 두 개의 불상이 가장 인상 깊었고 그 외의 많은 불상들도 금산사가 크고 유서 깊은 고찰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며 한국인의 뿌리 깊은 불교 신앙에 대해 무량한 감개를 느끼게 해 준다.

금산사 경내를 차분히 둘러보다가 보제루와 천왕문, 금강문, 일주문을 차례대로 빠져나온다. 
 


금산사의 약수터. 
 


금산사의 육각다층석탑. 
 


금산사의 미륵전. 
 


미륵전의 거대한 불상. 
 


금산사의 오층석탑. 
 


금산사의 대적광전. 
 


대적광전의 불상들. 
 


금산사의 또 다른 약수터. 
 


금산사의 벚나무 1. 
 


원통전의 불상. 
 


금산사의 벚나무 2. 
 


금산사의 오층석탑과 미륵전 사이로 보이는 모악산 정상. 
 

자신이 산행을 해 오면서 본 절의 일주문 중 가장 큰 것으로 생각되는 일주문을 지나서도 금산사의 경내는 이어진다. 길 따라 이어진 만개한 벚꽃들을 완상하며 걷다 보니 견훤성문이라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홍예문이 보수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주문에서 10분 가까이 더 내려와서 금산사 매표소에 닿은 후에 바로 앞의 금산교를 건너 좀 더 나아가면 음식점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이 중에서 인터넷에 유명한 맛집으로 추천되고 있는 한 음식점에 들러 산채비빔밥과 파전, 조동동주를 시킨다. 그런데 금산사가 벚꽃축제중이어서 손님들이 밀려 재료가 부족하다고는 하나 산채비빔밥이나 파전이나 그 값(각각 7000원)이면 웬만한 서울의 음식점이라면 이 이상의 맛은 날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여서 전라도 음식의 명성을 믿고 찾아갔다가 적지 않게 실망하게 된다. 매스미디어에서 요란하게 떠들어서 손님들이 밀리는 맛집의 실상을 접하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심 실소하고야 만다.

그래도 시장해서 동동주 한 병과 식사, 안주를 다 비우고 79번 버스 종점을 찾아가서 출발하기 직전의 18시 44분발 79번 버스를 타니 주말의 차량 정체 탓인지 19시 50분경에야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한다. 요금은 1580원. 이 버스는 금암광장에서 고속버스터미널을 비롯한 세 정류장을 거쳐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서 가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리려면 급할 때에는 금암광장에서 내려 몇 분 걷는 게 더 빠르겠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20시 15분발 남서울행 버스표를 끊으니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정안휴게소에서 한 번 쉰 후에 소요예정시간인 2시간 40분에 맞춰 22시 55분경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은 전주의 진산(鎭山)이라는 모악산에서 금산사와 대원사라는 두 명찰을 둘러보고 한창인 벚꽃도 구경하는, 눈이 즐거운 산행이었는데 유명한 맛집이라기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맛집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전주와 완주, 김제에 걸쳐 있는 모악산의 아늑한 산세와 기나긴 조릿대숲길을 유유자적하게 체험할 수 있었다.

절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산행이 끝난 오늘의 산행에는 총 6시간 30분이 걸렸고 이 중에서 휴식과 절 관람, 조망과 계곡에 발 담그고 쉬는 등의 여유를 부린 3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3시간 30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4월의 날씨치고는 초여름에 비견될 정도로 더운 날씨라서 땀을 많이 흘리며 진행했다. 
 


금산사의 거대한 일주문. 
 


벚꽃 1. 
 


견훤성문이라는 홍예문. 
 


벚꽃 2. 
 


오늘의 산행로 - 약 8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