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방화선에 꿈을 접다(청우산-불기산)


1. 산행일자 : 2004.7.11(일) [흐림]


2. 운행구간 : 청평-현리방향검문소(차로 이동)-이리울(산장호텔)-461.6m
-임도-청우산(619.3m)-임도-592.7m-불기산(600.7m)-서울시 학생교육원
-46번국도-가평휴게소

※ 원래 계획
청우산-불기산-빛고개-주발봉-호명산

3. 참여인원 : 4명


4. 산행기

<요즘 청평의 호명산이 자주 눈에 띈다.
호명산의 파트너는 주발봉. 두 산의 도상거리는 7Km정도다.

코스를 어떻게 구성할까 생각하다가
불기산을 포함할 것을 생각해낸다. 불기-주발-호명.
불기산은 가평 두밀리에서 오르는 것이 최단거리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만만찮다.
가평에서 두밀리행은 6:20, 10:20분 버스다.
버스로는 불가능이다. 택시이동은 내키지 않고. 음..

범위를 늘려 청우산을 생각해낸다.
청우산은 들머리 접근이 손쉽기 때믄이다.
단점은 좀 더 늘어나는 거리.

그래! 청우-불기-주발-호명이다.
여름산행의 복병을 고려치 못한 꿈 큰 계획이었다>




영혼님과 같이 청량리 현대코어앞에서
현리행 06:30분발 1330번 좌석버스를 타기로 약속한다.
나머지 일행(반원님,구달님)은 남양주경찰서 앞에서 합류하기로 하고.

06:15분 청량리로 향하는 내 차(와이프가 운전)에서 전화를 받는다.
영혼님으로부터 전화.

차가 떠날려한다는 것이다. 아니 6:30분 차가 왜 벌써 떠나지.
운전기사가 그냥 간다는 것이다. 아니 이양반이 제 정신인가.

모든 사회가 약속으로부터 움직이는 것인데
한사람의 약속이 흐트러지면
연쇄적으로 얼마나 많은 혼란이 초래되던가.

청량리에 도착하니 6:25분. 정말 차는 가고 없었다.
참 대책이 없다. 그 때의 황량한 기분이라니.

와이프한테 긴급 SOS. 영혼님 태우고 내 차로 들머리까지 이동하기로.
버스타고 청평으로 온 나머지 일행을 태우고 덕현리로 향한다.

가평가는 46번 국도로 가다가
현리로 가는 검문소에서 좌회전하여 500m 정도 가서 하차.
궁하면 통한다고 기분은 상했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롭다.

◎ 차에서 내려 들머리 파악에 골똘하는 반원님(좌),구달님(우) ▼





원래는 그냥 덕현리에서 청우산을 오르려다
그 코스는 좀 단조로와보여 이리울에서 시작하여

461.6m봉을 경유해서 가기로 한다.
허나 뒤의 남은 긴거리를 감안할 때 이것도 무리임이 드러난다.

현리쪽으로 좀 내려가면 산장호텔이 나온다.
호텔 지나고 도로변 철책길 100여m 정도 가면
우측으로 계단길이 나온다. 산뜻한 들머리를 보니 기분이 좋다.

◎ 계단길 들머리 지나 461봉으로 가는 능선으로 붙는다 ▼





비록 461봉이지만 산은 산. 흩뿌리는 땀을 훔치고 461봉이다.
461봉은 헬기장으로 쓰인듯한 곳 같은데 수북한 잡풀만이 무성하다.

여기서 다시 북으로 진행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 이르는 길자취는 또렷하지 않은데

방향만 정확히 일치시키고 가니 임도가 보인다.
벌써 들머리에서 부터 1시간30분을 쓴다.

◎ 다다른 임도 ▼





임도로 좀 진행하다 임도가 우측으로 꺽이는 지점에서
임도를 가로질러 산으로 붙는다. 이 임도는 덕현리와 하천리를 잇는다.

잡풀이 무성하다. 성가시다. 가끔 산딸기도 따 먹는다.
나중에 만나는 방화선 진검잡풀(?)을 생각할때 이건 풀도 아닌 것을. 쩝..

동북방향으로 진행하여 463봉. 길은 좋다.
다시 북서로 꺽여 청우산 남쪽 주능선에 붙는다.

공을 들여 한발한발 옮기니
덕현리에서 올라오는 청우산 남서능선이랑 만난다.

하늘이 터지면서 정상이다.
2시간 15분 소요.

