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만나러 강진, 영암 별매산, 가학산, 흑석산 종주  

 

산행일 : 2004. 12. 12(日). 흐림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제전마을 (08:42) 

  ☞전위봉 (09:32~09:44. 약 375m 전후)

  ☞별매산 (10:06~10:10. 465m)

  465봉 (11:26~11:29)

  ☞민재 (11:42)

  ☞가학봉(기도원) 삼거리 (12:00~11:12) 

  ☞가학산 (12:19~12:44. 577m. 점심식사) 

  ☞가래재 (13:27) 

  ☞흑석산(깃대봉) (13:54~14:16. 650m)

  ☞가리재 (15:17)

  ☞임도 (15:38)

  ☞학소교 (16:00)

총 산행시간 : 7시간 18분

구간별 거리 :

제전마을→(?km)→별매산→(4.7km)→가학봉삼거리(0.1km)→가학봉→(1.35km)→가래재→(0.75km)→흑석산→(1.5km)→가리재→(?km)→임도

총 산행거리 : 약 10km정도로 추정 

산행지도

 

산행기

  “흑석산에 가면 원숭이도 있다.”

“정말? 나도 산에 갈래.”

이렇게 해서 막내 녀석을 꼬드기는데 성공하였으니 셋보다는 넷이 훨씬 덜 심심하고 분위기도 좋을 것이지만, 만약에 원숭이가 보이질 않으면 녀석의 실망이 클 것이고, 애비를 원망할 것인데 제발 원숭이가 나타나주길 바랄뿐이다.

 

 백운산님과 기적의 도서관에서 만나 그의 차로 강진으로 향한다. 뒷자리에 앉은 산친구 Ⅰ, Ⅲ는 이내 곯아떨어진다.

 

 제전마을에서 바라보는 전위봉은 일행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마을을 벗어나니 김해김씨 묘가 연이어 나타나고 이어서 키 큰 시누대숲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잠시 후 갑자기 T자형 삼거리가 나타난다. 리본이 많이 매달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컴컴한 시누대숲을 빠져나오니 전위봉의 암봉과 암릉이 펼쳐진다.

와! 이 감탄사는 전위봉을 올라갔다 내려올 때까지 약 50분 동안 계속된다.

암벽, 암릉, 로프구간, 그리고 기암괴석이 계속 이어지면서 전위봉에 오른다. 월출산이 온몸을 드러내놓고 우릴 쳐다보고있다.

제전마을 입구. 뒤에 보이는 봉이 전위봉

 

시누대 터널

 

저 위가 전위봉인 줄 알고 올랐더니 그 뒤에 여러개의 암봉이 연이어 나타난다.

 

기암괴석이 참 많기도 하다.

 

왼쪽에 2번 국도가 보이고 기암 오른편으로 제전마을이 보인다.

 

오른쪽 멀리 월출산이 보인다.

 

전위봉

 

전위봉에서 내려다본 지나온 암릉

 

전위봉을 내려서서 별매산 가다가

 

  전위봉에서 내려와 별매산을 오른다. 참나무낙엽을 밟으며 가는 소리가 정겹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신우대 숲에서부터인가 보다.) 백운산님이 막내 녀석의 산행 도우미가 되어 하산완료시까지 근접경호를 하며 보살펴주신다. 고마운 사람. 히어리는 항상 도움만 받고 사는 인생이다.

봉우리 같지도 않은 보잘것없는 별매산에 올랐지만 볼 것이 없으니 그냥 통과한다.

별매산 정상. 아무것도 없었다.

 

별매산에서 바라본 전위봉

 

 약간의 급경사를 내려서고 가야할 능선이 좍 펼쳐지는 게 장관이다. 그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월출산의 일부분을 옮겨 놓은 듯한 기암괴석이 늘어 서있다. 465봉이다.

백운산님과 사진을 찍다보니 아이들이 보이질 않는다. 걱정이 되서 휘돌아보니 475봉에 이미 올라가 있는게 아닌가. 아니 저 녀석들이 저 위험한 암벽로프구간을 어떻게 올라갔을까? 나중에 막내 녀석에게 물어보니 그냥 혼자 올라갔단다. 별로 힘들지도 무섭지도 않더라나. 이후로 나오는 로프구간만 보면 신이 나서 올라가는 게 아닌가. 그때마다 백운산님이 밑에서 밀어주고 올려주어 무사히 올라간다.

막내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다.

“줄잡고 바위 올라가는 게 제일 재미있어.“

에구 에구 밑에서 쳐다보는 애비 속 타는 줄도 모르고....

앞으로 넘어야할 산들. 맨뒤 능선이 흑석산 주능선, 그 앞의 뾰족한 첨봉이 가학산, 오른쪽 바로 앞 암봉이 465봉.

 

흑석산 주능선과 가학산

 

465봉의 기암

 

465봉 아래의 기암. 거시기 같기도 하고...

 

형제(?)바위

 

또 다른 형제바위

 

   465봉을 내려서 산죽길을 헤치며 가다보니 아무 표식도 없는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민재인가 보다. 왼쪽에 기도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또 십여 분을 오르니 가학봉 삼거리다. 여기서 가학봉까지는 거리상으로 100m밖에 안되지만 봉우리를 돌아오르는것도 아니고, 보이는 정면으로 바로 급경사를 올라야하니 제법 힘이 든다.

제법 넓은 가학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전망이 좋으니 밥맛도 좋다.

저 멀리 가래재옆 600봉에 많은 산님들이 올라서있다. 오늘 처음 보는 산님들이다.

465봉에서 바라본 가학산과 흑석산 주능선. 오른쪽 제일 높은 봉이 흑석산 정상.

