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3박4일-한 점 바람되어 혼자 걸었네 (사진)

 

산행일시 : 2004년 5월 18일(화)-5월 21일(금)

산행지    : 구례 화엄사에서 유평리 대원사까지

산행자    : 단독산행

산행코스 :

                 -1일차(5월17일,월)

                 서울 용산역(22:50) - 구례구역(03:50) (무궁화호 열차)

                 

                1일차 (5월18일, 화)

                화엄사(04:36) - 연기암(05:35)- 참샘(05:50) - 국수등(06:30) - 중재(07:00) - 집선대(07:10) -

                눈섭바위(08:30) - 코재(08:45) - 노고단대피소(09:15) - 돼지령(10:50) - 피아골삼거리(11:30)-

                임걸령(12:00) - 노루목(14:30) - 반야봉(15:20) - 삼도봉(16:30) - 화개재(17:00) -

                뱀사골대피소(17:20) (1박)

                

                 2일차(5월19일, 수)

                 뱀사골대피소(07:10) - 토끼봉(08:45) - 명선봉(09:15) - 연하천 대피소(09:40) - 형제봉(11:20)-

                 벽소령대피소(12:20) - 선비샘(14:10) - 덕평봉- 칠선봉(15:30) - 영신봉(16:40)-

                 세석대피소(17:00) (2박)

 

                3일차(5월20일, 목)

                세석대피소(09:10) - 촛대봉(09:40) - 삼신봉(11:05) - 연하봉(11:25) - 장터목대피소(12:00) (3박)

 

                4일차(5월21일, 금)

                장터목대피소(02:45) - 제석봉(03:05) - 통천문(03:35) - 천왕봉(04:00) - 중봉(06:00) - 써리봉(06;55)-

               치밭목대피소(08:10) - 무제치기폭포(10:55) - 유평리(13:25) - 대원사(14:00) - 유평매표소 - 진주 -서울

 

                 +1일차(5월22일, 토)

                  서울 도착(03:30) ( 진주발 심야 우등버스)

 

산이라고는 개뿔도 몰랐던 시절, 불과 2년전만해도....

 

智異山을 地理山이라 알았던 그 무지몽매했던 시절.

 

지리산이라고 해봤자 승용차로 천은사를 지나 성삼재 휴게소에 올라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은 후 "아! 전망 좋다" 이 한마디 남기고 아무런 미련없이

반대편 반석쪽 도로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내려오고 말았던 그 만만했던 시절

 

남들이 손으로 가르키며 저 곳이 노고단 어쩌고 저쩌고 하면

"으음- 저 길이 <노고단이라는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구나" 하며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던 그  무관심했던 시절.

 

듣기가 시원치 않아 천황봉인지 천왕봉인지 헷갈려

 "왕 보다야 황제가 더 높다란 위치일터이니 아마도 천황봉이 맞을거야..."

하며 중얼거리던 그 순진무구 했던 시절.

 

지리산이 3도에 걸쳐져 있어 삼도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는 생소한 이야기에

"무슨 소리...지리산은 전라도에 속해 있는 산일걸......"하며

무식을 토로하던 그 아득했던 시절.

 

지리산 하면 다른 무엇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현대사의 아픈 상처들-

빨치산과 남부군과 전설속의 사령관 이현상과 마지막 빨치산이라는 김순옥과

박경리 토지의 무대 악양면 등등....

픽션과 논픽션이 함께 어울어져 약간은 로맨틱한 산일 것이라는 막연했던 시절.

 

지리산 자락 쌍계사의 벚꽃길과 섬진강의 저녁 풍경이 아름답고, 亞字房 칠불사를

가자면 저속기어로 올라가야 하며 산수유마을의 노란 풍광은 눈 부시도록 아름답더라

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던 그 감격의 시절

 

천은사는 그대로 통과하여 성삼재로 오르겠다는데도 굳이 문화재 관람료와 통행료를

함께 받아 내야 한다는 관리공단 매표소 직원과 말다툼하던 그 정의감에 넘쳤던 시절.

 

불과 2년전.....

지리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이것뿐이었던 시절.

그 좋았던 시절을 몽땅 놓아두고

 

오늘

늦게 배운 도둑질 날밤 새는 줄 모른다고 3박4일의 먹거리와 입을거리와

누울거리로 가득 채워진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리산 그 속내를 향해오릅니다.

그것도 어둡고 어두운 밤 산길을 혼자서 말입니다.

 

왜 이 고생 고생을 해가며 지리산을 오르려고 하는 것인지

지리산 꼭대기에 꿀단지를 숨겨 놓은 것도 아닌데....

 

차라리 예전처럼 몰랐더라면 적어도 이 땀 흘리는 고생은 하지 않고 승용차로

스르르 올라 "아! 좋다" 이 한마디로 지리산을 정의해 버리면 그만이었을텐데

좋았던 시절, 편했던 시절, 순진무구했던 시절, 아득했던 시절 몽땅 다 보내 버리고

뒤늦게 이 무슨 고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이 알 수 없는 고행을 위해 산불방지기간이 끝나기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15일 일찍 지리산 등로를 개방한다는 뉴스에 손벽까지 쳐댔으니

변해 버린 뒷모습을 보면 참으로 헛웃음이 나오고야 맙니다.

 

더욱이 대담하게도....

세상사의 모든 일 들

그까짓것들.............!

몽땅 뒤로 제껴 놓습니다. 

 

"자! 배가 고프니 밥이나 먹자!"

현존 어느 禪師께서는  이것을 진리라 하시고 이것을 禪이라 하십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하고 내일 못하면 모레에 하고 모레에도 못한다면......?

.................할 수 없습니다. 안 할 수 밖에.

이러한 것을 "동배짱"이라고 하는 것인가 봅니다.

 

어느 禪師께서 일러주신대로 배고플 때 밥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가고 싶을 때 가고, 오고 싶을 때 오는 "自由自在의 동배짱"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날줄이 얽혀 거미줄 처럼

조여 오는 일상에 큰 맘 먹고 동배짱을 부려봅니다.

 

도대체 지리산이 무엇이건데 동배짱까지 부려가며 오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 똥배짱까지 부려가며 오라고 유혹하는 지리산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알 수 없는 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蓮華藏莊嚴世界가 펼쳐지는 비로자나불의 화엄사를 가로 질러 갑니다.

한 점 훌훌 거칠 것 없는 무위의 바람이 되어....

 

행여나 善財童子, 문수와 보현 양보살을 비롯한 53善知識을 만나 터득한

열 가지 지혜바라밀을 곁으로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만이라도 될 수는 없을까.

 

장엄세계 화엄사를 거쳐 지리산을 오른다 해도 大乘에의 길은

감히 꿈도 꾸지 않습니다.

지리산을 내려오면 다시 버려야 할 欲界의 "동배짱" 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지리산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을 얻고자 지리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과연 그 답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 되어 지리산을 오릅니다.

