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주계봉,재약산(1,108m),천황산(1,189m) (경남 언양,밀양)
2. 산행일 : 2004. 4. 8
3. 코 스 : 언양주계마을(11:50) – 주계봉(12:28, 10분휴식) – 무명봉(13:20) – 쉼터(13:35, 5분휴식) – 갈림길이정표(14:25) – 수미봉(15:00, 10분휴식) – 안부쉼터(15:26) – 사자봉(15:55, 5분휴식) – 갈림길이정표(16:25) – 샘물상회(16:35) – 목장(16:45) – 갈림길이정표(16:55) – 갈림길쉼터(17:07) – 주계마을(18:06) – ---- 총소요시간 6시간 16분(휴식시간 30분 포함)
4. 동 행 : 2명
5. 후 기 :

영남알프스를 산행하다 보면 능동산 방면에서 남쪽방향의 배내골 쪽에
깎아 지른 듯한 암봉 하나가 하늘을 찌르며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봉우리 아래로는 깊은 계곡을 만들고 능선을 따라 사자평을 거쳐
재약산 수미봉과 사자평을 연결하고 있는데
별도의 이름은 없이 주변마을이름을 따 주계봉이라 별칭하기도 한다.

11시 50분. 주암계곡 주차장.
석남사를 지나 배내재를 넘어 보면 우측 계곡 쪽으로 진입하는 좁은 차도가 보인다.
5분여 들어가 계류를 건너면 넓직한 주차장이 보인다.
비시즌이라 무심코 주차를 하였더니 어느새 늙수그레한 사람이 다가와 주차비 2천원을 달란다.
주차장 왼쪽에 보면 이정표가 재약산, 천황산이 6K임을 알리고 서 있다.
우리는 이곳을 날머리로 잡고 오늘 산행할 계획이다.
계류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재약산 쪽에서 흘러 내리는 계류와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계류를 건너자 마자 주눅이 들고도 남을 만큼 가파른 길이 산님을 짓누른다.
마음을 다잡고 오르지만 좀체 경사가 줄어 들지 않는다.
주계봉의 높이 만큼이나 직각에 가깝게 오르는 만큼 땀 깨나 흘려야 할 모양.
산행초입부터 이토록 힘을 빼는 경우는 거의 없는 일.
시간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고도는 금방 높아진다.

12시 28분. 주계봉.(10분 휴식)
진을 뺀 듯 오른 봉우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봉우리의 이름을 아무리 찾아도 알 수 없었고 주차장 주인에게 물어도 이름은 없다하니
봉우리의 장대함을 볼 때 왠지 서운함이 앞선다.
봉우리 앞쪽으로 20여미터 기듯 나아가자 바로 아래는 까마득 계곡이 흐르고
그 높이와 직벽의 모습에서 그만 오금이 저리며 다리를 옮길 수가 없다.
나무를 잡고 벼랑 끝에 섰기는 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이미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말그대로 오줌을 찔끔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일까.
바위에 걸터 앉아 비경에 취해 본다.

13시 20분. 무명봉.
주계봉을 내려서면 마치 협곡에 걸린 다리마냥 골짜기를 지나고
다소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지나지만 주계봉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영남알프스를 사방으로 조망하는 것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능선을 지나는 길은 땀깨나 흘린 대가를 톡톡히 보상받는 유유자적 즐기는 길.
하지만 무명봉 아래에서는 다시 가파른 길로 바뀐다.
하지만 익숙된만큼 가비얍다.
무명봉을 지나면 잠시 오르막이 있지만 금새 광활한 평원과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이 한 눈에 들어 온다.

13시 35분. 쉼터.(5분휴식)
드넓은 사자평전에 들어서 억새와 싸리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른다.
여기저기 따가운 횃초리 맛을 봐야 겨우 쉼터에 들어 설 수 있다.
재약산과 천황산(사자봉)은 벌써 대여섯번째 오르지만 언제 와도 신명나는 산이다.
오늘로서 동서남북방향에서 모두 올라보게 되는 것이라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산이며 북쪽방향에서 바라보는 산의 모습 또한 새롭다.
주인없이 비어 있는 쉼터는 폐가에 가깝다.
영업을 못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서 흐르는 물인지 파이프를 타고 나오는 물이 시원스럽다.
식수를 보충하고 왼쪽으로 난 임도를 따른다.

14시 25분. 갈림길 이정표.
자갈길에 가까운 임도는 작년 태풍의 영향인 듯 황폐되어 있다.
수로는 깎이고 무너져 휑하니 패여져 있고 가는 길 중간중간 물에 휩쓸려 끊어져 있다.
재약산을 오른쪽에 두고 거의 4분의 1바퀴를 돌아 표충사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난다.
임도를 버리고 등로로 들어선다.

