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3박4일 겨울종주 - 55년만의 한파에 2% 부족한 지리종주

○종주일자 : 2012.1.30-2.2(3박4일)
○종주코스 : 화무종주(화엄사-노고단-장터목-백무동)
    1일차(1월30일) : 화엄사-(4시간)-노고단
    2일차(1월31일) : 노고단대피소-(7시간 20분)-벽소령대피소
                     노고단-(2시간)-삼도봉-(2시간 50분)-연하천(점심 1시간) -(1시간30분)- 벽소령
    3일차(2월 1일)  : 벽소령대피소-(4시간)-세석대피소(점심 1시간) -(2시간)-장터목대피소
    4일차(2월 2일)  : 장터목대피소-(2시간 10분)-백무동
○종주인원 : 아들과 둘이서
○최저기온 : 노고단대피소 -13°,  장터목대피소 -25.1°
○겨울종주 안내 :
혹한의 지리산, 3박4일 눈길을 걸으며(2009.1.12-15)

두 번째 겨울종주, 3년전(2009.1.12-15) 혹한의 첫 겨울종주, 두려움에 1달전부터 준비하던 겨울종주를 며
칠만에 준비하여 훌쩍 떠난다. 힘든 것을 힘들게 느끼지 않고, 힘든 것을 즐겁게 느끼는게 산행이 아니던가?

힘들게만 느낀다면 그리 쉽게 떠날 수 없을 터이다.

지리종주는 산행능력을 배가시켜 준다. 십여 년 전, 첫 지리종주 후 관악산 산행을 떠나니 관악산이 그리
도 낮게 느껴지던지... 그후 2-3년에 한번을 지리종주를 한다. 

산행은 체력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산행 경험에 의한 산행 노하우가 체력에 우선한다. 여러 번
의 종주로 인한 안점감과 지리산을 즐길 줄 알며, 체력에 따라 스페이스도 조절하며 걷다보니 10여년 전
50대 중반 때 첫 종주보다 수월하게 다녀온다.

     눈보라 치는 벽소령대피소

         세석대피소

         장터목대피소



□ 화엄사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에서 생일을...
용산역에서 06:35 무궁화호를 이용하면 화엄사코스로 17:00 정도면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지만 16시
이전에 도착하려고 05:40분 KTX를 이용하니 08:40에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무궁화보다 1시간 빠르기는 하
지만 좌석이 좁아 불편하다. 비수기라 구례구역 앞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점 찾기가 힘들어 겨우
찾아 식사를 하고 택시로 화엄사로 향한다. 화엄사까지 12,000원, 성삼재까지는 35,000원(동절기는 성삼재
에 버스가 다니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여야 한다. 눈 이 내리면 택시도 운행하지 않음) 

  

산행은 무거운 속세의 짐을 내려 놓고 가볍게 떠나는 것이라고도 하는데...
속세의 짐 보다 산 짐이 더 무겁네, 그래도 무거운 산짐은 어깨가 해결하니 마음은 가볍다.
무넹기에서 무거운 산짐을 잠시 내려 놓는다.

  

화엄사

 

 

화엄사를 둘러보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양지바른 화엄사 계곡길은 포근한 날씨에 눈이 없다. 노고단대피소
에 13:40에 도착하여 커피한잔을 끓여 먹고 노고단 정상을 향한다. 노고단 정상은 통제되었다가 2006년부터
개방되었으나  10:00 이후에 개방되므로 종주시 노고단 정상을 한번도 가본 적이 없었으나 시간이 여유로워
처음으로 노고단 정상을 갔다가 대피소로 돌아온다.


이번 종주는 65회 생일기념이다. 새벽 04:30에 집을 나서느라 미역국도 못 먹었으니 미역국도 끓이고 삼겹살도
굽는데, 삼겹살 냄새에 옆 사람이 소주 한병을 들고 합석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까지 캬악...

대피소 잠자리가 군대 내무반 같은 침상인데 노고단대피소 2층은 반평 남짓한 쪽방 같다. 생일날 넓은 방
놔두고 쪽방에서... 그래도 즐겁다. 이런 생일기념이 어찌 쉽든가...

