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금정산 고당봉(801.5m),장군봉(734.5m) (부산 금정,양산)

2. 산행일 : 2004. 4. 29

3. 코 스 : 호포역주차장(11:00) – 호포농원(11:20) – 임도(12:00) - 암반전망대(12:50) – 능선이정표(13:25) – 고당봉(13:35) – 입석미륵불(14:15) – 샘터(14:50) – 장군봉(15:12) – 안부,전투시설문표지판(15:45) – 임도(16:34) – 시멘트포장로(16:58) – 석산해강아파트(17:10) ----- 총소요시간 6시간 10분(휴식시간 포함)

4. 동 행 : 3명

셋이 모여 산행하는 것도 오랫만이지만 가뭄에 콩나듯 같이하는 왕초보가 있어
오늘 산행지를 결정하기가 여간 난감하지 않다.
일단 양산방향으로 가며 산행지를 의논하지만 무리할 수 없는 지경이라
간단한 산행으로 하자는 데 일치를 보인다.
평소 메모해 둔 산행계획표를 꺼내 근교 산행지를 훓어 본다.
여의치 않을 때 다녀 올 생각으로 메모해 둔 금정산 호포코스가 눈에 띈다.

11시 00분. 호포역 주차장.
호포역앞에서 주차장을 지나면 호포새마을로 가는 지하도를 만난다.
마을 옆 계곡을 따라 시시콜콜 잡담으로 산행초입의 여유를 즐길 즈음
호포농원 앞에 다다르고 길이 왼쪽으로 꺾인다.

11시 20분. 호포농원.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
완만한 경사와 호젓한 등로는 산객을 평온하게 한다.
계곡을 흐르는 물도 비온 뒤끝이라 제법 우렁차고
숲 사이로 난 길은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니 걸음이 가볍다.

범어사나 어린이 대공원 등에서 시작되는 금정산의 주등산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아스팔트에 버금될 정도로 길이 무뚝뚝하다.
평일에도 사람이 붐비니 정이 덜 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 호포 코스는 등로초입부터 산객을 흐뭇하게 한다.
계곡 건너는 지점에서 시원하게 땀을 씻어내고 잠시 그늘의 안락함을 즐기고 난 뒤
다소 가팔라지는 길을 쉬엄쉬엄 오르자 임도에 다다른다.

12시 00분. 임도.
시원한 그늘길이 갑자기 훤하게 하늘이 열리며 따가운 햇볕이 쏟아진다.
임도를 따라 200여미터 지나자
오른쪽으로 희미한 소로가 보여 숨어 들 듯 들어선다.
다시 길은 물소리 정겨운 계곡과 함께 한다.
잠시 일상을 벗어 나 돌아 온 나의 자리처럼 평온을 되찾고…
겨우 한 사람 지날 정도의 좁고 다소 오르막 길이지만
걷는 데는 여느 길보다도 편안하고 즐겁다.
능선 사거리에 이르면 오른쪽 길은 자일을 타고 오르는 암벽.
힘들게 전망바위에 올라 아래를 굽어 보는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12시 50분. 암반전망대.
초록의 물결이 눈아래에 펼쳐지고 낙동강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산죽군락 사잇길은 가파른 오솔길.
다소 힘든 구간이긴 하지만 쉬엄쉬엄 오르면 이 구간도 즐겁다.
다시 암벽을 오르는 구간을 지나면 몇 십명을 앉히고도 남을
거대한 암반이 조망을 즐기며 쉬고 가라는 듯 떡하니 버티고 있다.
왕초보 친구가 힘들어 해 자주 쉬며 소걸음처럼 가지만
조갑증이 들지 않는 건 코스가 그만큼 즐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암반을 지나면 바위아래 동굴에 누군가 기거하는 움막이 있다.

13시 25분. 능선 이정표.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 옆에 절벽바위가 산아래를 굽어 보며 서 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왠지 아까운 기분.
올라 서 양 허리에 손 걸고 내려다 보니 천하가 내 것인양…
주위 곳곳에 기암과 괴석이 초록의 물결 속에 솟아 있어 눈이 바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조금 더 오르니 능선에 닿는다.
바로 옆엔 고당봉이 여인의 젖가슴처럼 솟아 있다.
(왼쪽길 : 범어사 2.5K, 오던길 : 장군봉 2.3K)

13시 35분. 고당봉.
로프를 타고 기듯 오르면 정상.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정상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들머리에서 보았던 산객 몇 명 외
오르는 동안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만큼 오늘 오른 등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셈.
뛰어난 조망은 여느 산에도 뒤질 것이 없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왕초보 친구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14시 15분. 입석미륵불.
느긋하게 조망을 즐기며 노닥거리다 오던 길을 우회하여 다시 원점회귀하는
하산길을 버리고 양산 다방리 쪽으로 하산키로 합의한다.
왕초보 친구가 흔쾌히 승낙한 때문이다.
농담삼아 던진 말에 고기가 걸린 셈이라고 우스개를 하면서
장군봉 방면 능선길로 접어든다.
지나는 길에 암벽에 새겨진 미륵불도 잠시 감상하고.

14시 50분. 샘터.
장군봉 오르는 초입에서 샘터를 만난다.
어디서 나오는지 수도꼭지를 나오는 물이 세차다.
땀도 훔치고 식수도 보충하고 가파른 장군봉을 오를 준비를 끝낸다.
다소 가팔라지는 등로는 오를수록 나무가 없어지고 광활한 평원으로 바뀐다.
신불산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초원을 가로지르는 재미도 괜찮다.