덕현리에서 올라오는것보다 1시간 더 걸렸다.
시간은 썼지만 1시간 더 공들인 가치는 충분히 있게 보인다.

전에 3월에도 청우산에 오른적이 있다.
그 때의 풍광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 청우산 정상 ▼



◎ 정상에서 휴식
(반원님(좌)은 햄에 열중이시다.취미도 다양하시다.구달님 입에 무신 게 볼펜인 듯..TT) ▼





청우산에서 북으로 진행 임도를 만나고
여기서 불기산 방향 동쪽으로 90도 꺽어 592.7봉에 이른다.

청우산 밑단부터 불기산 밑둥에 이르기까지 내내 방화선길이다.
가을, 겨울 방화선길은 나름대로 고즈녁하고 운치있는 길.

허나 여름 방화선 길은 상상을 초월하는 풀 숲이다.
어찌 풀이 이렇듯 성성하게 자랄까.

나무가 있는 산중엔 풀이 그리 많지 않다.
소나무밭에는 거의 풀 자라는 걸 못본다.

방화선엔 나무가 모조리 잘려 풀을 견제하는 세력이 없어
이렇게 독이 바짝 오른 듯 풀들이 무성한 모양이다.

◎ 방화선 길(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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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만나 임도를 건너서 592.7봉에 이르는데
저번 산행에서 좌측임도로 좀 내려가다
우측으로 불기산 이정목이 있어

그 길은 어떨까 궁금해 난 그리로 가기로 하고
다른 일행들은 바로 임도건너 592.7봉으로 간다.

◎ 임도를 진행하여 만나는 불기산 이정목 ▼





임도를 돌아 가 오르는 길도 내내 방화선 풀숲의 연속이다.

◎ 방화선 길(2)[저 위가 592.7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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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7봉에서 좌측으로 길을 잘못들어 10분 규모의 알바를 한다.
다시 방화선 복귀.
불기산 하단에 이르기까지 방화선을 벗어나면 등로이탈인 것이다.

◎ 무명봉에서 본 지나온 592.7봉과 방화선 자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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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화선이 끝나는 불기산 하단 ▼





이제 그 잡풀의 향연, 근 2시간30분간의 방화선기행을 끝내고 불기산에 본격 오른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산행할 때마다 "이번 산행이 젤 힘들었어" 한다.
우수운 말이지만 이번에도 이번 산행이 젤 힘들었어다.

불기산의 급경사를 30분 정도 오른다. 또박이 비상가동이다.
또박 또박. 한발 한발 옮긴다.

난 왜 이리 땀이 날까.
내 평생 몬일을 해서 이리 땀을 흘려볼까.

불기산 정상 안부다. 불기산은 정상이 길쭉하다.
그 정상 안부의 길이 넘 좋다. 평탄하고 아늑한 길.
그간 산행의 땀을 여기서 보상받는 듯하다. 엔돌핀 세례.

◎ 불기산 정상 안부의 편안한 길 ▼



◎ 불기상 정상 ▼





점심을 여기서 한다.
사모님이신 빛샘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듯한 반원님의 풍성한 오찬상으로
아주 느긋한 포식을 한다.

여태까지의 산행에서 나에게 점심은 단순한 에너지 보충 수단이었는데
오늘 또 다른 산중 식도락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다소 긴 46분의 즐거움을 가진다. 출발은 14:11분.

이제부터가 문제다.
다음 목적지 주발봉의 길목인 빛고개로 가는 길.
빛고개는 46번 경춘가도의 한 길목이다.

불기산에서 내려가는 능선 갈래가 워낙 많고
더구나 여름이라 수풀에 가려

능선의 자취를 육안으로 판명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거기다가 자취 없는 길은 본능적으로 꺼려지는게 인지상정.
빛고개길은 산객들이 거의 이용을 안해 등로가 뚜렸하지 않다한다.

지도의 해석은 불기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100여m쯤 가다가
남동쪽으로 틀어지는 능선을 찾는 것이다.

여기저기 보고 또 보고 의심하고 회의한다.
알바 회복하기엔 좀 늦은 시간.
한번 들어서면 끝장이라는걸 잘 알기 때문이다.

결국 들어선게 100m를 훨씬 지난 남동쪽 능선이다.
방향만큼은 남동쪽으로 제대로 잡혔다.
한참을 내려간다.

다시 남으로 틀어 내려가니 산에서 완전히 벗어날 무렵
웬 건물이 나온다. 서울시학생교육원이다.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시간은 15:25분.
역시 지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걸 뼈저리게 배운다.