 

 

이하 사진으로

 

바람은 골을 만나면 골을 타고 흐르고 능선을 만나면 능선을 타고 흐릅니다.

바람은 멈추어 사념하지 않으며 되돌아 후회하지 않습니다.

바람은 그저 허공을 스쳐 지날 뿐입니다.

 

<1일차> 화엄사에서 뱀사골 대피소까지

 

5시간의 밤으로의 공간이동 끝에 내려선 지리산 들머리 구례구역은 섬진강이

만들어 놓은 놓은 짙은 안개속에 잠겨 있고

붉은 가로등은 구례구 소읍을 황량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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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구역 앞에서 섬진강의 특산물 재첩국으로 아침을 대신 한 후 택시를 타고

밤안개속을 달려 화엄사 입구에 도착하니 안개는 사라져 버리고 오직 짙은

어두움 만이 화엄사를 가득 덮고 있습니다. 각황전의 비로자나불 부처님께

멀리서 3배 예를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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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입구에서 15kg이 넘는 배낭을 추스리고 등산화도 고쳐 신습니다.

앞으로 3박4일간 함께 바람이 되어야할 귀중한 것들-

화엄사 입구 오른쪽에 노고단으로 향하는 이정목이 세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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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LED헤드렌턴을 이마에 얹고 어둠으로 가득 쌓인 지리산을 오르기 시작

합니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 산죽밭을 지나며 많은 소리들을 듣습니다.

선잠을 깬 산새 지저귀는 소리, 풀벌레 찌르륵 우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산죽,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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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암으로 오르는 오름길은 온통 돌길, 바람길,숲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아침 기지개를 펼시간, 그러나 이 곳 지리산은 어둠이 가실 줄을

모릅니다. 밤 산길 혼자 바람이 되어 오르는 길에 만나는 이정목은 반가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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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10분 사위가 훤해져 렌턴을 벗고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곁으로

두고 오르면 왼편으로 연기암 가는 돌길이 나타납니다. 행여나 새벽 3시 산사의

도량석 4물의 여운이 있을까 귀를 기울여 보지만 속인에게는 어림없는 일.

마음 속으로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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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으로 흐르는 석간수가 모여 샘을 이룬 참샘터를 지나 한참을 오릅니다.

계곡의 물소리는 여전히 곁으로 따라 흐르고 온갖 이름 모를 새소리 역시 끊임이

없습니다. 새벽의 숲향은 또한 싱그럽기 그지 없습니다.

국수등 이정목에 배낭을 기대어 놓고 참샘에서 채운 석간수를 한 모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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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등을 지나고 부터는 계곡의 물소리와 잠시 헤어져야 합니다. 그리곤 중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돌길과 너덜길을 힘겹게 올라서야 합니다. 그러나 새벽 숲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과 싱그러운 새벽 바람은 고됨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산 새벽의 아침은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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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길과 너덜길을 지나 집선대에 이르면 3단 암반을 흐르는 폭포를 만납니다.

다시 만나는 계곡의 물소리는 더욱 청량해지고...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에

기분은 한 껏 고조됩니다. 헌데 도시의 속성인가? 7시25분. 배가 고파옵니다.

해서 집사람이 정성껏 만들어준 쑥개떡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전화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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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너덜길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릅니다. 노고단까지 겨우 1.5km.

그 힘들다는 화엄사 계곡길도 아침햇살과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산새소리와

푸른 숲의 향기와 더불어 오르니 오히려 아쉬울 듯 합니다.

눈썹처럼 생겼다고 눈썹바위라고 하는데 전혀.... 누가 이름을 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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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에서 올라 화엄사로 내려간다는 일단의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21C기업인재양성교육원- 수강생들입니다. 젊은이들의 "힘드시죠?"

하는 위로의 말에 "힘든 것은 내가 아니라 자네들이야"라고 답해 주며

눈물이 납니다. 지금 시간쯤(08:15) 출근 전쟁에 나가 있어야할 젊은이들이

왜 새벽 산을 헤메고 있어야 하는지.

 

이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교육원도 쥐어박아 주고 싶지만

그 보다도 패기만만해야 할  젊은이들을 새벽산으로 내몰리게한 후안무치의 정치인들....

여야 가릴 것 없이 몽땅 쓸어다 서해바다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습니다.

 

20여년전 회자되던 "민나 도로보 데스(몽땅 다 도둑놈들이야)"가 아직까지도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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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상념에 젖어 코재를 오릅니다. 바람은 그저 흐르기나 하면 되는 것일까?

무력한 바람. 바람은 골을 만나면 골을 따라 흐르고 능선을 만나면 능선을 따라

흐릅니다. 코재 바위에 배낭을 벗고 지리산의 장대한 능선을 바라 봅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에 오르다 보니 어느새 그 힘들다는 코재를 넘어 섰습니다.

삼거리 이정목. 이제 본격적으로 지리산 능선을 따라 종주의 길에 들어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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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이정목에서 성삼재로 내려가는 돌포장도로. 종석대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많은 지리산 종주자들이 걸었을 이 길을 함께 바람이 되어 걷습니다.

노고단의 운해를 기대했지만 겨우 한 조각 산 허리에 걸려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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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포장도로.

그럴 수 없이 한적합니다. 마치 도심의 어느 외진 공원에 와 있는듯한 착각을

갖게 합니다. 자리 깔고 한 숨 자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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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천천히 지리산을 맘껏 음미하며 포장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노고단 대피소.

지름길이 있지만 지리산의 4방을 관망하기 위해 포장길을 걸어 왔습니다.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취사장에서는 식수를 보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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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부는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들어가지를 못하고

멀리서 정상의 돌탑을 바라봅니다.

대신 정상 못미쳐에 정상유사품을 만들어 놓아 아쉬움을 달래 주고 있습니다.

노고단의 철쭉은 아직 봉오리를 열지 않고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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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부 곁에 세워진 이정목.

이제 본격적으로 지리산 속으로 들어갈 참입니다.멀리 뵈는 반야봉까지

많은 능선이 겹쳐 보입니다. 지금부터야말로 지리산 종주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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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평전까지의 산길은 마치 꿈 속의 길을 걷는 듯한 아늑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흙길을 따라 무심히 걷다보면 모든 것을 놓아 버립니다.

그저 한 줄기  바람일 뿐입니다. 꽃 나무를 스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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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평전. 지금도 돼지가 나온다는 주의팻말이 있기는 하지만 글세...

그보다도 아직 열리지 않은 철쭉 봉오리 가득한 평전이  아릅답습니다.

지리산 높은 곳이 아니라 마치 이웃 공원의 편안한 모습을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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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평전의 길을 이렇습니다.

터털터덜 무심히 걷기에 딱 알맞은 훍길. 마냥 걷고 또 걸어도

한 없이 걸을 수 있을 듯한 지리산종주길입니다. 지리산 종주길이

몽땅 이렇게 안온한 흙길이었으면....

