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2004. 5. 9.


참여인원 : 20명 (광주 그린마운틴산악회)


산행구간 : 죽령 - 천문관측소 - 연화봉 - 비로봉 - 어의곡리


산행거리 : 총 18.7km


소요시간 : 5: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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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 오전 강수확율 100%, 오후 90%]


일기예보에 의하면 소백산엔 종일 비가 올 것 같다.


산행 참여인원 20명.


결국, 비(雨)도 회원님들의 산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식히지 못했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충주호를 굽이 도니 좌(左) 충주호는 태공을 기다리는 빈 배들이 가는 빗줄기 속에 쓸쓸히 떠 있어 새파란 물빛이 더욱 적막해 보이고, 우(右) 월악산의 불끈 불끈 솟구친 높은 영봉들 그 젖은 봉우리는 옅게 퍼진 흰 구름에 가려 살포시 드러나니 그 아름다움을 비길데가 없을 듯 하다.


고요속에 젖은 몸짓으로 유혹하는 푸른 신록이 이리도 아름다운데 어찌 비온다고 방안에만 있을 수 있겠는가! 더욱 설레는 맘으로 재촉하여 소백산 죽령고개를 숨가쁘게 오르니 11시 50분경.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비가와도 좋다! 산행시작]


다들 야무지게 짐을 추스르고 천문관측소 방면 안내판을 보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들어서니 12시 04분.


입구에서부터 천문관측소까지의 거리는 7km. 종종 눈에띄는 할미꽃을 감상하고 이름모를 꽃들을 감상하며 걷더라도 능선의 허리를 감고 도는 긴 포장도로가 지루할 수 있는데 가는 빗줄기가 오히려 지루함과 피로를 덜어 주는 것 같다.


 


[우중(雨中) 식사(食事)]


천문관측소 0.8km 못미친 지점. 시간을 보니 13시 24분, 점심 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계속 더 진행하면 이보다 더 바람 잔잔한 장소가 없을 듯하고, 마침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목재보행로가 평상처럼 깔려있어 철퍼덕 주저앉는데도 부담이 없어 다들 둘러 앉아 식사를 하니 비록 비에 젖은 밥을 먹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식사도중 누군가 "비에 젖은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산행에 대해서 논하지 말라"고 하신다. ㅋㅋㅋ


식사를 마치고 나자 누구랄 것도 없이 황급히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데 더 앉아 있을 수 없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시간을 보니 13시 50분. 그틈에도 담배를 빼물고 식후연초를 위해 안절부절하는 분들이 계신다. 에궁 7월 1일부터는 500원 오른다는데 금연의 효과를 가져다 줄까????


조금을 걸어 올라가니 천문관측소가 나오고 그곳에서 희방사와 비로봉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날씨만 좋다면 천문관측소에 들러 좌판기 커피한잔 뽑아 마시고 가련만.....


 


[비로봉을 향해]


비로봉을 향하는 길로 들어서니 목재다리가 운치있게 설치되어 있는데 50m쯤 진행하니 또다시 희방사 방면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오고 그 곳에서 부터는 거친 돌과 질펀한 진흙길이다. 그리 편한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포장도로를 걷는것에 비하면 훨씬 좋다.


가급적 미끄러지지 않을려고 돌들만 밟으며 열심히 걷는데 "미끄덩"!!!! 갑자기 미끄러지며 몸이 뒤로 벌러덩 넘어지는데 "어라"! 그냥 그대로 뒤로 벌러덩 넘어질 줄 알았는데 앞이 무거웠나(?) 중심이 뒤틀리며 다행히 손바닥으로 땅을 짚어 다치지는 않았다. 휴~~우! 다행이다만은 옆에 아가씨들도 있었는데, 이구~~ 쪽팔려 -.-;;;


천문관측소 ←2.5km→ 제1연화봉 ←3.5km→ 비로봉


소백산은 온통 구름의 장막에 가려져 사방을 분간키 어렵다. 그래도 길옆 능선으로 끊임없이 피어있는 앙증스런 야생화들의 아름다움이 흥미롭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 졌다 하고, 나무잎에 눌러앉았던 빗물들이 바람에 떠밀려 우두둑 쏟아지기도 하며 뒤집어 쓴 고어자켓 모자의 창을 두드리니 그 소리의 향연 또한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오케스트라의 연주 못지 않다.


철쭉은 아직 꽃망울만 머금었다. 아마 5월 마지막주쯤이면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모르면 아는체 말자]


 천동리계곡 방면으로 갈리는 삼거리를 마악 지나치니 경상도 말씨의 한무리 산악회가 비로봉 방면에서 떠들썩하니 몰려온다. 숫자가 40명 정도 되어 보인다. 정말 악기있는 전천후 산악회다. 그들은 천동리 계곡으로 하산하려는지 천동리 계곡으로 가는 곳을 묻는다.


