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여행기 ★


■ 여정


19일: Castle hotel -> 김포 공항 -> 제주공항 -> 중문 롯데 Hotel -> 하얏트 Hotel 올인 전망대 -> 장원 민박(1박)


20일: 한라산 영실 -> 윗세 오름 대피소 -> 어리목 -> 중문단지 컨벤션 센터 유채꽃, 주상절리 -> 산방산 산방굴사-> 제주시 탑동 광장 -> 동문 시장 -> 사라봉 -> 제주 공항


■ 들어가기


~ 인연이란 분명, 그 이유가 있어 그 끈이 닿았을 테니까...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제가 다시 그 끈으로 묶일 날도 있을지도 모르지 않니^^
건강하고,,, 예전에 네가 나에게 말했던 대로 살고 있는 모습이라면 좋겠어...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벌써 까마득히 멀어져 잊혀진 사람이면 답장을 받지


않아도 아쉽지는 않을 거야^^


솔직히 너에 대해 기억 나는 건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던 중에 한라산이었던가? 그 정상에서 보내 줬던 문자 메세지가 전부야
사람은 말이야, 그런가 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도 딱 한가지 좋았던 잊지 못할 추억이 있으면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고 가슴에 머무르나봐...


,,그 문자,,,정말 좋았거? ?^  ~ from 아이리스 메일 中


 


To. 아이리스에게~


^^요즘 하늘 보고 있니?


난 하늘만 보면 아무 생각 없어지는데 그냥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져! 회사에 매이고 시험?에 매인 몸이 아니라면~


아니 그 모든 것들이 핑계겠지!


정말 무엇이 내게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으면서 세상이 만들어 놓은 기준 속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


무언가를 새로 시도하기에 열정도 식었고 의지도 사라지고 있는 그런 나의 모습..


3년 전 제주도에 가서 너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만 하더라도 적어도 무엇을 해보겠다!는 무식한 용기는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는 게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의 모습이 아닐까?(^_^) 특히 비 개인 후 하늘의 모습 말이야!


 


이번에 찾아간 제주도에서 발견한 내 모습은 경치를 보러 온 관광객에 지나지 않았어-_-;;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요 삼아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여행자의 모습이 아닌 도전과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


그런 탓인지 몰라도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는 여행기 쓰기가 싫더라-_-;;


그래서 손 놓고 있었는데 너 메일 받고 생각이 바뀌었어^^


연중행사처럼 아주아주 가끔씩 오는 메일이지만 읽을 때 마다


들려오는 수 만가지 생각들과 숨겨져 있던 감수성과 순수함이 기지개를 펴는 소리를 들어!


너의 메일에 대한 답장은 제주 여행기로 대신할게…(^_^)…!


!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어느 곳, 어느 시간에서 그 누구를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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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기


 余가 여행기를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좀더 다가가고 자신을 되돌아 보자!는 게 余의 여행의 목적과 의미인데 이번 여행기를 쓰면서


- 누구에게 잘 보여주자! 재밌게 쓰자! 픽션을 가미하자! – 이런 생각들에 치중을 했다.


다시 이런 생각을 모두 물리고 홀가분한 내 자신으로 돌아와서 제주도를 더듬어 간다.


‘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침 고요 선작지왓’


지금도 머리 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구상 나무 숲을 지나면 통나무로 이어진 길이 시작되면서 환하게 시야가 열리기 시작한다.


       흡사 사막의 실크로드처럼 되어 있는 이 길을 걷는 기분은 정말 묘하다! 신비하다!고나 할까?


옅은 아침 햇살이 비추며 땅속의 수증기들이 조금씩 기운을 뿜는 그 가운데 “통나무 길”이 있다.


좌로는 한라산의 오름들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우로는 넓게 펼쳐진 평원이 침묵하고 있다.


아주 고요한 그 가운데 余의 통나무를 딛는 가벼운 발자국 소리만이 아침의 고요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안되겠다!


도저히 걸을 수 없다!


발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 놓는다! 숨소리마저 죽이며 그 자리에 조용히 앉는다.


그리곤 침묵……!


잠시 후 햇살이 더 눈부시게 빛나며 이름 모를 새가 아름답게 우는 소리가 들린다.


뒤 오름쪽에서 아기노루?가 무언가를 찾으며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다.


이제 아침이 시작되려나 보다!


다시 배낭을 메고 걸음을 옮기는데 발걸음이 너무 가볍다!


감히 말하지만 이제 여행은 끝났다!


 


⊙ 어리목에서 만난 버스 기사님!


자신의 발걸음을 조금 느리게 하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정말 그랬다.


우리의 24시간은 무엇을 위해서 인지 모르지만 정말 바쁘게 돌아간다.