 

민재에서 바라본 가학산. 저 봉우리를 돌아서 올라가는줄 알았는데 왼쪽 바위를 돌아 정면에 보이는 코스로 바로 올라간다.

 

흑석산 기도원으로 보이는 건물들. 민재에서 5분정도만 내려가면 될것같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

 

가학봉 바로 밑의 이정표. 처음 보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가학봉 바로 밑의 로프구간. 꼬맹이가 잘도 올라간다.

 

 제법 넓은 가학봉 정상

 

가학봉에서 바라 본 600봉의 산님들 (줌촬영). 왼쪽 아래가 가래재.

 

  가래재까지는 키 작은 산죽이 계속 이어진다. 왼쪽에 보이는 호미봉산이 굉장한 칼능선이다. 가래재를 지나 600봉에 올라서니 호미봉산코스로 몇 분의 산님이 내려가는 게 보인다. 별매산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대부분의 산님들이 호미봉산에서 흑석산으로 아니면 그 반대로 종주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흑석산쪽에서 내려오는 어느 여성 산님이 하는 말이 원숭이가 먹을 것 다 먹고 내려갔단다. 다시 올라갔을지도 모르니 빨리 가보란다. 아이들이 신이 났다.

가래재가면서 왼쪽에 보이는 호미봉산과 칼날 능선.

 

 거대한 망둥어 한 마리가 흑석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호미봉산

 

가래재에서 바라본 흑석산 정상

 

600봉에서 바라본 호미봉산

 

흑석산 가다가 내려다본 가학산. 오른쪽 아래의 푸른숲은 산죽군락.

 

오른쪽이 흑석산 정상. 제발 원숭이가 있어야할텐데....

 

흑석산 남쪽 사면의 소나무

 

  부지런히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평평한 흑석산 정상이다. 헌데 너무 썰렁하다. 원숭이는 보이지도 않고 우리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들이 원숭이 보겠다고 여기까지 고생하고 올라왔는데.... 

 원숭이 주려고 남겨놓은 바나나를 배낭에서 하나씩 꺼내 들은 아이들이 원숭이를 애타게 부르며 정상석 주위를 빙빙 돌아다닌다. 5분이상을 불렀건만 원숭이는 보이질 않는다. 포기하고 내려가려는 순간. 백운산님이 갑자기

“원숭이다. 원숭이!”

“어디 어디”하고는 일제히 백운산님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10여m 떨어진 곳에 진짜 원숭이가 우리 쪽으로 오려는 듯 앉아 있는게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서 난리가 났다.

 큰 녀석이 바나나를 중간쯤에 던져주니, 바나나를 집어 들고 우리 옆을 지나 바위위로 올라가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막내가 한개 더 던지니 냉큼 주워 먹는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가까이 접근하니까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을 하더니 아래로 내려간다. 점심을 먹는 산님들에게 가더니 귤 몇 개를 얻어먹는다. 그 중에 한 여성산님은 1m정도까지 가까이 다가가서 디카를 찍고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원숭이가 화를 내며 달려드는 통에 놀라서 뒤로 넘어질 뻔하기도 하였다.

애타게 원숭이를 불러보지만 녀석은 보이지를 않는다.

 

드디어 나타난 원숭이

 

순식간에 바나나를 먹어치우고 바라본다.

 

자세히 보면 사납게 생겼다.

 

           

  녀석이 얼마나 영리한지 성인남자가 접근하면 슬금슬금 도망가고, 아이들이나 여자가 접근하면 먹을 것 내놓을 때까지 도망도 가질 않고 기다린다.

 

  백운산님은 뒤에서 그만 내려가자고 몇 번이나 외치더니만, 부자가 원숭이에 빠져있는 동안 막내와 함께 저 멀리 내려가고 있다.  

그렇게 또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하염없이 내려가기만 한다. 그리고 가리재.

가리재에서 임도까지는 길이 조금 깔끔하지가 못해서 조심해서 내려가야만 한다.

가리재 가는 능선길. 백운산님이 힘들어하는 막내녀석을 안고 간다.

 

가리재가다 되돌아본 흑석산(맨 오른쪽)

 

가리재. 왼쪽으로 내려가면 가학산 자연휴양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학계리.

 

 비포장 임도에서 성전택시에 전화를 하니 임도까지 차가 안 올라가니 마을에 내려와서 전화를 다시 하란다. 이런 불친절한 택시회사가 있나.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이수영님이 아름답다고 극찬한 넓은 보리밭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보리싹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하고 너무 파란 것이 내 눈에는 사료작물로만 보이니....

 임도가 끝나고 마을에 들어서서 다시 택시부에 전화를 하니 전혀 이곳 지리를 모른다. 이상한 택시회사다. 그렇게 걷다보니 4차선 2번 국도까지 걸어 나왔다. 그리고 10분쯤 지나 택시가 온다.

기사아저씨하시는 말. 예비군 사격장이라고 하면 금방 알고 온단다.

헐~~~. 우리가 예비군사격장을 어찌 안단 말이요.

 제전마을로 돌아가 택시비(9천원)를 내려고 하니 백운산님이 얼른 계산을 마쳐버린다. 

임도

 

부녀지간(?). 손을 꼬옥 잡고 가는 뒷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그동안 정들었나보다.

 

보리밭인지 사료작물밭인지...

 

 

 

대형 염소사육장에서. 바로 요놈이 내손을 핥고있는줄도 모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북이 산행을 하는 나와 보조를 맞추느라 백운산님 오늘 무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불평 한 마디 안하고 산행 내내 막내를 돌보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수영님의 산행기가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통영 이수영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철새와 노을[지난 11일(토) 순천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