15시 12분. 장군봉.
장군봉에서의 조망 또한 빠지지 않는다.
천성산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와 있고 지난날 토곡산에서 매봉을 거쳐
오봉산을 종주한 코스가 생생한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선연하게 드러난다.
정상을 내려서는 길은 암릉으로 이어진다.
우회로는 있지만 암릉을 돌아가는 건
산행길에서 편한 길만 찾아 지름길로 가는 것 같아 불편하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올라 로프와 철계단이 있는 암벽을 내려선다.

15시 45분. 안부(전투시설물표지판).
안부에 내려서면 전방에 두갈래 길이 보인다.
오른쪽에 표지기가 많지만 방향을 양산 극동아파트 방면으로 잡은 터라
왼쪽 길을 따른다.
몇 개 봉우리를 타고 넘는 길이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다만 초보친구가 점점 발걸음이 느려지고 쉬는 간격이 단축된다.
괜히 코스를 바꾸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서 가는 길을 자주 멈춘다.

16시 34분. 임도.
바위를 타고 내리는 지점이 있으나 산행에서 양념격이다.
급하게 떨어지는 길은 임도와 맞닥뜨리고 마지막 봉우리로 오르는 길과
산사면을 돌아 가는 두갈래 길로 갈린다.
생각같아서는 마지막 봉우리를 넘었으면 하지만 아무래도 산사면을 도는 길이
가장 빠른 길로 판단되어 왼쪽길로 접어든다.

17시 10분. 석산 해강아파트.
산허리를 감고 도는 길 끝머리에 철탑이 나타나고 급한 내리막이 시작된다.
두번째 철탑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콘크리트 포장로가 드러나고 바로 정면에
석산 해강아파트가 보인다.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호포역까지는 금방이다.

오늘 같은 경우는 닭 대신 꿩이라고 해야 할까.
간단한 산행을 생각하고 택한 코스가 뜻하지 않게도
금정산의 또 다른 숨은 멋을 보게 될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다만 곳곳의 철탑으로 조망의 맛을 다소 떨어뜨리기는 했지만.
수도 없이 다녔던 금정산,
오늘처럼 만족스런 산행은 한 번도 없었던 지라 다가오는 느낌은 너무도 남다르다.
아마도 또 다른 금정산의 숨은 코스를 찾아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 김정길 - 푸르뫼님의 금정~장군 산행기를 읽으며 다사한번 절실하게 느낀점은, 알려진 산들의 등산로, 특히 대도시권의 유명한 산의 등산로는 등산로 마다 다 다녀봐야 그 산의 참 맛을 다 느낄것같군요. 영남알프스박사님 건강하시기를...
### 선배님 말씀이 옳습니다. 보통 알려진 등산로를 따라 다니다 보니 그 산의 진가를 보기 힘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금정산의 또 다른 한적한 루트를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선배님의 팬티산행은 한국의 산하 가족들에게 참으로 쇼킹하고 즐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하십시오.

▣ 산거북이 - 초보시절 다녔던 금정산이 푸르뫼님의 산행기를 보니 새로이 숙제로 남는군요. 열심히 한우물을 파시니 드디어 박사학위를 얻으셨습니다.^^ 축하드려요...
### 저 또한 금정산은 많이 다녔으나 이런 루트를 숨기고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가능하면 자주 걸음하고자 합니다. 김정길 선배님의 박사 호칭은 초보산객을 격려하는 말씀으로 생각합니다. 너무 놀리시면 산거북이님 미워할 겁니다.^^

▣ 한울타리 - 김정길형님께서 드리는 박사학위... 진짭니다. ^^ 금정산은 의외로 좋은 코스가 많음을 느기게 합니다. 화명동코스는 아직 저에게는 미답의 길입니다. 다음엔 친구분 모시고 상계봉을 거쳐 파류봉으로 한번 가셔보기를 추천합니다. 물론 가보셨겠지만... 그 길도 한적하답니다. 남문쪽으로 가시면... 형제집인가? 그 곳 우측이 들머리입니다. 평일에도 산을 찾을 수 있으시는 푸로뫼님이 부럽습니다. (박사학위는 아~무나 따나? ㅎㅎㅎ )
### 수덩이님까지 절 놀리시는군요.^^ 우연한 기회에 호포코스를 알게 됐고 또 어설픈 때에 좋은 산행을 하게 되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여 다시 금정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당봉에서 내려다 보니 화명동방면에서 오르는 능선이 괜찮아 보여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속시원한 정보가 없더군요. 수덩이님께서 코스를 알고 계시면 도와 주십시오. 상계봉과 파류봉 탐방은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지금은 다소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산행이 자유롭습니다만 조만간 일이 시작되면 산행이 어려워질 것 같아 요즘 자주 찾는 편입니다.

▣ 김용진 - 부산에 근무하던 때에 자주 찾던 금정산입니다만... 이젠 언제 가 볼런지??? 언젠가 다시 가볼 날이 있겠죠... 님의 산행기를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즐산하시길.... 바랍니다.
### 반갑습니다. 님이 자주 찾던 금정산은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언제든 시간이 되시는대로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님께서도 항상 즐거운 산행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