무언가 정말 열심히 하긴 했는데 자꾸 허무한 생각이 가슴을 친다.


 


어리목에서 중문까지 걸리는 소요시간은 빨리 가면 30분, 늦게 가도 40분이다.


30분이란 시간은 산행을 위해 새벽에 서둘러서 올라간 시간이고 40분이란 시간은 하산 후 버스를 타고 천천히 내려온 시간이다.


30분이란 시간은 망각의 시간이고 40분의 시간은 기억 하고픈 행복의 시간이었다.


40분의 시간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다.


손님이 적었고(余까지 포함해서 3명: 약초 캐러 가는 할아버님, 수학 여행 온 선생님) 버스는 아주 천천히 달렸다.


기사님은 천천히 달리며 뒤 자리에 앉으신 할아버님과 두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로 계속 말씀하셨다. 영실에 내릴 때 까지…!


영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제 기사님과의 둘만의 시간!


그 분은 말씀을 듣고, 아니 그 분과 달리는 그 길 자체가 행복이었다.


시원한 바람과 파아란 하늘, 녹음을 자랑하는 숲들 이런 경치를 두고 빨리 간다!는 것은 음식을 먹지 않고 냄새만 맞는 꼴일 것이다.


특히 내려오면서 보이는 쫙 ~ 펼쳐지는 중문의 모습과 그 뒤로 펼쳐진 망망대해의 바다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사라봉의 아쉬움-_-;;


余가 사라봉에서 놓친 것은 멋진 낙조가 아니라 기다림을 위한 기다림을 했기 때문이다.


사라봉에 도착한 5시 50분부터 6시 30분까지~


해가 6시 30분이면 질 줄 알았다.


한참을 기다렸다.


다른 것만 보았다.-_-


제주 시민에게 있어 사라봉은 낙조보다는 휴식처였고 운동의 공간이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돌리고 구부리고 뛰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계셨다.


그 가운데 余는 그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감을 나무 밑에서 아! 하고 입 벌리고 있는 꼴이었다.


余는 그 순간을 더 즐겨야 했다.


⊙ 공항의 풍경들


국내선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두 번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검색대가 있는 곳을 통과하기 위해 공항 경비에게 비행기표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비행기표에 기재된 이름과 신분증상의 이름이 틀리면 余처럼 다시 되돌아와서 티켓 창구에서 비행기표를 다시 발급 받아야 한다.


(예약 받는 사람이 “정”을 “종”으로 입력을 하는 바람에…!)


공항 경비를 무사히 통과 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검색대가 있으니…!


작년은 등산용 지팡이만 잡았는데 올해는 지팡이뿐 아니라 칼도 걸렸다. 결국 다시 창구로 가서 수화물 의뢰(무료)를 해야 했다. -_-


(참고로 말하면 쇠로 된 물질(지팡이,칼등), 인화 물질 등은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없다.


또한 들고 탈 수 있는 짐의 무게는 30kg이하인가? 제한이 되어 있다. 비행기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면 날다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작년 9.11 테러 이후로 공항 보안이 한층 까다로워 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혼 부부를 많이 볼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가장 많이 본 무리들은 수학 여행 온 고등학교 여학생들이었다.


공항 내에서 온 곳을 가득 메운 수많은 여학생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 신혼부부를 많이 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수학 여행 온 학생들을 부지기수로 보았다.


어리목으로 하산 길에서, 컨벤션 센터 & 주상절리에서, 그리고 공항에서


余가 이렇게 늙었나?..


 


⊙ 계획과 어긋난 여정


우리의 삶의 리듬은 짜여진 일과 데로 돌아간다.


그런 순환되는 삶의 고리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으려는 게 여행인데 여행을 하기 위해서도 계획이 필요하다.


내가 원해서 짜 놓은 계획이지만(정말 계획은 중요하다!) 가끔은 이런 계획 조차도 틀에 박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제주 공항에 내리면서 계획된 여정과 반대의 여정을 선택했다.


항상 제주시가 여행의 시발점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중문단지부터 시작하기로 하고 공항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쓸쓸한 날씨였다.


비가 내리는 탓인지 내 마음이 우울한 탓인지 창 밖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제주 시내의 모습이나 어둠 컴컴한 한라산의 모습 모두 쓸쓸해 보인다.


중문의 롯데 호텔에서 하는 화산 분수쇼를 보려고 했는데 저녁 여덟시부터 한단다. -_- 余가 도착 한 것은 밤 열시 경…!


무엇을 할까? 하다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余에게도 좋은 사람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으니 나중에 그 사람과 같이 오기 위한 사전 탐방인 셈이다.^^


혼자 다닐 때야 아무렇게나 편한 데로 하지만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음~ 내 자신 안에 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한라봉 주스 한잔을 마시며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할까? 생각을 했다.


