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선자령 & 제왕상

산행일 : 2012.8.18(토)~19(일)

누구랑 : 호준. 잠보. 사노라면....그리고 산찾사와 초록잎새.

어떻게 : 1일차 선자령 비박후 2일차 대관령 옛길 & 제왕산.

 

 

제1일차 (바우길 1구간 선자령 풍차길) : 2012.8.18(토) 흐리고 가끔 비.

이동경로 : 아래의 개념도를 따라서.

 

 

 

장마끝이 무섭다 더니....

연일 퍼붓는 장대비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

오래전 부터 가고 싶었던 비박지

선자령 풍차길을 계획하여 공지를 올렸는데 비박의 골수파들이 죄다 외면을 했다.

 

초장부터 입질을 해 대던 거브기님...

그날은 용궁에 볼일이 있다는 뻔한 거짓말을 해대며 산찾사를 따라 온다던 자라까지 잡았고.

첨부터는 첨부터 삘~봉이하구 입을 맞추고 산찾사 뻰찌를 놓자 작당을 했는지 ?

비박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넘들이 입질도 안했다.

산찾사 모처럼 올린 비박산행의 체면을 세워 주고자

뫼오름님은 함께 하신다 더니 집안의 대사도 아닌 소사일로 도망을 가시고

맨 처음 데려만 가달라던 큰곰님은 개시끼들 모임이라며 똥개 꽁지 빠지듯 달아났고.

같은 멍띠인 산이랑님은 개시끼들 모임도 쌩~ 까며 산이랑은 산이랑의 격에 맞게 설악 산이랑 놀고 싶다는 이유로....

그럼 피나는 ?

그녀는 나랑 놀면 진짜루 피날까봐 안 따라온게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기대를 품게 했던 겨우달려....

이넘은 더 괴씸했다.

갈것 처럼 마지막까지 산찾사를 설레이게 만들더니

겨우 겨우 꼬실러 놓았던 행복쟁이 다리까지 묶어놓고 일요일도 돈을 벌어야 겠다고 도망을 갔다.

 

떠나기 마지막날....

호준님의 질문.

"비도 온다고 하구 같이 가는 산우들도 별로 없는데 가긴 가는 거유~?"

 

헉~!!

 

비오면 안간다 그러나 싶어 무조건 간다구 했더니

그양반 디게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산행 스타일이 호준님이 그나마 나와 간이 좀 맞는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산찾사에게 강펀지를 날린넘이 있었다.

사노라면 그런날도 있겠지요 라고 한다면 뭐~ 할말은 없다.

그래도 그러치....

막판에 못 간다던 사노라면은 잠보의 공갈 엄포에 내켜하지 않는 걸음을 질질 끌며 따라왔다. 

그것도 내가 아주 이~뽀하는 혜진낭자를 떼어놓고 홀몸으로...

그러고 보면

잠보의 능력이 대단하다.

언제 한번 사노라면을 끌어 땡긴  공갈 엄포를 좀 배워야 겠다.

그러기전....

이글을 통해 일단 이번 비박산행에 날 물 먹인 산우들 한테 선전포고용 공갈 엄포먼저 놔야 겠다.

산찾사 뒤끝이 아주 질긴넘이란 것도 밝히면서...

 

우선 큰곰님......대롱을 박아서 쓸개즙을 빼먹을 겨~

첨부터님은 첨부터를 아예 후부터로 완전 바꿔 놓아삐고.

산이랑님은 밭고랑으로만 댕기게 만들어 버림 되고

거브기님은 자라님과 함께 용봉탕으로 조지구.

필봉이는 바람 억세게 부는날을 따로 잡아서 예전에 깨진 대갈빡 또 까게 만들어 주믄 될테고.

겨우달려는 겨우겨우 걸어로

마지막으로 뫼오름은 산내려로 할까 말까 ?

ㅋㅋㅋㅋ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떠나면 좋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이번 비박 공지문에 나는 이런말을 했다.

숲속길을 걸으며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나서는 산행을 하자구....

그런데.

숲속길을 걸을것도 없이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마자 나는 나를 완전 잃어 버렸다.