그러자 뒤따라 걷고 있던 한 동회인이 "예~ 쭈욱 가세요" 하신다. "무에~~?" "어이쿠 아닙니다. 저기서 우회전 하세요" 하는데 이분은 황당하게도 계속 쭈욱 가란말을 되풀이 한다. 누구 산행 망치게 할 일있나?????


 


[비로봉 도착]


천동리 계곡 삼거리를 지나 비로봉 방면으로 200m 정도 걸으니 주목관리초소가 있다. 그러나 운무가 짙어 근처 주목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관리소가 있으니 주목군락지임은 틀림이 없다.


 관리소를 지나쳐 다시 300m 정도를 더 진행하니 비로봉 정상.


15시 03분.


이정표가 비로사 방면과 국망봉 방면을 안내하며 서 있고, 태백산과 연이어진 소백산을 노래하는 시비가 있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뒤따라올 일행들을 홀로 기다리고 있자니 귓가를 울리는 바람소리 빗소리가 더욱 아름답다. 더 굵어진 빗줄기가 거친 바람에 가볍게 날린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싶어진다.


 


[걷기 좋은 어의곡 계곡으로 하산]


비로봉에서 어의곡리까지의 거리는 5.7km.


국망봉방면으로 나무 계단을 밝고 내려가 약 200m정도를 걸으니 삼거리가 나온다. 국망봉방면은 탐방이 금지되어 있다. 어의곡 계곡을 향해 내려가니 부드러운 육산의 능선 수림사이로 좁은 등산로가 운치있게 이어지며 편안하게 맞이한다.


3km 쯤 내려갔을까?


빗방울이 가늘어 지며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는데 눈아래로 비치는 계곡의 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각 초목은 약속하여 정해진 장소에서 나고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비옥한 땅 척박한 땅 가리지 않고 아무곳에서나 각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제 각각의 색과 모양으로 잎과 꽃을 피우는데도 어찌 저리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조화가 되는지......


약속과 규칙속에서 생활하는 인간들의 모습도 저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러나 인간의 아름다움은 외적인 미(美)에서 찿을게 아니라 내면적인 마음의 미(美)를 살펴야 하니 자연과 비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어의곡리를 약 1km 못 미친 지점에 이르니 짧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아래로 내려와 배낭을 벗어 놓고 질흙이 튀긴 신발과 옷을 맑은 계수로 씻어 단장하고 나니 회원 한분이 사진 한컷 찍어주신다. 본디 내 외모가 출중하니(?) 사진도 잘나오리라 생각되지만 혹여 비맞은 장닭꼴로 나오진 않을지......


어의곡리에 도착하니 주막에서 누군가가 손짖한다. "뉠까?" 싶어 가보니 먼저오신 회원님들이 더덕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산행뒤끝을 추스리고 계신다. 조오치! 나도 쭈~~~욱, 두잔!!!!!!!


 


[산행끝]


총거리 18.7km. 마지막 일행이 도착하니 17시 30분경. 거리가 상당한 지라 예정시간대로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비가 온 탓일까 오히려 예정시간을 30분 정도 앞당겨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 안동댐 - 멀리서 오셨는데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목 보셨으니 안타운 마음입니다
▣ 안동댐 - 멀리서 오셨는데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못 보셨으니 안타운 마음입니다 그날 저도 소백산을 다녀왔습니다만 중계소 조금 아래서 내려오면서 만난 분들이였군요. 비오는데 식사하시느라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천문대 자판기 주변과 옆 쪽에 보시면 비를 피해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조금 못미쳐서 우중에 식사를 하셨군요 계속 좋은 산행하시구요. 좋은 날 다시 한번 다녀가세요
▣ 조송훈 - 감사합니다. 그래도 작년 5.25.도솔봉 산행때 보다 비가 적게 왔어요. 작년엔 정말 고생했죠.
▣ 김정길 - "비에 젖은 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산행에 대해서 논하지 말라" 조송훈 아우 오랫만입니다. 며칠 경북지역 다녀왔습니다. 자주보기 바라면서.
▣ 조송훈 - 선배님! 그때 순천(?)산 잘 다녀가셨는지요. 마라톤대회 땜에 산행을 같이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라톤 경험이 없어 꼭 한번 뛰어보고 싶었는데 이젠 1시간 37분이 내 기록이라고 말 할 수 있어 한결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