바람은 사색하지 않습니다. 그저 흐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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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을 걷다 지루하다 싶으면 배낭을 벗어 놓고 구상나무 등걸에 기대어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 잠깐 졸수만 있다면 더욱 좋고....

마치 한적한 시골 산동네 뒤 오솔길을 걷는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한가히 걷다보면 피아골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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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품은 넓디 넓습니다.

어머니의 품속과 같다고들 합니다. 제법 걷다보면 어머니의 가슴같은

안온한 임걸령에 닿습니다.

지리산은 과연 편안한 품을 간직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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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걸령 샘터 이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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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샘터입니다. 물맛의 좋고 나쁨은

모르겠으나 이토록 높은 곳에서 쉼없이 샘이 나온다는 것과 그 시원함에

어머니의 품같은 지리산의 넉넉함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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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걸령샘터 아래에 노란 꽃을 피운 동의나물 군락지.

이 곳에서 무려 1시간 30분이나 퍼질러(!)앉아 지리산을 음미합니다.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지만 햇반을 데워 점심식사를 한 후 마냥 어슬렁 거립니다.

많은 산님들이 임걸령 샘터에 머물다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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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 가는 길입니다.

조릿대 사이로  이렇게 편한 흙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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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에 이런 나무 계단길도 있지만 반야봉 오름길은 임걸령 샘터에서

오랫동안의 쉼 탓인지 발길이 힘에 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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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급경사 험한 돌오름길도 있어 반야에 이르는 구도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 합니다. 모든 실체를 버리고 텅빈 마음으로

올라야 오를 수 있는 반야의 세계.

그래서 반야봉을 오르는 산님들은 이 곳 노루목에서 배낭을 벗어 놓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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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미련한 중생은 노루목에서 배낭을 벗지 못하고 좀 더 진행을 합니다.

작은 삼거리까지 배낭을 짊어지고 오르며 많은 후회를 합니다.

작은 삼거리까지의 오름길은 노루목까지의 오름길보다 훨씬 더 힘을 들게합니다.

큰 "나"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나"를 버려야 함에도.... 이 미련퉁이 중생은....

 

작은 삼거리에서 비로서 배낭을 벗어 놓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 붙안고 올라보았자

결국은 내려 놓아야 할 모든 욕망의 쓰레기들, 번뇌의 쓰레기들

왜 진즉 벗어 놓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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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벗어놓고 반야에 오르는 길가엔 진달래가 붉게 피어 있습니다.

만일 짊어지고 올랐다면 아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까

비움은 비움만큼 채워짐을 반야봉을 오르며 깨닿습니다.

그래서 반야봉...........

 

이 급경사 철계단도 가뿐히 올라섭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바람이기에...

놓으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반야의 세계인 것을

큰 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어디를 가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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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사리 올라선 반야봉입니다. 만일 짐을 지고 올라왔더라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많은 산님들이 내려 놓지를 못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반야봉입니다.

멀리 지금껏 지나온 산능선과 앞으로 가야할 산능선이 장쾌하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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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의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던데......

반야봉에서 만난 4명의 구례읍 여인네들에게서 무공해 쌈밥을 얻어먹습니다.

소주도 한 잔. 생각치도 않은 반야의 또한 즐거움입니다.

돌탑의 한 구석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기야 般若는 즉 空이니 空으로 돌아 가려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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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에서 되집어 내려와 다시 짐을 짊어 집니다.

욕계의 세상사 그렇듯이 반야는 한 순간인가.

그러나 언젠가 연이 이어진다면......

삼도봉으로 가는 길의 이정목은 언젠가의 반야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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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사이로 보이는 삼도봉 표지.

전남,전북,경남이 한 곳에서 만나는 곳입니다. 단 한 발자국으로 3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단 한 번의 시야로 3도를 바라봅니다.

너와 나의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만 욕계의 마음은 그렇치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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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를 거쳐 뱀사골대피소로 내려 가는 나무계단 길.

고도가 한 없이 떨어집니다. 주변에 얼레지 꽃이 한창이지만

내려 온 만큼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눈에 들어 오지를 않습니다.

이 내림길은 화개재까지 이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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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복구를 위해 목재데크로 쌓여진 화개재

이 곳은 뱀사골 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은 후 내일 다시 찾아야 할 곳입니다.

똑바로 진행을 하면 천왕봉으로 가는 길, 왼편으론 뱀사골대피소로 내려가는

급경사 목재계단길입니다.

몇몇 젊은이들이 비박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적발되면 벌금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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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대피소.

전남 영광의 영광대학 학생들과 충남의 한남대학 학생들로 산만하기

그지 없습니다. 김해공항 보안요원 부부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맛나게

합니다. 산에서는 모두가 한 가족?

잠자리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유대인 수용소처럼 나무침상에 빼곡히

눕고 냄세는 나고...짊어지고 간 메트와 침낭커버로 하룻밤 거의 뜬

눈으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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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누우신 79세의 어르신은 혼자 지리산을 넘으신다고 합니다.

앞으로 24년 후 과연 가능할까? 밤 하늘 지리산의 별을 보다가 다시

대피소안으로. 깜빡 잠이 들어 깨어보니 6시입니다. 거의 모두 떠나고...

뱀사골 샘으로 세수를 하고 햇반을 데워 아침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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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뱀사골 대피소에서 세석대피소까지

 

 

아침식사후 또 늑장을 부리다 07:10분 뱀사골 대피소를 출발합니다.

어제의 진행에 배낭을 멘 어깨는 뻐근하지만 다리는 오히려 가뿐합니다.

토끼봉까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길.

콧노래로 "영일만 친구"와 함께 고래사냥을 하며 지리산의 아침공기를

마십니다. 정상은 온통 철쭉밭. 그러나 아직 봉오리도 맺히지 않았습니다.

진달래가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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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봉 가는 길에 지리산의 특산물(?) 고사목 사이로 가야 할 능선과

깊은 계곡을 봅니다. 지도상으로 범왕리 방향인 듯...

그냥 산 사이 계곡을 타고 내려 가보고 싶은 유혹을 거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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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봉을 지나고 연하천 산장으로 가기 위해 오르는 철계단.

쉬엄쉬엄 갑니다. 지리산에서까지 도시의 "빨리 빨리"를 흉내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지금 못가면 있다가 가고, 오늘 못가면 내일 갈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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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기묘묘한 길을 허겁지겁 간다고 상상이나 해 보십시오.

지리산은 눈으로 보는 산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산인 듯 합니다.

설악산은 카메라의 앵글이 바쁜 산이지만 지리산은 카메라의 앵글이

한가한 산입니다. 연하천 대피소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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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에서 겨우 30여분만에 도착한 연하천 산장과 샘터

이 곳에선 샘물에 채운 캔맥주도 마실 수 있습니다. 한 잔 시원하게 벌컥이고 싶지만

아침부터 왠 술...? 혹시나 취하기라도 한다면 단독산행인데 대신 샘물로 가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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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천 산장을 벗어나 산죽길과 숲길을 지나면 지리산 자연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마을 이름은 음정.