◎ 서울시 학생교육원 ▼





허탈한 맘을 안고 25분을 걸어 46번 국도로 나온다.
옆에는 부지 넓은 가평휴게소다.

◎ 가평휴게소 ▼





46번 국도엔 차들이 쌩쌩이다.
서울쪽 방향으로 멀리 빛고개가 보인다. 1.5Km 정도의 거리

현 시각은 15:50분. 어정쩡한 시간.
접기엔 아쉽고 강행하기엔 쫌 부담되는 시간이다.

더구나 산중에서의 갈등이 아니라
산에서 다 내려온 속세에서의 갈등이라 그 강도가 더 쎄다.

도로건너 저 앞에 주발봉 길목인 296.7봉이 보인다.
길 건너가 들머리를 또 찾아야하는 부담감 등 하며..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일행중 누군가가 강력하게 외치면 할 맘들이다.
눈치를 보아하니 일행들 모두가 다 나 같은 맘 같다.

포기 할 구실을 붙여 서로들 한마디씩 한다.

"청우 방화선에 넘 곯았어"
"불기산에 맛갔어"
"주발봉은 간다해도 되돌아올 길이 넘 멀어"
"시간이 진짜 어정쩡해"

내 길지 않은 산행역사상 목표거리 반만 가고 접은건
이 번이 처음이다.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음..

서울 가는 버스를 17시가 다돼서 타고
경춘가도의 지독한 교통 체증에 옴짝달싹 못하고

무려 4시간 가까이 걸려 망우리에 도착한다.
휴일 경춘가도에서는 앉아가나 서서 가나 무조건 기차를 타야한다.

망우리에 도착하여 준치님, 술꾼님, 감악산님이랑 합류하여
삼겹살을, 산을, 그리고 오늘의 실족을 안주삼아
잔잔하게 뒤풀이를 즐기며 오늘의 산행을 접는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


▣ 수객 - 오늘도 산공부 잘 했습니다.늘 안전산행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여름에도 꾸준히 산행 하시죠? 걱정과 관심 갖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산하세요..

▣ jkys - 경춘가도는 휴일, 특히 일요일은 길 막힘이 도를 넘죠.글쎄 기차 화장실 앞에서 앉아 가는것이 효율적이라고 누차 말을 했건만,4시간을 버스에서...어휴! 그 고생.
▶ 아니 역도 그 앞에 바로 있었는데 왜 버스를 탄지 모르겠네요..나원 참..
기차타면 분위기도 좋구먼..


▣ 산모퉁이 - 읽으면서도 제 맘이 아쉬워서 혼났습니다. 주발봉은 저도 안 가 봤지만 호명산의 연장이기에 주발봉-호명산은 별로 어렵지 않게 4-5시간이면 되셨을텐데... 청우산과 방화선에서 너무 힘들게 체력과 시간을 소모하셨나 봅니다. 차라리 호명부터 시작하셔서 불기나 청우로 마치려 하셨으면 더 나으셨을 것 같습니다. 방화선 사진을 보니 보기만 해도 두렵네요... 저길 어떻게 헤치고 다니셨는지, 뱀은 안 만나셨는지... 다음에 하실 멋진 복수혈전을 기대하겠습니다. 수고와 고생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 오셨군요. 산모퉁이님. 어떻게던 주발봉에 올랐으면 랜턴을 켜든 몰 하든 호명산에 갈것 같았는데 아 그만 속세를 만나고 버스를 보니 꼬랑지가 내려지더군요. 에구 부끄러라.. 여름엔 좀 그렇구 날 좀 선선해지면 재도전 할생각입니다. 두밀리에 올라
불기산부터요. 이구.. 하하 또 뵙겠습니다.


▣ 산초스 - ㅋㅋㅋ SOLO님 오늘은 갈때나 올때나 고생하셨군요. 청우산 입구가 산장호텔에서 아주 가깝군요, 몇번 가려고하다 높이가 넘 낮아 포기하였던 곳인데 불기산-호명산까지 연결하면 되는것 잘 알았습니다. 가평휴게소는 3년반 정도 된것같은데 북면쪽의 산 다녀오면서 가평잣막걸리 사오던 기억이 나는군요.수고하셨습니다.^^**
▶ 사업 잘돼시죠?. 청우산을 덕현리로 가는 것보다 산장호텔에서 가는게 대략 1시간 더 걸린다고 보면 되는 것 같더라구요.좀 길지만 나름대로 할 가치는 있어보이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도 거기서 잣막걸리 사서 뒷풀이때 잘 써먹었습니다. 하하
또 뵙겠습니다.