차분하고 침착은 기본에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거기에 덤으로 지적이기 까지 한 산찾사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

영동고속도로의 체증으로 인해 그만 획~까닥 내 본성 마저 잃어 버리고야 말았는데...

흐미~!!

다 좋은데 그넘의 못된 승질머리가 급한 산찾사...

기어히 속 다 집어진 뒤에야 겨우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후...

잃어버린 나를 찾아 나서는 산행이 아닌

영동고속도로에서 행방불명된 내 본성을 찾아 나서는 산행을 시작했다.

 

 

 

 

내가 이길을 걸어본건

흰눈이 소복 소복 쌓인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올라선 기억 뿐인데

그때와 어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른지 ?

그간 답답증에 가슴이 콱 막혔던 체증이

부드럽게 밟히는 발끝에서 부터 풀리며 올라서더니  복잡한 머리속까지 정리를 해 버린다.

 

햐~!!!

 

힘들게 참고 견디며 온 보람이 있구나...

 

 

 

 

우거진 숲속

그리고 수줍게 피어올린 갖가지 야생화는

그간 부드러운 나의 본성을 침범했던 야성을 잠재우는 마력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속으론

새록 새록 꼭 집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로 채워진다.

 

 

 

 

대전의 도심은 지금쯤 펄~펄~ 끓고 있겠지 ?

그러나 여기는 산위에서 부는 시원하고 고마운 바람이 있어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거기다 외로움에 눈물 한방울 찔끔 댈것 같은 한적함까지...

 

 

 

 

둥~다디 둥다당~!!!

갑자기 울려 퍼지는 북소리에 조용하던 산사가 화들짝 놀란다.

여기가 어디 ?

산사에 울려 퍼지는 굿거리 장단이 울러 퍼지는걸 보아하니 이곳은  국사 성황당이 틀림없다.

 

 

 

 

KT 송신탑 아래에 자리한 

국사 성황당앞의 이정표는 친절하게  우리가 가야할 선자령을 안내한다.

이곳 바우길 1구간 풍차길 숲속 오솔길은 이정표가 아주 잘 돼 있다.

그저...

이정표가 가르키는 곳을 향해 무작정 걷다보면 

어느틈에 발걸음은 원점휘귀 산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길은 또한 어린이,노약자,부녀자가 걸어도 부담 없는 평탄하고 완만한 육산의 둘레길이다.

 

 

 

 

국사 성황당을 지나며

숲속 그늘은 점점 더 짙어만 가고 숲향기는 더욱 향기롭다.

 

 

 

 

바람에 살랑대는 사초가 발끝을 간지럽힌다.

그 느낌이 아주 좋다.

얼마나 정겨운 숲속의 오솔길 였던지 그만 우린 무거운 박베낭의 압박감도 잠시 잊는다.

 

 

 

 

 

우린 작은 계곡을 건넌 후...

 

 

 

숲속 오솔길 저 아래의 계곡과

사이좋게 나란히 나란히 고도를 높이며 올라선다.

 

 

 

걷는내내 들려오는건 숲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소리와 

모든 잡념을 씻겨주고 정화시켜 주는 아름다운 산새의 지저귐 뿐이고

눈에 들어 오는건 온통...

 

푸름~

푸름~

푸르른 세상....

 

 

 

 

잠시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한 이정표...

30미터의 거리에 샘터가 있덴다.

급수도 하고 물맛도 보고 싶은데 다들 그냥 가도 좋덴다.

왜 그랬을까 ?

힘이 장사인 사노라면의 베낭엔 수십리터의 생수병이 그득 하덴다.

흐이구~!!!

미련 곰탱이.

너는 그냥 공갈베낭으로 꾸려만 오라 했더니 벼라별걸 또 다 챙겨온게 분명하다.

올라서며 슬쩍 들어본 사노라면의 베낭은 완전 바위덩이 였다.

 

 

 

 

야생화가 지천이다.

끼리 끼리 군락으로 피워 올렸는데 향이 쥑인다.

무식하여 일일이 아는 꽃은 몇종 안된다.

알아봣자 그것도 얼치기라 아리송하니 안다고 할 수도 없는일...

하이얗게 군락으로 피어올린 저 꽃들은 미나리과가 분명하다.

그게 (어수리)인지 (궁궁이)인지 나는 도통 구분이 안된다.