지리산의 지명은 독특합니다. 음정,거림,심원,반선등등....

깊은 산의 냄세를 물씬 풍겨주는 지명들입니다.

기회가 되면 지리산 자락 지명의 유래를 알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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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으로 가는 길이 쉽지 만은 않습니다. 작은 암봉에 오르면 세차게

불어내는 바람에 씨에라 쟈켓을 걸쳐야 하고 머리에 씌여진 모자를

손으로 눌러주어야만 합니다.

또한 암봉과 암봉사이에 걸쳐진 나무다리를 건널땐 작은 스릴을

맛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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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이 바라다 보이는 암봉에서의 조망.

산첩첩. 멀리 천왕봉(?)이 까마득합니다. 과연 저 곳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도대체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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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지리산 산행중 유일하게 만나는 스릴 넘치는 암봉입니다.

형제봉.

어느 산님이 봉우리에 올랐기에 덩달아 올라 봅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릿지. 배낭을 벗어 놓고 올라 보니 전망이 그럴 수 없이 통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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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정상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능선 그리고  멀리 천왕봉(!)

정중앙 안부에 벽소령대피소가 손톱만하게 보입니다.

뛰어가면 10분이면 다다를 듯 싶습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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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 암봉과 암봉 사이의 벽소령 가는 길.

마치 별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입니다.

바람은 한 껏 바위사이로 불어제키고 시원한 것인지 추운 것인지

구별이 되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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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에서 뻔히 내려다 보였던 벽소령을 가자면 밧줄도 타야 하고

돌길도 한없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합니다.

가도 가도 벽소령은 나타나지 않고 결국은 전망좋은 안부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내려다 보이는 마을은 아마도 음정 자연휴양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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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없는 너덜길을 약40여분간 진행하니 완전히 기진맥진.

무릎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할 구간입니다. 얕보았다가 큰 코를 다친 격

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선 벽소령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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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바람!!!!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의 바람이 세차게 몰아 칩니다.

대피소 바닥의 흙이 날려 오를 정도의 지리산 바람.

몸을 겨우 대피소 벽에 숨겨보았으나 어림없는 짓입니다.

양갱이와 쑥개떡으로 점심을 한 후 어영부영 40여분간을 머뭅니다.

빨간 우체통도 바람에 밀려 기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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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피소를 지나 숲길에 이르면 심한 바람은 이제 그만.

적당히 불어주는 작은 바람과 5월의 햇볕이 마냥 상쾌합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자리 깔고 누우면 포근한 잠이 저절로 올 듯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벌써 두명의 젊은이들이 바위곁에 누워 잠들어 있습니다.

풍류를 아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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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석지대.

오른 쪽으로는 급경사. 돌로 축대를 쌓아 놓았으나 대규모 낙석이

있다면 견디어 내지 못할 듯 합니다.

한 여름 폭우 시기엔 작은 낙석만으로도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듯 합니다.

빨리 지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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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을 출발한지 1시간 만에 선비샘에 도착을 합니다.

전엔 야영장이 있었든 듯.

선비샘에 얼킨 전설이 있지만 생략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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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지반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길래 1500m가 넘는 고산지역임에도

이토록 지하수가 풍부할까.

쉼없이 솟아 나는 지하수에 경이롭기도 하지만 쓰임새없이 흘러내리는

선비샘에 안타까움도 벗어 버릴 수 없습니다.

물병 채우고 세수하고 수건 적시고 나름대로 쓰임새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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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봉 가는 길목에서 바라다 본 천왕봉과 칠선봉.

벽소령에 불던 바람이 이 곳까지 쫒아 왔습니다.

바람도 세고 바람이 몰고 온 추위에 잠시의 머뭄도 허용치 않습니다.

아마도 일곱분의 선인이 힘내기 시합을 하는가 봅니다.

으 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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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돌아 본 칠선봉에 구름까지 몰려 왔습니다.

바람에 실려 온 섬진강의 구름은 재빠르게 산을 넘습니다.

구름은 산을 넘습니다. 바람도 산을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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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봉까지 이어지는 지겹도록 많은 나무계단.

숲과 숲사이를 가로 지르며 계단이 한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중간에 쉼터가 있어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땀도 식히며 조망도 합니다.

이런 나무계단 길을 아름답다고 해야되나, 지겹다고 해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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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신봉 계곡에서 올라오는 구름과 영신봉 정상 부근의 철쭉밭.

철쭉은 이제야 겨우 봉오리를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철쭉이 활짝 핀 영신봉을 상상하니 참으로 아름다울 듯 싶습니다.

하기야 지리산의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 있겠습니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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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봉에서 한 시간 만에 영신봉에 닿습니다.

이제 지리산에서 두 번째 묵을 곳, 세석대피소가 멀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세석평전을 지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한 없이 넓어 지는 듯 합니다.

세석평전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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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푸르름으로 가득찬 세석평전.

마치 너른 광야에 나와 있는 듯 합니다.

작년 5월 점봉산 곰배령에서 느꼈던 산위의 신비한 광할함을 다시

보는 듯 합니다. 세석평전 - 참으로 편안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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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 아직 철쭉은 열리지 않았으나....

우선 깨끗한 시설.

공단 직원들의 친절함.

그리고 화장실 전망창에서 바라보는 세석평전의 풍광.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지리산의 별들.

멀리 지리산 아래 광양시가지의 야경.

 

바람이 아니라 나무가 되어 세석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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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차>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까지

 

 

세석의 밤은 평온함 그 자체입니다.

담요 두장을 빌려 한 장은 머리 배개로 또 한 장은 발 배개로 하고

침낭커버를 덮고 누우니 아, 참으로 안온합니다.

이제껏 걸어 온 모든 길들을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야 할 모든 길들을

생각합니다.

바람은 사유가 없어야하거늘 바람이 아닌 나를 되돌아 봅니다.

 

게으르게도 다른 산님들 모두 보내고 7시나 되서야 일어나 햇반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세석평전의 곳곳을 어슬렁 거립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상쾌하며 새 소리는 정답고 푸른 밭은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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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는 발길 9시10분 세석평전을 떠납니다.

다시 바람이 되어...  촛대봉에 올라 멀리 세석평전을 되돌아 봅니다.

뒤돌아 보면 더욱 아름다운 세석평전.

앞으로의 나아감도 중요하지만 간혹 이렇게 멈추어 뒤돌아 봄도

풍요를 더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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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봉을 바라보며 다시 지리산의 숲길을 걷습니다.

어제 세석평전에서 마음껏 누린 자유스러움과 평화스러움 때문일까

지나가는 발길은 그야말로 바람과 같습니다.

