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유 산

2008년 1월 31일 목요일(송탄그린)
날씨 : 춥다 시계는 양호 그러나 검은 구름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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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적 : 안성매표소-칠연폭포(되돌아나와)-동엽령-백암봉-중봉-향적봉-설천봉-곤도라(5시간)


 안절부절한다고, 오매불망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만
덕유를 향한 간절한 희망의 조각들이 뭉쳐서 또 하나의 산이 만들어졌습니다

한창 일하는 시간 띠리리~~ 단 한 번의 진동
문자통 열어보니 웬 횡재입니까?
송탄그린에서 덕유산 들어가니 분 초 다투어 예약하랍니다 ~앗싸~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 향해 지칠줄 모르고 타오르는 내 마음의 불꽃이여
그대 품에 안기려 그대에게 갑니다
안아주소서
받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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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매표소
시인마을
나 또한 시의 일부가 되기위해 입산하오니 받아주소서
모래 알갱이같은  존재
하나의 점이되어 들어가오니 받아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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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몰래 칠연폭포로 스며듭니다
매달린 물줄기의 흔적이 폭포라고 일어줍니다

폭포를 나와 조금 더 오르면 그 위엔 작은 통제소가 하나 있습니다
휴식년제 구간이라 들어가면 벌금입니다
도둑처럼 들어갔지만 되돌아나옵니다
그러나 족적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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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홀로 되어 걷습니다
사방은 고요하고 내 발소리가 시간을 늘였다, 줄였다 변덕을 떨 뿐입니다
작은 고개가 눈 앞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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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에 달팽이같은 이 몸 닮은 부부 한 쌍을 잡습니다
그래도 꼴찌를 면하게 되어 편안한 숨을 길~게 쉬어봅니다
고개를 드니 나뭇가지 사이로 몸피가 훌쩍 늘어난 산더미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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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꿈같은 설국입니다
소망의 조각이 모인 설국입니다
때론,
피곤한 육신을 눕혀도 단잠을 잃어 버릴  때가 있었습니다
온통 뇌속을 휘젓고 다니는 설국때문입니다
그저께 까지 메마른 나신이었던 나무들이 어제 잠시 다녀간 눈손님의 은총으로
 풍년설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설국을 만들어 논 것입니다
잠 못 이룬 나를 위함이라고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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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앞질러간 일행들의 발자국을 더듬으며 오릅니다
눈부신 하늘이 시가 되고
엎드린 나무계단이 시가 되고
난쟁이 산죽을 덮은, 키큰 나뭇가지를 덮은 상고대가 시가되는 순간입니다




추위를 견디며 선 키 작은 나무들
잔인한 겨울을  이김으로 봄엔 새 눈을 틔우고 꽃도 매달것입니다
우리도 이 나무들처럼 시련을 견뎌야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것입니다




안성면 일대가 엎드려있습니다
진안쪽의 산군들은 검은구름에 짓눌려있습니다




동엽령에 올라서기전 바람에 대비한 행장을 꾸리는데 장갑을 벗으니 손이 얼어 한참을 버벅댑니다
그러나 눈꽃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입니다
아니 입산자만이 얻는 자유입니다




오른쪽 머리위에 1327봉입니다
눈을 이고 선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동엽령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입니다


 

전망대에 선 나는 산을 젖혀두고 이 녀석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이들의 집에서는 우리가 이방인일 뿐입니다
그래도 자주 당하는 일인지 셔터 동작음에도 아랑곳
물끄러미 응시하는 눈망울은 검은 안경을 쓴 듯 캄캄합니다
이 녀석의 눈에도 눈이 새하얗게 보일까? 문득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백암봉, 중봉을 지나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남덕유로 흘러가는 능선입니다




남덕유쪽으로 우선 눈만 보냅니다




동엽령 조금 못미쳐서 일행 중 후미를 만나고 사진을 담고 있으니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티끌 하나 허락치 않았습니다




남덕유쪽으로 난 길을 조금 따라가봅니다




이쪽 저쪽으로 분답을 떠는 동안 일행들은 정지된 그림이 되어주었습니다







동엽령쪽으로 진행하는 님들을 마주합니다
일인분의 폭좁은 길에서 산인을 만나면 언제나 비키는 건 내 몫입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봅니다










백암봉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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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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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8일
아래 그림과 거의 같은 지점에서 담았습니다




지난해 겨울 비에 흠뻑 젖고 바람에 떠밀려 오르던 기억이 돌아옵니다
근 일년이 지난 일이지만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서 떠오릅니다