15시 00분. 재약산 정상.(10분 휴식)
정상은 머리위 금방 닿을 듯하지만 몇 번 숨을 가쁘게 몰아 쉰 이후에야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에 올라 선다.
몇몇 아낙들이 정상에 오른 감격에 겨워 자찬에 여념이 없다.
오던 길을 다시 내려가려는 것을 천황산을 거쳐 한계암방향으로 하산하기를 권해 보지만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

15시 26분. 안부갈림길.
수미봉에서 내려 선 안부는 또다시 넓은 분지로 이루어져 있다.
쉼터가 두개 있으나 이미 한 곳은 철거 하였고
면식이 있는 한 곳은 오늘도 자물쇠로 잠겨 있다.
아마 영업을 못하게 되었나 보다.
다소 아쉬운 마음에 몇 번 뒤를 돌아보며 사자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왼쪽 : 표충사 3.7K, 오른쪽 : 배내골, 직진 : 사자봉 0.8K, 오던길 : 수미봉 0.9K)

15시 55분. 사자봉.(5분 휴식)
차지하고 앉은 자리가 워낙 넓은 산이라 오르는 등로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재약산에서의 조망은 어디서나 환상적이다.
사방을 둘러 봐도 어디 한 곳 막힘이 없어 더욱 가슴후련한 곳.
남쪽의 향로산에서부터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 배내고개를 거쳐
가지산, 운문산, 억산이 빙 둘러 서있고,
서쪽으로는 가까운 곳에 필봉으로 내려서는 능선이 길게 뻗어 있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또 바로 앞 삼각산과 그 반대편에 정각산이 올망졸망 자태를 뽐내고 있다.
(왼쪽 : 한계암 2.3K, 직진 : 얼음골 3.5K, 오던길 : 수미봉 1.7K)

16시 25분. 두번째 갈림길.
사자봉을 직진으로 내려서면 경사가 완만하고 넓다란 등로가 이어진다.
능선길에 접어들자 소로로 바뀌면서 관목이 시야를 가린다.
이 길은 얼음골, 능동산을 거쳐 영축산이나, 가지산으로 종주하는 길.
상념에 잠겨 걷다보면 몇 군데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 : 얼음골 3.15K, 직진 : 배내골 6K, 오른쪽 : 샘물상회, 오던길 : 사자봉 1.4K)
종주길을 버리고 샘물상회 화살표를 따라 오른쪽방향으로 꺾으면
싸리나무 사이의 좁은 등로가 계속 이어진다.

16시 35분. 샘물상회.
여기 있는 쉼터 또한 아무 인적이 없다.
오른쪽 임도를 택하여 빨간지붕 목장 방향으로 향한다.

16시 45분. 목장.
목장이라더니 목장분위기는 아니다.
꽤나 큰 건물을 짓다 말았는지 쾡하니 버려져 있고 여기저기 나무를 꺾어 놓아
뭔가 큰 일을 벌이는 듯하다.
분위기가 자못 살벌하고 음침하다.

16시 55분. 갈림길 이정표.
임도를 따라 갈림길에 이르면 비로소 주암계곡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타난다.
(왼쪽 : 주암계곡, 직진 : 수미봉 1K, 오른쪽 : 사자봉 1K)

17시 07분. 쉼터.
주암계곡 방향으로 들어 서면 걷기 힘든 돌길을 따라 오를 때 들른 쉼터에 이르게 된다.
시원한 물로 땀을 씻어 내고 마지막 하산길을 서두른다.
샘물상회에서 여기까지는 거의 트래킹하는 기분으로 무심하게 걸어 왔다면
이제는 계곡을 끼고 내려가며 세심(洗心)의 기분으로 걸어가는 길.

18시 06분. 주차장.
주암계곡. 골짜기가 깊은 만큼 물 또한 맑고 깨끗하다.
입을 바로 대고 마셔도 될 듯하다.
수량이 풍부하여 계곡 물소리는 하산길 내내 같이한다.
오죽 외진 곳이라면 아직도 얼음이 남아있을까.
깊은 골에는 아직 봄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제법 급한 내리막과 돌길도 있긴 하지만 걷기에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는다.
아니 하산길이 이만큼 유쾌한 경우도 드물다고 해야할 것 같다.
계곡을 왼쪽에 두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바꾸어 계속 이어지는 하산길은
산사면으로 좁게 보이다 넓직한 등로로 바뀌기를 수차례.
중간에 염소를 키우는 외딴집도 지나고
촌놈이 난생처음 63빌딩을 올려다 보는 것처럼
거대한 주계봉을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재미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주차장에 들어 선다.

(맺는말 : 주계봉 오르는 초입의 힘든 가파른 길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번 산행코스는 미답자들에게 적극 권해 볼만한 코스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사자평에서 코스를 여러 방향으로 잡을 수 있어
시간이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사자평에서 얼음골 방향, 표충사 방향, 향로산 방향, 또는 사자봉을 넘어 필봉 방향 등
여러가지 코스를 나름대로 잡을 수 있다)


▣ 산거북이 - 주암마을-주계봉.. 그리고 재약산 수미봉 사자봉거쳐 능선 타고 내려와 오른쪽 목장(?) 쪽으로 하산하셨군요. 음~ 오르내림이 흥미로운 길입니다. 저도 배내고개에서 보이는 그 이국적인 바위봉우리가 늘 매력적이었답니다. 심종태 바위는 그 암봉을 일컬음이 아닌가요? 늘 궁금했습니다.
▣ ### - 참으로 재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심종태바위는 제가 알기로도 그 암봉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답사하지 않은 길이라면 기회를 가져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관심가져 주시어 감사하오며 항상 즐산,안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