멀리 휘뿌연 안개 속에 감추어진 천왕봉도 단숨에 오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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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바윗길 위에 걸쳐져 있는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지나면 삼신봉의 모습이

더욱 가깝게 다가 섭니다. 그러나 곧이어 나타나는 오름길은 다시 지리산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듯 숲속과 바위길로 가파르게 이어지며

몇몇 단독 산행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엇갈려 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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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봉으로 향하는 철계단 오름길을 오르다가 일단의 어린 남녀학생들을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배낭이 무거우실텐데 힘드시겠어요" 하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합니다.

"응 그래, 너희들은 어디서 왔지?"하고 물으니

"저희들은 산청에 있는 간디 대안학교 학생들이예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래? 대단하구나" 답을 해주며 순간 많은 생각이 오고 갑니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가치관.

1등, 1등만이 최고의 가치를 부여받는 이 한심한 세태

경쟁으로, 경쟁으로만 내몰리는 우리 어린 학생들.

 

기성세대로서 저들을 볼 염치가 없습니다.

한없이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배웅하며 마음 속으로

격려를 보내 줍니다.

 

누가 과연 참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간디 대안학교 학생들의 밝은 모습

(염치가 없어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바람이 바람답지 못하니 삼신봉 오르는 돌오름길이 힘에 겹습니다.

배낭을 벗어놓고  가문비 나무 등걸에 기대어 잠시 휴식을 합니다.

문득, 누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이 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三神峰의 精氣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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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봉의 정상부.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유연한 붗놀림으로 채색된 듯한 파란 하늘과

자유롭게 스쳐지나간 듯한 흰 구름, 그리고 힘센 붗텃치로 정교하게

그려 진 듯한 바위들이 대비되어 지리산의 한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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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게 뻗은 지리산 능선길.

연하봉으로 가는, 연하선경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산길입니다.

지리산이 어머니의 품같다는 말이 전혀 낮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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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선경으로 들어 가는 입구의 암봉과 연하선경의 출입문.

암봉과 암봉사이에 문고리가 달려 있어 양손으로 열면 삐그덕하고 돌쩌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릴 듯 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푸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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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봉이정목은 이 칙칙한 색깔이 아니라 짙은 코발트 하늘색이 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연하선경의 안내를 이러한 칙칙함으로 하는 것은 연하선경에

대한 모독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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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선경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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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0경을 모두 다 보지는 못했지만 그 제 1경을 뽑으라면 서슴없이

연하선경을 꼽겠습니다. 물론 추후에 다른 선경을 본 후 마음이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본 지리산의 절경중에서는 가장 으뜸인 듯 싶습니다.

이렇게 선경에 취해 돌계단을 올라 내려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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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산장이 또한 그림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꽃길, 숲길, 돌길, 오솔길을 지나 내려가면 장터목산장.

지리산 종주의 마지막 밤을 보낼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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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산장 역시 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깨끗하고

친절하며 자연친화적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이 곳 장터목 산장의 화장실 또한 세석산장과 같이 화장실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경관 일품입니다. 어느 누가 설계를 했는지......

 

식수는 산장 50여m지점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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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상사이렌이 울리고 하늘에선 헬기 프로펠라 돌아가는 소리가

지리산의 정적을 깹니다. 장터목대피소에 물품을 조달하기 위한 교통편으로

헬기가 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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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대피소에서 얻은 김치와 햇반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잠시 고민을

합니다. 그대로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을 오를 것인지 아니면 발길을

멈춰 장터목대피소에서 어슬렁거리며 충분한 휴식을 위할 것인지.

 

발길을 멈추고 연하선경을 다시 둘러 보기로 합니다.

배낭을 대피소에 맡긴 후 연하선경으로 다시....

이런 예쁜 오솔길 휘적휘적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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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무계단 세로목에 핀 지리산의 예쁜 꽃들도 허리 숙여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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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5월 1시경 얼레지꽃의 아름다움도 사진에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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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선경 속을 동네 뒷동산처럼 어슬렁 거립니다.

아슬아슬한 바위위에 올라 조망도 하며 곰취도 몇잎 있기에 죄스러운 마음으로

채취하여 입에 넣어 씹어 보기도 합니다.

선경속을 헤메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시간에서의 자유로움을 맘껏 여유롭게 즐깁니다.

거칠 것 없는 진정한 한 점 바람이 되어 이 곳 저 곳을 마냥 흘러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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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섬진강의 구름이 몰려오니 구름 속에도 들어가 봅니다.

습한 물방울 얼굴에 닿으니 그 감촉이 너무나도 시원하고

지리산이 연출하는 온갖 장관을 넋을 놓고 바라 봅니다.

지리산은 하루에도 일곱 번 그 자태를 변모시킨다더니 빈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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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이의 장관을 기대하고 늦도록 산장밖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짙은 구름으로

볼 수 없음에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러나 붉은 태양빛을 보았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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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장터목대피소에서 대원사까지

 

 

대피소 직원에게 내일의 날씨를 물으니 해오름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많은 산님들의 실망. 내일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다고들 하십니다.

그러나 생각이 다릅니다.

해오름을 볼 수 있다면야 더 할 나위 없겠지만 설사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텅빈 천왕봉에 홀로 서 보고 싶습니다.

 

해서 2시30분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배낭을 꾸려 장터목대피소를

나섭니다. 이마엔 4일만에 7구 LED 헤드렌턴을 얹고.....

 

아무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을 혼자서 오릅니다.

제석봉엘 올라 보았자 오직 이정목만 렌턴빛에 보일 뿐....

화재로 불타 버린 고사목의 모습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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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시야는 불과 2m 남짓. 순전히 직감으로 천왕봉을 향해 오릅니다.

위치도 모르는 체 오르다 보니 몇 번이나 길을 잃습니다. 숲속 길에서,

바위 길에서 LED헤드렌턴은 거의 무용지물. 발부리만을 보며 오릅니다.

그러나 지리산의 어머니의 품. 두려움없이 올라 섭니다.

아니 행복함마져 느끼니 이 무슨 조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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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입구에 이르러서는 바람까지 가세하여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지리산 산신령께서 너무 일찍 올라와 잠을 깨셨다고 심통이 나셨나 봅니다.

안개와 바람과 비 그리고 어두움.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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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천문- 하늘로 오르는 문.

어둠과 안개와 빗속에 겨우 겨우 통천문을 지납니다.

특히 안개는 마치 안경에 짙은 김이 서린 듯 앞을 가려 진행을 방해합니다.

통천문을 오르기 전, 잠시 바위뒤에 몸을 숨기고 다른 산님들이 올라오도록

기다릴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대로 통과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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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왕봉. 새벽 4시 정각.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짙은 안개와 쉼없이 내리는 비와 몸을 날릴 듯한 바람과 

칠흑같이 새까만 밤에 혼자서 아무도 닿지 않은 천왕봉엘 올랐습니다.