▣ 김정길 - 빛샘님, 구달님과 함께하신 청우~불기 이어가기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오후 4시부터 주발봉~호명산까지를 망서리신걸보면 대단하신 쏠로님이십니다. 근자에 쏠로님이나 산모퉁이님을 보면 한창때 나를 돌아보는것 같아 특별한 애정을 느낀답니다. 구달님도 수고하셨습니다.
▶ 안녕하셨어요. 김정길 선생님.. 이크 제가 실수하여 반원님을 빛샘님으로 오기하였습니다. 통촉하옵소서. 계획대로 이루지 못해 얼마나 찝찝하던지 말입니다. 나중에 다시 이 좋은 분들이랑 다시 도전해 볼까 합니다. 그 때 또 멋진 산행기 올리겠습니다. 하하.. 늘 애정어린 관심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 산너울 - 안녕하세요 SOLO님!! 방화선에 그렇게 잡풀이 우거진건 처음 봅니다. 님께서 가시는길에 순탄함은 애초부터 없는것 같군요*^^* 항상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산행기를 대합니다. 감사 드리구요. 건강하세요.
▶안녕하셨어요. 산너울님..아니 저두 한 1시간 정도 방화선인줄 알았는데 그렇게 길줄은...값진 경험한 거 같습니다. 북한산 족두리에서 소귀천 아주 잘 감상했습니다. 여전히 이 더운 여름에도 산너울님도 산과 가까이 하시는군요. 아주 대견, 흡족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 pjn - 잘보았읍니다방화선능선을걸을실때땀께나흘려을겁니다호명산까지가셔야되는데왜냐하면토요일에제가호명산과주발봉지나빛고개까지가려다가호명산만산행했거든요 산모퉁이님지적한곳에서지적한지점에서지도와유심히안보고길따라갔다가계곡으로떨어져산행을종결했으니다다시능선으로올라가야되는데그날따라힘이부쳐진행못하여solo님산행기를참고하려고했는데시간하때혼자다시시작해야되겠데요즐산하십시요내애기만했네죄송합니다
▶pjn님 첨 뵙습니다. 산에 관심이 많으신듯합니다. 아주 좋습니다. 언제든 산에 대해서 서로 공감하고 의문점은 서로 묻고 하면 더 알찬 산행 이어지리라 봅니다. 관심가져주셔서 무져게 고맙습니다. 즐산하셔요.


▣ 최병국 - 수고하셨습니다. 버스가 시간약속을 안지키면...몸이 고달퍼 집니다.ㅋㅋㅋ 뚜껑도 열리고... 수고하셨습니다.
▶ 최병국님도 경기산을 난타(?)하시더군요. 포천 일원산 거의 다 끝내셨지요? 제 고향 산들이라 남다르게 최병국님 행보를 지켜보구 있습니다. 계속 즐산하십시오.


▣ 김용관 - 구달님댁 방문에는 그나마 사진이 없어 긴장이 들하더니만 여기는 완전 숨쉬기가 힘드네요. 그 많은 수풀을 헤치고 넘고넘고 고생 무척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김용관님 반갑습니다. 자연의 오묘함에 다시 놀랬습니다. 같은 산중이라도 풀이 그렇게 많은 자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더군요. 나무의 작용이 그렇듯 영향력이 큰줄 몰랐습니다. 身은 힘들어도 心은 아주 즐거웠습니다. 산이 있어 전 정말 행복합니다. 김용관님도 그러시죠? 하하.. 즐산하셔요~


▣ 김용진 - 성하의 계절탓인지??? 수풀탓인지??? 절반의 산행.. 수고많으셨습니다.... 마음에 맞는 산님들과의 즐산.....또 새롭게 느낌니다. 절반이라도 성공과 다름없는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SOLO님 화이팅!!!!!
▶ 김선생님 오래만에 뵙는것 같습니다. 요즘은 더워서 산행을 쉬시나 봐요. 이번 산행은 반쪽 산행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에 김선생님이랑 짧지 않은 무갑~백병을 그리 늦지 않은 시각에 훌륭하게 끝낸걸 생각해보면 진짜 다행스럽다는 느낌입니다.
여름엔 산행거리를 좀 짧게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