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19살 청년들과.

한달 전 3월 24일 새벽이다.
지금 막 악몽의 순간이 벌어질 참이다.
"미끄덩! "
욕실에서 좌아악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왼발등을 뿌리듯이 벽면에 확 부딪히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온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통증이다.
불현듯 떠오르는것이 발가락이 잘못되면?
걱정되는것이 이미 약속 되어진 그 주 토요일 산행이었다.
조금 지나면 통증이 가시겠지했으나 내심으로는 골절같은 기분이 든다.
직장에 가서도 통증은 계속 되었다.
그 즉시 정형외과에서 X레이 사진을 찍으니 걱정했던대로 골절이었다.넷째 발가락이 그저 똑 부러졌다.
의사분의 말씀이 6주간 활동을 정지하고 발을 스지 말라니,걱정도 보통 걱정이 아니다.
화가 치민다.그 때 좀 더 조심할걸.
어떻하나 그것이 운명이라는데.

그 주 토요일 오후에 병원가는데 기가 막혔다.
내 신세가 왜 이러나.
너무 산에 가고 싶어 병원갈 때 등산복을 입고 갔다.
앞으로 꼬박 6주다.
이건 끔직하고 화가 나는 일이다.

2주 후 북한산에 슬쩍 다녀 올라했다.
일단 나섰으나 곧 발가락 통증이 심해서 즉시 하산했다.
그 후 절대 무리하지 않고 몸관리를 철저히 했다.

오늘 4월 24일 딱 한달이 되는날이다.
발가락을 움직여 보니 통증이 거의 없다.
19살 청년들과 매달 1번씩 가는 산행이다.
오늘은 용문산 자락 백운봉(940m)이다.
종주는 힘들고 발가락 사정도 있고 해서 딱 백운봉 하나다.
일행과 양수리에서 만나 8시 15분에 양평가는 버스에 올랐다.
양평 거의 다와서 왼쪽을 보니 백운봉이 뾰족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나.
참 뾰족하다.꼭 원뿔 같다.
정상에 오르면 서너명도 서 있지 못할것 같다.
이따 한참 후에 갔었지만 좁긴 좁았다.
양평에서 용천리로 가서 백운봉으로 오르려 했으나 용천행 버스가 지금 막 갔고 앞으로 1시간 후에 버스가 있단다.
할 수없이 세수골로 들머리를 정하고
터미날에서 세수골까지 걸어가자고 일행과 합의를 보았다.
대략 한시간거리다.
산행하시는 많은 분들이 택시를 타고가나
19살 청춘들의 젊음이 아깝다.걸어가자!

세수골 가기 전 대일학원 길목에 두 갈래길이 있다.
우리 일행은 멋모르고 왼쪽으로 당연시하고 올라 약 500m 가다 위에서 내려 오는 동네 아낙인듯한 이에게 물으니 길을 잘못들었다한다.이 길은 사격장가는 길이란다.
양평에서 지루하게 걸어와 또 1km를 알바 하다니...

대일학원쪽 즉 오른쪽 길로 가니 들머리가 보인다.
왼쪽은 계곡,오른쪽은 두리봉을 거치는 능선길.
우리는 능선길을 택했다.
두리봉가는 길이 시작부터 무지 가파르다.
그러나 이게 얼마만인가.한달만이다.
날씨도 참 좋고 황사가 어제 걷쳐 시야도 꽤나 멀리 보인다.
한 발 한 발이 즐겁다.
힘은 무척 들지만 그저 그저 죽 올라간다.
땀이 날 때가 됐는데,그렇지. 땀이 난다.
얼마만에 흘려보는 땀이던다.
일행들 얼굴이 이그러진다.힘도 들겠지.
쉬지 말고 올라 두리봉에서 쉬자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기분 참 상쾌하다.
두리봉 정상에는 백송봉이라는 정상석이 있다.
두리봉=백송봉인가보다.
무지 힘들다.입에서 단내가 난다.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한 달을 놀았으니.

일행과 20분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가다 보니 평상이 놓여 있다.오고 가시는 분들 쉬라고 어느 기관에서 만들어 놓은것 같다.
조금 지나니 헬기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나는 대단한걸 보았다.
그 헬기장 앞에 우뚝 덩그러니 크게 버티고 있는것이 백운봉인데 참 일품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볼 만했다.
한달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산이 온통 연초록색이다.
나중에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백운봉 꼭대기보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백운봉이 참 기억에 남는다고들 한다.
그 오른쪽 용문산 정상은 기기괴괴한 시설물로 보기가 별로 이쁘지 않다.
백운봉 정상 7부쯤에 빨간색으로 보이는게 처음에는 단풍나무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붉은색 철계단이다.

백운봉 정상은 좁긴 좁았다.
그 곳에도 아까 보았던 평상이 있다.
평상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만원이다.
하산은 사나사쪽으로 정했다.
사나사로 내려 가는 길은 거의 내내 가파르며 너덜지대다.
사나사 다와서 있는 시냇물이 맑고 물도 많다.
등산화 벗고 발을 물에 담궜다.
사나사 지나 버스 타는데까지 또 2km을 가야하니 아침 마냥 지루하다.
양평 가서 상봉동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 가는데 오른쪽을 보니 백운봉이 또 보인다.
ㅎㅎㅎ 참 뾰족하다.


▣ 산초스 - 다리 나으신후 첫 산행지로 용문산 백운봉으로 다녀오셨군요. 저는 차량으로 다니다 보니 상원사나 사나사로는 여러번 다녀왔는데 새수골로는 못가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잘 읽었습니다.수고하셨고 앞으로 계속 재미있는 산행기 부탁드립니다.
#.한달만에 산행이 너무 감격스럽읍니다.우리의 몸은 발가락,손가락 하나라도 매사에 조심해야겠읍니다.
▣ SOLO - 산행 재개해서 축하드립니다!! 독하게 양평에서 세수골까지 도보로.. 항상 용문 일원에서 쳐다보면 뾰족하게 보이는 백운봉. 이제 갔다 오셨으니 쳐다볼 때마다 뿌듯하시겠습니다.
#.다음에 날 잡아 한번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