두려움보다 더 큰 감격에 천왕봉 표지석을 가슴으로 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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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뒤로 물러서면 낭떨어지. 어둔 밤에 그 끝을 알 수가 없어

옆에서 천왕봉 표지석을 찍습니다. 물론 카메라 화인더에 사물은 보이지

않아 직감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표지석에 등을 대고 앉아 바람을 피하고 비를 피합니다.

멀리 아래세상의 붉은 불빛들...아마도 하동, 광양,산청, 함양,구례,남원등

지리산 자락의 도시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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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의 카메오.

4시 40분이 되자 멀리 천왕봉을 오르는 산님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산님에게 한 장 부탁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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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15분 천왕봉을 내려 섭니다.

밤 안개에 이정목을 찾느라 시간을 소요하고 천왕봉 뒷편에 숨어있는

대원사을 기르키는 이정목을 지침으로 합니다.

이제 부터는 발 길이 거의 없는 지리산 내림길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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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급경사 내리막을 급하게 내려오면 중봉.

지리산의 두 번째 높은 봉우리이지만 천왕봉에 가려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봉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

2일전 성삼재에서 출발했다는 3명의 산님들을 만나 함께 동행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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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리봉을 지나면서 무릎의 통증이 조금씩 시작됩니다.

급히 떨어지는 내림길, 너덜길에 무릎이 무리를 하는가 봅니다.

액체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무릎보호대를 하니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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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란 내림길이 있으면 오름길이 있게마련...

무릎에 신경이 씌여 진행속도가 마냥 늦어집니다.

어떻게 해서든 유평리까지는 무사해야 할텐데.

동행했던 산님들과 거리가 점차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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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밭목 대피소 1km지점의 이정목.

함께 하는 산님들의 보폭에 맞추지 않고 다시 홀로 뒤로 처집니다.

다시 혼자 부는 바람으로 되돌아 갑니다.

천천히 천천히 지리산 내림길의 모든 것을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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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10분

한창 수리 중인 치밭목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앞서간 산님들의 기다림이 고맙기도 하고해서 함께 아침 식사 준비를

합니다. 대피소엔 몇몇 산님들이 소주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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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밭목대피소 샘터로 가는 오솔길. 약50여m를 가면 운치있는

샘터를 만납니다. 이제껏 보아온 샘터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샘터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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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내려가는 내림길 나무계단.

무릎을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띄어 놓습니다.

노고단이후 잃어 버렸던 계곡의 물소리가 다시 들려 옵니다.

이름없는 계곡 원시림의 청량함에 눈이 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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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재치기 다리.

지도상으로는 무재치기폭포라는 지명이 표시되어 있지만 안내판은

어디에도 없어 그냥 지나칩니다.

아마도 무재치기 다리 아래를 흐르는 계곡의 암반이 무재치기폭포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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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을 지나며 그 푸른 정기에 눈이 부십니다.

도시는 지금 시간쯤  (11:00) 한참 매연으로 가득찼겠지요.

그러나 이곳은 오직 푸르름만이 가득가득 합니다.

이 곳까지의 내림길이 결코 수월하지 않습니다.

너덜길을 오르고 내리고, 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한 모호한 곳을 지나며

원시의 조릿대가 발길을 막는 길을 겨우 겨우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길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길.

차라리 화엄사 돌오름길이 더 수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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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동행했던 산님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또 다시 철저한 혼자가

되어 내려 옵니다.

상수리 나무 아래 전망 좋은 곳에 앉아 지금껏 내려온 능선을 바라봅니다.

중봉과 써리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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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원시의 산죽길은 끝날 줄을 모르고  저 곳 이정목도 산죽 사이에 숨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워낙 드문 곳이라 산죽은 길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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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죽길은 끝났으나 유평리까지는 아직까지도 2.6km

무척이나 길고 지루한 내림길입니다.

배낭을 벗고 과일 쥬스를 녹차에 타 마십니다.

아이고 힘들어라. 힘들다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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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지루한 돌길.

지겹다는 표현외에 더 붙히거나 더 뺄 적당한 어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언제나 끝나려나?  끝이 있기는 있는 길인가.

 

이 곳에서 스님 배랑같은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는 한 어린 학생을 만납니다.

천왕봉을 넘어 남원으로 내려 간다고 합니다. 그것도 운동화를 신고....

극구 말렸지만 굳이 오르겠다고 합니다.

무사히 넘어 갔을까. 지금 생각하니 손을 붙잡고 내려 올 것을 후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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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도 아프고, 지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며 지루하기도 한

유평리까지의 내림길을 걷자니 철조망문이 보입니다.

 

아! 저 곳.

직감적으로 지리산의 날문임을 알아봅니다.

화엄사에서 한 점 바람이 되어 시작한 지리산 종주.

저 철조망문만 지나면 3박4일의 지리산 종주, 끝막음을 합니다.

 

지리산을 혼자 오르며 뇌리를 스쳤던 많은 생각들

지리산을 혼자 걸으며 스쳤던 많은 자연들

지리산을 혼자 넘으며 만났던 많은 사람들

 

지리산을 기억할 때마다 항상 함께 할 모든 것들입니다.

드디어 지리산을 한 점 바람이 되어 종주했습니다.

 

지리산은 내게 무엇으로 다가 선 것일까

바람은 사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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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철조망 문을 나서니 1시25분

유평리는 한적한 산골 동네입니다.

무거웠던 배낭을 내려놓고 손에서 한시도 떼지 않았던 스틱도

내려 놓습니다.

모두 다 함께 한 점 바람이 되어 수고한 귀한 것들을

내려 놓으니 훨훨 나를 듯 합니다.

 

진정한 바람이 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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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에서 시작했으니 대원사에서 끝내야겠습니다.

대원사까지 걷기로....

곰골 마을의 이정표가 정답게 다가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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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평리 마을.

 

 

방장산 대원사

 

 조계종 대원사는

석가모니불이 주불로 모셔진 비구니의 참선 도량.

석가모니불에 3배를 하고 나오니 비구니 스님의 독경소리가

명부전에서 들려 옵니다

 

 대원사 일주문.

전라도 구례 화엄사 일주문으로 들어가 경상도 유평 대원사 일주문으로

나옵니다.

참으로 먼 길.

그러나 되돌아 보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음은 무슨 까닭일까.

 

대원사 계곡에서 손과 발과 머리를 감고 다시 나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이후

산청군 덕산까지 고마운분의 배려로 히치하이크.

덕산에서 진주까지 시외버스.

진주에서 사우나로 피곤을 푼 후

밤 10시30분 발 남서울터미널 행 심야우등버스.

