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보는 세상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동쪽에는 고헌산
서쪽에는 운문산
남쪽에는 신불산, 영축산, 능동산, 재약산
북쪽에는 문복산이 꿈틀거리며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이 쉽게 보인다


한때 산기슭에서 퍼질러 앉아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놀다보니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떠올라서야 겨우 일어나
산에도 못 오르고 돌아갔었지
언젠가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에 지쳐
낙심하며 산을 내려가기도 했지
어느 골짜기에서는 갑자기 몰려온 비바람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죽을 뻔도 했었지

산길을 가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니야
가야할 목적지를 알고 있으면
지도와 나침반을 보면서 갈 방향을 정해놓고
그냥 가면 되는 거지
수많은 사람들이 다닌 길을 따라
선답자들이 매어놓은 리본도 보면서
두 다리로 걸으면 되는거야
간혹 길을 잘못 들 수도 있고
넘어져 다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어
인생길에 비하여 휠씬 쉬운 길인걸


비록 산길이지만
정성을 다하여 꾸준히 걸으니
오랜 시간 잠자고 있던
나의 몸이 서서히 깨어남을 느낀다
잊혀진 근육이 다시 살아 움직이고
뜨거운 피가 몸속 구석구석을 돌아서 간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숨이 목에 까지 차오르고
근육이 끊어질 듯 다리가 아파오는 그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며
그것이 곧 기쁨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산길을 걸으며
몸의 깨어남으로 나의 눈까지 밝아져
보다 멀리 보고
보다 자세히 보고
보다 깊이 생각하여
내일 내가 보는 세상이
지금까지 바라본 세상보다
달리 보이기를 바란다


▣ 은잠 - ♡ 세상을..마음으로, 가슴으로 보는 안목을 키우렵니다.
▣ 윤병혜 - 백운대님 송학사 까페의 닝이시군요
▣ 윤병혜 - 가끔씩 이 게시판을 즐깁니다. 저도 송학사 일요일마다 가기 전에는 이산저산 헤매는 산꾼이었는데 여기서 글을 보니 반갑네요. 까페 닉네임은 보월심입니다. 수월화 얘기를 듣고보니 한번 뵌 적이 있더군요 즐거운 산행 많이 하시고 산행기 열심히 올리셔서 주위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 몇탄에 들어갑니다.
▣ 백운대 - 여기서 이렇게 만나군요^^ 님도 즐거운 산행 많이 하십시오
▣ 初者 - 산행에 그런 깊은 의미가 있었습니까? 놀랍습니다! 사진도 있었으면 金上 添花ㄹ것 같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