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2-13(화-수) / 2명

서울(일원역)(06:10)-양평-홍천-한계령-

오색주차장(09:10)

오색매표소(09:50)-설악폭포-대청봉(1:00)
중청대피소(1:20)-점심-중청출발(1:40)-소청산장(2:20)
-봉정암출발(3:05)-구곡담계곡-수렴동대피소 도착(5:10) 1박.

수렴동대피소 출발(13일 07:00)-수렴동계곡 하산-삼거리(07:30)-오세암(09:00)-마등령(10:20)-비선대(13:00)-감자국수, 하산주-설악동(2:30)

설악동 버스-대포동 버스-오색-한계령 정상 직전에서
필례약수- 현리-방태산 휴양림-서석-홍천-

월평에서 저녁-서울 도착(밤 10:00)

1. 대청으로 구곡담, 수렴동 단풍 보러

전날 밤새 비가 왔다.
오래 별르던 일이라 강행.

차편과 단풍을 위해
백담사에서 올라 가 내려오는 코스를 고려하다가
최종 순간 그나마 산행거리가 짧은 쪽을 선택.

장수대를 지나 한계령을 오르는데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난다.
하늘도 청명하고.
오색 그린야드에 주차.
간단하게 요기하고 출발.

대청 오르는 길은 안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전히 빡세다.
아래쪽은 단풍이 멀었고
설악폭포 주변은 컬러다.

큼직한 배 하나를 반 잘라
껍질 째 먹으니 꿀맛이다.

평일답지 않게 많은 이들이 내려온다.
한 무리의 여성들이 내려 오길레
멈춰 서 있으니 “고자이마스”라 하며 목례하는데
소곤거리는 소리가 일본인들이다.

이젠 설악이 국제적인 코스인가 보다.

2. 정상은 강풍에다 대만원


대청봉

햇살은 좋은 데 바람이 아주 세고 차다.
모자를 두 번이나 날리고 증명 사진 찍기가 어렵다.
위에서 보는 단풍은 끝물.
동해 바다가 시원하다.

복잡한 중청에서 사발면 하나(2000원)에 밥 말아 먹고
옆자리에 팩소주 마시는 이를 부러워하다.
배낭과 무게를 고려해 코펠과 버너를 두고 온 게

조금 아쉽다.

소청에서 맥주 한 캔(3500원)으로 위로 하고
봉정암으로.
봉정암은 기도객과 등산객으로 초만원.
이 많은 이들을 어떻게 다 먹이고 재우나
신기하다.

노스님 한 분이 법당 옆 햇살 아래
불상처럼 기도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

3. 구곡담 계곡은 장관

사람들은 끊임없이 올라 오고.
단풍은 절경이다.
사진을 100여 커트 이상 찍다.

계곡과 담(潭)과 단풍과 오후 늦은 햇살이 잘 어울린다.

이 두 시간이 제법 길다.

백담사 거쳐 용대리로 나가
원통으로 버스, 다시 오색 가는 걸 고려 하다가
수렴동 대피소에서 1박하기로.

4. 수렴동에서 밤 하늘과 별들

아래쪽이라 숙박하는 이가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천만의 말씀.
내일 올라가는 이들로 붐빈다.

부부라니까 3층
(1층 목조의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다락방,

28 번까지 있단다.)
9-10호를 배정해 준다.
(이불 두 개 각 2000원, 14000원을 내고)

감자전(8000원)에 막걸리(5000원)를 시켜 놓고
전문사진 작가라는 분과 산과 사진과
산장 주인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식사하다.
인품이 좋아 보이는 산장주인이 와서
한 잔을 더하고 막걸리 한 통을 가져다 준다.

산장이고
갑자기 붐비는 이들로 어쩔 수 없겠지만
국립공원에서 숙소문제에 관심을 좀 두어야 할 것 같다.
휴양림처럼은 아니더라도.

발바닥끼리 마주 보고
그나마 나는 상대편 다리 사이에
발을 넣어야 할 처지다.

난방은 안 되어도 온기로 추운 줄은 모르겠다.
냄새는 강렬하다.

한 잠 들었다가 엄금엄금 기어 나와
시계를 보니 밤 1시.
이렇게 많은 별을 보기가 얼마만인가.
정말 장관이다.
40-50분을 랜튼을 머리에 두르고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먼저 나와 있는 한 분과 감동을 나누다.

코고는 소리에 -나도 골았단다. 아내도 골고.
뒤척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4시경부터 부산해 지기 시작.

5. 수렴동 계곡 따라 내려 오다가

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인사들 나누고
영시암 쪽으로 하산.
단풍은 여기가 더 좋다.

일찍 내려 오는 스님에게 오세암 길을 물으니
산장에서 옆으로 가야동 계곡으로 가면 된단다.
표지판은 없었다.
이미 내려 온 길이라
공식적인 루트로.
삼거리까지 내려 와 오세암으로 올랐다.

양치와 볼일을 보고
오세암으로.
한적하다.

오세암 마당에서 젊은이 넷이서 탁구를 친다.
그림이 좋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마등령으로.

설악동에서 출발,
내려오는 두 팀을 만났다.
마등령에는 공룡을 따라 내려오고
비선대에서 올라오는 이가 많다.

언젠가 안개 자욱한 공룡을 타느라고
보지 못한 공룡 능선을 실컷 보다.
햇살 아래 공룡상은
그 때 내가 본 공룡상 보다 덜 어울린다.

진주서 왔다는 젊은 부부와 조심조심
천천히 비선대로 하산하다.
다리가 뻐근하다.
대모산 구룡산에서 단련한 것이 그래도
도움이 큰 것 같다.

6. 설악은 어디나 만원이다.

비선대에서 내려 오다 늘 들리는 곳에서
하산주로 자축.
감자국수와 감자전이 맛있다.
발을 물에 담그고
설악동에 오니 사람과 차로 넘친다.

버스로 설악동을 나와
바닷가에서 차를 기다리며
동해바다의 그 시원스런 바다를 바라보며
1시간 정도 기다리다
오색으로.
오색도 만원.
땀내를 벗기 위해 온천을 하고 가려고
시도하다가 인파에 포기.

길가에서 아내가 배추와 무를 사고
한계령으로.
차가 밀려 정상에서 되돌려
필례약수쪽 사잇길로 내려 오다.
한적하고 단풍이 참으로 좋다.

월평에서 저녁.
낯익은 주인이 이번 주는 여기도 만원이라고.
간신히 자리를 잡아 준다.

오는 길에 비가 쏟아진다.
다행이다.
산 속 행군 시 비를 맞았으면 큰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앞뒤로 비 구경을 한 셈.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한
기분이 들어 스스로 뿌듯했다.

언젠가 눈이 오면
백담사 수렴동을 왕복하는 코스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