               미역국                                                 삼겹살                              쪽방 같은 노고단 대피소 2층


□ 노고단대피소-벽소령대피소(7시간 20분)
노고단을 떠나 삼도봉에 이르니 시커먼 하늘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잘 다져진 눈길이라 걷기도 수월하
다. 12:05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여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벽소령대피소에 이르니 세찬 눈보라가 몰아친다.

   
   노고단 정상 오르는 길


   노고단에 바라본 반야봉


   노고단 정상


□ 벽소령대피소-장터목대피소
오후 늦게부터 밤새 몰아치던 세찬 눈보라가 아침에 일어나니 멈추었다. 날씨는 개였지만 바람이 매섭게 분다.
바람이 몰아 부쳐 적설량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다. 종주인원 10여명의 한적한 대피소, 8시쯤 출발하려
하였으나 러셀(russel, 선두에 서서 눈을 다지면서 나아가는 일)을 하려니 자신이 없다. 눈치를 보다가
08:40 서너 사람이 출발 한후 뒤를 따른다.


  앞선 사람의 러셀 자국을 따라 가려니 걸음을 내딛어도 눈이 부석부석 하여 다져지지 않아 푹푹 빠진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세석까지 3시간 거리이나 무릎까지 빠지기도 하며 힘겹게 4시간만에 세석에 이른다.


   세석 촛대봉


   세석에서 촛대봉 오르는 길


   촛대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세석에서 연하봉 가는길

 

 


   연하봉

 

 


 2월 1일 오후 3시 30분 최저기온 -17.1                             2월 2일 오전 8시 최저기온 -25


□ 장터목대피소-백무동(2시간 10분) : 서울이 -17°, 55년만에 한파라는데, 장터목  -25°
장터목대피소에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하니 영하 17도. 저녁에 -20° 까지 내려 가더니 다음날 아침
-25.1°, 바람도, 칼바람도 아닌 폭풍이요, 태풍처럼 세차게 분다. 체감온도는 영하 35도를 넘는 듯
하다. 매서운 강풍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고 쌓인 눈까지 쓸어 날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일출을 보던가 아니면 죽던가, 그래도 간다"던 옆 사람들, 남자대피소에 50 여명의 등반객 중 30여명은
천왕봉 일출을 보러 가고 20여명은 포기한다. 천왕봉 일출, 무모한 도전보다 일출을 포기한다. 2%부족한
겨울 지리종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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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한파 시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보통 영하 10~15도가 되면 유리문이나
유리창에 성에가 낀다. 영하 20도 이하에서는 얼굴을 내놓고 집 밖을 거닐 수 없다. 눈썹이나 수염, 머리
카락에 서리가 끼기도 한다.

영하 25도 이하가 되면 선 채로 소변을 볼 수 없으며 30도 이하면 나무가 동결해서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하 40도 이하면 작은 새나 까마귀가 동사해서 떨어질 정도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연하봉

 

갈수기라 식수는 100여미터 거리, 저녁에 물을 뜨러간 아들은 30분이 걸렸다. 대피소에서 판매하는 500ml 생수는 1500원. 차라리 세석에서 식수를 준비하여 가는게 편할 듯 하다. 

 

식사 후 백무동으로 하산하려니 한파에 강풍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잦아 들기를 기다려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아 9시 30분에 대피소를 나선다. 30여분을 내려가니 그제서야 바람이 잦아든다.

 

소지봉에서 참샘, 하동바위 부근이 너덜지대에 가파른 돌계단이지만 눈에 쌓여 돌과 계단이 보이지 않는 눈길이라 걷기가 수월해 부지런히 걸으니 2시간 10분 만에 백무동에 이른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의 설화

 

 


나는  왜 겨울 지리산으로 가는가
강풍이면 어찌하며, 폭설이면 어떠하리
지리산이 부르면 어느새 내 마음은 이미 천왕봉을 오르고

 

추우면 더욱 어머니 품이 그리워지듯

어머니 품속같은 지리산이 나는 좋아라.

