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시 : 2004년 4월 11일. 일요일

2. 날씨 : 맑음, 구름약간

3. 홀로산행

4. 코스 : 장군봉

5. 산행기록 :

갑작스레 허리의 통증과 다리가 당기는 현상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아버님의 상태는 결국 수술이라는
관혈적 방법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시고 수술을 받기까지 지났던 약 2주의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 수술도 잘되었고
회복도 좋아 이젠 퇴원을 목전에 두고 계신다.

한시름 덜었다고 할까! 그렇게 가볍게 나선 길.

오전 여섯시는 더 이상 신새벽이 아니었다.

늦잠을 잔데다가 아들과 목욕을 같이 하여야 하므로 많은 시간을 산행에 할애하기는 어렵고 해서 `장군봉`을 마음에 둔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뒤통수에 가득 받으며 유성을 지났고 박정자 삼거리를 막 지나고 학봉 제2교를 넘어선 건너편에 차를 세운다.



아침은 벌써 저만치에 밝아있지만 낮게 드리운 구름 때문에 얼굴을 드러내진 않고 있다.


[ 우산봉과 갑하봉 사이로 열리는 하늘 ]

길 양편에 도열한 벛나무는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동원하여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곧 꽃이 지면 축제 또한 끝나리라.



온천지구를 보면서 장군봉 밑에 다다른다.


[ 장군봉과 주변의 능선 ]

옛날 온천지구가 수 백억을 들여 개발을 해놨지만 계룡산신의 노여움을 타서 한동안 폐허처럼 방치되어 왔었다.

그러나 최근 짓고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필두로 온천지구엔 몇 개의 숙박시설이 들어섰고 개발을 가장한 훼손이 한창이다.

`동학사 제2 집단시설지구`가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계룡산의 훼손은 자명하다.

관리주체가 온천개발조합과 공주시 그리고 국립공원관리공단 셋으로 나뉘어 있어
님비 또는 나몰라라 식의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이를 더 부추길 것이니 말이다.

산은 말없이 그대로 있어 모든 것을 수용하지만 거기 기대고 사는 인간은 바탕조차 없애버리지 못해 안달 난 것 같으니 이를 어이할까?

사람들의 마음처럼 말라붙은 계곡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곧 학봉리 일대가 내려 보인다.


[ 학봉리 일대와 동학사 삼거리 ]

다시 건천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커다란 바위가 고인돌처럼 가로막고 있는데 밑에 공간이 있는 것을 보니 치성터로 쓰이는 곳이다.





이제 능선을 오르기 위해 마른 비알을 오르게 되었고 눈앞이 트이는 바위지대에는 옛날 산불의 흔적이 가득하다.

벌써 몇 년이 흘렀건만 식생이 전처럼 회복되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될른지...

한번의 실화에 대한 자연의 댓가는 너무나 크다.


[ 불탄 나무와 천황봉 ]

비알을 조금 더 오르면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데 그 앞에는 노송이 몇 그루 화마를 겨우 피하여 건재하다.

여기도 기도터로 쓰이는 곳으로 바위틈 안에는 샘도 있고 단이 마련되어 있다.

산신기도를 올렸는지 과자와 사탕이 있었고 임시 비박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장구가 있다.





굴 밖에 서면 눈트임이 시원한데 노송 사이로 보이는 황적봉과 천황봉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잠시 올라서면 신선봉과 장군봉을 잇는 주등산로에 들어서게 되었고 탄탄대로를 걷는다.



우회하게 되어있는, 장군봉을 기준으로 3번째 봉우리의 바위에 어설픈 몸짓으로 올라본다.

오르기도 힘이 들 이곳에 누가 쌓았는지 모를 케언이 하나 서있고 눈을 들면 천황봉으로 향하는 능선의 굽이가 멋지다.




상신리와 하신리 일대의 평화로운 모습도 잘 보인다.


[ 상신리와 하신리 마을 ]

조심스레 내려오고 묘가 1기 자리한 두 번째 봉을 지나 오르면 드디어 장군봉.
이른 시간이라선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표지목을 돌아 내림길에 들어섰다.



중턱에서 만난 겨우 한줌의 진달래.
산이 예전보다 건강해진다는 증거란다.

나무가 커지면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받지 못하므로 자연 도태되기 때문이란 걸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병사골 매표소를 지나 먼발치로 장군봉을 다시 한번 우러르고는 도로로 나왔다.
제법 출입하는 차량이 많아져 있었는데 길 가운데에 서서 박정자와 동학사 방향을 보며 꽃들을 담아본다.





이제 하늘은 푸르게 맑았지만 곧 비가 내리리라!
가슴 저리도록 멋진 꽃비가...




▣ 김정길 - 윤기웅님 덕분에 장군봉을 비롯한 계룡산 구경 잘 하고갑니다. 벗꽃이 만발하여 너무 좋고요,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