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게으름을 부리다

텔레비젼에서 방영되는 음식소개 프로그램에서

회무침을 보았다.

 

조건반사?

 

입안에 침이 고이고

딸아이에게 근사한 물회 맛을 침소봉대하여

설명하였으나 설득에 실패......

 

보쌈을 먹기로 결정하고 집을 나섰으나

휴일이어서 아직 이른 시각인지

보쌈집은 개점휴업상태!!! ㅋㅋㅋㅋㅋ

 

횟집에 눈에 화~악 들어오게 붙여놓은 " 물회"

딸도 체념한듯 무언으로 동조~

양념이 잘 된 빨간 살얼음

그 위에 가자미와 해삼 각종야채, 국수까지.....

 

뼛속까지 시원함이 사무쳤다.

 

- 아빠 나 그만 먹을래

- 왜?

- 너무 매워~ 비리고~

 

그래서

물회 두 그릇에 밥 한 공기......

 

----- 미치지 않고서야 ㅠㅠㅠㅠㅠㅠㅠ

 

이미 복부를 점령한 녀석들은

복근도 없는 허약한 배를 남산만큼 부풀렷다.

 

- 산책할래?

- 싫어

 

집에 오자마자 작은 배낭과 우산을 챙겼다.

 

허기 진 딸과 배부른 애비는 갈길이 달랐다.

 

재난정보가 날아들고 하늘엔 무겁고도 검은 구름.....

 

결정은 단호하고 빨랐다.

---- 복부를 달래야한다!!!

코스는 양천구청에서 요즘 시행하는 야간산행 프로그램과 동일한 코스

 

지자체마다 무슨무슨 길이 유행이더니

양천구에서도 갸륵하게 야간산행프로그램을 만들어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20분에 출발하여 약 2시간 정도의 야간산행을 한다.

 

두 번 참여하여

자발적으로 후미를 맡아 드렸더니

벌써 구면이 생겨 자주 참여할 예정이다.

 

그 길을 낮에 걸으니 나름 걸을 만 했다.

 

갈산을 거쳐 길을 건너고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걷다

다시 길을 건너 신정산

 

아파트숲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산이

막상 들어서면 꽤나 면적이 넓어서 제법 산냄새를 풍긴다.

 

아카시아, 낙엽송, 메타세콰이어, 잣나무, 이팝나무, 육송, 은수원사시나무,박태기, 조팝나무, 신갈나무.....

마치 수종을 보여주려는 듯 제각기 서 있으나 푸른 이파리는 어우러져 평화롭다.

 

쉬지않고 걸었다.

 

땀은 적당히 흘렀고

큰 길에 들어서니 산은 벌써 건물들에 가려 흔적이 없다.

 

비는 한 두 방울........

 

2시간 30분 동안 비오려는 하늘을 붙잡아 둔 일요일 오후였다.

 

 

이것도 산행기?

고민을 거듭하다 잠시 흡연하러 나가니 비는 장대비로 변하였고

딸아이는 주린배를 움켜잡고

제방에서 잠들어 있다.

 

---- 아!!! 이 행복한 포만감....( 못된 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