앞서 가는 이들있어 조금 당겨봅니다 휴식 중인가보네요

동엽령에서 일행을 떨구어서인지 나는 또 다시 홀로되어 걸어갑니다
눈을 바쁘게하는 풍광에 마음이 빼앗겨 심심하기는커녕 보는 일에 심히 바쁩니다




낯익은 길들이 멋진 얼굴을 들이댑니다
사람이 멋진 옷으로 뭇 사람의 시선을 유혹하듯이
산이, 나무들이, 길가의 돌멩이들이 백설이란 이름의 옷을 입고 변신을 시작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터져나오는 환성을 참지 못합니다
겨울산을 꿈꾸는 우리의 마음은 발걸음 이전에 미리 이산, 저산 허리를 밟으며 분답을 떨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산을 아는 자들이 누리는 특권입니다




시작 페이지에서 한장한장 넘기면 쌓이는 책갈피처럼 내 걸음의 부피가 늘어나는 순간에 뒤돌아봅니다




 폭풍이 일기 시작합니다

산허리를 타고 올라 온 바람은 한 점 티끌을 날려 버릴  태세입니다




백두 대간길에 폭풍이 몰려옵니다
허연 포말을 날리며 이골짝에서 저골짝으로 휘몰아칩니다




무룡산이 빼꼼 고개내밀어 쳐다보는 가운데 봉긋한 봉우리하나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공연을 시작합니다
문득 '남난희의 낮은 산이 더 낫다'라는 책이 생각 납니다




눈이 남긴 흔적들입니다




짐짓 모른채 두고 온 남덕유가 따라왔습니다
덕유보다 날개짓이 억세고 힘찬 남덕유를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우선 희망이 담긴 쪽지를 남덕유에 띄웁니다
'그대 허락하시면 언제든 달려가리이다'
우선 마음의 갈피에다 저장해두렵니다




송계사에서 이어지는 계곡 아래를 봅니다




그 굽이엔 대봉이 있고 지봉이 있고 그 길은 횡경재를 지나 백암봉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눈앞에 백암봉이 가득한데 갈 길을 막아 선 나무 한그루 자태를 바라보랍니다







백암봉에서 바라보는 중봉입니다




남덕유를 배경으로 백암봉 두고 온 길들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눈 앞에 가야하는 중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내가 저 길에서 어떻게 주저앉았는지 산은 압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묶어놓았습니다
아마 충분히 반성하고 느끼고 가라는  침묵 속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그 실형을 벗어난 지금도 나는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나쁜 산딸입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또 저지를 사랑
그것은 끝이 없는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내 그대 품에 안기는 날까지 이어질 사랑입니다




중봉의 시련은 아무것도 보지말고
오로지 길바닥만 바라보며 가라했습니다
생전 짚어보지도 않았던 쌍지팡이에 바람에 휘청거리는 몸을 의지하고
날이 선 시퍼런 바람을 피해 향적봉대피소 마당까지 와서 뒤돌아보니 수호천사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기다렸습니다
님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꾸 그님이 나보다 먼저 갔다고 말했습니다
기다리다가, 목이 늘어지도록 기다리다가
그래도 싶어 뒤돌아보며 향적봉을 향합니다




무슨 정신인지 대간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향적봉으로 향하는 길은 오지 않은 님을 찾느라 느릿느릿 뒷걸음질 치며 오릅니다







그대 기다리며 바라보는 시선 속에 안겨드는 남덕유를 향한 그리움이 무턱대고 솟아납니다




향적봉
멀찌감치 떨어뜨려놓고 그저 바라봅니다




한 시간 이상을 벌 선 탓으로 설천봉으로 향합니다
곤도라에 내 몸 얹을 생각으로

2007년 2월8일 그 날은 비에 젖어 쫓겨 내려간 길입니다
또 한번의 곤욕입니다
징크스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잘 달리는 말에 채찍이라 여기렵니다

겨울 비 맞으며 설천봉까지 3시간 10분 걸렸던 산행을
거의 5시간 걸려 끝냈으니 그래도 별 일 없이 하산함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설천봉 상제루를 바라봅니다

 

















그들은 나를 보살펴주었습니다
너무 고마웠는데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조차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무주스키장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
덩어리가 커다란 아픔 하나 가슴에 담고 산정에 올라서인지 마음의 무게도 무거웠습니다
사람이 태어남도 홀로이고
또한 세상을 떠남도 홀로입니다

많은 사람과 스쳐가는 산에서도 나는 홀로였습니다
장차 홀로 떠날 그 길에 대한 연습인지도 모릅니다

그 칙칙한 어두움을 걷어내는 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 있는 산하가 위로의 말씀이 되어주었습니다
추운 눈밭에서
벌 받는 아이처럼 무섭고 두려웠던 일은 잠깐이었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받게되는 상처들이 두려울 뿐입니다
모를 때가 꽃이 되는 그 무지
아니 백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억지일텐데...
자꾸 뒷걸음질하는 마음
이제 어느 산정에 가서 풀어놓게 될지
그것만이 희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