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8. 금 / 2명

일원역-영동대교-동부간선도로-의정부-
동두천-소요산 주차장(1시간40분 소요)

주차장-자재암-하, 중, 상 백운대-나한대

-의상대(정상)-공주봉-주차장
(중간에 점심 포함, 4시간 정도 소요)

1. 꿩 대신 닭

엊저녁에도
설악을 노리다가 산악 일기예보에
우산이 이틀 이어 그려져 있어 이번에도 포기.
일기예보에 매번 굴복하는 새가슴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신중함이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잔뜩 흐린 날씨라 어제 내린 결정을 잘했다고 하고
느슨하게 쉬려다가
아내의 채근으로 가까운 소요산으로 뒤늦게 출발.

동부간선도로 안개 낀 천변에
운동하는 이들, 낚시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오랜만이다.
자주 다니던 곳인데...

이번 주말 소요산 단풍축제라고 현수막은 걸려 있다만
아직 단풍은 이르다.
주차장에서 약수터까지 걸어올라 가는
길 양옆 단풍이 참 좋은데...

2. 산과 암자 이름이

산에 터를 잡고 절집을 지은 이들이
이름 하나도 산과 잘 어울리게 지었다.

그 중 수작의 하나가
이 逍遙(소요)산 自在(자재)암이다.
글씨도 좋고.
소요자재.
불교 사찰임에도 도가적 풍미가 물씬난다.
산 이름 소요에 자연스레 어울리게
작명한 여유가 멋있다.

얼핏 생각나는 德崇(덕숭)산 修德(수덕)사
덕숭수덕.
유가적 분위기도.

金井(금정)산 梵魚(범어)사
금정범어.
특별한 우물에 특별한 물고기.

산과 산 아래 절집의
절묘한 조화가 담겨 있다.

그들의 넓고 깊고
자유로운 정신세계가 부럽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계 방향으로 걸었다.
초입의 가파름, 능선의 칼바위길
좌우의 흐릿한 조망 속을 몇 분들과 조우하며 걸었다.

어느 고등학교 축구팀이 체련단련 차
한 바퀴 돌아 공주봉을 내려올 때 달려 온다.
물 달라 하는 녀석들에게 남아 있던 뜨거운 물까지 건넸다.
싱싱한 열기가 아래로 달려들 간다.

3.
올 때 막힌 걸 보고
들어가는 길도 막힐 것 같아
아예 늦게 들어갈 작정으로
예정에 없던 신북온천으로 이동.
가는 길과 주변이 많이 달라졌다.

온천은 먼저 건물 안쪽으로 새로 지었다.
비수기 요금이라며 8000원이다.
시설은 좋아졌지만
온천 물 자체를 즐기는 나로서는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노천탕에서 별이 보인다.
이런!
설악에 있을 조순이 궁금해 목소리를 남겼다.

도로 소요산 입구 신흥(?)으로 가 한방오리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실내는 완전히 바뀌었고
맛도 친절도 값(1마리 2만원)도
여전히 마음에 든다.

차가 의외로 막히지 않아 1시간 정도만에 귀가했다.
흐려도 산에 들어가면 언제나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