 

 

 

 

풀인지 꽃대인지 ?

군락으로 쑥쑥 자라 올라온 식물을 가르키며 나에게 물어보는 초록잎새를 향해

엉겁결에 나도 모르게 내 뱉어진 단어

 

"응~?"

"그거 퉁퉁마디 여~!"

 

미심쩍어 하는 초록잎새가 참말여~? 물어 보는데

그냥 우긴다.

 

"봐라~1"

"마디 마디가 구분되어 자라고 있잖아~"

ㅋㅋㅋㅋ

(요 아래의 사진에 나온 풀이 뭔지 아시는분 댓글 달아주셩~)

 

 

 

 

이곳 풍차길엔 수생식물도 있다는 안내문를 바라보는 초록잎새.

그녀의 베낭 옆구리에 껴있는 카스가 얼핏 눈에 띈다.

순간 목마름이 느껴진다.

 

나에게 숱한 지청구를 먹어가며 챙겨온 얼린 맥주라

선뜻 그거 나 줘란 말은 못 하겟다.

 

쩝~!!!

 

 

 

 

 

울울창창 숲속이 어느순간 벗어진다.

비로소 들려오는 소리...

풍차 돌아가는 바람 소리다.

 

 

 

 

이쯤에서 다리쉼을 하기로 했다.

그러자...

초록잎새 베낭이 열리며 기다리던 얼린 맥주가 나오고

맥주 안주엔 이만한게 없다는 호준님이 수분 그득한 오이를 내어놓자

사노라면은 출출한데 이게 최고라며 내가 젤 좋아하는 단팥빵이 담긴 커다란  봉다리를 꺼내어 놓는다.

 

시원한 맥주와 오이...

그리고 든든한 간식이 되어준 달콤한 단팥빵에 산찾사는 기운이 펄펄 난다.

그럼 얼른 기운 날 때 또 가야쥐~

 

 

 

 

 

한일목장 갈림길....

선자령을 두고 빙 돌아가는 임도길을 따라 걷는다.

임도길 옆엔 노오란 야생화 마타리가 지천으로 피어 바람에 살랑댄다.

 

 

 

 

 

임도 끝...

매봉으로 가는길과 선자령으로 향한 길의 갈림길에 닿자

이국적인 풍광이 우릴 사로 잡는다.

 

워메나~!!!!

이곳이 그런데 우리나라 맞아~?

 

 

 

 

이 좋은 풍광을 두고

뭐가 그리 급한지 선자령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겨놓는 산우들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매봉을 향한 능선에 줄지어 서있는 풍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박아주고.

 

 

 

 

이젠...

선자령이 코 앞이니

실컨 풍광을 즐기며 시원한 바람이나 맞고 가자 하여

또 한차레 해찰을 부려 얻은 힘으로 우린 마지막 오름길을 향했다.

 

 

 

 

 

 

 

선자령....

올라서고 보니 반대편과 사뭇 풍경이 다르다.

매봉쪽으론 시원하게 조망이 열렸는데 강릉쪽으론 안개가 자욱하다.

이제 막...

스멀 스멀 안개가 선자령을 넘어오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자욱한 안개인지 지척에 있는 풍차는 몸통을 다 드러내지도 않은채 바람소리만 내지른다.

 

 

 

 

선자령에 올랐으니...

덩치가 제일 큰 빗돌에서 한번 박아주시고.

 

 

 

 

꼬마 정상비에서도 한번 박아 주는 사이....

핸폰이 울린다.

겨우달려가 궁금햇나 보다.

뒤이어...

뫼오름님의 폰은 오늘 점봉산에서 방금 내려와 

오색약수터에 있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며 이쪽 날씨는 괜찮냐 묻기에

여긴 날씨가 일기화창하야 당연 풍광이 아주 끝내주게 좋다며 약간 구라를 풀어놓자

역시 뫼오름님은 큰형님 답게 아주 다행이고 잘 놀다 오라며 같이 못해 미안하다란 말씀을 전한다.

딘장~!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정말 날씨가 그래 좋냐며 부러워 디지것따란 소릴 듣고 싶었는데...

