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6. 6. 24. (토)

누구랑 : 오월에 부부

산행지 : 대운산(大雲山.742m. 울산광역시 울주, 경남 양산소재)

산행코스 : 상대마을 제3주차장 - 도통골 - 제2봉 - 제1봉 - 굴바위 - 상대마을

산행시간 : 총4시간 30분


 

갑자기 남편이 토욜 휴무라 했다.

어쩌다 시간이 맞으면 비가 내리는 등

둘 만의 종일산행이 참으로 여의치 않았던지라

이 기회를 놓칠수 없어 대뜸 산으로!~라고 메일을 날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월드컵 한국:스위스전이 예고되어 있고

업무조차 슬슬 꼬여 오후에나 시간이 날 성 싶었다.

반 나절 산행이라도 할참으로 쉬이 낙점한 코스가

여러 산님들의 산행기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아온 도통골이다.


 

급히 대충 꾸린 배낭을 싣고 애마를 재촉해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13:50분!

수량은 다소 적어 보이지만 암반위로 시원한 계곡이 펼쳐지는

걸음편한 너른 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으니 본격적인 산행로가 열리고

크고 작은 沼와 물소리를 벗삼아 수림 울창한 산길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양, 너무도 평안히 이어진다.

계곡 상단부에 이르러 길은 두 갈래로 나뉘니

左로는 대운산 정상으로 향함이요, 右로는 제2봉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2봉에 올랐다가, 미답지인 1봉을 거쳐 하산하리라 하고선

右로 꺾어 진행하니 드디어 급오르막길이 펼쳐지며

이내 몸에선 비지땀이 샘솟듯 흐른다.

대운산 곱디고운 흙길은 촉촉이 물기를 머금어

폭신폭신 양탄자마냥 밟는 느낌이 평화롭기 그지없고

발품팔아 안부에 다다르니 이채로운 벌거숭이 묘가

안스러이 맨 살을 드러낸 채, 2기 있다.(15:30)

눈 앞엔 대운산 정상과 함께, 가야 할 2봉이 저만치 가깝지만

계곡과는 달리 바람 한 점없이, 후덥지근 무더위에

온 몸은 땀으로 절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카타르시스!

앞서가는 남편 왈,  --과부하가 차나?--

오월에, --아~니!--

--그럼 속도 더 낸다...엔진 스텐바이!--

씩씩히, 가뿐히 걸음잇고......


 

2봉앞에 한 봉우리가 버티고 있다.

나무 버팀목이 오름길내내 이어지고

오름과 내림을 잇는 재미나고 변화무쌍한 산길을 이어

운치있는 소나무 아래에서 2시간 20분만에 첫 쉼을 갖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절히 우거진 이 곳은

위로 오를수록 솔향이 점점 더 진해지고

오후 늦게 나선 걸음이라 은근히 조급한 맘에

잰걸음 이어 조망 뛰어난 제2봉(660m)에 도착하니(16:20)

많고 많은 주변 산군들이 죄다 운무에 가려 흐릿할 뿐!

바위위에 편히 앉아 캔 맥주로 갈증을 달래는데

올라 온 부부 한 팀이 달랑 빈 물병 하나만 들고 있었다.

채 녹지않은 얼음물을 나눠드리고 1봉으로 향하다.(16:35)


 

1봉으로 향하는 길은 이내 색다른 모습이다.

오솔길같은 좁은 산길이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

잡초가 우거지고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즐비한데

짧은 소매의 팔을 보호하기위해 두 팔을 벌서듯 번쩍들고 진행하기도 한다.

더러는 길 옆으로 앙증스레 잘 익은 복분자 알을 따먹으며

자연 그대로의 이 길이 오히려 좋아 마냥 흡족히 걷는다.

1봉(588m)을 지나(16:50), 수직으로 내리꽃히는 전망바위에 당도하니

발아래 펼쳐지는 산자락들이며 눈 앞의 조망이 실로 멋지다.

이 후 하산길은 급내리막이 이어지며, 굴바위를 지나고(17:10)

미끄러운 흙길은 조심스럽지만, 원시림같은 이 청정지역에서

실로 만족스러운 행복한 행보가 이어지는데,

--뱀이다!--

--... ...--

뒤따라 오던 남편이 짖궂은 장난을 걸어 온다.


 

오동통 살오른 황금빛 솔잎이 지천인데

가을 낙엽이 멀쩡히 켜켜이 뒹굴고

참나리꽃이 고운 자태를 살며시 드러내는가 싶으면

푸르디푸른 망개나무 열매가 탐스러이 굵어가는데

더러는 고사리 군락지가 내 맘을 들뜨게 하고

양지바른 산자락, 푸른 초원위에 산소3기가 안온하다.

--어, 토끼다!!--

--옴~마나!--

뱀 소리에도 꿈쩍않더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듯이

남편이 축구판정의 화풀이라도 한 양, 장난스레 흡족한 웃음 흘리고선

망개열매 한 가지를 꺾어선 --그대에게 드립니다-- 읍소하지 않는가!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묘지가 자주 나타나더니

산자락이 끝나는 지점에도 산소2기가

눈부신 실크같은 잔디로 치장한 채

지나는 객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 이제 그대와의 숲 속 그린(green) 댄스도 끝나려는가! (17:50)


 

모 심은 논과 갖가지 채소가 푸르디푸르게 자라나는 밭 사이로

한 떼의 백로가 날아 오르는 한적한 들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향하다.

마치 고향의 들녘을 걷고 있는듯한 평온함과 함께

머릿수건 쓴 시골 아낙에게선 작년 여름 하늘나라 가신

내 어머닐 연상케 하고......

제3주차장, 시골 할머니들이 손수 가꾼 채소를 떨이판매하시느라 안간힘이시다.

--한 봉지 천 원에 팔던 상추인데, 두 봉지 천 원에 가져가이소.--

--할머니, 그냥 2천원 드릴게요.--

차마 그럴 수가 없어 두 봉질 들고선 2천원 드리고 돌아서는데

죽순을 파시는 할머닐보고 남편 왈,

--못 팔아드려 죄송합니데이~~-- (18:20)