 




▣ goer - 머쪄요! (멎져요!) 여유롭게 천천히 하는 지리산 종주 부럽습니다.
### 언젠가 더 멋진 산행의 기회가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 유달 - 아름다운 무재치기폭포를 못보셨군요,내려오는 계단 끝부분에 알림글과 가까운곳에서 들리는 폭포소리가,5월15일~16일 저도 같은길을 걸었읍니다,잘보고갑니다^^*
###한 발 앞서 다녀오셨군요.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요.다음 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찾아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 양창순 -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지리산 종주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군요. 늘 건강하시고 언제나 안전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양창순님의 사진과 글 항상 경탄의 부러움으로 보고 있습니다.후일 지리산 종주후 님의 산행기 기대합니다

▣ 신기 - 잘 보았습니다. 님께서 지리산 등정기 잘 보았습니다. 사실 지리산은 언제 가도 좋은 산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상세하게 사진을 담아 기록하신 님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박3일에 걸친 종주산행은 저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사실 저도 지난 주말에 지리산을 무박2일로 다녀 왔습니다. 제가 하는 산행은 거의 엉터리 수준이지요. 성삼재 휴게소에서 01시20분에 출발하여 세석에 도착하니 09시 20분이더군요. 이런 엉터리 산행이 어디에 있습니까 앞으로는 이렇한 산행은 아니하고 저도 님과 같이 풍부하게 산을 느낄 수있도록 한번 해 보렵니다. 산에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모든 분들이 제각기 어떤생각을 하고 산을 다닐까하고 때론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 되십시요. 감사합니다.
###엉터리 수준이라니요.지리산은 지리산을 찾는 모두에게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있더군요. 다만 천천히 걸었을 뿐입니다.

▣ 김정목 - 선배님!!반갑습니다.선배님 뒤를따라 거창의상봉을 오르던 마음으로 산행기속의 선배님을 다시 따라나서 초여름 지리산종주를 하였습니다,그리고 지난겨울 눈과 강추위속에 지리산에 간다고 말리는 아내를 뒤로하고 떠났던 저의 겨울 종주길도 잠시생각해 볼수있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지난 지리산 종주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 대나무 -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가면 몸이 저절로 따른다~했는데.. 저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앞으로는 나의 현실보다는 나의 마음에 조금더 충실해보도록 해야 겠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마음이 가면 몸은 오지말라해도 쫒아오지요.다만 마음이 가지 않을뿐입니다.

▣ 김정길 - 튼튼한차체와 바퀴를 연료로 돌진시키는 카 레이스는 쾌속질주를 하지만, 내몸 내무릎 애끼면서 겉맛 속맛 실컷 보고 채우면서 지리산을 4일간 종주하는 친구님의 산행에 부러움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 무릎은 어떠신지.
###나원참,답글 못쓰는것 아시면서..무릎 많이 좋아졌습니다. 염려에 진심으로 감사.

▣ 주왕 - 한 점 바람이 되시어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다녀오신 지리산의 기록을따라 글자 하나 놓치지 않고 멋진 지리산의 품속으로 저도같이 다녀보았습니다. 늘 즐거운 걸음이어지시고 건강하십시요.
###함께 가신분이 주왕님이셨군요. 어쩐지 든든했습니다.

▣ 길문주 - 꿈같은 길을 바람 처럼 걸으셨군요. 님의 산행기를 읽으며 나도 한번더 지리의 깊은 품속에 안겨보고 싶은 강한 유혹이 일어납니다. 건강하시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냥 걷다가 돌아왔을뿐입니다.지리산의 유혹,거부치 마시기를....기대하겠습니다

▣ 밤안개 - 요지음 속도전을 하는 산객들이 많은데 님은 정말 지리산 품에 푹 안기어 지리를 담고 오셨네요.님의 글에서 지리산의 참 맛이 나는듯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속도전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워낙 발걸음이 늦다보니 천천히 걸었을 뿐입니다.

▣ 빵과 버터 - 서정길님은 그래도 저보다 낫습니다. 저는 1년전만 해도 땀 삘삘 흘려가며 산을 뭘라고 가노? 했던 사람입니다....이렇게 아둔하게 살었으니....가슴을 띠끔하게 찔러주는 좋은 말씀들... 기억하겠습니다....건강하십시오.
###제가 1년 먼저 산을 알았군요.그러나 빵님의 산행에는 족탈불급임을 알고 있습니다

▣ 박여산 - 가슴 설렙니다. 님의 발길따라 옛날(?)에 가보았던 그 길을 추억하며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 크기만 고대하며 산행기로 마음 채우고 있었댔는데, 님처럼 혼자라도 훌쩍 떠나보고 싶습니다. 구석구석, 꽃한송이, 바람 한점까지도 느껴가며... 그렇게...
###그렇게... 항상 님의 표현대로 그렇게... 산을 다니려 합니다.또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도

▣ 운해 - 지리산의 품이 그리워 지는 시간 입니다. 조금도 급할 것 같지 않는 배 고플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가고 싶을 때 가는 그런 여유로움이 너무나 좋은 것 같습니다. 지리산종주 무사히 마치심을 축하 드립니다. 건강 하세요.
###저 보다도 오히려 운해님께서 더 여유로운 산행을 하시는듯합니다.

▣ 김찬영 - 서정길님 오랜만에 후기를 내놓으시며 무슨 입에 짝짝 달라붙는 야그들을 ......빨려들어가는줄 알았습니다. 안전산행 하시고 늘 즐거운 산행되시기를....
###북한산에 김찬영님의 발자국이 많이도 찍혀 있더군요.초대해 주십시오.

▣ 김정길 - 친구야! 바쁘다고 다른핑개 대지마고 있지? 이번 산행기의 댓 글에는 모두 각자에게 답 글을 일일이 올려 보그라 ! ^ㄴ^ 알것재? 잉!! goer 님 부터 맨 끝까지? 또 생기면 또? 일일이 답 글을 써 봐야 이 친구의 시정을 알 것 아닝가벼? ㅎㅎㅎㅎ 니 죽읐다. 기왕 할거면 더 밀치기 전에 부지런히 시작하지 않고 뭐하나! 위에를 쳐다보니 깝깝하기 시작한다야---
###지금 죽어나고 있는중...댓글,답글에는 워낙 재주가 없어서리...

▣ 문종수 - 사흘 밤낮을 그렇게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따라 떠나셨군요. 이렇듯 유유자적한 산행기는 처음 읽어 봅니다. 지리산의 너른 품처럼 넓은 가슴의 서 선생님이 그립군요. 그림처럼 아름다운 무재치기폭포를 놓쳤다니 읽어내려가며 함께 산행한 내가 무척 아쉬운 심정입니다. 대원사계곡에서의 세신탕. 세심탕도 아쉽고...! 먼 길 수고하셨읍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명소는 몽땅 빼어놓고 다녀온 듯합니다.아는만큼 보인다고... 다음 또 기회가 되면 빼어먹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윤도균 - 나도 곧 님이 다녀오신 그길을 회갑기념산행으로 꿈을 꾸며 몸을 단련하고 있답니다 님처럼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산행을 하여야 제멋을 알고 올텐데 일상생활에 쫓기는 모습으로 이번 지리산행도 또 거의 뛰다시피하는 종주산행이 될것 같습니다 서정길님 월요일 출발하면 산장예약 안하였는데 숙박 가능할까요 님의 정성이 담긴 아름다운 산행기 잘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유의하시며 즐거운 산행이어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윤도균님의 주행으로야 뛰지않으셔도 제가 느낀 모든 것을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산장예약을 하지 않으셔도 숙박 가능할 것 같습니다. 주말이 아닌다음에야...