 

설화가 있으면 좋고

빙화가 만발하면 더더욱 좋고

하얀 산길을 걸으며 행복한 나를 발견하러 지리산으로 간다.

 

순백의 하얀 지리산 주능선 길, 매섭게 부는 세찬 바람에 설화가 제대로 피지도 못하였지만 눈 내린
지리산에서 온몸으로 산행을 마친다. 천왕봉아 내 다시 오리니 ... 
 

   함양발 시외버스 안내(함양군)


동서울행

백무동-동서울(4시간)
07:20, 08:50, 11:30,13:30, 14:50, 16:00. 17:00, 18:00


지리산 종주코스 노고단-장터목 2.16~4.30까지 출입통제
지리산국립공원 봄철 산불방지기간으로  2.16~4.30까지 중산리-천왕봉, 백무동-장터목대피소, 성삼재-노고
단을 제외한 대부분 코스가 출입이 통제된다.

  



댓글
2012.02.05 08:52
대빵
대단한 추위속에서
3박4일의 지리산 종주를 축하 드립니다.
영하 25도 추위속에서 강풍까지 불면 체감온도는... ?
천왕봉 오르는 것을 포기한 것은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말씀하신대로 2% 부족했지만...
멋진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2012.02.05 11:52
산그리메
화무종주를 아드님과 함께하신 운영자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65년만의 강추위라 해도, 자제분과의 산행은 값진추억일지데,생신까지~~~
겹~경사가 아닐런지요,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2% 부족함에,아쉬움도 따르지만,올바른 선택이라 사려되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가내 만사형통과 웃음꽃이 만발하는 나날이 되시옵길 기원합니다
댓글
2012.02.05 13:53
한서락
아드님과 두분이 3박4일간 지리산 추위속에 동계훈련을 하시고 오신듯
멋진 산행을 잘 하셨습니다...

아직 시간과 기회가 닿지않아 지리산 종주를 못했는데 , 나중에 잘
참고하여 다녀와야겠습니다..ㅎ

올해도 건강하시고 자주 뵙게되기를 기대하며..수고하신 덕분에
칼바람소리 들어가며 잘 봤습니다 ^^**
댓글
2012.02.06 06:30
saiba
사상 최고의 혹한속 지리산 3박4일의 종주.... 너무나도 왕부럽습니다ㅎㅎㅎ
그것도 아드님하고.... 산님의 최고의 행복이란 가족과 함께 하는 산행인 것 같습니다.
쉽지않은 산행이었을텐데...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로 무사히 다녀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구요. 아름다운 겨울산행이어 가시길 바랍니다.
댓글
2012.02.06 12:25
korkim
운영자님!
안녕하세요?
55년만의 강추위에 화무종주(화엄사-백무동) 하셨군요?
그것도 아드님과 함께 65歲 생신 축하 기념으로요?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이제 정년퇴임 하셨으니 맘 편히 다녀 오셨으리라 봅니다.
지리 종주 하시며 지리산의 제1景인 천왕일출은 추위땜에 포기 하셨어도,
다음 기회에 또 보시면 되지요.
저도 1월초에 겨울 지리 종주를 했었지만,
다음 기회가 되신다면 지리산 건너편 마천면에 위치한 금대산에 올라,
지리산의 主 능선을 보시는것도 꽤 괜찮은 산행이라 생각 듭니다.
저도 처음 찾은 곳이였지만 누구나 쉽게 오를수 있구요,
지리산의 眺望을 한눈에 감상할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감히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다음에 꼭 한번 들러 보세요.
앞으로도 즐산길,안산길 되시길 기원합니다.
-korkim-
댓글
2012.02.06 19:19
천지인
운영자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먼저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드님과 뜻깊은 지리산 종주 산행을 다녀 오셨네요.
천왕봉을 남겨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심정...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다녀 오신 천왕봉이니, 다음 기회에 멋진 추억 이어가시길 바랄게요.
초등학교 겨울 방학 때 아빠와 함께 화-대 종주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엄청난 추위도 시간이 지나니 추억이 되어 버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2012.02.06 20:25
김삿갓
65회 생신을 맞아 아드님과 함께 내심 추운 겨울산행이 부담도 되었지만 산을 워낙 좋아하시는 마음은 지리산 신령님 부름에 그만 앞장서 내달려 화엄사로 올라 노고단 산장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시고
삼도봉에서 토끼봉을 바라보니 하늘이 어두어지면서 바람이 불어오니 은근히 걱정도 되셨지만 연하천을 지나 벽소령산장에서 포근한 휴식을...

