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순두류~법계사~칼바위~중산리 “그래야만 하는가?”

 

Mt. 1217 법계사(1,380m) - 경남 산청군

 

산 행 일 : 2012년 8원 19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리고 한때 비

동 행 인 : 여수 ㅎ산우회 동참 산우님들

 

산행(도상)거리 : 약 7.4km

                          순두류 <2.8> 법계사 <2.1> 칼바위 <2.5>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21분 (식사 휴식 1시간 01분포함)

                 순두류 <0:15> 출렁다리 <0:34> 지능선 <0:09> 광덕사교 <0:34> 로타리대피소 <0:07> 법계사 <0:27> 망바위 <0:28> 칼바위 <0:28>탐방안내소 앞 <0:18> 주차장

 

 

용수골

 

 

오늘 산행 구간도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하다.

마치 장마철처럼 날마다 찌푸린 하늘이고 느닷없이 소나기를 퍼붓기도 한다.

자칫 비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 ㅎ산우회의 지리산 중산리계곡 산행에 동참하기로 작정하고 집을 나선다.

약속된 장소-여수, 순천의 거의 모든 산행 버스는 순천 여성회관 맞은편에서 정차한다.-에서 버스에 올라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는다.

남해고속국도를 따라 진주방면으로 가던 중 섬진강휴게소를 지나자 소나기가 퍼붓더니 잠시 후 개고 또 쏟아진다.

 

 

대형차 회차장 산길 초입

 

 

산길을 버리고 도로로

 

10 : 55 대형차 회차 지점

단성IC를 빠져 중산리로 가면서 비가 개고 버스는 대형차 회차 지점까지 올라간다.

도로가 아닌 좌측 산길로 들어서 조금가다 나오는 도로와 인접한 곳에서는 산길을 버리고 도로로 내려서 우측의 깊숙하게 꺼진 계곡을 힐끔거리며 부지런히 걷는다.

중산리 탐방안내소 앞에 이르자 법계사 미니버스 두 대가 서있다.

공휴일은 수시로 운행하지만 나 혼자만을 두고 움직이겠는가.

 

 

주차 매표소 - “그곳에 가지마세요”

 

 

법계사 버스

 

3km에 달하는 도로를 걷기가 싫어 계획했던 산행을 포기하려는데 중학생정도로 보이는 두 사내아이와 부부 그리고 두 사람이 더 버스에 오르자 기사가 시동을 건다.

산우회 총무님에게만 살짝 얘기하고 양해를 구한 뒤 일행들과 헤어져 버스에 올라 시주함에 차비조로 2천원을 넣고 앞좌석에 앉았다.

도로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경남 환경교육원으로 가는 길이니만큼 도에서 정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거리

 

 

법계사 표지석과 위령비

 

11 : 25 삼거리 출발

삼거리 우측 길가에는 ‘경상남도 환경교육원 300m’ 표지석과 이정표가, 좌측에는 ‘智異山法界寺’ 표지석이 그리고 두 길이 갈라지는 가운데 지점에는 조난자와 그를 구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숨진 소방항공 대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졌다.

‘↑ 법계사 2.8km’ 이정표를 확인하고 비포장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며칠 전에 두 사람이 적발되었습니다.”

주차 매표소 직원에게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을 문의하여 얻은 대답이 귓가를 맴돈다.

 

 

넓은 길은 끝나고 산길로

 

 

출렁다리

 

 

출입금지 휘장이 보인다.

 

11 : 40 출렁다리

넓은 길이 산길로 변한 지점을 통과한지 7분을 걸어 출렁다리 앞에 이르렀다.

'Muss es sein? Es mus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베토벤의 작품번호 135. 마지막 4중주 4악장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지정된 탐방로를 걸어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라고 바꾸어 본다.

이 말은 내가 가고자했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 떳떳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걷게 만들어 준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119 비상함

 

맑은 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는 우측 계곡을 잠시 바라보다 발길을 옮긴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또 다른 출렁다리를 건너간다.

학생들이 있는 가족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천천히 오르는데 우리 뒤를 따라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내려가는 사람들은 수시로 나타난다.

거제수나무 487본이 심어진 ‘서부지방산림청 채종림’을 지나고 ‘119비상함’과 ‘긴급출동 중계기’를 차례로 스쳐간다.

 

 

지능선 고개

 

 

천왕봉이 모습을 드러내보였다.

 

 

할머니를 만난 지점

 

12 : 14~17 지능선 고개

‘↑ 법계사 1.1 * 천왕봉 3.1km ↓ 순두류 1.7 * 중산리 4.7km’ 이정표가 있는 작은 공터 바위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어보니 구름이 비껴가는 천왕봉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그만이다.

대문 같은 커다란 암벽과 바위 사이를 지나는데 단아한 모습의 할머니 한분이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내려온다.

“할머니 길이 대단히 미끄럽습니다.”

“예. 복 많이 받고 오십시오.”

나를 법계사에 가는 불교신자로 여기는 모양이다.