▣ 양재용 - 지리산 종주 축하드림니다.화엄사에서 시작 대원사까지 정말 고생 하셨네요.저는 2번 모두 성삼제에서 대원사로 산행을 해서 산행기를 보니 저도 화엄사에서 시작하고 싶네요. 정말 산행기 잘 보고감니다.건강하세요.
###화엄사길 정말 예쁜길입니다.화엄사에서의 출발,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젊은그대 - 자세한 설명과 함께 멋진 사진,,,훌륭한 후기입니다,,저도 6월초 첫 단독종주를 준비중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항상 즐거운 산행하세요...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합니다. 좋은 종주되시기를....

▣ 유희형 - 님에 여유로운 단독종주 글 속에 양념으로 정치인들의 꾸중 참 으로 속 시원 함니다. 힘든 종주 부럽습니다.
###산행기를 더러운 것들로 오염시켜 오히려 죄송스럽습니다.

▣ 고석수 - 바람은 쉬지않고...대 서사시를 봅니다 저도 24일 새벽에 천왕봉에 있었는데..먼저 가시는 바람에 조우가 안되었네요..잘 보았습니다
###바람은 내가 아니라 오히려 님인듯 싶습니다. 조우했더라면 사고가 났겠지요. 태풍이 되었을테니...

▣ 미시령 - 79-24=55, 79-48=33... 여유로운 걸음 부럽습니다.
###더 많은 기회를 갖고 계시어 오히려 부럽습니다.

▣ 서디카 - 서정길님 ......김정길님 만큼이나 대단하시네요.. 홀로산행 3박4일.. 대단하십니다... 한국의 산하 산행기 쓰시는 분들은 모두 대단한 분들
만!!...... ###무슨 말씀을...쫒아갈 생각도 아니합니다.

▣ 이수영 - 참으로 공들여 쓰신 산행기 입니다. 3박4일 동안 여유가 부럽습니다. 저희는 1박2일로 다녀왔는데도 숙박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대피소에서 3박을 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 말씀은 코골이 때문에 시끄러워 대피소에서 도저히 잠을 잘수없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종주를 감축드립니다.
###저도 3일밤을 거의 뜬눈으로...그러나 지리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 똘배 - 선배님 산행기 보면서 또다시 지리산이 그리워 지니 큰일입니다..작년에 성삼재에서 중산리로 약식종주를 하였지만...지리종주는 일상에서 쉽지 않은 자신만의 생각을 할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우신 산행 잘보았습니다.
###설악은 눈으로 보는 산이지만 지리산은 마음으로 보는 산인듯 싶습니다. 그래서..

▣ adella - 님의 글을 읽고 있자니 왜 눈물이 나는걸까요.. 저역시도 지리산에 대해 상사병을 앓고 있나 봅니다. 많은 느낌과 함께한 산행기 감명 깊었습니다..
###감정은 모두 한가지인듯 합니다. 지리산, 왠지 사람의 마음을 님의 표현대로 그렇게 만들고 있음을 지리산을 걸으며 많이 느꼈습니다. 사랑한다면 떠나야겠지요.


▣ 산거북이 - 역시!.... 원더풀입니다. 올리신 그날 새벽부터 지금까지 틈틈이 몇번이나 읽고 또 봅니다.
###산거북이님,반갑습니다.님의 물흐르는듯한 산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이번 월악산 산행중 만나신 스님의 차맛,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 코리아마운틴 - 힘든길 마치시고 떠나는 길에 진주땅을 오셨군요. 잠시나마 스치는 바람결에라도 지리산 자락에 오시걸랑 연통주소서 진주탁주 한사발에 ....011-878-7119
###진주, 참으로 마음에 드는 곳.20여년만에의 진주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그러한 곳 에 사시는 님이 너무나도 부럽습니다.핸폰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 권경선 - 제가 늦게 봐서 그런지 사진은 다 숨어 있네요.. 충분한시간을 갖고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의 자타가 공인하는 지리종주 너무 부럽습니다. 작년의 땡볕아래 지리종주... 그 힘들었던 기억은 사라지고 다시 지리는 옛애인처럼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자타의 공인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행위로서 행복해하고 있습니다.권총무님께서도 옛애인을 만나러 가셔야겠지요. 그리움은 만나야만 합니다.

▣ 이우건 - 선생님 덕분에 잠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선생님 따님 친구도 되보구요!
###아,이우건학생.반갑습니다. 세석에서 좋은시간 보냈지요.세상을 넓게 보는품이 듬직하더군요. 연락하세요.

▣ 산사랑방 - 에구~@ 덕유의 여독이 남아 이제야 봅니다. 개방하자 마자 정석대로 풀코스를.. 그것도 느긋하게 시인되어 바람되어 잘 다녀오셨네요 종주 축하드립니다. 불암산님도 다녀오셨던데 모두모두 부럽습니다. ~~^^*
###항상 그렇듯이 쉬엄쉬엄 다녀왔습니다. 지리산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다음 기회가 되면 덕유산도 님의 발자국대로 다녀오고 싶군요.

▣ 불암산 - 역시 선배님이 먼저, 아우가 나중에..... 선배님과 아우가 이렇게 나란히 지리산을 품에 안아 버렸으니 괜히 마음이 또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선배님께서 느끼신 지리의 푸근함, 언제나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향이라 생각합니다. 형님, 항상 강건하시고 즐산하십시요. 그리고 행복하시구요.....
### 불암산님. 똑 같은 지리산 길을 밟으셨군요. 저는 천왕봉의 안개와 비와 어둠만을 보았는데 불암산님께서는 3대의 덕으로 일출을 보셨으니 부럽습니다. 이웃 마을에 사시니 나중에 소주 한 잔 하십시다.

▣ dionykim - 삶이 고행이라 했던가? 힘들고 지치고 중도에 그만두고픈 마음까지도 인내로 접게하고 끝내는 희열까지도 느끼는 자네의 산행은 즐거운 삶을 느끼게 하는군.. 크고 깊은 자연의 섭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배우는 자네. 또 모두를 비우고 버리고 떠나기를 실행으로 터득하는 자네. 큰 깨달음으로 한 수 알려 주시게.. 오두막의 푸근함과 넉넉함으로.....

▣ 서정길 - 하 멀리 캐나다로구먼...語不成說 깨달음이라니...? 깨달음의 발뒤꿈치를 보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네. 喫茶去 (차나 마시고 가게나!) 의 진리를 어찌알겠는가? 오두막엔 바람이 불고 있다네. 부디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 날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