밤새 세찬 바람과 함께 내린 눈은 머뭇거리게 했지만 그래도 한발자국 한발자국 옮기시니 4시간만에 세석산장 오름길이 많아 에너지 소비가 많았을텐데 이내 장터목 산장까지....

운영자님의 체력은 10년 전보다 분명 더욱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매서운 강추위는 화장실 가는 것도 망서리게 하니 그만 천왕봉 일출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시고...
백무동 하산길도 상당히 긴 급경사길인데 아이젠 끼고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속세의 짐을 훌쩍 내던지고 오를 수 있는 산들이 가까이 있으니 우리들은 참 행복하다 할 수 있지요
심신이 늘 건강하시어 자연을 벗삼아 좋은 추억들 많이 쌓아 가시길 기원드립니다. 운영자님
댓글
2012.02.06 20:26
이충고*향
생신기념으로 다녀오신 한파속 지리종주가 2% 부족하였지만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으니까 또 다른 산행을 위한 무언의 약속이 되고

영하 25도에 강풍까지 분다니 상상만 해도...
아드님과의 추억은 그 크기가 배가 될터이지요.
훗날 지리일출은 지금부터 예약입니다
3박 4일 눈길의 화무종주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2012.02.06 23:24
운영자
대빵님
천왕봉 일출은 몇번 보았으니 나이가 있는데 무리하기가 쉽지않더군요
영하 25도의 기온 보다도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의 강풍 때문에 포기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산그리메님
화무종주인지 화백종주인지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하기는 합니다만
2% 부족함에 아쉬움도 있지만 혹한과 강풍, 그래도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한서락님
입춘을 며칠 앞두고 한파가 몰아칠줄이야, 얼떨결에 동계훈련을 하였습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saiba님
아들과 함께한 지리종주, 여유롬이 있고 즐거웠습니다. 힘든 것을 힘든지 모르고...
입춘이 며칠 안남아 이렇게 추을 것이라고 예상을 못하였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다녀왔습니다.

korkim님
정년퇴임을 하고나니 떠나고 싶을 때 언제고 떠날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생일기념으로 아들과 함께하니 산행속도에 제약도 받지않고
이전 종주 때 보다 오히려 수월 하였습니다.


천지인군
1시간 거리의 천왕봉을 포기하여 아쉬웠지만 언제고 다시 갈수 있으니
미련도 지리종주의 추억이 남네요

김삿갓님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걷는 것이 아니라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4시간만에 세석에 도착하기는 하였지만 체력이 고갈되더군요
그래도 내 나이에 이렇게 종주할수 있다는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충고*향
지리산이 다음에 다시 오라고 2% 부족한 지리종주가 되었나 봅니다.
체감온도 영하 30-40도에 강풍을 무릅쓰고 천왕봉 일출를 갔던 사람들도
결국은 일출을 보지 못 보았다고 하더군요

산하가족 여러분 즐겁고 안전한 산행 이어가세요
댓글
2012.02.10 12:38
배병만
순백의 지리산이 2%부족한길을 열어 주어 다음에 또 오라는 것 같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
지리의 거친산길이 혹한기의 겨울에 더욱 빛을 발하는 화-대종주길
그 모진바람이 느껴 집니다.
나중에 한산모임때 한번 찾아 뵙겠습니다.늘 수고 많이하시고
건강하십시요
댓글
2012.02.11 23:42
운영자
배병만 님
순백의 지리 산길은 왠지 다른 산길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장터목에서 이런 혹한은 처음이라 2% 부족한 종주지만
그래도 보람은 있었습니다.
항상 즐거운 산행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