ㅋㅋㅋㅋ

뫼오름님은 사랑하는 조카 결혼식만 없었다면

100% 우리와 함께 하실 분인데 사실 말은 안해도 속으론 아마도 우릴 무쟈게 부러워 하고 있을게 뻔 하다.

 

 

 

 

이제는 내려야 할 시간...

초원을 함께 걷는다.

 

 

 

 

스멀 스멀 잠식해 오는 운무가 오히려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해 준다.

이 멋진 장면을 많은 산우가 함께 하길 원했는데 정말 우리만 보고 느끼는것이 안따깝고 아깝단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린 등로를 벗어나 푸른 초원을 걸었다.

순간 와 닿는 부드러운 풀잎들의 감촉이 너무나도 좋다.

시원한 바람이 초원을 스치고 지날때 마다 일렁이는 사초들의 물결이 환상이다.

이순간 우리 모두는 알프스 고원에 펼처진  초원의 소년과 소녀가 된다.

 

 

 

 

 

저멀리 초원 한 가운데.....

비박꾼 한명이 초원에 집을 지었다.

저이처럼 우리도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지을까 ?

 

그것도 좋겠지만

원목테크 아래서 내려보는 강릉의 야경이 좋다하니

초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아쉽지만 우린 애초의 계획대로 새봉의 전망대로 향했다.

 

 

 

 

 

 

 

 

 

드디어 도착한 전망대....

강릉시내는 운무가 삼켰고 전망테크 바로 아래의 KT 건물만 내려 보인다.

 

 

 

 

일단 집을 짖었다.

별 5개짜리 특급 호텔 두동을 세우고

그 양편 사이에 타프를 쳐 부폐식당도 차렸다.

 

 

 

 

 

그리고...

마침내 산상의 만찬이 시작됐다.

 

 

 

 

그거 싫으니 쇠고기로 하라는

나의 엄명을 거부한 초록잎새의 고집이 마련한건

산에서는 누가 뭐래도 이것이 최고라며 준비한 5인분의 삽겹살이다.

그런데...

5인분은 초록잎새의 뻥이고 사실은 그 이상의 분량이다.

5명이 배 터지게 먹고 남을 정도의 5인분을 파는 정육점은 절대 없을 거다.

그래서...

정성껏 준비했던 호준님의 오리훈제는

아예 명함도 디밀지 못한채 귀가 조치 됐는데 사실 그건 겨우달려의 책임도 한몫을 했다.

왜나하면... 

겨우달려가 왔다면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일테니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그날밤 우린 배 터지게 먹고 마시고 했어도 고기는 물론 모셔온 酒님도 남겨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단 말씀...

 

 

 

 

한두방울 비치던 비도 그치고

안개도 물러가며 한밤중 강릉시내 불빛들이 발아래 펼처진다.

 

와우~!!!

정말로 아름다운 바~미에요오~!!!

 

 

 

 

그러나...

안개를 몰아내 준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타프를 걷고 별 5개 특급호텔 한동을 더 지은집에 들어 앉았는데도

밤세도록 그넘의 바람은 자는법이 없이 성가시게 설쳐대는 통에 정신머리 사나워진 산찾사는 

그날밤 술이 일찍 깨 일어난 이후론 새벽녁까지 원목테크 주위를 한정없이 거닐며 강릉시내의 불빛을 벗삼아 밤을 지샜다.

 

 

 

 

사랑하는 나의 산우들을 몽땅 데려다 놓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별님과 달님을 술잔에 담아 마시려던

원대한 산찾사의 꿈은 이룰 수 없었으나 그런대로 만족했던 산정의 깊은밤은 그렇게 흘러만 간다.

다음편은........(대관령 옛길 & 제왕산)

 

  (선자령 풍차길을 동영상으로....)

댓글
2012.08.22 23:30
가곡
오붓하고 멋진 밤을 선자령에서 바람과 별님과 함께 보내셨군요.
몽환적인 운치와 환상적인 선자령의 풍광을 만끽하며
행복한 산행에 부러움을 갖습니다.

눈쌓인 겨울의 선자령만 기억하는데 안개낀 푸른 대지위에 풍력 발전기도 멋집니다.
앞으로 더욱 멋진 산행기를 기대하며....
대관령 옛길도 기다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