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만의 첫 경험!-사량도 지리산-옥녀봉 완주-
모르고 있었던 때가 더 행복했을 런지도 모른다. 알고부터 속 앓이 열병이 되나보다. 몇 년전부터 산행에 재미를 붙혀(사실 재미있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갈 때마다 힘들고 괴롭기만 할 뿐) 정상에서의 잠시의 기쁨과 완주후의 자족감을 느끼려고 자주 집을 나선다. 때론 같이, 아님 혼자서.. 그러나 이번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의 게스터, 업저버 산행도 괜챦다. 전문산악꾼들의 죽자살자 완주팀은 서로 눈인사할 겨를도 없지만, 그냥 봄놀이 수준 팀은 나름의 인간미가 있어 좋기는 하다. 제도권에 들면야 편리도 하련만 워낙이나 내 성질이 독립적인 재야라서 아직은 사람들에 속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마치 묶은 빚을 갚기라도 하듯 사량도 지리산행의 기회를 억지로 갖는다. 차편 3시간에 배편이 녹녹치 않을 것 같아 결행하지 못했는데.... 어쨌거나 들기름위의 올리브처럼 이방인으로 한 그룹의 후미에 따라 나섰다. 난 내가 주류가 아니면 주눅 들더라. 그러나 신경 안 써도 되는 이 순간도 좋다.

고성 용암포에서(종일 주차 2000원) 다리호란 큰 배를 타고(배 삯; 편도 3500원. 차량도 실을 수 있다) 25분만에 내지에 내려 바로 콘크리트 호안을 걷는다. 대개 돈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데 승객의 99%가 등산객이라 선장말씀이 특별히 내지에서 하선시키니 즐등하란다. 고마비! 선장님은 가까워서 기름 절약하시는 거죠? ㅎㅎㅎ

해발 400미터야 가비얍지. 아주 시시한 수준이다. 그러나 정말 해수면서 시작하는 산행도 처음이라 우선 바닷물에 등산화를 적tu 해발 0미터 확인하고 10시 30분 지리산 초입에 든다. 누군들 힘들고 괴롭지 않으리요만 즐긴다는 게 참으로 어렵고 어렵다. 오르막 1,2키로 남짓 오르노라면 등에 땀이 배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사람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사점(데드 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몸이 오르막 산행 길에 적응 중인 증거일 게다. 이 고비만 조금 넘기면 숨이 고르고 천천히 순행할 정도는 된다. 산 이름도 지리산이 보인다고해서 망지리산 혹은 지리망산인 고작 400고지 요놈의 조막만한 산이 그래도 내가 수년간 가슴에 품을만한 가치가 있다. 이름없는 산은 역시 가보면 그럴만한다는 느낌을 자주 갖는다. 그런데 여긴 능선에 오르면 양쪽으로 육지와 점점이 보이는 섬,섬,섬 넘어 또 작은 섬....쪽빛 바다와 해풍도 좋다. 이름값하느라고 악산으로 아주 불친절하다. 때론 등산화까지 잡아먹는 바위틈을 몇 번이고 2시간여 헤쳐 지리산에 닿는다. 하기야 이 팀이야 노니 가는 산행인지라 완주시간을 여유있게 4시간을 주었는데도 총 5시간 30분(10:30-16:00) 걸린 정도로 오합지졸 지리멸렬팀이다. 팀원들이야 엔돌핀이 팍팍이니 그저 즐겁기 짝이 없다.

점심 후 이 불친절한 악산은 진가를 발휘한다. 오금저리는 상,하행 타잔놀이에, 네발로 기는 치타 되기 십상이다. 다음으로 아! 중간에서 그만 다리가 굳어버리는 직벽 철계단에선 맨 꼴찌 한사람 정도 꼭 운다. 울면 머하노! 옥녀봉 줄사다리에선 우짜노? 속옷 젖을라... 바위 경사면을 따라 손잡이 철제 기둥과 난간대도 경험한다. 다행히 위험지역마다 우회로가 있어 맘 편하게 걸을 수도 있어 좋다. 위험 길, 악한 길. 못된 길이 많다. 옥녀봉 전설을 듣노라면 남자를 욕하지 말고, 죄 없는 자 남자를 만든 하나님에 돌 던져라.

전체 산행은 4-5시간에 17000보(보폭 80센치 설정) 약 13.5키로이다. 다음에는 자전거로 섬 일주 하이킹을 하고 싶다. 자그만 한 게 아기자기 모든 걸 다 갖추었다. 지리산의 축소판으로 귀로 배 위에서 10여개 바위 봉우리를 파노라마처럼 보는 기쁨도 놓치지 말자.


▣ 신기 - 즐거운 산행을 하셨군요. 제가 아는 분도 그날 사랑도에 등정을 하였다고 이야기 하여 님의글을 보면서 생각에 빠져 봅니다. 한번 가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아직은 궁합이 않맞네요. 한번은 가려고 선착장까지 갔었는데 일기가 않맞아 배가 출항을 않하는 바람에 그냥 뒤돌아 와야 했던 기억이 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