 

 

광덕사교

 

 

실 폭포

 

 

산죽사이의 계단 길

 

12 : 26 광덕사교

용수골을 따르면 나무다리인 광덕사교가 나온다.

이어 나오는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는데 지리산에는 많은 비가 왔었는지 좌측 골짜기에 실 폭포가 생겨났다.

제법 키가 큰 산죽 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너덜이 나오고 이어 작은 도랑도 두 곳이나 지나게 된다.

‘낙석주의’ 팻말이 있는 곳에서 고개를 들면 로타리대피소 화장실이 보인다.

 

 

로타리대피소

 

 

식수장

 

13 : 00~24 로타리대피소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식수장 맞은편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배낭을 벗어 도시락을 꺼내자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의 남녀가 내 곁 바위 위에 자리를 잡는다.

주차장 집결시간은 네 시라고 했다.

법계사를 둘러보고 내려가도 시간은 충분하다.

 

 

법계사 일주문

 

 

일본인들이 박았던 쇠말뚝

 

 

삼층석탑 앞에서

 

13 : 31~40 법계사

요사채 입구에 커다란 포탄이 보인다.

그것은 대포알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지리산과 법계사의 혈맥을 짓누르려고 박았던 쇠말뚝으로 2006년 10월에 제거한 것이라고 한다.

법계사는 신라 진흥왕 5년(544) 연기조사가 창건했지만 이성계에 의해 패한 왜군에 의해 불탔고, 1405년 선사 정심이 중창했지만 1908년 일본군에 의해 불탔으며,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또 다시 불탄 채 방치되었다가 1981년 법당과 산신각, 칠성각 등이 재건되면서 겨우 절다운 모습을 갖추었다.

법계사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극락전 앞 높이 3.6m의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선 삼층석탑을 눈여겨 봐야한다.

보물 제 473호로 지정된 고려초기의 이 삼층석탑은 높이 2.5m로 상하층 기단을 모두 생략한 채 자연암석을 기단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쓰러짐을 예방하기 위하여 늘여진 철사 줄이 보인다.

 

 

구름이 사방을 막아버린다.

 

 

골짜기 조망 처도 마찬가지

 

잠시나마 해가 모습을 나타내 보이더니 금세 구름이 사위를 덮어 버린다.

서둘러 일주문을 나서고 로타리대피소 옆을 지나 예전 헬기장에 올라 천왕봉 쪽을 바라보니 먹통일 뿐이다.

배낭에는 언제나 비옷 한 벌이 들어있다.

비옷을 꺼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며 부지런히 걷는다.

허리가 부실하여 내림 길도 부담스럽지만 아무래도 오름길 보다는 낫다.

 

 

망바위

 

 

계단 끝에 심장마비사고지점 팻말이 있었다.

 

14 : 07 망바위

등고선 상 1150m인 망바위의 이정표 기둥에 붙은 ‘해발 1068m’ 표지가 눈에 거슬린다.

통나무 계단을 타고 가파르게 내려가면 판때기 길이 나온다.

하단부에 이르면 ‘심장마비 사고 지점’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이어 ‘지리 05-04’ 표지가 있는데 ‘해발 1129m’라고 표기되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앞서 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배낭커버를 씌우고 비옷을 걸쳐 입었지만 더 걷기로 한다.

빗물에 젖은 흙길은 몹시 미끄럽고 돌길도 주의를 게을리 할 수 없게 만든다.

 

 

칼바위 삼거리

 

 

칼바위

 

 

계곡 출입을 막는 방책

 

14 : 32~38 칼바위 삼거리

비가 가늘어지더니 멈춘다.

칼바위 골을 따른 일행들은 어디쯤 걷고 있는지, 또 한 분이라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뒤로 쳐지는 사람들과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봤지만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계곡 쪽에 방책이 둘러지고 경보시설이 있는 지점을 지난 바위에 올라 계곡을 바라보니 물가에 몇 사람이 보이지만 일행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겠다.

‘산을 위해 태어난 山 사람’ 우천 선생 추모비 앞에 서자, 덥수룩한 수염에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표정으로 살짝 웃고 있는 사진 속 모습이 떠오른다.

 

 

건물 맞은편의 우천 선생 추모비가 보인다.

 

 

탐방안내소 앞

 

 

탐방로 안내도

 

15 : 09~28 탐방안내소 앞 가게

“천왕봉까지 다녀올 수 있겠소?”

“어림도 없습니다. 그냥 편한 산행을 할 작정입니다.”

중산리로 오는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산행대장 님과 개별산행을 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던 총무님 등의 모습이 보인다.

총무님이 따라주는 시원한 맥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아직도 내려오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지 기다리는 눈치여서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길로 들어선다.

비가 내린 뒤 지난 사람이 없는 산죽 밭을 지나자 바짓가랑이가 촉촉하게 젖어버린다.

 

 

비에 젖은 산길

 

 

대형차 회차지

 

15 : 38 주차장 도착

단 혼자, 쥐도 새도 모르게 살짝 다녀오려고 했던 곳을 포기했지만 잘 한 일이다.

천왕봉 쪽을 바라본다.

검은 구름이 아직도 산마루를 휘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