 


‘여기서 바닷가가 가까우니 파도 소리를 들으러 가자!’


 


바닷가를 가기 위해선 하얏트 호텔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데 걷는 이는 余 혼자, 가로등도 없고 하늘은 흐려서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살갗에 부딪치는 바람 만이 余가 걷는 사실을 알아줄 뿐…!


하얏트 호텔 뒤편으로 돌아가니 산책로가 있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일명 올인 전망대”(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 내용은 잘 모르겠음)


그것보다 余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칠흙 같은 어둠을 뚫고 저~ 멀리서 일어나 백설같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밀려들고 또 밀려드는 파도들이었다.


정말 장관이다! 파도가 저렇게 희었었나? 하얀 백마처럼 힘차게 밀려 왔다 사라지곤 또 밀려 온다.


백사장에 내려가서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본다.


산책로는 왼쪽 해안선을 따라 컨벤션 센터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조용히 단 둘만의 밀월을 즐기기에는 안성 맞춤인 곳이라 느껴진다.


 


⊙ 제주도에서 만난 아이들!


- 余를 사모?한 아이^^


중문 단지에서 잠자리 찾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우선 늦은 저녁을 먹자!하고 들어선 음식점이 있는데 앉자마자


그곳에 있던(아마 주인의 딸인 듯) 꼬마애가 옆에 와서 계속 지켜본다.


    余의 모습이 신기해서 그런 건지? 아님 시커먼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런 건지?


      할머니와 엄마가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고 데려다 놓고 하는데도 굳이 다시 와서 余의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 ^^


      같이 밥 먹자! 하기도 그렇고 해서 부식으로 가져온 카라멜을 몇 개 집어 주니 무척 좋아한다.


밥을 먹으면서 지켜보니 일가족이 모두 있는 것 같다.


      할머니, 주인 부부, 余를 사모하는 꼬마 애^^, 늦게 일어나서 밥 안 챙겨 주었다고 투정 부리며 나가 버리는 큰 딸~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푸근함이 느껴진다. 졸립다 …!


 


- 엄마를 잃은 아이


사라봉에서 낙조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한 남자애가 엄마를 찾으며 울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화장실에서 기다리라고 하고선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측은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남자 놈이 울기는..^^


엄마 전화번호도 알고 집도 바로 앞이었다.


단지 엄마가 기다리란 말을 하고 떠났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울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 되는 분과 통화를 하고 오시기 전까지 잠시 같이 있는데 괜히 뻘쭘한 것이다.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서 조금 기분을 풀어주고 싶은데 고민만 하다가 자리를 떴다. -_-;;


 


-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


사라봉에서 내려다가 보면 주택가 골목에 작은 음식점이 있는데 먹었던 김치 찌개가 괜찮았다.


음식점 안에는 남매가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엄마(주인)는 무엇이 못 마땅한 듯 계속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윽박지르더니 결국 TV 마져 꺼버렸다.


괜히 余가 있는 게 어색하다. -_-;;


엄마의 위세에 눌려 시끄럽던 아이들은 아주 얌전해져서 마주 앉아 책만 보고 있다.


삶의 무게 때문일까?


그 엄마의 모습을 몰래 훔쳐 봤는데 조금은 짙은 화장에 큰 키, 빠지지 않는 외모.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나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상상을 해봤는데


 


   “ 꿈 많은 어린 소녀일 때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서로의 집안은 가난 했지만 누구에나 그렇듯이 사랑이 밥을 먹여줄 수 있다고 믿었기에 어린 나이지만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같이 살게 된다.


 그런데 철떡 같이 믿었던 남자는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 이었다.


 다니는 직장마다 한 달을 못 버티고 나오니 애들은 커가는데 살길은 막막해 진다.


 그래서 생활 전선에 뛰어 들게 되고 작게 나마 음식점을 차리게 되어 그나마 살만해 졌다.


 하지만 무능한 남편은 매일 같이 나가긴 하는데 쥐뿔 갖다 주는 돈은 없고 애기 때는 마냥 귀엽던 자식들도 커가면서 자꾸 속을 긁는다.”


 


그런데 밥을 다 먹을 즈음해서 이제 갓 걸음마를 띤 애기가(아마 막내 인 듯)“엄마”하면서 들어 왔는데 무뚝뚝한 얼굴이었지만


아이를 챙기고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집에 부모님 생각이 난다.




▣ 김성기 - 새롯한 수필 읽듯이 한편의 그림책이네요.물흐르듯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억여행 계속 하시고 즐산도 함께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